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세 번째 이야기
곽경택.김용택.성석제 외 지음 / 샘터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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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내게도, 내 안에도 이렇게 중심이 되어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주변의 어떤 유혹에도 내가 영향 받지 않도록 굳건히 나를 지탱해줄 문장 하나 갖고 있는지 곰곰 생각해보았다.

책 속에서 봤던, 혹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문장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 마음 가는 대로’ 라는 책 제목도, 얼마 전 읽었던 ‘밤 하늘의 별과 대화한다는 건 자신의 마음과 대화한다는 것’ 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특별히 한 문장은 아니더라도 참 많은,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이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p15 엄마는 말했다. 오직 지금 내딛는 한걸음, 손에 집히는 잡초 하나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넓은 콩밭도 말끔해진다고. 인생의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고.


p62 당신 바로 곁에 책상이 있어요. 부딪히면서 배워요. 배운다는 건 그런 거예요. 온몸을 내던지는 것.


p84 한 가지 경험이 없으면 한 가지 지혜도 없다.


p89 나를 재는 잣대는 나 자신일 뿐입니다. 나를 믿으면 그런 것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요.


p230 하루하루 매 순간, 사람 사는 일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곽경택, 이해인 수녀, 마해영, 전수경, 유지나, 이주실, 백재현, 송정림, 현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총 마흔 아홉 분의 마음에 담긴 ‘내 인생의 한마디’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인생의 위기 때마다 이 분들을 일으켜 세운 건 바로 그 ‘ 내 인생의 한마디’였다. 선택의 기로 앞에 놓였을 때에도, 삶의 방향을 가리키고 나아가게 만드는 것도 그 한마디였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이의 삶이 녹아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에도 울림을 준다.

용기내세요. 힘을 내요. 그리고 제목처럼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괜찮아요.

힐링, 힐링하며 열풍이 불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책에 담긴 마흔 아홉 마디는 바로 그 힐링을 몸소 보여주는 예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따뜻한 온기가 담긴 책 한권,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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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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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사는 게 재미없었다. 살아 있어도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왜 더 살아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p84)


- 이게 현실이야.

- 나는 현실을 살고 싶어. 엄마는 현실을 살고 있지 않잖아. (p228)


'하느님의 보트' 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책의 제목을 보면서 도대체 그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했었다. 그렇다고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더 큰 의문이 들 뿐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 하느님의 보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하느님의 보트에 탄 그녀들이 도달한 그 곳이 어디였는지' 가 더 궁금하다.


'그녀'는 엄마이다. 소우코라는 영리한 딸을 가진.

엄마인 그녀는 벌써 몇 년째 떠돌고 있다. 짧게는 몇 개월, 길어봐야 일, 이년 정도만 한 곳에 머무르고 적응이 되려고 할 무렵에는 언제나 떠나야만 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믿음은 이랬다. 소우코를 있게 해준 그 사람이, 아침이면 해가 떠오르듯 반드시 자기가 어디에 있든 찾아내 만나러 올 것이라는 것. 그래서 계속 떠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녀는 그것만 믿고 있다. 소우코는 어렸기 때문에 엄마의 믿음을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믿음이 깨지게 된 것은 시간이 지나 성장해버린 딸, 소우코의 말 때문이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녀의 믿음은 그리 단단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느님의 보트’는 그녀와 딸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준다. 한번은 엄마의 마음을, 한번은 딸의 마음을 엿보다 보면 양쪽의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그녀가 질기게 붙잡고 있는 뼈까지 으스러져 버릴 것 같은 사랑보다 두발을 딛고 당당히 살아가려고 하는 소우코의 현실이 더 공감이 된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상태가 너무도 불안정하여 나는 그녀가 그를 만났다는 결말을 믿을 수가 없다.

이것이 꿈일까. 아니면 죽어가는 그녀가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소우코를 기숙사에 보내고,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의 자포자기한 심정이 그녀에게서 보였다고나 할까. 저자가 보여주는 결말을 나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녀에게 가장 적합한 결말이었지만 '현실이 행복한 결론만 내놓지는 않음'을 알고 있는 내게 이것은 현실적인 결말이 아니었다.


사랑만 가지고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사랑만이 세상의 전부라는 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 사랑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사랑과 현실이라는 주제를 내밀며 나에게 ‘당신의 생각은 무엇입니까?’라고 당당히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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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요시다 아쓰히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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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말이야 연인이라는 거는 여차할때 아무 도움이 안돼 이건 정말이야 하지만 맛있는 수프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으면 어느 때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지 이것이 내가 찾은 진실 중의 진실이지 그러므로 무엇보다 레시피에 충실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P162)


왜 그런지, 아직 내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모두 자진해서 감상을 말하려고 했다 평소에는 내가 이리저리 캐물어야 겨우 대답이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스푼을 입에 넣을 때마다 맛있다, 정말 좋다 같은 얘기들이 연달아 나온다.

맛있다는 것은 아마 그런 것이리라 (P171)



주인공 오리군은 '그녀' 가 나오는 영화만 본다

오래된 영화, 같은 영화를 스물여섯 번이나 보기도 한다. 단지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녀가 나오는 부분을 보기 위해서. 영화를 보기 위해 실업자 상태를 유지하기도 했다.

안도씨는 샌드위치 가게 트르와의 주인이다. 퉁명스런 리쓰군은 안도씨의 아들. 이외에 오리군이 세들어 사는 집주인 마담, 녹색 모자를 쓴 묘령의 여인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사건도 없고 화끈한 연애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따숩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마치 안도씨의 맛있는 샌드위치를 맛보고 있는 기분이다.

오리군이 안도씨에게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비법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을 했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해도 빵에 손가락 자국이 남으면 안 됩니다"

혹은 ' 자기 식대로 만든다' 거나 당연한 이야기를 말하기도 했다.

이유야 어쨌든 샌드위치는 맛있었고, 안도씨는 하나의 음식에 정성을 담는 전형적인 일본 요리가였다. 그래서였을까,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 소설도 이유야 어찌되었든 마음을 평안하게,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비오는 거리, 인적 끊긴 거리의 분위기같기도 했다. 투닥 투닥 비오는 소리만 들리고 분위기는 센치해지고 따끈한 국물만 있으면 행복해질것 같은 기분. 혼자만의 고독에 잠겨있다 왠지 힘을 내야겠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일본 사람 특유의 장인 정신이 난 참 좋다

무엇 하나를 하더라도 허투루 하는 것이 없고 마음을 담는다. 특히나 먹는 것에 그런 장인 정신이 투영되면 감동이 피어오른다.

샌드위치 하나 수프 하나, 심지어 팝콘 마저도 하나하나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배우고 싶은 인생의 자세의 자세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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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있는 식탁 -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의 사람 그리고 음식 이야기
박미향 글.사진 / 인디고(글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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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에서 떨어뜨린 공을 다시 잡을 수 있던가, 떠나보낸 첫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던가, 쏟아버린 밥을 주워 담을 수 있던가, 우리 모두 안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 ‘지금’을 꼭 부여잡고 놓치지 말아야한다.p100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5개월여의 시간을 보냈다

처음 한 두달 정도의 시간이야 행복했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졌다. 열대의 뜨거운 태양 아래선 우울도 없을 줄 알았는데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가운데 나 혼자 우울했고 무엇보다 외로웠다. 우울과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맛있는 음식이었다.

프놈펜에 맛있는 식당이 있냐고? 프놈펜은 전 세계 NGO의 집합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드는 곳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식당도 다양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식당은 몇 개나 되고 레바논, 네팔, 베트남, 일본, 대한민국, 북한, 파키스탄, 인도 등등의 음식 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햄버거나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다. 느긋하게 카페 문화를 즐겨볼 수도 있다. 물론 캄보디아 음식은 기본이고. 가격은 또 어쩜 그리 착한지. 좁은 지역에 밀집되어 있어 찾기도 쉽다. 

스테이크, 쌀국수, 햄버거, 피자, 파스타, 요거트, 카페모카......   

맛집을 찾아다니며 나는 기운을 차렸고, 조금 행복해졌던 것도 같다.

그리고 내린 결론,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치료한다!


<인생이 있는 식탁>은 마음을 움직이는,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정성을 다한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며 사람을 떠올리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는 추억을 떠올리고, 위로해주고픈 사람을 보면 그에게 어울릴만한 음식을 떠올린다.


이 책은 내 시간의 한 자락을 같이 넘은 이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밥을 먹었는지, 밥을 먹기 위해 이들을 만난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들 사이에는 밥이 있었다. 밥은 우리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동아줄이었다.


정성을 담은 음식은 소박하든, 미식가의 감탄을 자아낼만큼 특출하든, 소설처럼 치유의 도구가 된다. 그래서 밥은 위대하다. ( 여는 글 중에서)


그렇게 하여 ‘초밥, 삼치회, 비빔밥, 시골 밥상, 와인과 와플, 닭요리, 한정식, 닭튀김, 막걸리’로 인생의 식탁이, ‘코코뱅, 훠궈, 고등어초회, 메밀묵, 쇠고기수육, 파스타, 사찰음식, 차돌박이, 곱창, 양꼬치’로는 우정의 식탁, ‘ 나물요리, 숯불구이, 이탈리아요리, 팻덕, 일본식 회덮밥, 만두, 스테이크, 고르곤졸라상빵’으로는 사랑의 식탁, ‘대구탕, 꿩냉면, 닭가슴살 양파 수프, 정통 프랑스요리, 라면, 전통 한과, 생멸치조림, 고기국수, 청국장, 중국요리’ 로는 위로의 식탁이 차려졌다.  취향대로 고르시면 따스한 이야기는 서비스.


그렇다. 정성을 다한 음식은 사람을 치유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인생이 있는 식탁>을 통해, 프놈펜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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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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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방황에는 의미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고민하며 방황하고 노력하는 것은 바른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이다.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계속 방황하며 노력하는 것, 주저앉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실존이고 나의 삶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다. (p15)


청춘이기 때문에 방황하고, 질문하고, 길을 찾고 한다지만, 가끔 힘에 부치고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누군가의 조언이다. 진심이 담긴.

이 책은 바로 그런 조언이 담겼다. 그래서일까. 좋은 문장이 너무 많다.

자기 계발서와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 이렇게 서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은 또 처음이다.


'뭘 그리 고민하나? 적당히 눈감고 넘어가면 되지'라는 악마의 목소리에 따르는 것은 방종에 불과하지만,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내려는 방황은 아름다운 것이다. 남이 가는 길을 가면 편안하지만 종속되고, 새로운 길을 가면 험난하지만 독립적으로 서게 된다. p19


침묵은 응시를 낳는데 응시는 사물을 스쳐 지나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나쁜 습관을 바꿀 작은 행동의 변화조차 시도하지 못하면서 인생의 꿈을 말하고 그것을 이룰 최선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한 수다에 불과하다. 그러니 긍정적인 애티튜드를 만드는 출발은 내일부터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내일부터 무엇인가를 하지 않겠다가 먼저인 셈이다. 즉 나의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애티튜드는 버리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 p157


저자가 이야기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만이 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는 듯하지만 그러면서도 그가 고른 단어는 어렵다. 굉장히 고심하고 고른 흔적이 느껴진다. 자기 계발서는 온통 ‘하라’는 것 투성이인데 이 책은 그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다지는 방법을 제시하고 실천을 강요하지 않아 부담스럽지는 않다.

두꺼운 책은 그래서 진중하게 읽힌다.

술광고에 사용되었던 표현을 쓰자면 이 책은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자기혁명.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면 혁명가처럼 되어야한다고 했다. 투사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할 때는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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