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같은 재난 영화의 특징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영화는 조연이 있고, 주연이 있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도 조연이 있고, 주연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역, 즉 엑스트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꽤 '존재감'이 있었는데도 조연의 역에 들지 못한 배우, 잠시 등장했지만 내 마음에 남은 인물을 소개합니다. 

 1. 존재감 있는 단역- 사트남과 그 가족들 

 사트남이야말로 이야기의 첫 장을 제공합니다. 아드리안에게 지구가 달궈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 인물로 사트남이고, 그와 함께 종말의 날까지 연구를 한 것도 그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남판 고원에 몰려오는 쓰나미로 죽고 말죠. 아내 아파나와 아들 아지트, 친동생 굴딥과 함께 연구했던 로케쉬 박사 말이죠(참고로 사트남이 가족을 부둥켜안을 때 곁에서 기도한 사람과 그 옆에 묵묵히 있는 사람이 바로 굴딥과 로케쉬 박사입니다). 

 2. 존재감 있는 단역- 스코티(스콧)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영화를 함께 한 사람입니다. 워싱턴 호텔에서 아드리안에게 양복을 빌려준 사람이 바로 스코티죠. 이후 그는 항상 아드리안과 웨스트 교수 옆에 함께 있었습니다(캘리포니아 지진 중간에 아드리안과 웨스트 교수의 대화가 나오는데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이 바로 스코티입니다). 에어포스원도 함께 탔고, 배에도 동시에 탔고, 나중에는 웨스트 교수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오버'하는 인물로 변한 그는, '이상하게도' 단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실 존재감으로 보자면 샤샤보다 더한데 말이죠. 아무래도 대사의 부족 탓인 듯 합니다. 

 3. 존재감 있는 단역- 토니와 해리  

 재즈 그룹인 이 둘은 일본으로 가는 제네시스 호에 올랐다가 쓰나미에 의해 죽고 마는 비운의 인물입니다. 아드리안의 아버지인 해리는 세계의 종말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입을 다문 침착한 인물이고, 토니는 일본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하지만 때마침 일본에 지진이 나서 끝내 연락하지 못하죠. 이들의 장면은 배 위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종말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가족의 슬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존재감 있는 단역- 라마 

 '조연' 니마의 스승 라마입니다. 잭슨과 유리 일행이 안토노브를 타고 라스베가스를 떠난 장면 직후에 잠깐 등장하죠. 니마에게 깨달음을 주면서 차 열쇠를 넘겨주는, 성격이 의문스러운 단역입니다. 그는 <2012>에서 가장 '숭고롭게' 죽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을 타고 들어오는 쓰나미를 보고 종을 치다가 죽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그래서 더 숭고로운 것 같습니다. 

 5. 존재감 있는 단역- 마이클 선장 

 방주 4호의 선장이죠. 초밍 비행장에 아드리안 일행이 도착할 때 함께 있었던 인물이죠. 나중엔 브리지에 줄곧 머물러서 총사령관으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한 인물이죠. 마이클 선장의 리더십 역시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한 가지 요소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 후반에 등장해서 단역이 된 마이클 선장. 좋은 항해를 기원합니다. 

 6. 존재감 있는 단역- 니마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또는 어머니 아버지일수도) 

 니마의 할머니의 이름은 '팽'이고, 할아버지의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팽은 잭슨 일행을 발견한 인물이라서 공이 큽니다. 텐진을 설득하여 모두 들어가게 한 것도 팽이구요. 사실 팽과 그 남편의 비중이 너무나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둘 다 충분히 존재감 있는 단역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짧게 등장한 단역- 루브르 박물관 소장 

 아마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아무도 그를 기억할 수 없을 겁니다. 영화 극초반(20분 쯤)에 죽어버렸기 때문이죠. 로라와 함께 미술품을 옮기는 일을 하다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안 그는 기자 회견으로 모든 걸 폭로하려던 전날, 다이애나가 죽었던 터널에서 테러를 당해 죽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인물이죠. 

 8. 짧게 등장한 단역- 셀리 

 셀리는 윌슨 대통령의 비서입니다. 알게 모르게 그녀는 대통령 곁에서 있었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지진으로 사라져버린 인물이죠. 그렇지만 그녀의 역할이 참으로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9. 짧게 등장한 단역- 대기실 감독관 

 유리가 방주 못 들어가게 막았던 곳이 어딘지 몰라서 '대기실'이라고 부릅니다. 그 곳의 감독이 유리를 막다가 얻어맞고 작품에서 사라지죠. 사실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깔려 죽거나 간신히 살았거나 이 둘 중 하나겠죠. 그런데 괜히 궁금해지는 건 왜일까요? 

 10. 짧게 등장한 단역- 쥴트 

 쥴트는 권투선수입니다. 유리를 코치로 삼았죠. 유리가 탑승 수속을 하던 때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쥴트는 유리가 밖으로 나가는 걸 넋놓고 보다가 펀치를 맞고 쓰러지고 말죠. 사실 그가 쓰러지는 장면은 권투에서 패할 뿐만이 아니라 버림받고 죽을 운명이라는 걸 암시합니다. 비운의 단역에 속하는 인물이죠. 

 11. 이외에도..... 

 이외에도 토니의 손녀와 아들, 며느리(일본에 살던), 이탈리아 수상과 가족(바티칸이 무너질 때 가만히 서 있던 세 사람), 제네시스호 종업원, 산타모니카 공항의 비행기 주인(너무나 빨리 죽어버린), 라스베가스의 소방대원, 그리고 배와 에어포스원 안에서 이름없이 일했던 Science Officer 들....... 모두 수고했다. 

 가장 불쌍한 비운의 단역 3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1위: 스코티 

 2위: 사트남

 3위: 쥴트 

  

 수정할 점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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