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예뻐지는 Self Makeup - 'get it Beauty' 메이크업 종결자 김승원의
김승원 지음 / 담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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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근육질 멋진 몸매의 소유자인 배우 차승원이 연상될 만큼 음영짙은 얼굴이 매력적인 저자를 처음 본 것은 모방송국 프로그램 '스타킹'에서였다.

마침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오며가며 짬짬이 시선을 주다가 마침내 식사준비도 멈춘 채 텔레비전 앞에 앉고 말았다.  기어코 나를 텔레비전 앞에 주저앉힐 만큼 저자의 출연모습이 인상적인 것이었다.

그가 소개하는 쉽고도 간결한 메이크업 비법은 현장에서 자원한 모델인 조혜련의 모습을 깜쪽같이 바꾸어놓았다. 피부의 결과 손가락 지문의 무늬를 이용한 피부화장 방법은 매우 신선했고, 독창적이어서 금새 시선을 끌었다.  화장의 결과가 내 마음에 쏙 들어온 것도 물론 한 몫했다.

이제 다시 당당히 <날마다 예뻐지는 셀프 메이크업>저자로 만나게 된 '스타킹' 출연자 김승원님은 이 책에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메이크업과는 전혀 다른 공부를 하고, 해병대를 다녀온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채, 창의적인 일을 모색하다가 메이크업에 입문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과 비젼만으로 뛰어든 그 세계에서 부족한 실력과 남자가 견디기에는 어려운 환경으로 고난의 시절을 보내지만, 창의적 재능과 도전 정신, 혁신적 생각은 그를 명실공히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한다.

저자는 TV에서도 직접 보여준, 스스로의 메이크업 스킬 향상을 위해 본인의 얼굴에메이크업을 하며 터득한 비법으로 여자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그리고 아름답게 하는 셀프 메이크업 노하우를 완성한다. 당시 시청하는 동안, 순식간에 화장을 마무리하는 그를 보면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지만, 몇 일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게 되었는데,,다행스럽게도 이 책 속에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어 안심이 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만의 오랜 노하우가 담겨있을 뿐 아니라, 메이크업에 대해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거의 모든 것이 언급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메이크업 관련 책은 이번 책이 처음인지라 비교대상이 없지만, 이 책 한권으로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메이크업 관련 정보는 화장품 가게를 드나들 때마다 하나씩 접하기도 되고, 동료들과의 대화속에서도 건지게 되지만, 이렇게 책 한 권속에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여자라면 한권쯤 비치해 둘 만하지 않을까.

Q&A란에는 평소에 궁금해했던 것, 알고 싶던 것 등이 소개되어 있어 특히 실용적이다.

 

대한민국 여자들이 가장 메이크업 받고 싶어하는 메이크업의 종결자라고 하는데, 이 책의 뒷부분에는 자신에게 맞는, 상황과 장소에 맞는 메이크업도 중요하지만, 저자가 이 책의 독자에게만 살짝 들려주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는가.

궁금하시다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시기 바란다. 이 책을 손에 든 순간, 당신의 아름다움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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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첫 번째 선생님 - 1등을 강요하는 대신 방법을 알려줘라
전상희 지음 / 맘에드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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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랄수록, 그리고 그 아이를 내가 양육할수록 엄마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또한 좋은 엄마의 길은 왜 그리도 험난하고 어렵게만 다가오는지.

올 3월, 4월..얼굴이 모두 뒤집어져 버렸다.

 

달랑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비명이 이 정도인데,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5~6명, 많게는 열명의 아이들은 어떻게 다 훈육했는지.그저 놀랍고 존경스럽기만 할 뿐이다.

큰 아이가 이제 중학교 1학년, 둘째 아이는 초등 3학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고민하다가 <엄마는 첫 번째 선생님>을 만났다.

첫장을 넘기니 책날개에는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이 주홍빛으로 선명하게 박혀 있다.

 

"아이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과 부모의 기대, 욕심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타고난 모습 그대로를 알고, 타고난 모습이 최대로 발현되는 상태를 그려볼 줄 알아야 합니다.

없는 것을 넣어주는 것이 아닌, 있는 것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입니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 때때로 꺼내볼 일이다. 누가 모르는가. 문제는 이를 실천한다는 것의 지난함에 있는 것이지.

입으로는, 머리로는 비젼을 갖고 미래를 계획할 줄 아는 꿈이 있는 아이로 키워야겠다고 천명하지만, 이내 간단한 수행평가 결과에도 일비일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마는 부족한 엄마가 바로 나다.

 

요즘들어 자기주도적 학습법이란 용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자기주도성이란 타인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료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전략을 사용해 결과까지 스스로 평가하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데,.오로지 1등을 향해서만 1줄로 달려가는 아이들에게 자기주도성이란 얼마나 먼 세상의 이야기인가.

자기주도성을 길러주려면, 먼저 엄마가 느긋하게 기다려줄줄 알아야 하는데, 학원으로 돌리며 단기간에 우수한 성적을 낼려고만 하니,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자기주도성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리는 것이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엄마라는 존재이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에게 첫 번째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 첫 번째 선생님을 위한 아이에게 자기주도성을 키워주는 교육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파트 1에서는 아이를 교육함에 있어서 꼭 지켜야 할 원칙 6가지를 말한다. 이미 알고 있지만, 너무 당연해서 깜빡하는 원칙들이기도 하다.

파트 2에서는 생활습관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6가지 내용을 말해준다.

파트 3에서는 공부습관에 맞추어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파트 4에서는 꿈과 목표를 확실하게 세우라고 주문한다.

파트 5에서는 10유형을 통해서 부족한 우리 아이 행동고치기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마지막 부록에는 기억력 높이는 훈련법, 노트 필기 잘하는 네 가지 법칙, 시험도 전략이다, 방학을 활용한 공부 방법등의 팁을 소개해 놓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에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 아이를 위한 교육관련 책들은 모두가 훌륭하다. 문제는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부모에게 있는 것이다.

해서 더이상 새로운 책은 읽지 말자고 생각했다. 또한, 이미 읽은 책이지만, 가까이 두고 시시때때로 재독, 삼독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해본다.

책을 읽은 동안 다짐했던 것들을 자꾸만 망각한 채, 아이에게 무분별하게 욕심내는 나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독서후 실천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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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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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의 저자 싼마오를 알게 된 것은 <흐느끼는 낙타>를 통해서였다.

마치 소설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삶은 통통 튀는 발랄한 감성과 버무려진 우수어린 분위기가 묘한 여운을 줬던 느낌은 매우 특별했다.

싼마오를 한번이라도 만나본 독자라면 이번에 출간된 <허수아비 일기>를 선택하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너무도 기쁘게 환영했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바로 그러했으니까.

<허수아비 일기>에서 '허수아비'는 바로 싼마오 자신을 말한다.

표지속 새와 나무와 풀과 어우러져 있는 허수아비의 몸짓은 금방이라도 경쾌한 리듬을 탈 것처럼 두 다리가 엉켜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싼마오는 세상의 잣대로는 아무런 실속도 없이 미래계획도 없이,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낸느 허수아비같지만, 그를 비웃고 저 멀리 날아가버리는 참새를 그저 한결같은 미소로 배웅한 채 황금빛 들판을 지키며 자연과 동화되는 그 모습은 바로 싼마오의 가치를 말해주고 있다.

 

<허수아비 일기>에는 1부에서 '타이완에서 사하라까지'라는 소제목으로 싼마오의 성장기, 파란만장 유학기, 그리고 일곱 살 연하 스페인 남자의 호세와의 결혼으로 맺어진 시댁과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싼마오의 글은 뭐랄까, 매우 독특해서 직접 만나야만 그 맛을 제대로 알 수가 있다. 미리, 한마디 언급하자면 지금 당신의 시선이 그녀 글의 첫문장과 만났다면 당신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결코 책을 놓지 못한다는 사실을 주지하라는 것 뿐이다.

1부에서 호세를 만나기 이전의 부모슬하의 귀여운 싼마오, 유학시절의 당찬 싼마오,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사랑스런 싼마오를 보면서 우리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싼마오는 이때껏 내가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유형의 인간이다. 단순히 멋지다, 신선하다는 표현만으로는 그녀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2부에서는 호세와 잠깐 살았던 사하라가 전쟁으로 분할되자 사막 맞은편에 위치한 대서양의 작은 섬, 카나리아 제도로 이사하여 정착하면서 그 곳에서의 신혼생활을 그려놓았다.  창을 열면 바로 앞에 바다를 펼쳐지는 곳에서 자유롭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싼마오와 호세부부의 모습은 읽는 내내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번지게 한다.

스페인령이지만 아프리카의 북서쪽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는 <흐느끼는 낙타>에서도 잠깐 언급된다.

그림같은 풍광과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인정많고 개성강하면서도 아름다운 그 곳 사람들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향기는 오랫 동안 뇌리에 박혀 있어 내게는 지상낙원처럼 떠올리는 곳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인생을 대하는 싼마오의 방식인 유쾌하고 단순하고 따뜻하고 씩씩한 자세는 비록 30 여년이나 흘렀지만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해주는 힘을 지녔다.

책을 읽다가 문득 호세의 표현대로  '머릿속에 야생마가 뛰어다니는 듯한' 싼마오가 내 이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그녀만은 분명코 그 안에서 보석같은 기쁨과 재미를 발견해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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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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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메콩강을 따라  2,850Km 길을 여자 혼자서 떠난 자전거 여행의 기록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관광으로 분류되는 단순히 패키지 여행이 아닌,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직접 그 곳을 체험하는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단체 여행보다는 직접 여행하고자 하는 코스를 계획하고 숙소 및 식당도 직접 선택하는 여행을 해야 한다. 가장 손쉽게 떠오른 것은 두셋이서 떠나는 자유배낭여행이 대표적인 경우다.

20대 대부분을 미친바람처럼 떠돌았다는 저자는 30대에 이르러 가슴속에 '사무침'이라고 할 만한 단단한 덩어리같은 것이 느껴졌고, 그 사무침이 화두를 잡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혼자 새로운 땅, 새로운 하늘을 내 속도로 천천히 헤쳐나가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고자 계획한 여행.

 

자전거 여행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고 자전거 여행애호가들은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전거를 못 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뿐. 해서 자전거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여행서로 만나보기에 가장 맞춤인 여행인 셈이다.

 

지난 겨울에 베트남에 사는 친구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방문했었다. 10여년 전부터 베트남, 라오스, 태국 일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인데, 비수기 철에 한번씩 귀국을 하여 불시에 친구들을 만나곤 다시 베트남으로 떠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지난 번에 다녀가고는 거의 2년 만의 해후였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일테면 금발머리의 서양인이 싼값에 태국에서 티셔츠를 제작하여 일본에서 그 옷을 팔고 (일본인들은 같은 옷이라도 금발의 서양인이 판매하면 너도나도 잘 사준다고 한다!) 돈을 벌어 한 동안 일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놀러다니는 삶을 그 친구도 추구하는 것 같았다. 글로벌화 되어가는 세계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이라고 할까. 나는 그리 반갑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런 유형의 삶도 본인의 선택이니 어찌할 것인가.

각설하고, 그 때 그 친구는 메콩강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었다. 메콩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하고 있는데,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사람에게는 거의 생명줄에 해당하는 강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중국에서는 메콩강의 상류를 막아 댐을 건설하여 자국의 이익을 꾀할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점점 개발의 바람이 불어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라오스를 만나고자 한다면 그 여행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그 친구는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상당히 암울했던 기억이 떠올라, 메콩강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메콩강가를 따라서 황토먼지를 뒤집어쓰며, 문명의 때를 타지 않아 신비롭기 그지없는 이국의 풍광속으로, 끝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오로지 자전거만을 친구삼아 달리는 그 호젓한 길, 때로는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하고, 버스에 타기도 하며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여행한다.

그 길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다양한 세계관을 소통하면서 세상을 다각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가치관의 확장을 가져오며,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이 공허한 사람들, 인생의 위기에 부딪힌 사람들, 자신을 바꿔보고 싶은 사람들은 인생의 기로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내면의 상처와 공허함은 사회구조, 문화변동, 가족의 역사, 사소한 개인의 선택같은 복합적 요소들이 얽히고 설킨 것인 만큼 치유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내딛는 행위 자체가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희망을 품고 있기에 이미 밝다.

 

그렇다, 인생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처럼 주고받는 과정을 즐기는 것 아닐까. 햇볕 한 움큼에 기뻐하고, 물 한 컵에 감사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길 위에서 느낀다.(p165)

여행은 철저히 혼자가 되는 작업입니다.(p179)

혼자 있을 때만 찾아오는 이 생생하게 깨어 있는 감각, 내면으로 응집된 섬세하고도 완전한 에너지, 고용하고 차분하게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좋다(p184)

세상이 힘들어도 나이를 먹어도 최선을 다해 자신과 세상을 발견하며 삶에 감사하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p117)

 

자전거 여행은 느린 여행이다. 느린 여행은 작은 것 하나하나를 깊이 생각해보고 의문을 품을 시간을 준다. 쉽게 스쳐지나갔을 풍경을 멈추어 지긋이 바라보게 하고, 공기와 바람결을 느끼게 하며, 정해진 코스가 아닌 곳, 뜻밖의 장소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의 기쁨을 맛보게 하며, 사람냄새 진하게 나는 웃음을 서로가 짓는 순간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 익숙한 일상이 끊어진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각과 새로운 생각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할 때 삶에 더 감사하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 세상을 건너는 법은 그녀에게 있어서 주어진 삶을 풍요롭게 즐기며 놀고, 항상 새롭게 자신을 재창조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바람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그녀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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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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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보나, 표지의 그림으로 보나 책의 내용을 조선조 풍류가객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던 나는 막상 책을 열어보곤 그 내용의 무게감과 아름다움에 놀라움과 함께 기쁨이 교차했다.

좋은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서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마음에 쏘옥 드는 책을 만나다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런 내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사실 나는 김려나 이옥이란 인물이 무척이나 낯설다. 그나마 김려의 이름 두자는 들어본 듯도 하지만, 이옥의 이름 두자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내 무식함을 자랑하자고 한 것은 아니나, 이제야 이들을 알게 된 것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문체반정으로 고초를 겪은 이옥과 김려의 역사적 사건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그들의 우정과 글쓰기를 주 내용으로 하여 풀어낸 이야기다.

글쓰기를 통해 우정을 논하고, 우정을 통해 글쓰기를 말하고자 한 것이 본래 이 글을 쓰게 된 취지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조선조 1792년에 일어난 문체반정의 실상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문체반정은 정조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당시의 보수 세력과 정조의 연합 아래 이루어진 보수 반동적 문화정책이었다.

이옥과 김려는 바로 이러한 정책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영조의 뒤를 이어 조선의 문화 부흥기를 이끌었던 왕이라고만 생각했던 정조가 이토록이나 깐깐하고 고집스런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었다.

소품체로 재기발랄하고 살아있는 글을 썼던 이옥은 크게 처벌받게 되고, 친구의 사정을 보면서 눈치껏 몸을 사렸으나, 김려 또한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된다.

이후, 또다른 친구이자 실세인 김조순의 도움으로 논산의 현감으로 가게 되고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던 중, 이옥의 아들 우태가 방문하게 된다.

한편 이옥은 왕의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서체를 바꾸지 않아 충군의 처벌을 받게 되고, 과거에도 응시하지 못하게 되어 평생을 길에서 보내게 된다. 아들 또한 바로 그 길 한가운데서 얻었다.

김려는 우태와의 만남을 통해서 잊고자  했던 유배지 부령과 진해에서의 시간을 떠올리게 되고, 그곳에서 사귀었던 사람들과의 진솔함이 담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옥과의 우정과 그와 함께  했던 글쓰기가 곧 삶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지방의 세력가인 노론 최수용의 손아귀로부터 우태를 구하고자 현감자리를 내놓은 김려. 그는 이옥의 글을 정리하고, 살아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던 부령으로 하인이자 평생지기인 위서방과 함께  떠난다.

성균관 유생으로 앞날이 촉망받았던 두 사람이 이렇듯 정책의 희생양의 되어버렸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들이 결코 자신들의 창작 지향을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옥이 그랬듯 이들 하나하나를 가슴속에 새기면서 살아가야 할 터였다.그게 바로 글이 되어야 할 터였다. 방 안에 틀어박혀 음풍농월하는 거짓된 글 따위는 결코 짓지 않을 터였다.(p168)

 

무조건 글짓는 것은 경계해야 하네. 남들이 짓는 글이나 지어서는 안 되고 글 속의 사람이 되어야 하네.(p191)

 

조선 최고의 천재적 문장가인 이옥, 아무리 빈궁하고 어려워도 자기의 마음이 거절하는 일은 도무지 하지 못하는 사람, 그에게는 글이 공기요, 물이요, 밥이었던 것, 그의 삶 전체가 바로 글쓰기였던 것이다. 그런 이옥의 글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도 알아주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김려였던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참된 우정을 나눈다는 것. 이것만큼이나 지난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개인적으로 평생을 두고 꿈꾸었던 것이었지만.....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나의 마음이 부족했던 것일까. 우리의 서 있던 자리가 허망했던 것일까. 혹시 헛된 공명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책에서는 이옥의 글의 아름다움을 김려의 입을 통해 드러내주고 있지만, 평범하다고 스스로 자평하는 김려의 글, 또한 나의 눈으로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글이었다.

조선의 문장가인 두 사람의 글을 만나는 즐거움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덧붙여, 조선의 문장가라고 하니 이덕무의 그의 벗들 이야기를 담은 <책만 보는 바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늘 차 안에 가지고 다니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에, 이동하는 짬짬이 읽다가 던져두곤 했었는데, 어느 한 날을 잡아서 정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와 비교해서 읽으면 또 다른 재미가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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