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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힘을 북돋아 주는 주문'이라고 표지 상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설명은 바로 "광수생각"이라는 카툰만화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박광수님의 사진에세이 <앗싸라비아>에 대한 것이다.
흔히, 기분이 좋을 때, 뭔가 내 생각과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내지르듯이, '앗싸라비아'라고 외치곤 한다.
조선일보에 연재된 그의 카툰은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드러내주어 깊은 공감과 반향을 일으켰고, 단행본으로 묶어내 250만 독자의 마음을 울려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서게 되어 널리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포토에세이를 통해 그간 그가 『그때 나를 통과하는 바람이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립니?』, 『무지개를 좆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들을 지나치다』, 『참 서툰 사람들』, 『해피엔딩』, 『나쁜 광수생각』 등, 다수의 책을 써온 것을 알게 되었으며, 언젠가 저자의 인생사의 한 단면만을 본 채 부정적으로 갈음해버린 무의식적인 나의 행동이 너무 경솔한 것이 아니었나, 그의 진짜 모습을 내가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광수생각'을 그리던 그 때처럼 여전히 그는 삶에 이면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으며, 타인에 대한 혹은 자신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격려를 여전히 할줄 아는 사람이었다.
글이 얼마만큼 그 글을 쓴 사람을 드러내줄 수가 있는가에 대한 내 생각은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최소한 그가 쓰는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작가라면 우선은 신뢰해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앗싸라비아>에는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흔히 여타 사진집에서 만나게 되는 멋진 풍경이나 근사한 사진은 별로 만나볼 수가 없다. 저자는 그 이유로 우리가 기대했던 그런 풍경이 펼쳐질 때는 그 풍경을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느라 미처 카메라를 꺼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담지 못했다고 해서 후회 또한 없다면서 다만, 우리가 만나는 그 사진들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막 지나간 찰나의 사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사진의 바로 앞 순간을 상상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꽤나 두툼한 책은 하나 가득 사진을 가득 담고 있다. 질릴 정도로.
어떤 사진들은 옆의 설명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사진도 있었으며, 또 어떤 사진은 왜 이 책에 실었을까 의문이 드는 사진도 있었다.
그러나, 한권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그가 우리에게 해주는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며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그 사진들은 생생하게 꿈틀거리며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의 땅, 제주, 통영, 서울, 일본, 중국, 필리핀, 이탤리, 프랑스 등.
세계를 넘나들며 찍은 사진들은 묘하게도 서로 닮아 있다.
그가 사진과 함께 건네는 유명한 경구, 금언들은 일찍이 들어봤음직한 글들임에도 새롭게 다가오며, 사이사이 끼워놓은 그의 목소리도 예전의 나같으면 시큰둥해 했을 텐데...음, 그래..그렇지. 하면서 잠시 멈추고 가슴에 책을 안게 하는 힘도 지녔다.
아무리 남보기에는 보잘 것 없을 것만 인생이라 할 지라도 그 안에는 분명히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음을 나는 믿는다.
우리네 펼쳐질 앞으로의 삶, 또한 힘들지라도 때때로 눈부시게 아름다울 순간이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는 <앗싸라비아>, 내게도 힘이 되는 주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