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차라투스트라와 한바탕 몸싸움을 한 듯하다.
여름부터 차라투스트라 읽기시작해서 거의 3번을 읽은 듯 하다.
더 읽었을 수도 있고 덜 읽었을 수도 있겠지만 내 기분은 10번도 더 읽은듯..
4번에 걸친 각 부의 인상깊은 문장만나기로 세미나를 진행. 강의식 세미나나 주제발표식 세미나는 아는것이 없고 니체의 말이 입에 붙지 않아 엄두도 못내고 할 수 있는 최선이 문장만나기 정도..
오늘 3부를 마무리하면서
니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차라투스트라 텍스트만 3번정도 읽으니 고병권씨의 책이 어느정도 머리 속에 들어왔다는 거다. 이해가 되고 수긍이 되었다. 글로는... 물론 아직 마음 깊이 받아들이기는 한참 멀었다.
재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실상 그럴기회가 별로 없고 읽는다고 맘만 먹다가 몰아치는 신간들로 멀어지기 마련인데..
재독의 힘을 제대로 느껴본 기회가 아닌가 싶다.
한번 읽을땐 이게 뭐지?
두번 읽을 땐 도대체 이게 뭐지..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거야?
고병권씨 책을 보면서도 그러니까 어쩌라고.. ㅎㅎ
읽으면 읽을수록 수렁속에 빠지는 기분이었는데 세번째 읽을 때는 드디어 니체의 단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어가 들어오니 글이 이해되고 글 사이 행 사이로 내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다.
생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여유도 없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재독이 아무리 이해안되는 책이라도 여러번 읽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고리를 찾게 해준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해준 소중한 차라투스트라다.
혼자 읽었다면 삼천포로 빠지고 강연만 듣고서 그렇구나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넘어갔을텐데 - 아니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수도 ㅎ-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차라투스라읽기가 채워지고 있어 좀 더 찐한 차라투스트라 읽기가 되었던것 같다.
어째든 당분간 이렇게 어려운 책은 좀 멀리해야할 듯..
4부 마무리하면서 차라투스트라 말대로 지금 이순간 이 찰나를 즐기기 위해 즐거운 성스런 긍정의 파티를 하고 제대로 차라투스트라의 덮개를 덮어줄거다.
당분간 열쇠도 채워놓고 ㅎㅎ
머리에서 쥐날것 같으니까~~
* 3부에서
- 내 숙명을 맞이하게 되는 내 무엇을 체험하게 되든 그 속에는 방랑이 있고 산오르기가 있으리라. 사람은 결국 자기자신을 체험할 뿐이니 253p
- 나의 방랑과 산오르기는 모두 어쩔수 없는 것이었으며 서투른 나의 미봉책이었을 뿐이었다. 내 의자가 한결같이 열망하고 있는 것은 나는 것. 너의 풍속으로 날아드는 것. 그 하나뿐이니.
- 네가 내 가까이에 있는 한 나는 축복하는 자요 긍정하는 자다. 그러면 나 모든 심연으로 나의 축복어린 `그렇다` 라는 말을 가져가게 된다. 나 축복하는 자가 되었으며 그렇다고 말하는 자가 된 것이다. 나 언젠가 축복하기 위해 벌릴 수 있는 두 손을 얻기위해 오랫동안 싸워온 투사였으니..
-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의지를 부여하는 자. 그리고 일체의 순종을 벗어나버리는 자들 나와 같은 자들이렸다. 나는 차라투스트라 신을 믿지 않는 자다. 나는 아직도 우연이란 것을 모두를 나의 그릇속에 넣어 삶아 댄다. 제대로 익은 후에 나 그것을 나의 먹을 거리로 반긴다
- 너의 경멸을 경멸하노라. 내게는 경고하면서도 어찌하여 네 자신에게는 경고하지 않는 것이지? 나의 경멸과 경고의 새는 늪으로부터가 아니라 오직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날아 올라야한다
-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곳이라면 들르지 말고 그냥 지나가야한다
- 저들은 황혼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너무 웃다가 그만 죽고만것이다.
- 유일신이 존재하지 않고 신들이 있을 뿐이라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성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