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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있는 식탁 -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의 사람 그리고 음식 이야기
박미향 글.사진 / 인디고(글담) / 2012년 10월
평점 :
하지만 손에서 떨어뜨린 공을 다시 잡을 수 있던가, 떠나보낸 첫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던가, 쏟아버린 밥을 주워 담을 수 있던가, 우리 모두 안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 ‘지금’을 꼭 부여잡고 놓치지 말아야한다.p100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5개월여의 시간을 보냈다
처음 한 두달 정도의 시간이야 행복했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졌다. 열대의 뜨거운 태양 아래선 우울도 없을 줄 알았는데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가운데 나 혼자 우울했고 무엇보다 외로웠다. 우울과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맛있는 음식이었다.
프놈펜에 맛있는 식당이 있냐고? 프놈펜은 전 세계 NGO의 집합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드는 곳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식당도 다양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식당은 몇 개나 되고 레바논, 네팔, 베트남, 일본, 대한민국, 북한, 파키스탄, 인도 등등의 음식 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햄버거나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다. 느긋하게 카페 문화를 즐겨볼 수도 있다. 물론 캄보디아 음식은 기본이고. 가격은 또 어쩜 그리 착한지. 좁은 지역에 밀집되어 있어 찾기도 쉽다.
스테이크, 쌀국수, 햄버거, 피자, 파스타, 요거트, 카페모카......
맛집을 찾아다니며 나는 기운을 차렸고, 조금 행복해졌던 것도 같다.
그리고 내린 결론,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치료한다!
<인생이 있는 식탁>은 마음을 움직이는,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정성을 다한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며 사람을 떠올리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는 추억을 떠올리고, 위로해주고픈 사람을 보면 그에게 어울릴만한 음식을 떠올린다.
이 책은 내 시간의 한 자락을 같이 넘은 이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밥을 먹었는지, 밥을 먹기 위해 이들을 만난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들 사이에는 밥이 있었다. 밥은 우리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동아줄이었다.
정성을 담은 음식은 소박하든, 미식가의 감탄을 자아낼만큼 특출하든, 소설처럼 치유의 도구가 된다. 그래서 밥은 위대하다. ( 여는 글 중에서)
그렇게 하여 ‘초밥, 삼치회, 비빔밥, 시골 밥상, 와인과 와플, 닭요리, 한정식, 닭튀김, 막걸리’로 인생의 식탁이, ‘코코뱅, 훠궈, 고등어초회, 메밀묵, 쇠고기수육, 파스타, 사찰음식, 차돌박이, 곱창, 양꼬치’로는 우정의 식탁, ‘ 나물요리, 숯불구이, 이탈리아요리, 팻덕, 일본식 회덮밥, 만두, 스테이크, 고르곤졸라상빵’으로는 사랑의 식탁, ‘대구탕, 꿩냉면, 닭가슴살 양파 수프, 정통 프랑스요리, 라면, 전통 한과, 생멸치조림, 고기국수, 청국장, 중국요리’ 로는 위로의 식탁이 차려졌다. 취향대로 고르시면 따스한 이야기는 서비스.
그렇다. 정성을 다한 음식은 사람을 치유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인생이 있는 식탁>을 통해, 프놈펜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