"아이들이 백보드를 달아놓은 전봇대 주위에서 농구를 하고 있다. 달리고, 환호성을 오른다. 운동화가 골목길에 완만하게 깔린 자갈을 밟거나 비빌 때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높이 솟아올라 전깃줄 위 푸른 3월의 축축한 대기 속으로 사라져간다. 신사복 차림의 토끼 앵스트럼이 골목길에 다가와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키가 6피트 3인치나 되는 26세의 사나이다. 키도 매우 클뿐더러 토끼를 닮은 데라곤 별로 없지만, 넓적하고 하얀 얼굴, 해맑은 푸른 눈동자, 작은 코 밑의 입술을 떨면서 피우던 담배를 무는 모습을 보면 그런 별명이 붙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별명은 어렸을 때 붙여진 것이다. 그는 그곳에 멈춰 서서 생각한다. 바야흐로 새 세대인 아이들이 나를 밀어내는군." -존 업다이크, 『달려라 토끼』중.

[출처] 첫문장이 매력적인 소설들|작성자 연어(http://blog.naver.com/chaosmosmook/13007138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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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2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매력적인 첫 구절이네요. 새 세대의 아이들이 날 밀어낸다니, 얄미워해야 마땅한데도 너그럽게 포용하는 신사의 모습이 그려져요. 무슨 이야기일지 궁금한데요? 도서관에서 얼른 빌려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