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녀다
서신 지음 / 글쟁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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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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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련히 그리워만 하다가 어느 순간 가슴에 사무칠 때가 있기도 하다.

단지 사라진다는 이유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기에 감정이 증폭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것에는 내가 기억해야 할 추억과 개인의 역사가 함께 담겨 있기에 더 아쉬움이 큰 연유다.

 

우리 여성들에게 익숙한 음악다방이라는 것이 80년대에는 유행했었다.

주로 대학가 앞에 위치해 있어 미팅장소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었지만, 그 음악다방 DJ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여학생 손님도 있 꽤나 매상을 올려주었던 다방. 다방에 들어서면 커피주문과 함께 쪽지에 좋아하는 음악을 빼곡히 적어 서빙하는 점원에게 주곤 이제나 저제나 음악이 들리기만을 기다리던 시간.

DJ는 때때로 적지도 않은 사연을 맘대로 들려주며 음악을 틀어주곤 했다. 프로 DJ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DJ를 했기 때문에 동시대의 놀이문화와 정서를 교감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어 주었다.

 

여성들이 즐겨 찾던 음악다방, 혹은 커피숍과는 달리 '다방'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촌스럽고 낡은 그 곳은 주로 남자들이나 시골 어르신들의 귀한 약속장소 쯤으로 활용되었다.

노란 계란이 곁들여진 쌍화차나 흔히 다방커피라고 명명되어진 달고 걸쭉한 커피를 파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여성들에게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여자종업원이 있는 곳, 뜨네기들이나 호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이 찾는 곳쯤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곳이 내가 알고 있는 다방이라는 곳이다.

 

내게도 기억나는 몇 몇 다방들이 있다. 아니, 그 다방들과 얽혀진 추억이 몇 개 떠오른다고 해야겠다.

고향터미널 앞 차부다방, 그 곳에서 나는 대학생이던 시절, 일찍 중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돈벌러 간 동창녀석에게서 시원한 오미자차를 얻어 마신 적이 있었다. 우연히 어느 여름날 주말에 터미널에서 마주친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에 있는 다방을 찾았고, 이미 사회인이 되어버린 친구는 그럴싸하게 사내다운 자세로 폼을 재며 내게 오미자차를 권했다. 친구는 여름인데도 긴소매 양복을 갖춰입고 있었는데, 유행이 지난 폭넓은 넥타이가 내 눈에는 짠하게만 보였던 기억이 난다.

선이라는 것을 보기 시작할 무렵, 먼 친척인 8촌오빠가 좋은 총각이 있다며 익산역 앞 다방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엄마편에 전하셨고,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진행된 그 약속을 어른들 말씀을 거역하지 못한 나는 그 다방을 찾게 되었는데, 2층에 자리한 다방은 입구부터 먼지가 눈에 띄였을 뿐 아니라, 주홍색 공중전화, 흰머리의 노인들 몇 분 만이 앉아 있는 실내 모습이 눈에 들어와 선 상대자에 대한 기대는 애시당초 접어버린 채 어서 시간만이 지나가길 기다렸던 기억도 난다.

당시에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정답게 추억되는 것은 단지 지난 일이어서일까?

그것보다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인정어린 동창생의 마음과 8촌오라버니의 마음씀이 이제서야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럼없이 나에게 정을 권하는 사람이 이제는 그리 많지 않다는 자각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저자의 이름 석자, 유성용은 처음에는 낯설었으나, 자꾸 발음해 보니 입이 붙길래, 가만 생각해 보니 서애 류성룡과 비슷한 이름이어서였다.

그러니까, 저자의 책은 이번<다방기행문>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온 몸으로 여행을 체화한 듯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실천하지 못함으로 인한 부러움이 살짝 들기도 했다.

잠시 저자에 대해서 알아 보니, 이미 에세이집을 여러 권 출판한, 그리고 나름 그 이름이 알려진 작가였다.

저자는 자신이 만든 '여행생활자'라는 말에 아주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고, 이 책 또한  2007년 10월부터 2010년 2월까지 28개월간 스쿠터를 타고 다녔던 전국 다방 기행을 담았다.

눈내리던 날의 향록다방, 점 봐주던 딸기다방, 호산의 미인다방, 춘양의 앵두다방, 영양의 향수다방,호수다방, 돌다방, 정다방, 약속다방, 은파다방, 강변다방, 희다방, 영다방,..그리고 전국에 세 곳밖에 없다는 맹물다방.

그가 찾고 들렀던 다방들은 우리가 언제고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들의 다방이다.

 

다방의 유래에서부터 역사, 간판의 글씨체, 그리고 다방에서 살아가는 이름모를 김양, 박양, 최양, 이양 들의 이야기들을 담담하나 정겹게 풀어놓고 있는 이 책은 다 읽고 나서도 묘한 여운이 있어 기억에 남는다. 허접한 , 그리고 이제는 쓰러져가다 못해 사라져가는 다방풍물기행이라고나 할까.

다방에 얽힌 삶들을 풀어놓은 이 책이 나에게는 그 어떤 예술의 삶을 풀어놓은 것 마냥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짓기 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다방이름들에 그 많은 의미와 뜻이 담긴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다방 레지들의 삶 또한 우리네와 다를 것 없이 그렇게 흘러가는 줄 알지 못했다.

나그네인 저자에게 팥죽, 옥수수, 국수를 건네는 손길들. 세상 천지 사람 발길 닿는 곳은 그 어디나 인정이 있다는 것, 다시 깨닫는다.

지금 40~50대 중년들에게는 살아온 삶을 추억하게 하는 <다방기행문>은 요즘 20~30대 청춘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이제는 배달커피를 전문으로 하기에 예전 모습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는 다방은 점차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기에 더 아쉽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공간이다.

<다방기행문>이라는 책을 기획하고 써낸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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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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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컨설팅의 대표주자인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님은 너무도 유명해서 다른 말이 별로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혜신님은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마음미술관>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그 전에, 매주 수요일이면 자동 배달되는 메일로 그녀의 핵심을 짚어내는 명쾌한 글을 단순하면서도 예쁜 그림과 함께 받아보곤 했었다.

 

단촐한 느낌을 주는 표지가 제목처럼 홀가분에게 다가오는 이 책 <홀가분>은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정신과의사 정혜신과 그녀의 영감자이자 평생 동반자인 심리기획자 이명수님이 지난 5년 동안 나누어온 고민과 사유의 결과물을 100여편의 그림과 함께 에세이로 담아내고 있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건강한 들여다봄과 사랑, 그리고 돌봄이 우선한다는 것을 상담의 현장에서 건져올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해준다.

즉, 세상의 그 어떤 기준에도 상처받거나 불안해 하지 않도록, 자신에 대한 강한 사랑과 믿음으로 지지함으로써 '홀가분'해지는 영역에 도달하게 응원하는 저자만의 독특하면서도 전문적인 형태의 심리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서, 소제목 또한,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되시겠다.

 

책 내용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예쁜 마음이 가득한(색색의 그림도 보기에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부부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장장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적어도 내게는 그렇다!)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한 결실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는 것이다.

곳곳에 정혜신님이 밝히는 부부애에 관한 모습은 아무도 보는 이 없건만 살짝 눈흘기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질투심이 생겼다.

돌이켜 보면, 저자 또한 온전히 자신을 알고 사랑한 결과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건강하게 알고 사랑하고 아끼는데, 그 누가 나에게 다정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총 5개의 처방전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읽다 보면, 언뜻 그 말이 그 말같고,  그 내용이 그 내용같지만,

제1처방,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하라, 제2처방 내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고, 제3처방 언제나 당신이 옳습니다, 제4처방 때로는 서로 어깨를 맞대어라, 제5처방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의 처방대로 끝까지 읽다 보면 온전히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나를 알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시간은 자주 가질 수록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이 그런 시간을 갖게 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며, 이제 모든 굴레로부터 '홀가분'해지는 것은 책을 읽는 그대, 독자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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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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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북돋아 주는 주문'이라고 표지 상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설명은 바로 "광수생각"이라는 카툰만화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박광수님의 사진에세이 <앗싸라비아>에 대한 것이다.

흔히, 기분이 좋을 때, 뭔가 내 생각과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내지르듯이, '앗싸라비아'라고 외치곤 한다.

 

조선일보에 연재된 그의 카툰은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드러내주어 깊은 공감과 반향을 일으켰고, 단행본으로 묶어내 250만 독자의 마음을 울려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서게 되어 널리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포토에세이를 통해 그간 그가 『그때 나를 통과하는 바람이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립니?』, 『무지개를 좆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들을 지나치다』,  『참 서툰 사람들』,  『해피엔딩』, 『나쁜 광수생각』 등, 다수의 책을 써온 것을 알게 되었으며, 언젠가 저자의 인생사의 한 단면만을 본 채 부정적으로 갈음해버린 무의식적인 나의 행동이 너무 경솔한 것이 아니었나,  그의 진짜 모습을 내가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광수생각'을 그리던 그 때처럼 여전히 그는 삶에 이면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으며, 타인에 대한 혹은 자신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격려를 여전히 할줄 아는 사람이었다.

글이 얼마만큼 그 글을 쓴 사람을 드러내줄 수가 있는가에 대한 내 생각은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최소한 그가 쓰는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작가라면 우선은 신뢰해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앗싸라비아>에는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흔히 여타 사진집에서 만나게 되는 멋진 풍경이나 근사한 사진은 별로 만나볼 수가 없다. 저자는 그 이유로 우리가 기대했던 그런 풍경이 펼쳐질 때는 그 풍경을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느라 미처 카메라를 꺼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담지 못했다고 해서 후회 또한 없다면서 다만, 우리가 만나는 그 사진들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막 지나간 찰나의 사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사진의 바로 앞 순간을 상상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꽤나 두툼한 책은 하나 가득 사진을 가득 담고 있다. 질릴 정도로.

어떤 사진들은 옆의 설명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사진도 있었으며, 또 어떤 사진은 왜 이 책에 실었을까 의문이 드는 사진도 있었다.

그러나, 한권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그가 우리에게 해주는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며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그 사진들은 생생하게 꿈틀거리며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의 땅, 제주, 통영, 서울, 일본, 중국, 필리핀, 이탤리, 프랑스 등.

세계를 넘나들며 찍은 사진들은 묘하게도 서로 닮아 있다.

그가 사진과 함께 건네는 유명한 경구, 금언들은 일찍이 들어봤음직한 글들임에도 새롭게 다가오며, 사이사이 끼워놓은 그의 목소리도 예전의 나같으면 시큰둥해 했을 텐데...음, 그래..그렇지. 하면서 잠시 멈추고 가슴에 책을 안게 하는 힘도 지녔다.

 

아무리 남보기에는 보잘 것 없을 것만 인생이라 할 지라도 그 안에는 분명히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음을 나는 믿는다.

우리네 펼쳐질 앞으로의 삶, 또한 힘들지라도 때때로 눈부시게 아름다울 순간이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는 <앗싸라비아>, 내게도 힘이 되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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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In the Blue 4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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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님이 글을 쓰고 백승선님이 사진을 찍은 여행서 '번짐 시리즈'가 이번에 폴란드편으로 4번째에 이르렀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에서처럼 역시 이번에도 유럽의 한 나라가 그 주인공이다.

흔히 유럽여행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나라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등 한때, 혹은 여전히 그 영광이 유효한 주류국가가 아닌,  그러나, 숨어 있는 아름다움이나 그 가치는 어쩌면 더 훌륭하지도 모르는 나라들. 그들이 번짐시리즈의 대상국으로 뽑힌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오줌누는 소년의 벨기에나 장미의 나라 불가리아, 이번의  폴란드는 그래도 귀에 익은 곳이었지만, 번짐시리즈로 처음 알게 된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는 내게는 책속의 모습만으로도 경이롭고 가슴 벅찬 설렘으로 두근거리게 하는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환상의 나라로 각인되어 버렸다.

 

폴란드라는 나라의 이름은 내게 퀴리부인으로 먼저 떠오르지만,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라는 제목은 대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쇼팽을 연상시킨다.

과연 책장을 넘기니 쇼팽의 모습이 멋지게 반겨 준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바르와 샤바의 전설이 있는 도시. 인어공주는 덴마아크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양손에 방패와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실적인 인어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 인어가 수호신인 바르샤바라는 도시는 멋진  잠코비 광장이 있는 폴란드의 수도다.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바르샤바의 여행이 시작되는 곳, 잠코비 광장. 광장이라는 문화는 한 도시의 공간으로써 꼭 필요한 곳.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폴란드는 비록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은 훨씬 못 미치는 나라이지만,  서울은 이제서야 광화문 광장을 갖게 되었지만(이제라도 갖게 되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미 멋진 광장 문화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폴란드라는 나라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이 생긴다. '리넥'이라는 불리는 중앙광장이 폴란드는 어느 도시에나 있고, 그 광장에서 거리의 예술가들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기타선율을 고르기도 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멋지게 재건해낸 폴란드 국민들, 그들의 역사를 보며, 자연스럽게 '한강의 기적'을 떠올린다.

 

폴란드는 아이스크림의 나라다. '로디 예덴(아이스크림 주세요)', 이 말은 폴란드 여행을 행복하게 해 줄 한 마디의 말.

쇼팽박물관을 보면서, 도시 곳곳에서 동상으로, 그림으로, 포스터로, 쇼팽을 기리는 폴란드를 보면서  그들이 쇼팽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왜 우리는 이런 박물관을 가질 수 없는가..안타까운 아쉬움이 함께 한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가 태어난 도시 토룬. 이 도시 이름은 왠지 바순, 호른, 튜바 등의 악기 이름이 연상되는 독특한 느낌이 있다. 선율의 나라 폴란드여서인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토룬은 고딕양식부터 르네상스에 이르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도시이다.

특히, 토룬은 한강과 같은 폴란드의 젖줄인 비스와 강이 흐르는 곳이다. 바르샤바에서 토룬까지 세 시간에 걸쳐서 가는 기차여정은 활자만으로도 충분히 떠나고 싶게 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토룬의 올드타운 구시청사 앞에는 바이올린을 켜는 소년 동상이 세워져 있다. 개구리떼와 관련된 전설이 있는 곳. 이 또한 선율의 나라답다고 느낀 것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건물벽에 붙어 있는 오래된 벽등, 도시와 오래 함께 해온 다양한 동상들, 벽화, 폴란드라는 나라가 정답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은 느낌.그 느낌은 낯설지 않고 따스하다.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은 빼놓을 수 없는 것. 진저 브레드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음식. 이에 상응하는 우리의 음식은 '인절미'정도로 해둘까?

 

도시의 곳곳에 난쟁이들이 숨어 있는 브로츠와프. 50cm 크기의 난쟁이 160여개가 브로츠와프 구시가에 여기저기서 숨어 있다가 지나는 사람들을 반겨준다고 한다. 마스코드가 있는 도시라니 마치 동화 속 같이 않은가. 이 도시에 가면 걸리버가 되는 느낌일까. 백설공주가 되는 기분일까.

다양한 포즈와 표정으로 독자를 반기는 난쟁이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자니 꼭 한번은 그 곳으로 날아가 160명의 그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스친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다리에 자물쇠를 채운다는 '툼스키 다리'. 세상 어느 곳을 가도 우리네 인간살이가 기대하고 꿈꾸는 것은 비슷하다는 것을 본다.

 

500년 동안 폴란드 왕이 거처했다는 바벨성이 있는 도시 크라쿠프, 바벨성은 궁전과 대성당과 박물관이 있는 일종의 작은 마을이다. 이 곳에서는 폴란드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지그문트 종이 있는 탑을 꼭 만나고 가야 한다. 그 종을 왼손으로 만지면 다시 돌아온다는 재밌는 전설이 있단다. 모든 사물에 의미를 담는 것, 또한 세계인의 공통된 심성인가 부다. 무심한 하나의 물체도 그 안에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 마치 심장이 있어 펄떡거리며 뛰는 것처럼 살아있는 생명체로 우리들 마음에 부활하기 마련이다.

 

아픔을 품은 슬픔의 장소, 아우슈비츠, 2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그 곳의 수용소를 보며, 일본의 731부대가 떠올랐던 것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민족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시는 지구 어느 곳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행복, 달콤, 사랑이 번지는 곳을 지나서 선율이 흐르느 나라 폴란드는 마지막 여행지 아우슈비츠를 통해 아픔과 슬픔이 있어 오늘의 행복이 더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

서로 사랑하기에도 부족하기만한 시간들.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심성이 나쁠 수는 없다는 것을 은유하는 말.이렇게 네 번에 걸쳐 번짐시리즈를 만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으니 여행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것만 찾아내는 보석같은 눈을 가졌으니 말이다. 예로부터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보여지는 풍광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은 이전의 번짐시리즈의 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4권까지 만나 본 번짐시리즈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크지만, 책장에 나란히 꽂아두고 보니 마치 화첩이라도 된 양, 사진집이라도 보는 양 마음이 뿌듯하다. 크로아티아, 벨기에, 볼리비아, 폴란드.....이어지는 바통의 번짐시리즈 주인공은 과연 어느 곳일지, 내 책장에 꽂힐 사진집은 무엇이 선택될 지 궁금증과 함께 기대가 무척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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