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H. 글렉 지음, 환경운동연합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 바로 봉이 김선달 이야기.
봉이 김선달을 말할 때마다 꼭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이야기는 꼭 말해진다. 물을 산 사람은 어처구니가 없는 멍청한 사람이고, 대동강물을 판다는 건 정말 있을수도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진다.
그랬는데, 지금 현대의 시간에는 물을, 돈을 받고 팔고 있다. 생수를 제조해 판매하고 어마어마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기업들을 보며 봉이 김선달이 형님/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뭐 어떤 기업의 어떤 비리가 밝혀져도 놀랍지도 않다.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다양한 비리를 저지르고 있고, 감사나 누군가의 폭로를 통해 알려지는 그 내용은 허를 찌르는 대담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라는 게 원래 이윤을 추구하는 법이라지만, 가끔 그 도를 넘는 기업들이 꼭 꼭 있다. 작년엔가?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라는 책이 있었다. 화장품 회사들이 허황된 광고를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유해한 성분을 포함한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는 책 내용을 보면서 어쩜 그럴지도 모른다 의심은 했지만, 진짜로 그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참 허무하고 실망스러웠었다. 이미 그런 사례가 있었다 해도 <생수 산업>에 얽힌 비슷한 사례는 참 기운 빠지게 만든다. 도대체 얼마를 벌어들여야 만족하는 것일까? 얼마나 써버려야 그만둘 것일까?
책에서는 생수 회사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만병 통치약을 팔던 음흉한 약장수보다 나을 것 없는’ 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수 회사를 가만두고 있는 정부에게는 국민의 기본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한다. 넋빠진 정부와 음흉한 생수 회사가 합작하여 만들어 낸 ‘생수’, 우선 물어보자.
정말 생수가 수돗물보다 안전할까? 물을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물론 'NO' 이다. 수돗물과 생수가 싸워 생수가 이겼다고 표현하고는 생수 기업의 고가의 생수도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못됨을 낟낟히 밝히고 있었다.
다음은 어느 생수 회사의 광고 문구이다.
‘ 빠르고 향상된 수화작용, 보통과 다른 물, 초순수, 재구성 마이크로 물, 더 작고 안정된 구성, 인체 세포 내부 환경 개선, 특허 등록된 고유 패턴, 따라올 수 없는 순수성’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수 없기도 하고, 물은 그저 물일 뿐일텐데 왜 이런 터무니 없는 단어들을 사용하여 생수를 포장하는지는 더 알 수 없다.
책 내용은 미국의 경우라고 하는데, 정말 미국만의 경우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뒤편에 부록처럼 첨부되어 있는 내용을 읽으니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닌 듯 싶다.
어쩔수 없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지는 수 밖에 없다. 많이 알고 많이 요구하고 많이 밝혀야 한다. 그건 생수 산업에 국한되질 않는다. 이러니 국민들은 피곤하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동안 기업들은 약삭빠르게 이익만 추구하고 있으니 바빠지는건 국민들 뿐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자본주의 사회가 이런거라면, 제대로 알고 제대로 소비하고 제대로 유통되게 만들어야지.
알아야 할 것들은 세상에 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