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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여걸열전 - 우리 민족사를 울린 불멸의 여인들
황원갑 지음 / 바움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한권을 읽고 나니 마치 고조선 그 이전부터 조선말까지 약 반만년의 우리나라 역사속의 그 한복판을 여걸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여행하고 온 느낌이다.

책날개에 실린 저자의 모습은 마치 고구려 장군같은 외모의 소유자인데, 그의 이력 및 저서를 보면 기자에서 문인까지, 두루 아우르며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저서는 <한국사 여걸 열전>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마치 흥부전, 춘향전 하듯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진 것처럼 보이나, 약 95권의 참고문헌에 근거하여 저술하여 그 내용이 정확성과 사실성이 역사서에 버금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기존의 역사서를 충실히 비교 참고하였을 뿐 만 아니라 저자 본인의 식견에 근거한 원본 비틀기식으로 재조명한 <한국사 여걸 열전>은 단지 이야기로서의 역할만이 아닌 야사로서의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듯 하다.




고조선부터 조선말까지 역사에 그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걸 27명의 비상한 한삶을 그린 이 책은 그 동안 단편적으로 알려져 왔던 여인들의 여걸기를 한권에 묶었다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싶다. 더군다나 그 여걸들이 시대를 풍미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 및 시대 상황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단지 위인전 성격이 아닌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도 충분하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여걸 이야기를 하면서 여걸보다는 그 주변인물, 시대배경 등에 더 치중한 부분이 몇 곳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읽다 보니 여걸전을 읽는다는 기분보다 한권의 역사서를 읽는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걸인 웅녀를 기술한 부분에서 강화도의 마니산을 '마리산'으로 표기된 것을 보면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반가왔다. 작가의 우리나라 역사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나만의 착각일까(흔히, 강화도의 마니산은 여기저기에서 쉽게 마니산으로 표기한 것을 볼 수 있으나, 언어학적으로 머리라는 의미의 '마리산'으로 부르는 게 맞다. 즉 우리나라의 머리가 되는 산이라는 의미다.)

27명의 여걸 중에서도 내 마음을 당긴 사람은 미혼모에서 여신으로 모셔진 고구려의 국모 유화부인, 고구려와 백제 건국의 여제 소서노, 가야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이국의 공주 허황옥, 미색하나로 서라벌을 휘어잡은 화랑들의 여왕 미실궁주,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 선덕, 언니의 꿈을 사서 인생을 개척한 문명황후, 우리나라 최초의 여장군 연개소문의 동생 연수영, 불교중흥을 도모한 명종의 모후 문정왕후,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 풍월 속에 살다간 송도의 명기 황진이, 삶의 아픔을 시를 승화시킨 허난설헌, 볼모의 신분에도 경제를 통해 부국을 추구한 여성 CEO 소현세자빈 강빈,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 임윤지당 등이다. 그 중에서도 일신의 성공이나 제도, 윤리, 관습안에서 자리매겨진 여걸들이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자유인으로 이해된 황진이의 한삶이 더 크게 다가온다.

위에 거론한 여걸들은 아주 상세하게 그 기록이 남아 있는 자도 있으나, 그렇지 못하고 왜곡되거나 축소되어 있어 저자의 견해가 더 첨가되어 기술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도미의 아내, 낙랑공주, 그리고 주논개 등은 그 이름까지도 전해지지 않거나 이런저런 이견이 많은 것들도 있어 남성 위주의 역사관 속에서 여성들의 자리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여걸들에 대한 이야기의 서사가 주는 재미는 차치하고라도 주몽을, 추모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나, 사대주의 사관에 젖어있는 고려시절 김부식의 <삼국사기>의 각 부분에 대한 적절한 비판, 삼국시대로 규정지어져 잊혀져 가는 가야 및 부여의 존재에 대한 적절한 평가, 제외된 역사인 고조선, 삼한, 발해 등의 복원, 역사란 원래 승자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전제하에 역사 비틀어 읽기 등, 저자의 폭넓은 자료 분석 및 지식에 근거한 새로운 견해는 기존의 역사서를 적지 않게 접해본 내게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또한, 이 책은 여걸들의 한 인간으로서의 주체성 뿐 만 아니라, 더불어서 중국의 제후국이 아닌 독자적 연호를 사용한 당당한 제국인 우리나라의 주체성의 역사를 함께 이야기해 주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나는 것처럼, 어지러운 시대상황이 여걸을 만드는 거 같다.

남성위주의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이 기록된 자 헤아릴 수 없이 많건만, 여걸전이라 하여 이제 27명 정도 묶였으니, 어두운 시대와 불합리한 관습속에서 알려지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여걸들은 또 그 얼마이랴.

이 책을 통해서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되새겨보며, 바야흐로 21세기는 여성들의 세상이라고들 흔히 얘기하는데 , 여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보통의 여성들이 제대로 위치지어지는 세상이 될 지는 훗날 역사서가 증명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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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와 리리의 철학 모험
혼다 아리아케 지음, 박선영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미미와 리리의 철학모험, 이라...

듣기에 경쾌한 이름인 미미와 리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철학에 대한 담론이 그 줄거리다. 노란표지에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ㅌ트, 데카르트 등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만화적인 뎃생으로 미미와 리리와 놀고 있는 듯한 그림은 철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매우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가줄 듯 싶다.

철학,하면 흔히 머리아프고 골치아픈 얘기라고 쉽게 치부하며 저만치에 두게 되는 심리를 좀 가깝게 당기고자 주인공들의 이름을 쉽고도 경쾌하게 지은 거 같다.  거기에다 호기심까지 유발하고자 '모험'이라고까지 제목을 붙였으니, 그리고 그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나같은 독자도 있으니 우선은 작가의 전략이 성공한 거 같다.

 

자, 그럼 내용으로 들어가서 그 내용도 성공했는가 살펴보기로 하자.

 

<미미와 리리의 철학모험>은 일본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테니스부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일어나는 사건이 그 중심내용이며, 그 내용을 철학의 사상으로 규명해가는 과정으로 짜여 있다. 미미와 리리에게 철학모험의 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다카바 사립고등학교의 윤리선생인 데즈카 고사쿠라는 촌스런 패션에 어설픈 개그를 구사하는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갖고 계신 훌륭한 선생님이시다.

이 책은 '무지의 지'라는 즉, 자신의 무지를 아는 사람은,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설파한 철학의 창시자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며  책의 첫장과 함께 1학기 윤리수업의 첫 페이지를 연다.

리리의 수재오빠인 요시후미의 자살을 통해 라메트리의 <인간 기계론>에 대하여 토론하고, 마크 트웨인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변화, 성장, 실체 등에 대한 담론을 토론하고,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두고서 참된 나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면서 아이들은 정신적 성장을 해간다.

여기서 잠깐 소제목을 살펴보면,

제1장 봄은 자살의 계절이야?

제2장 영혼은 영원히 살아 있는 거야?

제3장 만유의 진상은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제4장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 마련?

제5장 어제의 나, 오늘의, 참된 나는 누구?

제6장 '원조교제'가 뭐가 나쁜데?

제7장 믿는 자만이 구원받는다고?

제8장 배려가 왜 차별이야?

제9장 사람을 죽이면 모두 사형이야?

제10장 윤리는 언제나 정언명령?

제11장 '지고한 사랑'이란?

제12장 나만의 <방법서설>을 써볼래?

위에서 살펴보듯이, 각장의 소제목만 보고도 철학이 우리네 삶을 어떻게 설명해주며, 왜 철학하는 것이 필요한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상, 이 책의 주인공인  미미와 리리처럼 그렇게 바람직한  윤리수업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대학에 가서야 <철학개론>이라는 과목으로 통해서 처음으로 철학을 접했다. 이 책이 비록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쓰여졌지만, 철학에 대한 기본 개념이 부족한 나에게도 참으로 유익한 책이었다. 철학적인 용어로만 점철되는 기존 철학서에 비해서, 한참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주독차층으로 하여서인지, 삶속에서 철학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차근차근하게 안내해주는 것 같아, 머리에 쏙쏙 들어올 뿐 만 아니라 마음의 울림도 컸다.

특히,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마르틴 부러의 <나와 너>라는 책에 대한 설명은 매우 인상깊었다. '나'는 '나'의 의미를 끊임없이 묻는 존재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런 '나'는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너'를 통해서 '나'를 들여다볼 수 있으며 '나'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것. '나'와 '너'의 인격적인 만남 자체가 목적이 되어 진정한 관계를 이루는 것. '나'와 '너'의 반대개념은 바로 '나'와 '그것'.

나와 동등한 너의 개념인 아닌, 상대를 사물화하는 만남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는  비인간성. 그동안 알고 있던 개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간단하고 쉽게 그리고 명확하게 그 의미가 전달되어져서 놀랐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철학의 여러 개념이나 용어들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의문과 맞물려 너무도 쉽게 설명되어 있다.

 

하나 더 언급하자면,

칸트의 말을 인용하여 신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에 상관없이 스스로의 삶의 원칙으로 선을 행하는 일,
아가페를 실천하는 일, 그것이 [철학적 태도]라는 말에 공감한다.
신의 권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히 말하자면 자기 자신의 존엄에 의존해서 '개인적인 삶의법칙'을 정하는 것,.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자신이 되기 위해서, 대단하지는 않지만 '자랑스러워할 만한 자신'을 키우기 위해서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위대한 종교인은 '불특정 다수'의 인간을 위해서 '봉사의 정신'을 발휘하지만 소시민들은 우선 '특정 소수'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지금 눈앞에 있는 '특정소수'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하지 않으면서 추상적인 '불특정 다수'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까..
철학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정리해본다.

 

책의 맨 뒤편에서는 책속에서 인용된 다양한 철학관련서들이 일목요연하게 첨부되어 있다. 일종의 보너스다.

그리고 덧붙여서 아무래도 이 책은 속편이 곧 나올 예정인 거 같다. 이 또한 매우 궁금하며, 속편이 어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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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소년에게 - 2.0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진실한 고백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1
강신주 외 지음 / 바이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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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랑스가 프랑스 사회를 유연하게 만드는 여러 개의 벽돌이라면, 연대는 그 벽돌 사이를 메우는 유연하게 메워 주는 풀이다, 라는 글귀를 어디선가 접한 기억이 난다.

연대라든지, 공동체 삶이라든 하는 용어가 자연스럽던 시절이 있었다..그 시절을 지나고 뒤따라서 다가온 시절에는 똘레랑스라는 프랑스 말이 깊은 공감을 얻어내며, 어느새 우리 사회에 그 언어적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흔히 나처럼 세상을 어느 만큼 살아냈다고 생각하는 세대들은 불과 몇 년전의 자신들의 행동양식은 까맣게 잊은 채, 뒷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라는 말로 너무도 쉽게 단절을 말하곤 한다. 분명 소통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언제난 역사는, 그리고 사회는 이런 이해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에 의해 변화되고 발전하기 마련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많은 우려와 염려속에 지난 봄과 여름을 보냈다.

단 한줄의 글로 정리하기에는 많은 말들이 입안에서, 가슴안에서 부글부글 거품처럼 끓어대지만, 어쩌겠나, 밖으로 내뱉은들 달라질 것이 무에 있으랴.

이처럼 나는 이미 기성세대의 체념과 타협에 너무 익숙해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초여름부터 시작된 2.0세대들의 순수하고 강렬한 촛불집회는 이 사회에 대한 희망을 접기에는 너무도 놀라운 충격이자 사건이었다.

흔히 거론되는 말로 나는 386세대다. 비록,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선 기억은 많지 않지만,지금과 같은 모습의 사회를 만들어낸 지난날의 민주화 투쟁의 역사속에 나의 삶이 같이 해왔기에 그렇지 않는 세대와는 구별될 수 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어쩌면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라고, 때로는 천박한 명품에만 환호하는 아이들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사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한 ‘연대’라는 언어를 촛불집회를 통해 당당히 살려냈을 때, 난 너무도 감격스러웠다.

이 책은 어쩌면 순수하면서도 적확한 자신의 요구를 당당하게 주장할 줄 아는 우리의 미래의 기둥들에게 주는 기성세대들의 격려와 감사와 그리고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글이다

강신주 외 14명은 희망, 용서, 열정, 신념, 사랑, 배려, 생명, 공동체, 실천강령, 생각하는 사람, 자유 등. 다양한 언어로 자신들의 삶속에서 걷어올린 보석같은 깨달음을 우리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에게 권면한다.

이 책은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 1장은 ‘인문학 정신을 기대하며’ 에서는 자신의 삶을 긍정하기 위하여는 인문학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2장은 ‘생명 그리고, 평화’에서는 참다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면서 화해상생의 길을 통해 21세기 세계평화건설에 선구자적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한다. 제3장은 ‘2.0세대와 시대정신’에서는 사랑에 대해서, 보살핌에 대해서, 그리고 어울림에 대해서 말하며 미래의 희망을 청소년들에게서 찾고자 하는 기성세대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결국 세 개의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다운 삶에 대한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서로의 연대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는 바다.

비록, 제목은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라고 지었으나, 이제는 청년의 마음을 잃어버린 나같은 기성세대가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뱀다리 하나, 제1장의 홍세화님의 ‘청소년에게 말 걸기’의 내용이 기존에 출판된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에 나오는 홍세화님의 기존의 글과 거의 같습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내 마음대로 긋는 밑줄

-생명을 무겁게 보라! 생명을 무겁게 보면 이로움은 가벼워진다.

                                    『장자』, 「양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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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중년에게 말을 걸다
서정희 지음 / 마음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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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묵묵히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왔을 뿐인데.

이제 타인들은 나에게 중년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 ‘딱지’는 꾸밈없는 미소의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아닌

채권자들이 채무자에게 붙이는 빨간딱지가 연상된다.

집안의 살림살이에 붙여지는 빨간딱지는 그 앞으로 나아가는 손길을 가로막는

접근금지의 의미가 있다

세상에서 우리 정도의 나이에게 붙이는 ‘중년’이라는 ‘딱지’는 채무자의 물건에 붙이는 빨간딱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제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그 정도에서 자족하고 더 이상의 전진은 멈추라는 제지의 의미가 읽혀진다.




나에게 있어 물리적인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굳이 중년이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도 , 그렇다고 그래 나 중년이야 하면서 조금은 뻔뻔해진 얼굴을 치켜들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삶속에서 쉼표, 라는 단어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다.




우리는 유난히도 보여지는 것에 연연한다.

일정한 기준을 세워 획일화하는 삶은 타자와 다른 삶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장 편리하고 쉽고 접근하는 숫자에 따라 우리는 중년으로 밀려가고 만다.

과연 나는 중년일까?

중년의 행복은 꼭 그래야만 하나?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규정하는 나를 일치시켜야만 할까?




여러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서 지난 이틀 동안 마주한 서정희님의 책.

우선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초록빛 바탕의 쉼표,라는 글씨가 눈길을 끈다.

어라,,책제목이 멋스럽네..뭔가 있겠구나 하는 첫 느낌은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기대에 차게 한다.

그러나, 적절한 사진을 곁들인 에세이류의 글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머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았다.

아니다. 솔직히 고백하자.

첫 장을 넘길 때는 나름 기대가 컸다. 인용한 글귀라든가, 사진들을 적절하게 버무린 솜씨도 좋았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건 아닌데.하는 기분이 들면서 4분의 3정도를 읽어냈을 무렵에는 슬쩍 빈정이 상하면서  책을 소리나게 덮고 말았다.

앞에서부터 내가 그나마 줄을 그은 부분은 저자의 글이 아니라 저자가 인용한 글귀였다.

서평을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염려는 있지만, 앞으로 나의 책장에서 이 책을 볼 일은 없을 거 같다.

마음에 남은 글 하나 옮겨본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하여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다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변화시킬 수

있었을 것을

   - 어느 성공회 대주교(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 묘지에 있는 글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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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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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공지영의 책을 보질 않았다.

작가 7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듯이.




올 해 들어 아이들과 시립도서관에 다니면서

그리고 그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만만하게 읽을 만한 책이 없나 하고

살펴보다가 다시 접하게 된 공지영의 책들.

공지영의 책이 만만하게 읽힌다고 그 내용까지 만만한 것은 아니다.

그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여전히 그러하지만,

왠지 공지영의 책은 끌리면서도 외면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즐거운 나의 집]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을 연달아 읽게 되면서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의 작품에게 가졌던

끌리면서도 한편 찜찜했던 느낌을 완벽하게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인터뷰어 지승호가 쓴 위의 두 권에 이은 ‘위로 3부작’[괜찮다, 다 괜찮다]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언니같은 공지영의 삶을 육성으로 들어볼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작가와 동시대의 청춘을 살았던 나로서는 그녀의 초기의 작품들을 가슴으로 읽었었고, 그만큼 깊이 공감했기에 그냥 그녀의 책은 소설로서의 작품성 여부를 떠나서 그냥 살아낸 삶의 이야기로서 긍정했었다.




그런데..어느 순간부터 작가가 말하는 단어나, 표현들이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대한 작은 의혹들을 가지게 된 거 같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었고 차츰 나는 그녀의 소설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되었다.




작가는 ‘떠난다는 것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자 낯선 것과의 새로운 만남’을 끝내고 다시 화려하게 복귀에 성공했고(우생시), 이제는 독자에게 위로 3부작으로 그녀의 생생한 삶의 경험을 녹여낸 이야기로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독자보다 먼저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낸 선배로서, 앞으로 같이 세상을 살아갈 다정한 언니로서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러한 이유로 작가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거 같다.




[괜찮다]는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다음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제 1장 즐거운 나의 집

  -작가의 개인적인 히스토리와 가족사에 대한 아픔과 거기에 대한 성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제 2장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작가가 보는 자신의 소설과 세상 혹은 문학판에서 보는 작가의 소설에 대한 얘기들, 그에 대한 작가의 자세 등이 나와 있다.

제 3장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우행시]소설에 표현된 사형제도폐지에 대한 담론이 그 주요 내용이다

제 4장 수도원 기행

  - 작가의 종교와 그 종교가 문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말한다

제 5장 착한 여자

  - 고독, 절망, 극한에 대한 작가의 극복에 관한 내용이다.

제 6장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 공지영의 아킬레스건, 콤플렉스, 그리고 안티들에 대한 것과 그에 대한 작가의 대처법? 등이 나와 있다

제 7장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작가에게 페미니즘이란?

제 8장 인간에 대한 예의

  - 공지영의 인간적인 면을 대화 속에서 많이 이끌어냈다

제 9장 문학의 길

  - 공지영에게 문학은 운명이었다.

제 10장 공지영에게 문학은 삶이다

  - 운명처럼 시작된 문학은 이제 작가에게 있어 삶, 생활 그 자체다.




[괜찮다]를 읽으면서 작가에게 가졌던 소소한 의혹, 또는 편견 들을 많이 해소하게 되었으며 너 나아가 작가에 대한 깊은 공감은 앞으로 작가의 행보에 더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끌리면서도 선뜻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없었던 공지영..

이제는 기꺼이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작가의 독서습관이 나와 많이 흡사해서 더 반가웠고 왠지 즐겁기까지 했다.

자기 전에 읽는 책, 화장실에서 읽는 책, 반신욕할 때 읽는 책, 보통 낮에 보는 책, 한 번에 네다섯 권은 동시에 진행을 한다는...

음..공지영의 이번 책은 자기 전에 읽는 책,이었다.




덧붙임 : 위로 1,2부의 책은 소장을 해도 좋으나 이번 책은 개인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빌려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렇지만 책 내용중에 위로 3부작을 묶음판매를 해볼까,하는 지승호의 멘트를 봐서는 곧 그렇게 판매가 될 듯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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