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동훈 옮김 / 고유명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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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작가에게는 그 사람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헤밍웨이는 어떤 작품을 읽느냐에 따라 주제말이 바뀌는 흥미로운 작가이다. 그의 단편을 읽은 사람은 헤밍웨이의 투우, 사냥, 또는 열정을 읽는다. 헤밍웨이의 반전 소설이나 초창기 작품들을 본 자들은 로스트 제너레이션과 전쟁을 연상한다. 그리고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노인과 바다』와 『에덴의 동산』, 그리고 유작인 『해류 속의 섬들』을 읽고 나면 "헤밍웨이"와 "바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주제임을 간파하게 된다. 불꽃처럼 살다간 그의 생애는 마치 바다 위의 격렬한 파도처럼 독자에게 몰아친다. 그의 독특한 문체와 스타일은 많은 독자에게 읽혔고, 좋든 나쁘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내가 헤밍웨이의 소설들에 대해 느끼는 것은 언제나 동일하다. 그는 삶의 어떤 순간을 강렬하게 포착한다. 그래서 그것이 가공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았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사소한 장치들이 간결한 문체 속에서 맞물려, 독자들에게 감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줄거리 요약이 무의미하다. 특히, 『해류 속의 섬들』은 단순히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토머스 허드슨과 그 일행들이 나누는 대화들에 주목해야 한다. 대화 속에 각 인물의 개성과 작품의 정서가 녹아 있다. 총 3부로 되어 있는 이 소설에서 가운데에 해당하는, '쿠바에서'는 마치 롱테이크씬처럼 등장인물들의 소통이 죽 이어져 있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소를 옮겨 가며, 삶을 주고받는 그들이야말로 해류 속의 섬들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출판사였다. 고유명사라는 생소한 이름의 출판사였는데, 책을 출간하는 취지도, 디자인도 전부 마음에 들었는데 오탈자가 상당히 많았다. 한두 개면 분량을 생각했을 때 넘어갈 만했지만, 몰입하려 할 때마다 눈에 띄는 오타가 있는 것은 매우 아쉽다. 만약 작품의 2쇄가 나온다면, 조속히 이 오탈자들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작품의 전체를 훼손할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편집자들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나는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라거나, 『노인과 바다』를 뛰어넘는 작품이라는 평들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별다른 기대 없이 가볍게 읽는 소설들도 필요하니까.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여러모로 아직도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그의 생애든, 작품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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