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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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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련히 그리워만 하다가 어느 순간 가슴에 사무칠 때가 있기도 하다.

단지 사라진다는 이유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기에 감정이 증폭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것에는 내가 기억해야 할 추억과 개인의 역사가 함께 담겨 있기에 더 아쉬움이 큰 연유다.

 

우리 여성들에게 익숙한 음악다방이라는 것이 80년대에는 유행했었다.

주로 대학가 앞에 위치해 있어 미팅장소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었지만, 그 음악다방 DJ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여학생 손님도 있 꽤나 매상을 올려주었던 다방. 다방에 들어서면 커피주문과 함께 쪽지에 좋아하는 음악을 빼곡히 적어 서빙하는 점원에게 주곤 이제나 저제나 음악이 들리기만을 기다리던 시간.

DJ는 때때로 적지도 않은 사연을 맘대로 들려주며 음악을 틀어주곤 했다. 프로 DJ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DJ를 했기 때문에 동시대의 놀이문화와 정서를 교감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어 주었다.

 

여성들이 즐겨 찾던 음악다방, 혹은 커피숍과는 달리 '다방'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촌스럽고 낡은 그 곳은 주로 남자들이나 시골 어르신들의 귀한 약속장소 쯤으로 활용되었다.

노란 계란이 곁들여진 쌍화차나 흔히 다방커피라고 명명되어진 달고 걸쭉한 커피를 파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여성들에게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여자종업원이 있는 곳, 뜨네기들이나 호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이 찾는 곳쯤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곳이 내가 알고 있는 다방이라는 곳이다.

 

내게도 기억나는 몇 몇 다방들이 있다. 아니, 그 다방들과 얽혀진 추억이 몇 개 떠오른다고 해야겠다.

고향터미널 앞 차부다방, 그 곳에서 나는 대학생이던 시절, 일찍 중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돈벌러 간 동창녀석에게서 시원한 오미자차를 얻어 마신 적이 있었다. 우연히 어느 여름날 주말에 터미널에서 마주친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에 있는 다방을 찾았고, 이미 사회인이 되어버린 친구는 그럴싸하게 사내다운 자세로 폼을 재며 내게 오미자차를 권했다. 친구는 여름인데도 긴소매 양복을 갖춰입고 있었는데, 유행이 지난 폭넓은 넥타이가 내 눈에는 짠하게만 보였던 기억이 난다.

선이라는 것을 보기 시작할 무렵, 먼 친척인 8촌오빠가 좋은 총각이 있다며 익산역 앞 다방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엄마편에 전하셨고,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진행된 그 약속을 어른들 말씀을 거역하지 못한 나는 그 다방을 찾게 되었는데, 2층에 자리한 다방은 입구부터 먼지가 눈에 띄였을 뿐 아니라, 주홍색 공중전화, 흰머리의 노인들 몇 분 만이 앉아 있는 실내 모습이 눈에 들어와 선 상대자에 대한 기대는 애시당초 접어버린 채 어서 시간만이 지나가길 기다렸던 기억도 난다.

당시에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정답게 추억되는 것은 단지 지난 일이어서일까?

그것보다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인정어린 동창생의 마음과 8촌오라버니의 마음씀이 이제서야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럼없이 나에게 정을 권하는 사람이 이제는 그리 많지 않다는 자각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저자의 이름 석자, 유성용은 처음에는 낯설었으나, 자꾸 발음해 보니 입이 붙길래, 가만 생각해 보니 서애 류성룡과 비슷한 이름이어서였다.

그러니까, 저자의 책은 이번<다방기행문>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온 몸으로 여행을 체화한 듯한 그의 글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실천하지 못함으로 인한 부러움이 살짝 들기도 했다.

잠시 저자에 대해서 알아 보니, 이미 에세이집을 여러 권 출판한, 그리고 나름 그 이름이 알려진 작가였다.

저자는 자신이 만든 '여행생활자'라는 말에 아주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고, 이 책 또한  2007년 10월부터 2010년 2월까지 28개월간 스쿠터를 타고 다녔던 전국 다방 기행을 담았다.

눈내리던 날의 향록다방, 점 봐주던 딸기다방, 호산의 미인다방, 춘양의 앵두다방, 영양의 향수다방,호수다방, 돌다방, 정다방, 약속다방, 은파다방, 강변다방, 희다방, 영다방,..그리고 전국에 세 곳밖에 없다는 맹물다방.

그가 찾고 들렀던 다방들은 우리가 언제고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익숙하고 친근한 이름들의 다방이다.

 

다방의 유래에서부터 역사, 간판의 글씨체, 그리고 다방에서 살아가는 이름모를 김양, 박양, 최양, 이양 들의 이야기들을 담담하나 정겹게 풀어놓고 있는 이 책은 다 읽고 나서도 묘한 여운이 있어 기억에 남는다. 허접한 , 그리고 이제는 쓰러져가다 못해 사라져가는 다방풍물기행이라고나 할까.

다방에 얽힌 삶들을 풀어놓은 이 책이 나에게는 그 어떤 예술의 삶을 풀어놓은 것 마냥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짓기 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다방이름들에 그 많은 의미와 뜻이 담긴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다방 레지들의 삶 또한 우리네와 다를 것 없이 그렇게 흘러가는 줄 알지 못했다.

나그네인 저자에게 팥죽, 옥수수, 국수를 건네는 손길들. 세상 천지 사람 발길 닿는 곳은 그 어디나 인정이 있다는 것, 다시 깨닫는다.

지금 40~50대 중년들에게는 살아온 삶을 추억하게 하는 <다방기행문>은 요즘 20~30대 청춘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이제는 배달커피를 전문으로 하기에 예전 모습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는 다방은 점차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기에 더 아쉽고 아름답게 기억되는 공간이다.

<다방기행문>이라는 책을 기획하고 써낸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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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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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컨설팅의 대표주자인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님은 너무도 유명해서 다른 말이 별로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혜신님은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마음미술관>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그 전에, 매주 수요일이면 자동 배달되는 메일로 그녀의 핵심을 짚어내는 명쾌한 글을 단순하면서도 예쁜 그림과 함께 받아보곤 했었다.

 

단촐한 느낌을 주는 표지가 제목처럼 홀가분에게 다가오는 이 책 <홀가분>은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정신과의사 정혜신과 그녀의 영감자이자 평생 동반자인 심리기획자 이명수님이 지난 5년 동안 나누어온 고민과 사유의 결과물을 100여편의 그림과 함께 에세이로 담아내고 있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건강한 들여다봄과 사랑, 그리고 돌봄이 우선한다는 것을 상담의 현장에서 건져올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해준다.

즉, 세상의 그 어떤 기준에도 상처받거나 불안해 하지 않도록, 자신에 대한 강한 사랑과 믿음으로 지지함으로써 '홀가분'해지는 영역에 도달하게 응원하는 저자만의 독특하면서도 전문적인 형태의 심리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서, 소제목 또한,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되시겠다.

 

책 내용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예쁜 마음이 가득한(색색의 그림도 보기에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부부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장장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적어도 내게는 그렇다!)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한 결실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는 것이다.

곳곳에 정혜신님이 밝히는 부부애에 관한 모습은 아무도 보는 이 없건만 살짝 눈흘기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질투심이 생겼다.

돌이켜 보면, 저자 또한 온전히 자신을 알고 사랑한 결과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건강하게 알고 사랑하고 아끼는데, 그 누가 나에게 다정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총 5개의 처방전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읽다 보면, 언뜻 그 말이 그 말같고,  그 내용이 그 내용같지만,

제1처방,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하라, 제2처방 내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고, 제3처방 언제나 당신이 옳습니다, 제4처방 때로는 서로 어깨를 맞대어라, 제5처방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의 처방대로 끝까지 읽다 보면 온전히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나를 알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시간은 자주 가질 수록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이 그런 시간을 갖게 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며, 이제 모든 굴레로부터 '홀가분'해지는 것은 책을 읽는 그대, 독자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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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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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힘을 북돋아 주는 주문'이라고 표지 상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설명이 붙어 있다.

이 설명은 바로 "광수생각"이라는 카툰만화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박광수님의 사진에세이 <앗싸라비아>에 대한 것이다.

흔히, 기분이 좋을 때, 뭔가 내 생각과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내지르듯이, '앗싸라비아'라고 외치곤 한다.

 

조선일보에 연재된 그의 카툰은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드러내주어 깊은 공감과 반향을 일으켰고, 단행본으로 묶어내 250만 독자의 마음을 울려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어서게 되어 널리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포토에세이를 통해 그간 그가 『그때 나를 통과하는 바람이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립니?』, 『무지개를 좆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들을 지나치다』,  『참 서툰 사람들』,  『해피엔딩』, 『나쁜 광수생각』 등, 다수의 책을 써온 것을 알게 되었으며, 언젠가 저자의 인생사의 한 단면만을 본 채 부정적으로 갈음해버린 무의식적인 나의 행동이 너무 경솔한 것이 아니었나,  그의 진짜 모습을 내가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광수생각'을 그리던 그 때처럼 여전히 그는 삶에 이면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으며, 타인에 대한 혹은 자신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격려를 여전히 할줄 아는 사람이었다.

글이 얼마만큼 그 글을 쓴 사람을 드러내줄 수가 있는가에 대한 내 생각은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최소한 그가 쓰는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작가라면 우선은 신뢰해도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앗싸라비아>에는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흔히 여타 사진집에서 만나게 되는 멋진 풍경이나 근사한 사진은 별로 만나볼 수가 없다. 저자는 그 이유로 우리가 기대했던 그런 풍경이 펼쳐질 때는 그 풍경을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느라 미처 카메라를 꺼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담지 못했다고 해서 후회 또한 없다면서 다만, 우리가 만나는 그 사진들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막 지나간 찰나의 사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사진의 바로 앞 순간을 상상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꽤나 두툼한 책은 하나 가득 사진을 가득 담고 있다. 질릴 정도로.

어떤 사진들은 옆의 설명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사진도 있었으며, 또 어떤 사진은 왜 이 책에 실었을까 의문이 드는 사진도 있었다.

그러나, 한권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그가 우리에게 해주는 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며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그 사진들은 생생하게 꿈틀거리며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의 땅, 제주, 통영, 서울, 일본, 중국, 필리핀, 이탤리, 프랑스 등.

세계를 넘나들며 찍은 사진들은 묘하게도 서로 닮아 있다.

그가 사진과 함께 건네는 유명한 경구, 금언들은 일찍이 들어봤음직한 글들임에도 새롭게 다가오며, 사이사이 끼워놓은 그의 목소리도 예전의 나같으면 시큰둥해 했을 텐데...음, 그래..그렇지. 하면서 잠시 멈추고 가슴에 책을 안게 하는 힘도 지녔다.

 

아무리 남보기에는 보잘 것 없을 것만 인생이라 할 지라도 그 안에는 분명히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음을 나는 믿는다.

우리네 펼쳐질 앞으로의 삶, 또한 힘들지라도 때때로 눈부시게 아름다울 순간이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는 <앗싸라비아>, 내게도 힘이 되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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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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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나온 책이 분명함에도 제목이 매우 익숙하다 싶었더니, 일전에 최도성님의 <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다>를 그야말로 만난 기억이 났다.
그러니까. 이번의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는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중의 한 권인 셈이었던 것이다.

이 시리즈 물은 도쿄, 동유럽, 스페인, 파리를 특별한 감성으로 우리에게 소개해 주더니, 이번에는 그 형식을 살짝 달리하여 우리를 찾아왔다.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이라는 컨셉으로 기획되어 단순히 지리적인 여행이 아닌, 음악과 관련이 있는 장소에 집중, 선택하여 유럽 10개국, 20개 도시, 30개 명소와 음악을 소개해놓고 있다. 우리는 그의 안내를 따라 위대한 예술가들의 숨결이 지금도 유럽 곳곳에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현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의 해외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유럽에 대한 동경과 열망으로 30년 이상 이탈리아 로마에서 살고 있으며, 2007년에는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기도 한 유럽마니아라고 한다.

그는 건축 분야 외에도 역사, 음악, 미술, 언어 등 여러 분야에 조예가 깊어 음악전문 월간지<음악동아>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으며, 스페인에서 클래식기타 독주회를 가졌고, 로마에서는 독일,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합창단에서 활동했다. 이 외에는 다양한 분야의 다채로운 활동은 그의 역량을 짐작케 하는데. 이렇듯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저자의 이력을 구구절절히 언급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전문적인 지식과 감수성이 담겨있는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덧붙여, 첼리스트 정명화님과 소프라노 조수미님의 추천의 글은 유럽과 클래식을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에 이 책만큼 적합한 책이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유럽의 역사와 문화와 예술을 학창시절에 배워온 우리로서는 언제나 유럽이라는 곳이 동경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영화나 소설속에서 그려지는 유럽은 동양의 문화와는 사뭇 다른 그러면서도 그만의 독창성과 역사적 숨결이 담겨 있는 매혹적인 곳이다.

해서, 사람들은 언젠가는 유럽을 여행하고야 말리라는 소망을 가슴에 품게 되었고, 유럽 관련 여행서들은 때마다 컨셉을 달리하여 출간되지만  늘 인기가 많다.

책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인 체험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지만, 주제에 따라 골라서 담아 놓은 유럽여행서는 때로는 실제 여행보다 더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끼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 또한, 그 전제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저자의 깊이있으면서 폭넓은  지식이 유럽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게 하고, 머리로 들었던 음악 또한 가슴으로 들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유럽을 오랫 동안 사랑해온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저자가 느꼈던 감동, 여행과 음악이 주는 삶의 기쁨, 새롭게 안다는 것의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곳은 몇 몇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다.

 

이탈리아 -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스페인 - 마드리드, 그라나다, 팔마 데 마요르카
프랑스 - 파리, 베르사유, 생장드뤼즈
오스트리아 - 빈, 힌터브륄, 오번도르프
독일 - 뤼벡, 슈반가우
영국 - 런던
스위스 - 루체른
체코 - 프라하
헝가리 - 부다페스트
핀란드 - 헬싱키


20개 도시에서 30개의 특정한 장소를 골라, 그 곳과 직접 연관된 음악 또는 그곳에서 연상해보고 싶은 명곡을 선정하고, 다시 주제에 따라 6부(유럽의 궁전과 성에서, 유럽의 다리 위에서, 유럽의 정원과 공원에서, 유럽의 안식의 집에서, 유럽의 길에서, 유럽의 성전에서)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글뿐만 아니라 실린 사진도 직접 찍은 저자는 유럽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과 역사를 깊게 꿰뚫고 있어 놀라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 동안 클래식 음악을 쉽게 가까이 하지 못했던 나는 몇 권의 서적을 통해 이해와 사랑을 해보고자 노력해봤으나, 여행과 장소와 이야기를 접목시킨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만큼 클래식에 대한 이해를 높인 책이 없었으며, 유럽여행기를 이토록이나 다채롭고 깊이있으며 격조있게 들려주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 

유럽을 더 깊이 알고자 한다면, 사랑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의미있는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보라고 권한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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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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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계신 분들이 연달아 하늘여행을 떠나시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머리속을 교차했지만,

무엇보다 상실감이 커서 늘 마음 한 켠이 허전했던 차, 이번에 새로 출간된 이해인님의 산문집<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가 무척 반가웠다.

꿈많고 감수성 풍부했던 중고시절에 애송했던 시의 대부분은 이해인수녀님의 시였다.

쉽고도 단순한 언어의 조합만으로 맑고 밝고 순수했던 시세계를 보여줬던 수녀님의 시는 사춘기여학생의 섬세한 시심을 적셔주기에 더할나위 없었던 것이다.

<민들레의 영토>,<내 혼에 불을 놓아>,<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지금도 책장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시집 목록이다.

클라우디아 이해인 수녀님께서 암투병중이시다는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식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아!, 그 분마저도...하는 안타까움에 탄식을 흘렸을 뿐, 이내 바쁜 일상에 쫓겨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법정스님이나 박완서님을 먼저 하늘여행 보내시면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수도자로서 승화된 모습을 보이는 이해인수녀님을 보면서 갑자기 왈칵 그리워졌다.

그 숨결을, 자취를 가까이 느끼고 싶어졌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는 암투병을 하면서 지난 5년 동안 가까운 이들과의 이별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속에서 위로받기도 하는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수녀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성직자로서 절대자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정갈한 마음을 닦는 과정속에서  얻게 된 다양한 단상들을 풀어놓고 있다. 특히, 내 마음을 울린 부분은 수도자로서 이미 아름다운 수녀님이 너무도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낼 때였다.

 

마음으로, 언어로, 행동으로 다른 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기를!

다른 이를 함부로 비난하고 싶을 때마다 자신의 못난 점에 대해 먼저 반성하며 겸손할 수 있기를!(p231)

 

스스로를 자주 경계하는 짤막한 화살기도를 자주 드린다는 수녀님. 어쩜, 이리도 솔직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일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내 못난 모습과도 겹쳐져서 빙긋 웃음이 나오며 위로가 되어주었다.

 

오래전에 만났었던수녀님의 글에서는 단순한 희망, 기쁨,  아름다움만을 노래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한 동안 책을 가슴에 껴안고 가만히 숨을 골랐었다.  수녀님의 글은 그야말로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은 구절'이 참 많았다.

손 가까이 두고 자주 들여다볼 수 있게, 그 때마다 눈에 잘 띄라고 노오란 형광펜으로 긋다 보니 글의 향기가 가슴으로 번져온다.

 

사춘기 시절 심취했던 그 시들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

당연히 시인의 감수성은 세월의 무늬와 무게와 더해졌을 것임에....비록 쉬운 듯한 간결한 표현일지라도 그 안에는 더 깊어진 사유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산문도 운율을 지니고, 운문 또한 그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인생에 있어서 꽃처럼 찬란한 시간이 저문다 하여도 그 자리에는 영원히 지지 않는 푸른 미래가, 꿈이 자리하고 있다고, 그러니 부디 각박한 세상살이일지라도 어딘가에서 푸른잎이 무성해지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주문한다.

글이 맑아서 밝아서 마치 종달새처럼, 수녀처럼 다가오는 수녀님, 그리고 그 글을 생명력있게 해주는 황규백님의 그림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수녀님처럼 살고 싶어졌다. 단순하게, 순수하게, 맑게, 천진하게, 기쁘게, 그렇게 말이다. 쉬우면서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말.

수녀님의 글은 이른 새벽 아침, 감로수 한 사발을 마신 것처럼, 그렇게 세상보는 눈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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