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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3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무료한 가운데 리모컨을 손에 쥐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CF보다 더 강렬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언뜻 백남준씨의 비디오 아트인가? 하고 보다가 어떤 메시지를 글과 음악, 영상 등으로 전달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게 지식- e와의 첫 만남이었다. 강렬하고, 짧지만 그것이 던져준 생각거리에 몰두하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다방면에서 걸친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하지만 가끔은 나의 지식 부족 때문인지 5분의 영상이 끝났음에도 “ 에? 뭐지? ” 하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 때도 역시나 생각은 해야 했다.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하고.
이 책 < 지식 e - season 3 >는 그 5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TV보다 오히려 보기 쉬운 것은 방송에 나왔던 짧은 글 뒤에 덧붙여 있는 책에만 있는 긴 설명 덕분이다.
예를 들어 “탱고” 에 관한 것을 보면, 아르헨티나에서 “ 더럽고 음탕한 춤”이라고 멸시받던 춤이었던 탱고가 유럽으로 전파되어 대유행을 만들어 낸후 다시 아르헨티나로 역수입되어 사회적 성공의 의미로 받아들이기까지, 그리고 그 탱고의 역사를 통해 “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인간의 문화는 때로 역류한다‘는 교훈과도 같은 의미를 짚어보는 것이 방송의 내용이었다면, 그 뒤에 탱고의 어원부터 시작해서 탱고의 역사, 음악을 함께 훑어주는 것이 책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그노벨상, 화양극장, 멸종되어가는 언어들, 팀 버튼, 오일러, 워렌 버핏과 가치 투자, 프리다, 낙타, 블루 골드라 불리는 물사업, 동아일보 해직 기자, 일본 속의 한국 우토로, 올림픽 정신, 그르바비차, 미얀마, 광우병, 두바이 최첨단에 가려진 다국적 노동자들의 산산이 부서진 꿈... 등 처음 접해보는 지식에서부터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힘을 실어줘야할 지식, 알고 있으면 유용한 지식까지 지식-e에서 다루지 못할 내용은 없어 보인다. 그 지식으로 나의 두뇌창고는 그득그득 가득 차버린다.
2008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만큼 “ 다사다난” 이란 말이 어울리는 해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경제, 정치, 스포츠, 문화, 연예 등 다방면에 걸쳐서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들이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그러한 사건사고에 귀 기울이느라 평소에 관심 없던 나조차도 인터넷, 신문, 방송 등에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일이 되버렸다. 그렇게 1년 동안 봐왔던 국내의 이슈들이 이 책 안에 있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란 글에서는 ‘조중동’의 의미를, 언론이란 어때야 하는지, 진실을 전하는게 어떤 일인지 생각해 보게끔 했고, 프롤로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대한민국 첫 우주인 이소연씨를 떠올렸고, 멸종어와 ‘경쟁력의 조건’을 읽으면서 인수위원회의 해프닝 영어몰입교육이 떠오르면서 영어만 중시하다가 ‘한글’이 멸종어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껴버렸고, ‘식코’와 ‘ 블루골드’를 읽으며 ‘상수도 민영화’ ‘ 의료보험 민영화’가 ‘선진화’라고 우기는 정부를 떠올려 버리고 말았다.
민감한 사회 흐름에 따른 주제 선정, 새로운 정보의 전달로 인해 가끔은 찬물을 뒤집어 쓴 양 정신이 번쩍 들만큼 놀랐던 때도 있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충격적이었던 “ 17년후 ”
특히나 마지막의 “ 1990년 최초 논란 당시 농수산식품부 장관이었던 존 거머는 17년후, 친구의 딸이었던 엘리자베스 스미스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하는 걸 지켜보게 된다 ” 이 부분은.. 정말..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인간 광우병과 관련되어 그것이 꼭 ‘영국’에 한정된,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게 하였다.
그렇게 연결하다보면 2008년 한해가 이 안에 모두 담긴 듯 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지식-e가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전하며 국내외의 사회의 이슈들에 대해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말고 지금처럼 ‘진실’만 담아 우리에게 계속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그렇게 기록을 남기다보면 그것이 모이고 모여 ‘우리의 역사’가 되지 않을까..
‘진실’만이 담긴, 왜곡될 수 없는 사실의 역사.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지식(智識)’이 모여 우리에게 던지는 사유의 깊이는 이토록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