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간의 경야(초).시.에피파니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9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범우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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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피네간의 경야』의 일부분을 넣은 것은 편집 때문이라고 본다. 즉, 그것은 이 책에서 불필요한 것이다. 이미 김종건 교수가 따로 번역해 놓은 게 있는데, 왜 그게 여기에 나오느냐, 그것이 내가 던지고 싶은 의문이다. 물론 역자가 그 이유를 밝혀놓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페이지가 할애되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어쨌거나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것은 제임스 조이스의 시와 '에피파니'였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조이스적인 면모가 드러난 부분은 시이다. 제목에서는 한 글자로 표현되었지만,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시'다. 

  조이스의 시는 다른 시문학과는 다르게 '특별'하다. 우선 그의 시는 난해하다. 이것은 조이스의 작품을 하나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 다음으로, 그의 시집은 낭만적이다. 조이스는 20세기 최후의 낭만주의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의 낭만주의는 사실주의적 요소와 자연주의적 요소가 결합된 것이다). 또한, 그의 시집은 풍자적이다. 「분화구로부터의 개스」는 그런 면모가 더욱 강하다. 

 나는 조이스의 시라고는 「실내악」밖에 몰랐다. 그 동안 그것이 그의 시집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은, 제임스 조이스를 좋아했다고 기뻐했던 나에게는 약간 부끄러웠다. 제임스 조이스는 소설가다, 라는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깊이 인식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이 마치 시처럼 리듬감이 존재해서, 마치 하나의 산문시를 보는 느낌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해버리고 말았다. 

 한편으로, 나는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모두 번역해주신 김종건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만약 그가 번역하지 않았다면, 대체 누가 한국에 그를 전파해 줄 것인가? 특히 조이스의 시는 소설보다도 번역하기가 힘들 것이다. 원래 시라는 것은 각 나라의 리듬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조이스의 문학을 번역하는 것은 힘들기 마련이다. 

  이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조이스의 문학이 다른 아일랜드, 아니 다른 나라의 어느 작가보다도 특별하다는 것이다. 어떤 작가도 자신의 모든 작품을 산문시처럼 묘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더블린 사람들』부터 『피네간의 경야』까지, 한결같이 시적인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조이스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반복'이나 '말 늘임'이나 '말 줄임' 역시 일종의 시적 요소(시적 허용)이라는 사실, 이제 분명히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에피파니'에 대해서 조금 다루어보겠다. 이 부분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들 중에서 에피파니가 등장하는 부분을 모아놓은 것이다. 에피파니는 그의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그 의미와 기능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되었는가'를 알아본 것이다.  

 특히, 에피파니는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제임스 조이스만의 특징이다. 그래서 제임스 조이스는 지금까지도 세계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남아있는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야말로 고독한 영웅이다. 다이달로스와 같은, 숨겨진 영웅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인정해주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그는 자유롭게 비상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바로 그런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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