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전집 4 러브크래프트 전집 4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류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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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크래프트의 일관성 있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는 처음에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사실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일으킨다. 미지의 것은 밝혀지는 순간, 그 의미를 상실하기에 광기라는 이름 아래, 또는 허구라는 이름 아래에 이야기는 힘을 잃는다. 적어도 한 번만 접했을 때는 그렇다. 나는 전집 1권으로 그를 처음 접했고, 2권과 3권을 건너뛰어 네 번째 작품으로 재회했다. 1권을 읽었을 때만 해도 참 뛰어난 상상력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이쯤 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 모든 형언할 수 없는 존재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이 밝혀지지 않은 실체들이 서재에 은둔한 어느 미국인의 상상으로만 이루어졌단 말인가? 물론 개별로 파고 들어가면, 하나하나가 허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가 모든 작품에서 확신하고 있는 믿음, 즉 인간은 세상의 지극히 일부만 이해하고 있으며 거대한 진실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는 주제는 여전히 살아 숨쉰다.


 과거에 신화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납득하기 위해 창조된 이야기라면, 현대 신화는 그야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전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다. 러브크래프트는 현대 또는 고대의 역사, 익숙한 장소 또는 완전히 낯선 공간을 적절히 비틀어 공포를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 이것은 단순히 깜짝 놀라서 겁에 질리는, 혹은 분위기에 이끌려 공포에 떠는 그러한 개념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감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이성은 정지한다. 우습게도 인간을 비이성으로 만드는 것이 이성인 셈이다. 그 광기 앞에서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던 인간은 한낱 짐승이요 세계의 아웃사이더일 뿐이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4』는 1권에서 다루었던 우주적 존재의 비중은 극히 낮다. 후반부에 삽입된 아자토스에 관한 이야기나 간혹 언급되는 '네크로노미콘'을 제외하면 '나'라는 서술자를 중심으로 단편들이 진행된다. 고대의 존재들보다는 밝힐 수 없는 역사의 비밀과 인간의 변이에 대해 다룬다. 그중 인상적인 단편들 몇 개를 꼽자면, 「신전」, 「아웃사이더」, 「레드 훅의 공포」가 있겠다. 특히 첫 번째 단편은 밀폐된 공간에서 미쳐가는 인간의 심리를 잘 쫓아간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과 과정을 전달할 수 없는 광기, 그리고 근원적인 갈망까지, 러브크래프트가 다루는 주제를 모두 관통했다.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대신 암시되는 것도 훌륭했다. 


 물론 소재의 반복으로 인한 피로나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회성의 결여 등은 일부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제가 어두운 쪽으로만 나아가고, 명확한 결말이 없는 것이 싫증이 날 수도 있다.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장르 문학의 경우 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파악하고, 그것이 지금의 독자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비극일지라도 말이다. 혹 모를 일이다. 인간의 지식에 대한 의심이 더 분명한 사실로 이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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