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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기욤 아레토스 그림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상대적인 것과 절대적인 것의 조화
'상대적'이라는 개념은 어디에서부터 유래되었을까? 아마도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BC 485?~BC 414?)의 '주관적 상대주의'일 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것인데, 이것은 각각이 만물을 보는 관점에 따라 그 물질의 형상(Idea)가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플라톤은 『프로타고라스』라는 작품에서 스승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그의 이론을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상대주의' 또는 '상대적임'이라는 개념은 프로타고라스가 죽고 난 뒤에도 계속 이어져 왔다. 그리고 오늘날,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의 이론을 따 가지고 왔다.
아마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은 사람들 중 한 명일 것이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 플라톤적인 사고 방식 또는 플라톤의 사상을 비판하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전자를 부분적으로 택하여 사용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를 읽다가, 그의 이론에 집중했을 것이다. 이것을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극히 개인적인', 즉 '상대적인' <지식>을 통해 이 백과사전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베르나르의 모든 생각이 담겨 있는 책이다.
반면, 절대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절대적인 것은 <보편적>인 것으로도 말할 수 있는데, 보편적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고, 또한 모든 사람이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진리'일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인 지식이란 무엇이고, 절대적인 지식이란 무엇일까?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흔히 나오는 백과사전적으로 지식에 대해 설명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극히 상대적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사상일까? 사람들은 흔히 전자라고 말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후자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가 스스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장」에서 "이 책에 담긴 정보(지식)는 확고부동한(절대적인)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할 것이고,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식은 항상 변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사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진리라고 말할 순 없지만, 미국의 평론가였던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 1889 ~ 1974)이 남긴 말이 그것의 이유를 보장할 것이다.
"사상가는 죽지만 그의 사상은 고스란히 남는다. 인간은 유한한 것이지만 사상은 영원한 것이다."
설령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작품 속에 남겨두었던 모든 상상력과 사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상상력과 사상은 앞으로도 계속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또 다른 상상력을 제공해 줄 것이고, 그럼으로써 그의 불멸이 보장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