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 마음을 전하는 작은 책 시리즈
호리카와 나미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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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에서 한창 연애감정에 불타오르는 연인들이 커플다이어리 작성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아, 나도 물론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이다.

내 연애시절에는 싸이월드는 커녕, 휴대폰도 없이 삐삐로 교류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 고등학교 다니던 꿈많던 시절에는 교환일기장이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싸이월드의 커플다이어리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되겠지만,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인터넷 매체보다는 서로 시간을 달리 해서 주고받는 교환일기장은 다정한 이의 지문과 체취가 남아 있어 더 낭만적인 정서가 자리했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호리카와 나미의 글은 마치 싸이월드의 커플 다이어리를 보는 느낌이다.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일러스트와 함께 짤막한 글마저도 마치 그림처럼 예쁜 ..그래서 한컷의 아름다운 풍경같은 이야기가 바로 <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이다.

처음에 책상에 배달된 책을 보고는 기념엽서 묶음인 줄로 알았다. 그만큼 얇고 작고 예뻤으며, 손 안에 딱 들어올 만큼의 크기가 앙증맞아서 책이라고 하기에는 웃음이 나왔다.

핸드백속에 장식용으로 들고 다니면서, 데이트 중에 햇살 따스한 벤취를 만나면 다정하게 머리 맞대고서 한 페이지씩 넘겨가며 서로에게 읽어줘도 좋을 책, 바로 그런 책이다.

 

사랑을, 그리고 연애라는 것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꼭 그 사람이 위대하거나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거나 해서는 아니다.

아주 사소한 마음씀씀이에, 단 한 번의 나를 향한 미소에, 혹은 기대하지 않았던 따스한 손길에.....

바로 그 순간에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뚜벅뚜벅 걸어들어와 버릴 뿐.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인연이라는 결코 한번 묶이면 풀리지 않는 빨간 끈으로 엮여버리는 것이다.

이 얇은 책에는 그 순간 순간의 소중함을, 아름다움을 그려내주는 글과 그림이 담겨져 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연인이자 배우자이지만, 또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차이를 배려하는 것, 온전히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사람만이 누군가와 함께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 동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은유적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이 모든 메시지가 결코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봄햇살처럼 살짝 우리곁에 다가온다..일상처럼 그렇게...

 

이 책은 내용에서 무엇인가 엄청난 메시지를 얻고자 하여 구입한다면 오산이다.

오랜 연애에서 오는 권태로움으로 혹은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잊고 있는 그니에게 당신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전하고 싶다면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 또한 오늘과 그다지 다를 거 같지 않은 무늬없는 일상에 상큼한 비타민같은,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같은 책, 기분전환 100% 가능할 것이라고 살짝 주변에 귀띔해주고 싶은 책이다.

선물하는 손길에서 본인도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그니를 향한 소중한 사랑을 다시금 새롭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또 들춰봐도 참 재미있고 자꾸만 웃음이 나는 책이다..

이 기분을 그대로 내일 출근하는 남편 손에 <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를 살짝 쥐어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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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오르고 싶은 산 - 1년 52주, 가장 아름다운 산행
진우석 지음 / 하서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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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등산과 관련된 책들은 그야말로 부지기수로 나왔었다.

또 산에 관한 책이야? 라고 하실 분들에게 이번에 하서출판사에서 나온 <이번 주에 오르고 싶은 산>은 기존의 책과는 첫눈에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먼저 말해두고 싶다. 그것은 바로 1년 52주 주말산행에 가장 아름다울 코스를 소개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산행에 앞서서 산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초행자들에게 아주 든든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책으로 맞춤인 셈이다.

예전에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여 매우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행운의 민족이라고들 했을 때, 쳇. 다른 나라는 뭐 강 , 산이 없나 했었다.

몇 번의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선조들의 말이 과연 틀리지 않다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이 땅 좁은 국토에 어쩜 그리도 골골마다 아름다운 계곡과 강과 멋진 산들이 끊임없이 자리하고 있는지..내 땅을 밟을 때마다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진실이다.

생활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람사는 마을을 보호하듯 울타리처럼 혹은 성벽처럼 버티고 서 있는 산들은 그래서 우리 사람살이와 뗄 수 없는 한몸의 자연인 것이다.

유독 취미로 등산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토양탓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서양처럼 산을 깎아내고 정복하는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사계절 뚜렷한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는 그 계절에 맞는 산행을 하면서 심신을 단련하는 기회로 삼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52개의 산들을 소개하면서 기본적으로 등산코스, 주변관광지, 숙박&맛집, 교통정보를 자세하게 수록해놓고 있으며, 개별의 산들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 놓은 멋진 사진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오색선명한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보면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어 절로 엉덩이가 들썩거려질 정도로 유혹적이다.

해당 산의 등산 시점과 해당 지역, 산의 높이를 알기 쉽게 알려주고 있으며, 산의 유래, 역사, 특색 등의 정보도 담겨 있어 매우 유익하다.

20대 시절 약 3년간 일반산악회 활동을 했었다. 그 때 전남북 일원, 충청남도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소재한 산들은 거의 다 만나봤었다. 대학시절에는 지리산도 계절마다 등산하길 수차례.그러나, 막상 내가 다녀본 산은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산 52개 중에 고작 13개 남짓이다. 얼마나 이 땅에 아름다운 산들이 많은지, 그리고 아직 내가 만나보지 못한 아름다운 산이 이렇게나 많다니,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한동안 아이를 키우느라 산을 멀리 했었다. 3년 전부터 직장산악회에 가입하여 분기마다, 그리고 특별한 시기에 산을 찾곤 했다.

그동안 내 경험으로는 3월에서 4월 초, 그 시기의  등산이 제일 퍽퍽하고 힘이 들었다. 눈은 그치고, 아직 연초록빛 새싹은 고개를 내밀지 않은 회색빛 자연이 보여주는 풍광은 산행에서 별다른 잔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2주전에 산악회에서 전북 완주군 소재의 대둔산 산행을 다녀왔다. 이 책에서는 대둔산을 '금강산 부럽지 않은 단풍 명산'으로 10월 둘째주에 배치해놓고 있다.

대둔산은 1월에 시산제를 치르러, 대학시절 가을 엠티로 그렇게 두차례 다녀왔었는데, 뜻밖에도 4월 산행도 의미있었다. 기억이 희미해져서인지 대둔산은 단지 구름다리로만 연상되곤 했는데, 지난 가을 나뭇잎을 벗어버린 채 새로운 봄을 준비하고 있는 대둔산은 골계미가 뛰어난 산이었다. 산 전체가 정선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담백한 수묵화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바로 겨울 바위산의 위용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대로 개별산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본 뒤에는 다른 계절의 모습도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 사람마다 산에서 느끼는 감흥은 다 다를것이기에 세간의 평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산행시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자세일 것이다.

저자도 독자에게 자신의 취향에 맞게 좋은 산, 좋은 코스를 새롭게 발견하라고 책머리에서 조언해두고 있다.

아무튼 진우석님의 20년 산행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번 주에 오르고 싶은 산>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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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풍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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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의 지진과 해일, 그리고 원전사태를 보면서 또한 이어지는 일본의 방사능 대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열정이 넘치는 우리민족은 그야말로 재앙수준의 고통을 당한 선린우방(?)을 돕고자 팔을 걷어부치지만,  일본은 그 와중에도 변함없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응큼한 속내를 드러내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하물며 방사능을 바다에 배출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나라인 우리나라에는 일말의 협의도 없이 강대국 미국에게만 사전협의를 한 나라이다.

역사적으로 인정이 많은 나라여서인가, 아니면 단군시조의 홍익인간 사상을 내재화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냄비근성이 가득한 사대주의로 뭉친 민족성을 가진 나라여서인가.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땅에서 태어난 한민족이라는 변하지 않은 사실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또 나는 내 민족을 너무도 뜨겁게 사랑하고 내 자신이 그 민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조정래 작가는 그 누구보다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작가이다. 가슴 가득 터져오르는 민족과 나라에 대한 열정을 오롯히 글로써 풀어내시는 작가.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은 너무나도 위대한 작품들이지만, 최근에 잇따라 출간되는 <불놀이>,<대장경>,<상실의 풍경>의 작가의 초기 장,중,단편들 또한 가슴을 울리는 매력적인 작품들이었다.

<상실의 풍경>에는 40년 작가생활의 포문을 열게 했던 저자의 데뷔작 '누명'을 비롯하여 '선생님 기행','20년을 비가 내리는 땅','빙판','어떤 전설','이런 식이더이다','청산댁','거부 반응','상실의 풍경','타이거 메이저'등 총 10개의 작품이 묶여져 있다.

거개가 1970년 초반의 작품들인데, 특히 데뷔작 '누명'과 '타이거 메이져'는 미군과 함께 생활하는 카투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에 종속된 이 나라의 현실을 꼬집고 있어 인상적이다. 198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닌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사건이 바로 '서울대 총학생회장 미문화원 방화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시위현장마다 불렸던 노래는 '제국의 발톱이 이 강토, 이 산하를 할퀴고 간 상처에 성조기만 나부껴 민족의 생존이 핵폭풍 전야에 섰다. 이 땅의 양심들아, 어깨걸고 나가자. '로 시작되는 [반전반핵가]였다. 비장하고 가슴먹먹하게 주먹을 내지르며 불렀던 이 노래가 한 글자도 틀리지 않은 채 책을 읽으면서 절로 입술사이로 흘러나왔다. 작금의 현실에도 이 얼마나 유효한 노래인가.

조정래님은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을 쓰면서 20년 후에는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이루어지게 되리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40년이 흘러도주변 강대국들의 이해논리 사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의 길은 요원하기만 할 뿐이다. 뿐인가. 어쩌면 한반도의 반토막뿐인 땅덩어리로 영원히 자리잡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드는 시점이다.

따라서 저자는 <상실의 풍경>에 실린 작품들이 비록 불행한 일이지만, 그만큼 생명성이 연장된다고 말하고 있다.

언뜻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상실의 풍경>속의 이야기들이 지나간 과거 속의 것들로만 느껴지는 내용이지만, 슬픈 역사의 빗줄기가 오늘도 우리 등뒤로 여전히 내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자 한다면 조정래님의 작품은 이 땅의 청춘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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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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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은 지독하고 악랄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막판 반전을 흥미롭게 그린 내용으로 유명하며,

다양하게 회자 적용되고 있어 무엇보다 친근한 작품이다.

이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66번째로 새롭게 출간되는 <베니스의 상인>은 우선 표지부터 눈길을 잡아 끈다.

가면무도회를 상징하는 듯한 표지의 사진은 대체 무슨 의미를 담은 것일까?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코가 늘어난다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패러디한 것일까?

금빛의 가면은 황금만능을 향한 욕심때문에 진실된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일까? 표지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끄집어보는 행위는 이 책에 대한 마음가짐이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일찍부터 들어와서 누가 물으면, 아! 할 정도로 대충 썰을 풀 수 있는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을 들고서야 내 기나긴 독서이력중에서 이책을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다.

셰익스피어가 왜 셰익스피어인지 <베니스의 상인>은 말해 줄 것이라 믿기에 그 기대는 나를 설레게 했다.

세익스피어는 기존의 이야기들에 자신의 천재성을 더해 독특한 극작품을 만들어냈는데, <베니스의 상인>도 이에 해당한다.

<베니스의 상인>의 골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두 이야기인 빚을 제때에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의 살 1파운드를 그가 원하는 부위에서 취한다는 차용증서 이야기와 올바른 상자를 골라 사랑하는 연인을 얻는 상자 이야기를 셰익스피어가 독창적으로 재구성하여 현대에까지 널리 읽히는 희곡으로 엮어낸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은 이 책에서 앤토니오로 등장한다. 기독교인인 앤토니오는 베니스에서 덕망높은 상인으로 고리대금업자이자 유대인인 샤일록의 감정을 산다.

샤일록은 돈에 대한 과욕과 강박으로 잔인하고 교활한 자인데, 높은 이자의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으나 번번히 앤토니오의 친절한 거래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지 못해 깊은 증오심을 갖고 있다. 앤토니오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바싸니오는 벨몬트의 포오셔에게 구혼을 하고자 앤토니오에게 돈을 빌리게 되고, 마침 모든 재산을 상선에 투자한 앤토니오는 상선을 담보로 샤일록에게 3천 다가트를 빌리게 된다. 샤일록에게 써준 차용증서에는 기한내 돈을 갚지 못할 때에는 그가 원하는 부위의 살 1파운드를 주기로 적혀 있다.

마침 샤일록의 딸 제시커는 바싸니오의 친구 로렌조를 사랑하여 보석과 돈을 훔쳐 벨몬트로 향하는 바싸니오의 배에 숨어 도망치고, 이 사실을 안 샤일록의 분노는 앤토니오를 향한 증오심을 더 부채질하기에 이르른다.

벨몬트에 도착하여 납상자를 선택한 바싸니오는 포오셔를 아내로 얻게 되지만, 상선이 침몰하여 기한내에 돈을 갚지 못한 앤토니오가 샤일록으로부터 곤경을 당하고 있다는 편지를 받게 되고, 이내 베니스로 돌아와 재판정에 서지만 대공은 외국인들이 드나들며 향유하는 교역상의 특권이 지켜지는 베니스는 법도가 무너진다면 대국의 공정성이 손상되기에 샤일록이 주장하는 차용증서의 내용을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이 때 포오셔가 분장한 젊은 판사가 등장하여 샤일록의 손을 들어주지만, 그 내용에는 살 1파운드 외에는 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기가 막힌 반전의 판정을 내린다.

세익스피어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아르고원정대 이야기를 차용해 와 바싸니오가 포오셔를 얻는 과정을 이아손이 모든 고난의 과정을 거친 후 황금양털을 얻는 것으로 비유한다. 고전희곡인 <베니스의 상인>에서 등장하는 그리스로마신화는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묘미가 있으며,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참된 우정과 진실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은 어떠해야 하는 지를 우리에게 강변해주는 듯한 <베니스의 상인>은 단순히 잔인한 유대인을 응징하여 기쁨과 행복을 구가하는 기독인의 모습을 옹호하는 희곡으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대인을 그저 돈벌레로만 그린 점이 매우 거슬리지만, 이 또한 당시의 보편화된 유대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우정과 자비와 복수의 대서사극을 통해 오늘날까지 통용되는 새롭고도 입체적인 인간을 창조해내고 있다. 그의 또 다른 멋진 희곡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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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걷는 길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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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다정하게 걷는 두 부자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는 내가 우리집 두 남자에게서 몹시 기대하는 아름다운 풍경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남편과 아들에게 읽히고 싶어서 기꺼이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는 중이다.

딸이자 엄마인 나에게는 이런 풍경이 아무런 관련도 없을 것 같지만, 이 책을 받고서 갑자기 떠올랐던 기억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내 나이 9살 무렵의 기억. 방죽길을 지나서 넓다란 신작로길을 타박타박 걸었었다. 그리고 호젓한 산길도 끝없이 걸어갔던 기억...그건 아마도 우리가 살던 마을보다 더 깊이 시골로 들어가면 나왔던 일가친척집을 방문하던 길이었다. 나이들어 세상을 타계하신 집안어르신을 문상하러 가시던 길에 아빠는 둘째딸인 나를 동행하셨고, 차편이 용이하지 않았던 시절에 어린 딸과 함께 가던 그 길에서 아빠는 나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다정한 주문도 하셨었다. 그 장면의 기억은 아주 선명하다. 아빠 마음에 들고 싶었던 나는 단지 '아빠'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꽃밭에서"를 열창했었다. 한 명의 관객은 내 노래가 끝나자 박수를 쳤고, 나는 앞서가시는 넓은 아빠 등을 바라보며 혼자서 자랑스러움과 무안한 마음에 멋쩍어했던 기억. 그 기억은 오랜시간 나를 참 행복하게 했고, 아빠와 나 사이를 긍정적인 관계로 규정짓는 데 큰 몫을 했다.

강릉의 할아버지를 방문하는 길, 작은 아이와 아내는 차에 태워 보내고, 저자인 이순원님은 큰아들과 함께 대관령 고갯길을 걸어서 넘는다.

 

그 길은 신사임당이 어린 이율곡의 손을 잡고서 넘던 길.  그 길을 3년 전 경포대 해수욕장 가던 길에 지났었고 사임당의 시비를 만났다.

 

대관령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고



 

늙으신 어머니를 강릉에 두고
외로이 서울길로 떠나는 이마음
때때로 고개돌려 북평쪽 바라보니
흰구름 아래로 저녁산이 푸르구나

 

 

 그 길에서 아빠는 아들에게 길에 담겨 있는 역사를 들려준다. 아들의 고조할아버지에서부터 아버지가 지나왔던 길에서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곧 인생의 이야기이고, 뿌리로부터 이어져 오는 오늘의 이야기이며, 한 나라의 이야기이가 되기도 한다.

대관령 고갯길, 그 굽이굽이를 돌면서 저자는 농사짓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들려주고, 고향의 가치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무료해하는 아들을 위해 풀이름대기 게임도 하는 부자의 모습은 울타리 안에서 아침저녁으로 마주쳤던 그 부자의 모습이 아니다. 서로를 더 깊이 새롭게 알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희망과 위로를 함께 얻는다. 서로가 너무도 소중하고 사랑하고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가족의 모습은 그리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글을 쓰는 아빠의 소신과 고통을 알게 된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는 으젓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빨리빨리의 세상에서 걸음으로써 자각하게 되는 풍경, 이를테면 스쳐지나갔던 산이나, 나무, 하늘,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책상을 보내주신 할아버지의 깊은 마음이나 엄마의 책상을 확보해주신 아빠의 마음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를 어떻게 배려하는지 보여준다. 계획하지 않았던 깊은 대화들이 순조롭게 오고가는 대관령고갯길. 인생길도 어쩌면 이와 같으리라. 아무리 굽이굽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지라도 서로가 속을 나누며 발맞추어 걸어간다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 길도 쉽게 혹은 아름다운 의미로 남는다는 것을.

대관령을 길을 다 내려가니 어느새 어두컴컴한 초저녁길. 집으로 들어가는 샛길 입구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음성은 또 하나의 아버지인 할아버지의 구부정한 모습이다.

저자가 걸어온 삶의 고비마다 언제나 가장 큰 노란 손수건을 들고서 마중나오셨던 아버지. 그 기다림으로 저자가 살아온 삶의 가장 큰 길이 되어주셨다는 고백은 가슴 먹먹한 울림을 준다. 아버지가 아닌 이 땅의 어머니도, 그리고 아들이 아닌 이 땅의 모든 딸들도 꼭 읽어봐야할 책.  해서 2011년 개정 초등5학년 교과서에 수록이 되었단다.

전편을 다 읽어보길 권한다. 자식을 기르는 어버이라면 깊이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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