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노익상님의 신간 에세이 : 2010년에 출간된 동 작가의 책 <가난한 이의 살림집>을 매우 감동스럽게 읽었다. 오래 간직하고픈 책이어서 이 책에 대한 관심도 절로 커진다. 

 

 

 

 

 

 

 

정수복님의 프랑스 이야기. 

 

 

 

 

 

이해인님의 산문집. 쉽고도 따스한 언어로 쓰여진 수녀님의 글이 문득 만나보고 싶다. 

 

 

 

 

 

  

고경원 글, 사진. 

언젠가부터 고양이 관련 책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애묘인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권쯤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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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오래된 사물들을 보며 예술을 생각한다
민병일 지음 / 아우라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몽블랑 만년필은 내게 있어서 어떤 이야기다. 단순히 하나의 만년필에 그치지 않고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한 하나의 기호이다.

손에 쥐면 손 안 가득 꽈악 차오면서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몽블랑 만년필.

연륜이면서 깊은 사랑이며 약속이자 삶의 무게로 읽혀졌던 기호였다.

 

약 15년 전, 지금은 베트남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친구가 박완서님의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함께 까만 만년필을 선물로 주었다.

만년필은 오랜 시간 갖기를 소망해왔던 것이었지만, 왠지 내 손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그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거 같아 마냥 기다려왔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뜻밖의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던 것이다. 친구는 그 만년필에 많은 의미를 담았었다. 소설 속 대사처럼.

 

4년 전, 이삿짐을 꾸리면서 살림살이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만년필을 찾아내곤 왜 그리고 반가왔던지..

내 지난 청춘과 완성하지 못한 꿈을 만난 것만 같은 기분... 부드러운 수건으로 꼼꼼히 먼지를 닦아내곤 검은 잉크를 채워 의미없는 글자를 써보니.

만년필은 시간을 거슬러 생생하게 글씨를 그려내 주었다.

 사무용품에 특별히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해서 사무용품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게들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만년필에 대한 개인의 기호도는 각기 그 취향과 깊이를 달리하며 한 개인의 모습을 담아낸다.

만년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어디 만년필 뿐이겠는가..고릿적 이야기를 품을 만한 것들은 그 무엇이건 간에 저자의 시선을 비껴갈 수 는 없었다.

 

저자는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었으며, 출판사의 편집주간으로 있었으나 어느날 문득 예술에 대한 동경으로 훌쩍 독일로 떠나게 되고 외로운 독일 유학생활 중 엔티크 물품에 지극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벼룩시장과 엔티크시장을 돌면서 여러가지 독일사람들의 고릿적 물건들을 수집하게 된다.

그것은 하잘 것 없어보이는 몽당연필에서부터 유명한 화가의 그림까지...매우 다양하다.

그 물건들이 어떤 경위로 자신과 인연이 닿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개별의 물건에 담겨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사연들, 물건에 대한 감상, 그리고 때로는 저자의 꿈이 담긴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예술을 전공한 전문가답게 매우 깊이있는 시선으로 들려주고 있다. 그 표현 또한 시인이어서인지 매우 아름답다.

 

독일은 예술과 철학, 문학과 음악, 과학 등의 역사가 깊고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여서인지 엔티크풍의 물건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맞춤한 나라이지 않을까 싶다. 엔티크 풍의 문화를 연상할 때 개인적으로 유럽의 여러나라 중에서 가장 먼저 독일을 떠올렸다. 그것은 내가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나라가 독일이어서이기도 하다.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아,"해질녘 슈바빙 거리의 레몬빛 가스등이 켜지는 시간"이라는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책속 글귀가 절로 연상되었다.

전혜린의 글들에서는 지적인 감수성과 고전적인 정취가 한껏 묻어나는 정서가 존재했었고,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을 만나면서 25년 전 여고시절에 밤을 새워 읽었던 전혜린의 흔적과 해후하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책속에서 간략하나마 전혜린의 슈바빙 거리를 언급하고 있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지나간 물건에 애착을 갖는 사람들의 특성은 비슷한 거 같다. 잔정이 많다고 해야 할까?

비록 사물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그 안에 따스한 숨결이라도 흐르는 양, 쉬이 버리지 못하고 집 안 가득 이곳저곳에 쌓아두고 있으며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에 그 물건들과 조우라도 할라치면 한없는 과거의 시간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첫월급타서 제일 처음 구입한 것은 인켈이라는 회사제품의 오디오였다. 지금 뒷방에 쳐박혀있지만, (옆지기에게 버리지 않는다고 맨날 구박당하고 있다.ㅠㅠ). 그 당시 소중하게 하나, 둘 사서 모은 LP판들이 각각의 사연들을 품고서 언제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줄 날을 기다리며 상자 안에 잠들고 있다.

태국산 편지봉투칼은 똑같은 것으로 두개를 가지고 있었다. 한 날 동료가 욕심을 내길래 선뜻 하나를 줘버렸는데....뒤늦게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실패, 참빗, 청동접시, 작은 들국화가 그려진 투박한 접시 몇개, 복자가 쓰여진 대접, 오래된 필름카메라, 등..

내게 있는 고릿적 물건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는 시간...그 시간 속에 함께 했던 사람들. 이야기들...그리고 지금보다 젊었던 나..

옛 것을 통해 잊었던 꿈을 기억해내고, 잃어버렸던 감수성을 불러내는 내 고릿적 물건들...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은 잊고 있는 기억들을 불러내주는 묘한 마력이 있는 책이다. 낡고 흐릿한 것들을 가장 소중하게 그릴 줄 아는 마음을 배우게 해준다.

모처럼 갖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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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비밀
틸만 뢰리히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카라바조 이전에도 미술이 있었고, 카라바조 이후에도 미술이 있었다.

그러나 카라바조 때문에, 이 둘은 절대 같은 것이 될 수 없었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딱 하나 알고 있다.

바로 이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바쿠스를 제목으로 한 그림. 더군다나 제대로 알고 있는 제목도 아니었다. 이 책을 계기로 알게 된 제목은 '병든 바쿠스'였다.

그리고 소설 속 내용대로라면 카라바조 자기자신을 모델로 하여 그린 그림이었다.

 

미켈란젤로가 죽은 지 7년 후, 또 다른 미켈란젤로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바로 '미켈란젤로 메르시 다 카라바조'이다. 카라바조는 그가 태어난 도시이름이며, 미켈란젤로와 구분하기 위하여 이름 뒤에 카라바조를 붙이다가 종래에는 이름으로 굳어버렸다고 한다.

2010년 7월 18일은 카라바조의 사망 400주년이 되는 날이었으며, 현재 유럽 전역에는 '카라바조 전시회'열풍이 한창이라고 한다.

미켈란제로 메르시 다 카라바조는 르네상스 시대 말기와 바로크 시대 초기에 걸쳐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활동한 화가로서, 기존의 화가들처럼 주로 성전의 성화들을 그렸으나, 신성성만을 추구하던 그림의 형식을 벗어나 대담하고 개성적인 구성과 자연주의적인 인물 묘사, 그리고 강렬한 명암 대조를 특징으로 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양식을 확립하여 '악마적 천재', '회화의 반 그리스도'라는 별명으로 동시대인들에게 불려졌다.

그러나, 사후 4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탈리아 화폐에 등장할 정도로 그 나라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국민화가이자 예술의 역사를 바꿔놓은 천재화가로 칭송받는 이유는 무엇인지...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라바조 없이는 서양회화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미켈란젤로에 그 존재감이 필적하는 카라바조는 그가 창시한 조명기법으로 바로크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이후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등의 위대한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소설에서는 23개의 카라바조의 그림을 책 앞머리에 실어놓고 있는데, 소설의 전개는 이 실린 그림의 순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700p가 넘는 매우 두꺼운 분량의 소설이지만, 한 위대한 화가의 일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짜릿함 때문인지 순식간에 읽혀졌다. 앞 부분에 함게 실린 그림을 소설속에서 언급하는 방법대로 감상하는 재미 또한, 매우 크다.

비록 몇 줄로 남겨진 카라바조의 일생의 흔적을 단초로 하여 구성된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그의 그림이 있어 실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카라바조의 삶은 그가 왜 위대한 화가인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카라바조의 어린시절, 도제로 시작한 화가의 길, 그 길에서 겪게 되는 인간적 고뇌, 외로움, 동성애의 경험, 어린시절을 함께 한 파올라와의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동성애와 이성애, 에술혼으로 빚어지는 자기 분열 등..을 작가는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 당시 분위기를 반영하는 종교적인 근엄하고 신성시하던 화풍은 과감히 배격하고 오히려, 집시나 창녀, 거리의 부랑아들을 그림의 주인공들로 내세웠던 카라바조는 기존 화단의 강력한 질시를 받게 되고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카라바조의 재능을 알아봐준 델 몬테 추기경, 그를 끝까지 후원했던 코스탄차 후작부인, 순정한 연인 파올라, 카라바조를 사랑하고 따르던 마리오,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부랑아 친구들이 있어 카라바조는 그만의 그림을 계속 그릴 수가 있다.

그림에서도 자유로웠지만, 사생활에서도 그 어떤 규제나 도덕적 제약없이 자유로웠던 카라바조는 잦은 폭행과 명예훼손으로 수사대상에 오르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기도 하다가, 결국에는 과잉방어로 살인까지 하기에 이르러 힘겨운 도피의 길을 떠나게 된다.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로 떠돌며 밝은 세상으로 나오고자 했으나, 결국 39살의 나이에 모래사장에서 안타깝고도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한 위대한 화가의 인생을 밀도있게 그려낸 이 소설에서 우리는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일화와 카라바조가 살아냈던 중세의 시대상, 그리고 안타깝고도 격정적이었던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나는 다시 카라바조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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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김미월 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봄이라고 단정을 하기에는 아직은 뺨에 달라붙는 바람이 차다. 주말마다 무거운 코트와 겨울의류를 정리하다가 도중에 그만두어 버린지가 벌써 몇 번째다.

올 봄은 쉬이 우리 곁에 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옷장 깊숙이 들어가야 할 겨울옷을 정리하지 않은 이유가 무색할 정로도 아침마다 출근길에 내가 선택하는 옷차림은 봄을 부를 것만 같은 옷들이다.

아직은 하늘하늘한 치마나 꽃무늬 블라우스는 무리지만,  얇은 가디건에 남방셔츠를 받쳐 입고 화사한 스카프를 목에 두른 것은 이미 내 마음에 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비록 으스스한 찬 기운에 살갗을 떨지라도 다가오는 봄을 기꺼이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이다.

삼월 초에 들어서면 으레껏 비가 한 두차례 내리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봄이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리는 비를마치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냥 반갑게 바라보며 우리는 봄비라고 부르지 않던가.

이번 3월에는 그런 봄비가 딱 한 번 내렸고, 그러나, 봄은 오지 않은 채, 오히려 꽃샘추위가 우리를 강타해 버렸다.

요즈음의 이런 날씨탓일까...예전에는 노오란 프리지아 향기로 다가오던 봄비 내음이 오늘날에는 왠지 음산하고 으슬하게 느껴져 버렸다.

 

"비의 육체는 추억이다. 비는 추억의 힘으로 떨어진다."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는 표지처럼 참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제목이다. 무지개빛을 당연하게 떠올린 나는 비와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아주 달콤하게 기대했다.

예전의 봄비에 대한 기억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이 책에 실린 비와 관련된 중.단편들은 모두 등단한 지 10년에서 5년 사이의 30대 신예 여성작가들이어서 더욱 기대가 컸다.

작가의 개성대로 중단편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비이야기는 그러나 왠지 모르게 나의 화사한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작금의 날씨를 반영이라도 하듯 그렇게, 전반적인 분위기가 회색빛으로 다가온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표지에 김미월 외 지음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나는 가장 먼저 김미월의 <여름 펜터마임>을 읽었다. 일곱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내 기호와 맞았던 작품이다..그래서 매우 편안하게 읽었다. 비와 얽힌 이야기는 우리네 삶에서 의도하지 않게 흘러가는 인생에 대한 당혹스러움, 배신감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어서 공감이 갔다.

맨 처음 실린 소설은 장은진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이다. 제목이 식상하지 않고 뭔가 있어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그리고 내용에 대한 결론은 너무도 식상했다. "문득 삶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가벼울 수도 상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내용에 비해 결론이 너무 단순했다.

김숨의 <대기자들>은 평이한 소재로 기다림이라는 것을 내리는 비와 함께 적절하게 형상화한 솜씨가 돋보인다. 민망하지만, 일곱 명의 작가 중 유일하게 내가 알고 있는 작가이다.

윤이형의 <엘로>는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 과히 나쁘지 않은 소설이었다. 동화스럽고  환타지스런 이야기였지만, 환타지풍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엘로>는 나쁘지 않았다.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엘로를 생각하는 대신 자신이 실은 얼마나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인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고, 실은 자신도 모르게 지키고 있었는지."...따뜻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기억에 남을 거 같다.

김이설의 <키즈스타플레이타운>은 폭풍을 동반한 비이야기다. 우리네 인생속에 도사리고 있는 폭풍을 불러오는 비이야기. 끔찍한 이야기.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공지영의 <도가니>를 연상케 했다.

황정은의 <낙하하다>는 안개비를 형상화하듯, 그렇게 모호하게 느껴진다. 3년째 낙하하고 있는 비, 그러다가 상승하는 비...비의 순환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새옹지마같은 삶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여러번 읽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한유주의 <멸종의 기원>은 날씨표시상자와 함께 유언으로 '불행하거라'를 남긴 할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와 살고 있던 나는 재혼한 아빠에게서 '행복하거라'를 말을 듣는다..그날 문득 날씨표시상자의 태엽을 감다가 왕과 여왕으로 상징되는 행과 불행이, 건기와 우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낙하하다>와 마찬가지로 다시 읽어야겠다.

 

전반적으로 단편은 짧은 내용에 메시지를 담을려고 하다 보니, 그 메시지를 중복적인 표현으로 이어간 내용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임팩트한 내용보다는 의식의 흐름이라고나 할까...내게는 낯설었다. 스토리는 없이 메시지만 담긴 소설은 내게는 불포화지방산같다.

30대의 정서와는 나는 이제 완전히 유리되어 버린 것일까...그들이 들려주는 비이야기에 깊이 침잠하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채 책을 덮는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내 기억 속 비이야기 여행으로 떠나본다. 다양한 색깔로 끌려나오는 기억, 단상, 사람, 이야기들...

타인들의 일곱가지 색깔 비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를 불러내주는 촉배제로 작용한다. 곧 절기상 우수가 다가올 것이고, 또 이내 장마도 시작될 것이다. 우리네 각자의 비와 얽힌 이야기는 무엇인지..혹은 어떤 색깔인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재미도 좋을 거 같다. 이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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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 -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에디트 피아프까지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통해본 감정의 문화사
디트마르 그리저 지음, 이수영 옮김 / 푸르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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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손자의 재롱이나 생각할 나이에 잔신보다 55세나 어린 울리케 폰 레베초의 사랑을 열망했던 대문호 괴테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더 이상 방황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라고.

단순히 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이 말은 상당히 로맨틱하면서도 멋진 말이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이를 펼치고자 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이성적으로도 상당히 합리적인 말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세상살이에 때가 묻은 중년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그 어떤 것에도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 모든 것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임하는 것은 그만큼 살아온 삶의 지혜이기도 하지만, 다치지 않고자 하여 관계 속에서  늘 얼마만큼의 간극을 두는 자세는 어찌 보면 삶의 정수를 맛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서 대문호 괴테는 사는 것이 아닌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고 말하였는지도 모른다.

나 또한 어느 정도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독일 태생의 저자 디트마르 그리는 이 책에서 총 18쌍의 드라마틱한 사랑과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예술가에서부터 우리에게는 아직은 낯설지만 나름대로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이다.

감성과 지성의 촉수가 남다른 예술가들의 인생은 늘 접할 때마다 탄식을 내뱉게 하는 절절함과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공감할 수 없는 모습들이 있어 더 드라마틱하게 회자되는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러브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개는 진한 감동의 여운을 준다.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순수와 본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동성애, 그것은 관념적인 승화된 동성애라고 프로이트는 정의하고 있다. 그의 놀라운 예술세계는 바로 이런 승화된 사랑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일까.

카프카의 마지막 사랑 도라 디아만트, 그 유명한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 테오 사라포, 피아프를 향한 테오의 사랑을 세간에서는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고 입방정을 떨어댔지만, 정작 당사자인 피아프가 그의 사랑을 느끼고 말년을 행복하게 보냈다면 충분히 족하지 않겠는가.

내가 한 때 무척 좋아했던 시인 H.하이네의 사랑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시가 매개가 된 그들의 정신적인 사랑은 비록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도 가슴아프게 각인된 모딜리아니와 너무도 매혹적인 그녀의 잔.  왠지 모르게 어두운 눈빛의 짚시분위기를 풍기는 잔의 모습은 그들의 사랑이 파국으로 끝날 것을 예감하게 했다. 모딜리아니의 결코 성실하지 못한 삶의 방식에도 불구하고 그 곁은 지킨 잔의 사랑을 운명이 아니면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에드가 앨런 포의 인생과 사랑이야기를 훔쳐보며 역으로 그의 소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번씩이나 엘미라와 맺어지지 못한 포의 애달픈 사랑.

포와 어울려보이지 않는 소녀같은 엘미라와 사랑이야기지만, 이 역시 아름답고 뇌리에 남는 이야기다.

모차르트의 미망인과 모차르트를 흠모하는 니콜라우스 폰 니센의 숭고한 사랑은 비록 격정이거나 운명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사랑이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였다.

72세에 자신보다 55세나 어린 처녀와의 결혼을 계획했던 괴테의 사랑은 일개 범인인 나로서는 그냥 한 줄의 이야기로 그칠 뿐, 도저히 감도 안 잡히는 이야기일 뿐이다.

또한, 괴테는 고통스런 실연의 상처도 세계 문학사에 길이 빛날 <마리엔바트의 비가>로 그려낸다.

"인간이 고통속에서 말문이 막혔을 때 신이 나로 하여금 괴로워하는 것을 말하게 하는구나" 자신의 지극한 고통스러움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긍심을 이런 말로 표현해내는 괴테는 대문호로 길이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클림트의 자유분방한 애정 행각과 결합된 이름없는 여인들의 운명은 침묵과 망각에 가려져 있지만, 그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두었던 17세 연하의 마리 침머만은 예외다.

두 번이나 아내를 먼저 보내야 했던 렘브란트, 헨릭 입센, 요제프 로트, 리하르트 게르스틀, 요제프 바인헤버, 프레드 애스테어, 나폴레옹...등. 나폴레옹은 당연히 조세핀 황비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될 줄 알았는데,,,어이없게도 세인트루이스섬에서 유배생활할 때의 나폴레옹 가슴에 찾아온 여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이란 생각이 읽는 내내 떠나질 않았다.

 

예술가들의 사랑이 꼭 결혼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어지지 못한 사랑이 더 많았고, 이어지지 못했기에 더 애틋함으로 세인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의 사랑이 아닌 범인들의 사랑이야기로 접했다면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다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고 책임지지 않는 사랑이 많았고, 그것보다 더 내 신경을 건드린 부분은 아무리 사랑이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다지만, 엄청난 나이 차이의 커플들이었다.

개인의 사랑이 누군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분명코 아니지만, 그리고 몇몇의 사랑이야기는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하나같이 소녀같고 인형같은 숙녀와 중년 이후의 성공한 남자와의 사랑이야기는 여자인 내게는 매우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세인들은 에디트를 향한 테오의 사랑은 색안경을 끼면서도 왜 66세의 슈니츨러를 사랑한 수잔네의 사랑은 긍정하는가. 이것은 기본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넘어서는 순수한 사랑은 여자만이 가능하다는 것은 전제하는 것인가.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도 깊이 학습되어 내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예술가들의 불멸의 사랑>을 접하면서 해보게 된다.

더 다채롭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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