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여행 멜번 - 해외여행을 꿈꾸는 가족들을 위해
김지해.한재완 지음 / 청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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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만히 쳐다본다.

처음 책과 만났을 때, 하나의 의식처럼 내가 하는 일은 가만히, 그저 가만히 책을 응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을 걸어본다.

너는 누구니?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거니?

< 처음 여행 멜번 >과의 만남도 그랬다.

노란색 자동차를 응시하고, 뒤에 배경이 된 건물을 응시하고, 제목부터 작게 쓰여진 글, 하나하나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해외 여행을 꿈꾸는 가족들을 위해’ ‘우리 가족의 호주 여행’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의 기록’ ‘ 결혼한지 8년 ’

겉표지에서 가장 많이, 자주 눈에 들어 온 단어는 ‘ 가족’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결혼한 사람, 아이가 있는 사람, 가족끼리의 여행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재밌을 책이다.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고, 그래서 아직은 가족끼리의 여행을 꿈꿀 수 없지만 내가 만약, 이란 상상을 하며 읽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아니면 나라면 호주의 이런 풍광과 만나고, 이런 여행을 한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읽기 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나니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멜버른이 더 익숙한데, 짧게 멜번이라고 하니 어색했다. 처음에는.

더 어색한 건 책 속에 나오는 지명이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곳 투성이라는 점이었다. 단데농 숲, 사사프라스, 세인트 킬다, 퀸스클리프, 포트 페어리, 데일스포드... 그리고 마지막의 멜번. 멜번을 제외하고 다른 지명들은 마치 마법 이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자꾸만 되뇌이게 만든 건 이어지는 잔잔한 글과 봄의 향기로 가득한 사진때문이었다. 유럽을 연상시키는 건물들, 소박한 마을 풍경, 광활한 대지와 자연, 호주만이 가질 수 있는 풍광들. 호주에 가본 적이 없다는 점이 도움이 될 줄이야!

어느덧 나는 이 가족의 자동차 여행에 빠져들고 있었다. 호주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석양과 끝을 모르는 바다와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 찬란한 봄과 영화 세트장 같은 마을과 친절한 사람들. 아, 정말 따뜻하다.

각종 멜번에 관한 여행 정보는 물론 꿀팁까지 있다! 적어도 이들이 헤맨 것처럼 멜번에서 헤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녀와 그의 잔잔한 이야기를 듣다가 꼭 기억해야할 정보, 여행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사진과 지도까지 첨부하여 보고 있자니 여행이 떠나고 싶어진다. 지금 떠나면 이 모든 것을 나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

 

 

 

이 책이 좋았던 점.

영화 <폭풍속으로>, 드라마 <가시나무새>,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같은 세대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툭 튀어나와 혼자 꺄아- 하며 좋아할 수 있었다. <동네 서점> 이야기도 좋았다. 나도 여행을 다닐 때면 나만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추억에 젖어보는 시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군데 군데 튀어나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

또, 그녀의 이야기 뿐 아니라 ​그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 다른 시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최고로 좋았던 것은 마지막, 아이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 부분.

나혼자 '어머 어떡해!' 하며 읽었다. ^^ 아이다운 표현력이며 아이다운 생각이 같이 미소짓게 만든다. 아이의 이야기를 가장 뒷부분에 담은 것도 최고의 편집이 아닐까 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호주 커피에 대한 부분.

멜번에 가서 ' 아메리카노 주세요' 라고 하면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답은 책 속에.

호주의 한 도시 멜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을 읽고 ​호주가 궁금해지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왠지 딱 이 가족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되어 셋이, 자동차로 여행가면 딱 좋을 것만 같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이 사랑스런 가족을 보고 안부러워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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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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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읽어본 작품 중 실망스런 기분이 든 것은 없었다고 기억된다. 언제나 감탄과 탄성만 터져 나왔다.

‘ 작가는 천재일거야!’  라며 열광했다.

작가가 살고 있는 곳에 해일이 밀어닥쳤을 때, 혹시 작가가 어떻게 되지나 않았을까 노심초사 안위를 걱정할 정도였다. 여하튼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작가란 말이다.


왜 이런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느냐, 짐작하시겠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작가의 작품에 조금 ‘실망’했기 때문이겠지.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신칸센 안에서 사람들 간에 펼쳐지는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 만담처럼 펼쳐지는 대화, 누가 더 나쁜 놈인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등장인물들.

작가는 이사카 고타로.

재미없을 리가 없잖아! 하고 집어 들었지만, 중반가까이 전개되어 나갈수록 점점 지루해진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답답한 상황만 늘어가고, 갇힌 공간에 입만 살아있는 인물들의 쉴 새 없는 대화에 지쳐간다. 답답한 상황에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지치다 보니 인물들이 사회비판을 하건,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말을 하건 상관없어진다.

어서 결말을... 어서 결말을 나에게... 만 외치게 되는 것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자신의 전작 속 인물을 새로운 작품에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어떤 작품 속 인물이 나올까 기대하고 꼼꼼히 살폈으나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맨 뒤 역자가[그래스호퍼]의 인물들이란 말을 했을 때야, 그런 거였어! 했지만 그 책의 내용이 어땠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분하다.

이사카 고타로의 팬이라고 한건 말뿐이었단 말인가!


이렇듯, 책 한권으로 시작된 나의 생각이 복잡해져 갈수록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즈음에는 드디어 끝이 나는구나, 한숨이 나왔다.

아... 이사카 고타로가 이렇게...


그렇지만 신간이 나오면 찾아 읽게 될 것이란 걸 안다.

아직은... 아직까지는 겨우 한권 실망했다고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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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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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라는 일본 아이돌 그룹이 있다. 나는 그 그룹의 오노 사토시를 좋아한다. 지금은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어쨌든 관심을 갖다보면 그들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란 작품도 그래서 알게 되었다. 아마 드라마로 제작되었을텐데 집사 역으로 그룹 멤버인 사쿠라이 쇼가 나왔었다.

21세기에 왠 집사? 라고 의아하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관심은 거기까지, 그리고 잊혀졌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집사인 가게야마가 등장했을 때, 다시 떠올랐다. 반듯하고 예의바르지만 독설을 서슴지 않는 가게야마는 쇼군과 잘 어울렸겠구나 싶다.


또 다른 주인공 호쇼 레이코는 사실 호쇼 그룹의 딸이지만 형사인 관계로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 밖에서는 형사로 지내지만 집에 돌아오는 순간, 역량 있는 가문의 아가씨의 자세가 된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란 제목은 그래서 나왔다. 사건의 해결은 대부분 레이코가 집에 돌아와 가게야마에게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면 가게야마가 이야기를 듣고 추리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가자마쓰리 모터스라는 기업의 도련님이지만 경부 자리에 있는 자칭 엘리트 형사 가자마쓰리도, 레이코도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을 집사가 풀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모시고 있는 아가씨에게 이렇게 말한다.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아가씨. 이정도 사건의 진상을 모르시다니, 아가씨는 멍청이이십니까?"

혹은 " 눈은 멋으로 달고 다니십니까?" , " 이런 간단한 것도 이해하지 못하시다니, 그래도 아가씨가 프로 형사이십니까? 솔직히 아마추어보다 수준이 낮으십니다."

가끔은 이렇게 조롱하기도한다.

" 용서하십시오, 아가씨. 저는 정말 너무 우스워서 옆구리가 아픕니다." 라고.

유쾌하지 않을 수 없다.

당당한 사람은 남을 조롱할 때마저도 당당하다.


재미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 특히 우리 오노군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의 원작도 얼른 찾아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이 책도 독자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편까지 나와 있다고 했다.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진다.

근데.. 작가님... 제목이 너무 길어요.. 다음엔 좀 짧은 걸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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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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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조종을 하는 쪽에 서고 싶다면 더 위대한 사람이 되라고. 위대해지려면 수훈부터 세워야지. p321


예술이란 작가가 의식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그것은 작가를 조종하여 작품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작가는 노예다. p81


어느 세상이건 신분은 존재해. 인간이 평등한 사회는 있을 수 없어. p493


언제부터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회비판적이었을까. 아니, 생각해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회비판적이었다. 읽는 내내 좀더 시크한 말을 내뱉는다면 내가 열광하는 이사카 고타로 작품처럼도 느껴지겠어, 싶었다. 그렇지만 왜 이리 작가가 사회비판적이라는 사실이 걸리는지 모르겠다. 사회비판적이란 것은 좋지만 좀 더 멋지게,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작가가 가진 능력에 비해 평이한 전개와 평이한 결말이 내 마음을 갈증나게 했다. 뭔가 부족하단 말이다.


플래티나 데이터.

하여튼 돈 있고 권력 있는 것들은 다 재수 없어, 라고 쓰디 쓴 한숨 한번 내쉬게 하는 소설이다. 하는 생각들도 맘에 안 들고 하는 짓도 맘에 안 든다.

어쩜 이들의 행각은 국경을 초월하기도 하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나보다.

내가 돈 있고 권력 있게 되서 그게 뭔지 밝혀보고 싶단 바보 같은 생각도 해본다.

그래, 생각만.


형사 아사마와 도예가의 아들이자 다중인격을 가졌으며 DNA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수사를 연구하는 가구라가 주인공이다. 결말은 대충 읽다보면 짐작이 될 정도이다. 재미는 있는데, 뭐랄까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과 비슷하다고는 했지만 이사카가 썼다면 이것보다는 더 완벽하게 창조했을 것 같다, 란 생각도 들었다.

어찌되었든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작품이니, 읽어볼만 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영화에는 아라시의 멤버 니노미야가 나온다.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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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내비게이션 - 앙코르 유적을 안내하는 가장 쉽고 친절한 여행서
정숙영 글 사진 / 이밥차(그리고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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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사바이 인도차이나’ 라는 책에서 저자가 말했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여행하던 중 만난 앙코르와트 문명이 너무도 찬란해서 더 많이 더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 제대로 앙코르와트를 찾아 오겠다고.

그 부분을 읽는데 참 많이 공감했다.

프놈펜에 있는 동안 접했던 앙코르 문명은 놀라움이었다. 우리 민족만이 유일하게 정교한 공예나 조각,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을 와장창 깨버려주기도 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지? 그 시절에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 수가 있는거지? 온통 의문 투성이였다. 나도 결심했었다. 앙코르 문명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서 꼭 앙코르와트에 가보겠다고. 그 속에 있으면서 앙코르 문명을 철저히 즐기고 오겠다고.

비슷한 다짐을 다른 사람의 책에서 발견하고 내가 얼마나 흠칫했을지 이해 되실런지.


나야 아직까지 결심에만 그치고 있지만, 저자는 인도차이나에서 돌아와 얼마되지 않아 그 결심을 실행하러 다시 짐을 쌌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앙코르와트 네비게이션>이다. 도움을 받긴 했지만 참 많이 조사하고, 알아낸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다.

정성들여 만들어진 책이란 티가 나서 나 역시 꼼꼼하게 읽어냈다.

아, 정말 멋지다.

여전히 어떻게? 라는 의문이 남아 있지만, 프놈펜 거리에 하릴없이 앉아 조각을 하던 예술지망생들을 떠올려 보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어진다. 그치만, 이 석상, 이 무거운 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옮긴거야? 이건 또 어떻게 판거지?

그저 앙코르 시대 사람들이 위대해서 그렇겠지, 아직은 그정도로만 이해한다.


이 책은 읽기 편하다. 적어도 문명이 어쩌고, 예술이 어쩌고 꼭 전공서적처럼 고리타분하게 전개되지 않아 재밌게 읽힌다. 인도차이나 반도이기에 가능한 다양한 혼합된 종교며 문화가 오묘한 맛을 낸다. 아, 그렇구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기쁨도 있다.

앙코르와트에 갈 때 가지고 가서 직접 대면하면서 읽어도 더 좋을 것 같다. 의미나 뜻을 자세하게 풀기도 했고, 얽힌 일화나 전설도 있고, 덧붙여 여행시 필요한 정보도 꼼꼼하게 담았다. 예를 들면 숙박이나 식당, 여행 정보 등도 있다는 말이다. 


책을 읽고나니 더 가고 싶어졌다. 기다려라 씨엠립.

나도 그 곳에 가서 오랜 시간 머물며 꼭 문명을 깊이 느끼고 오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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