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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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이다.
존 버닝햄이라는 유명작가가 쓴 책중에서도 알아주는 책이다.
다시 말하면 오랜 시간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온 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이 난 누굴까 가끔 생각한다.
어른들일까 아이들일까.
처음부터 이 책의 유명세를 모르고 읽었던 순수한 독자입장에서 이 책이 참 좋아서 살아남은 것일까
아니면 그림책을 읽고 해석하는 비평가들의 입담을 거친 후에 살아남게 된 책일까. 궁금하다.
나는 후자에 천원 건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이름과 성으로 끝나는 간단한 이름이 아닌 재판정에서나 불리는 중간이름까지 모두 불렀다는데 의미가 있단다. 그럼 이 책이 쓰인 그곳에서는 이 이름을 모두 부르고 있는 선생님의 심리를 잘 알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저 장면이 우리입장에서 [하동정씨 종갓집 18대손 정동철] 이라고 부른다면 그 느낌이 올까?  그 이름에 숨어있는 압력을 알아들을거 같다.  

이 책의 여러 장점들.
앞뒤 여면에 주인공인 아이가 썼을법한 반성문이 참 정겹다. 이렇게 지루하게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되새기고 있었던 나의 어린시절이 생각나서 정겹다. 반성문을 A4 용지에 앞뒤 빽빽이 채워오라는 말이 어찌나 막막했던지 그 하얀 여백의 종이를 손에 쥐고 앉아 한숨 쉬며 앉아있던 시절이 확 떠오르게 하니까. 이렇게 어떤 글을 주며 쓰라는 것은 그래도 낫다. 하지만 이렇게 쓰던 저렇게 쓰던 쓰면서 반성하는 의미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에 대한 원망과 처음에 나의 잘못이라고 느꼈을 법한 양심의 가책같은 것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짜증만 남았었는데 지금은 정겹기까지 하다니..내가 어른이 되어버린거다. 어릴적의 막막함보다 돌아가지 못하는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은 이것을 보면 '죽인다' 하며 비명 비슷한 괴음과 같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는 거 같은데 말이다

몇년 전에 광주에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던 날이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들이 그날 임시 휴교를 했었다. 억울했었다. 나 어릴적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휴교한적은 없었는데..난 이런 추억도 못 가져보고.  학교 가는 길에 늦어도 될 합당한 이유. 그런 이유를 한번쯤 정말 가져보고 싶었다. 지금은 앞뒤 맞는 이유를 생각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나 어린시절에 합당함보다는 늦어도 될 아무 이유. 아무 일. 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무시무시한 개를 만나서 꼼짝 않고 얼음처럼 굳어 그 자리에 동상이 된다면..학교 앞에 뱀이 몽땅 풀려  집으로 돌아가야 되기를..(실제 초등학교 방과후에  뱀탕하는 집에서 뱀들이 한 푸대가 풀려 나왔던 적이 있었다. 아침이었다면 생각하며 서운해했다) 그런 감정들이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의 상상을 이해할수 있게 만든다.그가 만든 상상속으로 들어가 같이 놀고 싶고 도망다니고 싶다.하지만 그 상황을 우리 아들이 사용한다면 엄마를 속였다는 거짓말에 몸 부르르 떨면서 이번 기회에 단단히 깨달음을 주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미 난 어른이니까..아들의 마음을 읽기보다는 깨달음을 얻을 기회라고 생각할거 같다. 좀 슬프네

나와 같은 선생님이 나온다. 상상을 하고 상상을 해도 물어주지 않는다. 무슨 일인지..
왜 그런 상상을 하는지 단지 거짓말쟁이라는 말로 그의 입을 막아버리고 만다. 드디어 아무 일도 없는 학교길. 허전하고 서운했다. 그 서운함에 다음 장을 넘기면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잡혀가고 있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아..샘통이다.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보다 그냥 서운했다. 드디어 패트릭이 어른이 되어버린건가. 상상하지 않고 다른이의 말도 믿지 않는 메마른 어른이 되어버렸나 싶어 서운했다.

-다음 날에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 어제의 그 일이 패트릭에게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고 반복적인 일상으로 넘어가는 것이 서글프게 한다.
패트릭이 어린시절이 끝나버렸다.
이렇게 서글프다로 끝나기까지 누구를 위한 책일까 생각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때..내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이론서를 읽으면서. 초등 1년에 유치원생인 우리집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 애들에게는 이 책이 와 닿지가 않는거다.

처음에는 무슨 말이야..어리둥절했다. 기억에 남기는 한데 어떤 점이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 보기엔 그저 그런데..그러다가 이론적인 지식으로 알고 난뒤에 보면 . 아 그렇구나 하게 된다. 존 버닝햄이 어떤 의도로 이렇게 저렇게 그리고 쓰고 했구나 한다. 내가 무식해서 이렇게 좋은 책을 모르고 별볼일 없다고 생각한건가..라는 생각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속담에 생각이 미치면 이렇게 좋은 책을 내가 몰라서 그랬다. 알고 아이들에게 읽어주워야지 한다. 딱 가르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그랬다가도 꼭 그림책이라는 게 이래야 하는 걸까. 이렇게 어리둥절하게 무슨 말이야 하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얻는게 있어야 좋은 그림책이라고 하는 건가. 지식이 있어야만 알수 있고 느낄수 있다면 그건 그림책을 보는 올바른 방법이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지식을 알아야 하는 사람이 어른이라면 이 그림책을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 사람이 어른이라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내가 어릴적에 갖지 못했던 배려와 이해받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고 그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풀어줄수 있다면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존 버닝행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위한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 평론가들이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것은 그 책을 통해서 어린시절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라는 거다.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믿어주라는 거.
선생님이 고릴라에게 잡혀가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좋아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그런 어린시절의 모습을 이해하고 믿어주게 된다면  문제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거 같다.  

좋은 책이라는 것에는 큰 의의는 없지만 이 책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그들이 즐거움을 얻기를 바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 책은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알아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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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카 - 세상을 담은 소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1
피터 시스 글 그림, 윤정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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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터 시스 글 그림
노란 우산을 쓰고 노란 장화를 신고 삐죽이 웃으면서 마들렌카가 
어디에선가 내려오고 있다 바람을 안고 내려오나? 아니면 바람을 안고 올라가고 있는지 몸에 바람을 잔뜩 안고 풍선처럼 둥실 둥실 떠다니고 있는 건지 애매하다.
그리고 빨간 점 하나.

우주에서 지구에서어느 도시에서 거리로 그리고 유리창에 서 있는 마들렌카앞으로 점점 작아져 들어오는 시점으로 우릴 끌어당기고 있다.
[넓은 우주속의 한 행성, 그 행성의 한 대륙에 , 그 대륙의 한 나라에, 그 나라의 한 도시에, 그 도시의 한 집에, 그 집의 창가에 비가 내리는 걸 바라보고 있는 어린 소녀, 그 소녀의 이름은?]
어디에서 보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고 있다.

흔들리는 이를 깨달은 마들렌카는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계단을 텅텅텅텅 하고 내려간다. 우산을 가지고.
창가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이 온 네모난 세상에 외친다
'이야호! 여러분 내 이가 흔들려요!
네모난 세상에 외쳤어도  동그란 지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까?

-너무 잠이 와서 다음에 쓸란다. 나이가 먹었다. 
(다음 날 저녁 '얼린맥주한잔' 앞에 두고 쓴다. 맥주가 생각보다 적게 얼어서 맛이 그저 그렇다. 조금 더 얼어야 했는데 아쉽다) 

흔들리는 이를 가지고 마들렌카는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 세상에서 통용되는 인사말과 이름으로 만난다.
그 만나는 네모난 세상안에서는 서로 통한다.

주욱 뚫려 있는 네모의 구멍. 그 안으로 넘나드는 작은 펜선의 그림이 멋지다.  한참 숨가쁘게 인사하던 마들렌카.
우리 잠시 쉬어가자. 하듯  커다란 늑대 입으로 기차가 달려가는 그림으로 우리 시선을 잡는다.  도대체 이 그림들은 뭐야 싶다.
어떤 기법인지도 궁금하다.
무엇으로 어떻게 그린걸까?  그림읽기라는 책을 읽은 뒤로 생긴 부작용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그린걸까..까지 궁금하다니 할일도 없다
그래 그냥 넘어가자.  몰라도 기차가 들어가는 이빨을 하는 저 크고 으시시하면서도 내려다보는 눈빛의 강아지가 보이지 않느냐...
그렇게 쉬다가 동그란 문이 나오고 환상의 섬을 날아가고 있는 듯한 새가 보인다.  그리고 그 새 위엔 마들렌카일것같은 아이가 타고 있다.
전 페이지에서 넘겨다보는 마들렌카도 보인다.
초록색으로 덮인 환상의 세계와 구멍속에 하얀세계의 마들렌카가 근사해보인다.  현실세계와 이상의 세계가 만났다.

이가 흔들린다.  이것은 아이가 자라는 어느 중요한 지점이다.
태어나 모든것을 완성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이가 빠진다.
없어지는 것을 배운다. 그 없음이 완전한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를 갖게 되는 어떤 시작이라는 것을 배운다.
몸이 완성되었다. 모두 만들어졌다는 어느 한 시기다.
'7'로 세상을 나눈다는 누군가의 말이 갑자기 크게 느껴진다.
그렇구나..아하..
그래서 마들렌카의 이가 흔들린다는 것이 중요하구나.
유아기의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과 이어지는 어느 시점이구나.
구멍뚫린곳으로 서로 들여다볼수 있는 이런 방법이  갑자기 내게 크게 보인다.  
친구와 온갖 동물들이 숨어있는 숲에가서 그들은 숨박꼭질을 한다.  으시시해 보이는 나무요정도 있다.  조금 으시시하다. 이렇게 돌아다니고 만나고 들여다보느라 집에 돌아온 마들렌카는 이가 빠진다.

여전히 노란장화를 신고 두 팔을 벌리고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가 빠졌어요'

이 책에 나온 곳
뉴옥, 라틴 아메리카 세곳,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아시아, 인도, 이집트, 아프리카, 마지막 페이지에 이 책에 나온곳을 동그란 지구에 줄을 그어가며 표시했다.  아시아가 대륙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조금 서운하다.

주성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찢어지고 찢어져고 붙이고 붙이고 해서 책이 물에 들어갔다 온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잘 몰랐던 책.
지금은 어느새 잊어져가고 있는것 같다.
다시 한번 내가 꺼내 읽어줘볼까
그때보다 지금 이렇게 독후감을 써보니 더 잘 볼수 있게 되었는데..
주성이와 더 많이 이 책을 샅샅이 들여다볼수 있을것 같다.
내일 한번 다시 읽어보리라
숨박꼭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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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그림책은 내 친구 2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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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앤서니 브라운

앞표지와 뒷표지를 활짝 펼쳐 보면.
그림책이 펼쳐진채 어두운 터널로 여자아이가 들어가는 뒷모습이 보이는 앞면과 덮어진 책이  있는 터널이 보인다.
앞면의 펼쳐진 그림책..한참 들여다보아도 어떤 그림책인지 모르겠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거 같기도 한데..
꼼꼼하게 그림을 그리는 앤서니브라운이기에 이 그림에도 무언가의 의미가 있을텐데..어떤 동화인지 짐작을 못하니 알수 없다.
단지..마법사가 여왕처럼 보이는 여자에게 무어라무어라 협박? 을 하고 있고 커튼 너머로 요정이 그 광경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영화의 시작 5분이 중요하듯이 표지..무척 신경쓰고 그렸을텐데..
이면지의 왼쪽은 둥글게 곡선으로 채워진 꽃무늬 벽지 같고
오른쪽은 발갗게 구은듯한 벽돌의 담벼락같다.
그리고 꽃무늬에는 표지 뒷면에 있던 책의 앞면이 보여진채 놓였다.

비슷한 면이 전혀 없는 공차기를 즐겨하는 장난꾸러기 오빠와 공상하기를 즐기며 책을 좋아하는 여동생의 이야기다.
비슷한점이 없는 남매가 어느날 '터널'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서로 안아줄수 있는 어떤 감정의 교류를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꽃무늬 모양의 벽지에 여동생과 벽돌무늬의 배경으로 오빠.
그들의 성격을 뒷 배경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부드럽고 얌전한 동생과 장난이 심하고 바깥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오빠.

그들이 잠자는 밤을 들여다 보는 페이지가 참 재미있다.
별들이 반짝이는 벽지인듯한테..오빠는 흐릿하게  파란 물감이 튄듯 보인다. 그 안에서 깊이 잠이 들었다. 작은 화면속에 그림으로.
그에 비해 오른쪽에 여동생방은 커다란 페이지 전체에 그려져 있다.
밤을 무서워 해서 작은 집모양 전등을 켜져 있고 꽃무니의 자잘한 벽지에는 '빨간두건'의 그림이 걸려 있다.  이 그림속의 여자아이가 입은 빨간두건이 여동생의 옷장에도 걸려 있다.  왜 걸려 있을까?  삐긋이 열린 옷장에는 꼭 누군가의 팔이 나온듯 으시시하다.
침대밑에는 신발 밑 바닥이 보이는데 꼭 누군가 침대밑으로 기어들어가 있는 듯 이상한 포즈다. 반대편에는   뭔가 이야기가 숨어있는 듯한 노끈이 보인다
여동생의 방에는 곧 무슨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방이다
여기저기에 무언가 튀어나오려는..밤을 무서워한다는 그녀가 읽었던 책에서 나온 괴물들이 금방이라도 나올듯 하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괴물인가? 그 괴물에 오빠도 들어있나? 
아마도 이 방은 여동생의 꿈속인것 같다. 그 꿈속에서 일어날수 있는 그녀의 모든 상상인가보다

터널속으로 들어간 오빠와 오빠를 찾으러 들어가는 여동생
그 터널속의 나무들이 무언가 암시하고 그 암시가 점점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변화가 환상적이다. 영락 '빨간두건'의 모습이 나타나고 숲속 작은집도 보이고..
아이들과 이 페이지에서 많은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수 있을것 같다.
사방군데 숨어있는 동물찾기에도 좋다.

여기에서 그림의 크기로 두려움이 점점 커져가는 여동생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작은 숲속그림에서 온통 양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이 두려움의 크기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무섭다 무섭다 하면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도 유리창을 잠깐 흔들고 가는 바람에도 소스라쳐 숨이 안 쉬어질때가 있다
무서운 마음으로 귀와 내 촉각들이 곤두서있기에 내가 아는 모든 두려움이 일시에 찾아온다.
그럴때 옆에 있는 누군가..갓난아이만 있어도 그 아기가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그렇게 빨간외투를 걸친 동생이 두려움에 도망치는데 오빠가 있었다.  딱딱하게 돌로 변해버린 오빠가..굳은 오빠의 존재만으로도 여동생은 일시에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다. 벌써 두려움을 잊은채 오빠를 안고 눈물을 흘린다.   네개의 작은 그림으로 오빠와 동생이 점점 밝아져가는 화면으로 두려움도 심술도 사라져 가는 걸 보여준다

오빠를 안고 우는 동생을 다시 안아주는 모습이 누군가는 가슴에 와 닿는다고 한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면지에는 벽돌무늬에 책과 공이 같이 그려져 있다. 오빠와 여동생의 화해를 말하고 있나 싶다.
여기서 저 책은 처음부터 중간중간 그리고 마지막에..여동생이 읽어나가는 속도와 이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같다.  페이지 넘어가는데 보인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쓰는 인간들은 책을 좋아하지 않은 인간들을 조금 무시하는 거 같다고.  여기 이책에서도 오빠는..놀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일뿐이다.
밤을 무서워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여동생은 용기를 내어 오빠를 구한다.  내가 너무 어거지일까?
첫 페이지에 책만 있다가 마지막 페이지에 책과 공이 나온점을 연결해보면 그게 어거지만은 아니다.   앤서니브라운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야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용기를 얻을수 있다고 은근히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다. 
그래도 책을 읽으라는 거니까 걍 받아들이고 싶다. 가도 정말 책이 싫다면 그건 어쩔수 없지 않은가..몸을 움직이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사람과의 관계맺기를 배우기를 원한다면 그게 훨씬 자연스럽고 맞다면 그럴수 밖에.

책이 모든 삶은 아니다.  단지 조금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말이 있어야 삶이 있고 삶이 있어야 글이 있다. 라고 한다
글이 있기전에 삶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없이 글만 있다면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그건 아마도 기계와 같을것 같다.

그렇다면 브라운은 여동생에게 글 이전에 삶을 보여준것일까?
오빠에게는 책인 글을 준걸까?
마지막 페이지의 나란히 놓인 책과 공이 그런 뜻인가?
사소하게 시작했는데 이것저것 엮어보는 재미가 많아졌다
(내가 똑똑해지고 있는것인지 할일이 없는것인지..)

 
짧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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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올 에이지 클래식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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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그 지구가 돌더니 컴도 돌게 한다.
내가 이 책 독후감을 두번 날렸다.
1시간짜리 하나. 30분짜리 하나.
그래서 나도 같이 돌까 한다.

독후감에 대한 독후감을 쓸까?
처음에 썼던 것은 그야말로 나의 첫사랑에 빠졌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온갖 감상적인 말로 나를 돌아보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들어가는 나의 지금 시간이 서글프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는 지금의 나라면 그때 내가 그만큼 열정적으로 살았다는 증거일까 뭘까 하면서 온갖 개폼을 다 잡으며 독후감 썼다.
꽤 길었다. 개폼의 증거를 꼼꼼하게 다 되새김질하며 썼으니까
아..첫사랑 이야기를 개폼이라고 하면서 쓰다니..난 아줌마라서 그런가? 아니면 쿨한척 지금이 더 개폼 잡는 걸까.
그거나 이거나 폼 잡는 건 같은건가 

두번째 독후감은 30분 짜리. 쓰다가 잘렸으니까 어떻게 내가 결론 끌어갈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한번 거르고 쓰니까 좀더 담백하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도 같은 대목은 있다 눈물이야기는 안 빠지고.
실제 그랬으니까 . 그렁그렁 고여 들어오는 눈물이 서글펐으니까
흘러 내렸다면..그런 생각하면서 

이 대목은 세번째 쓴다.

-열정이 당신을 불태울 때, 그 열정은 뭔가 좋은 일에 쓰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첫사랑에 빠져서 열정이 나를 불태울때..제대로 안 탔다 ^^
까맣게 타다가 재로 되었더라면 그럼 땅에 묻고 다시 탔더라면 누군가를 태워도 제대로 태웠을텐데 그렇다면 연애결혼을 했을까? 음 성격이 뺀질하지 못해서 그건 아닐거 같기도 하다. 화르르 탔다가 혼자 어설프게 덮으려니까 잔불이 남아서 내 시간을 타 먹어 버린거 같다. 잊으려고 하면서 다른 대체물을 찾았다.
그랬다 그래서 미안한 사람들 있다. 그러면 안되었던 사람들 생기고. 첫단추 잘못 끼워서 삶의 방향이 틀어진 느낌. 그것을 아직도 내가 이어가고? 있나 하는? 건가.
이러고 보니 나의 뒤끝은 어디란 말인가 한다.
이렇게 곱씹고 곱씹고 하는 찌질한 뒤끝이라니.

첫번째 쓴 글이 올라왔더라면 참 민망스러웠을텐데 싶다. 그래도 첫사랑은 가슴에 한켠에 아른하게 품고 오래도록 눈이 내리면 생각하고 그렇게 아름답게 꾸미고 있고 싶은 맘도 있는데 세번째 쓰다보니 이렇게  개폼잡는 이야기다 라고 쓰다니..너무 오래살았나? 아니면 드디어 나도 뒤끝을 벗는 건가.

진짜 하고 싶은 말
좋아한다는 사랑고백도 못해보고 채인게 너무 억울했다!!
그것도 직접 못듣고 남한테 전해 들은게 너무 너무 기분 나빴다.
뭐야..기본 예의도 없는 사람이었잖아. 아 슬퍼라. 기본 예의도 없는 인간한테 품고 있던 첫사랑이라니..어떻게든지 포장을 해서 죽을때까지 눈오는 날 생각할까? 

진짜 내가 죽을때까지 가지고 싶은 이야기는 그거다.
누군가를 첫눈에 반해서 그 사람이 가는 곳은 지옥에라도 따라가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이라고.  일주일을 울면서 살이 5키로씩이나 빠졌던 내가 온통 그 사람 생각으로 세상이 꽉 차 있었던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거.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비록 내가 그 마음을 풀지 못해서 꼬였던 일 많지만 첫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 있었다는게 참 좋다.

그게 없다면 참 불쌍한 삶 아닐가 싶다.

얼른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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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1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올라온 걸 보니, 책이 잘 들어갔네요.
올에이지클래식 시리즈 15권 있는데 불행하게도 이 책은 아직 없어서 못 봤어요.
님이 눈물 그렁그렁~ 눈물 주르륵~ 이런 감정에 공감하려면 꼭 봐야겠군요.^^

파란 2008-11-1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아주 잘 읽었어요. 이거 리뷰쓰면서 고생한게 더 생각나면 안되겠지 하지만요. 가끔 힘들때 그 탓이 아닐까 하는데 해답을 얻은 책이에요. 안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 할수 없지 앞으로 잘하자 하면서 살아요. 잘 읽었어요. 땡스~순오기님

파란흙 2008-12-0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읽은 책이네요. 안 읽은 책을 헤아리다 보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어요. 마치 알아야 할 것을 나만 모르는 느낌, 그런 것. 이제 그딴 것 접고 편안히 즐길 나이가 됐는데 말입니다.^^;

파란 2008-12-05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 모르는 느낌. 그게 불안해서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하고 해서 책으로 둘러싸인 삼면을 갖고 있어요. 제목만 바라보지요. 제목만 보아도 충분하다로 타협보고 있읍니다만...가끔 내가 저 책을 다 읽었다면 뭔가 했을터인데..합니다^^
 
미스터 오
루이 트롱댕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아침에 일어나고 싶지 않은 시간에 어쩔수 없이 아이들이 '그만 일어나' 를 외치는 소리를 견디다
견디다가  8시를 넘어가는 시계를 보며 할 수 없이 일어난다.
정말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왜 저놈들은 잠도 없어..하면서 투덜거린다.
밥 - 아빠가 많이 한다- 차려주고 정신 못차리고 냉장고에 기대어 잠깐 졸고
싱크대에 잠깐 졸다가 8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계를 보고 갑자기 '얼른 먹어' '얼른 세수해'
'빨리 옷 입고 나가야지' '누가 엘리베이터 단추 누를래'
주섬주섬 옷 챙겨 입혀 줄달음질로 두넘아 아이들 유치원차에 태워 보낸다

나...유치원 차보다 먼저 도착한거 5퍼센트 미만이다.항상 지각.
돌아서면서 생각한다.
어릴적부터 준비되지 않은 시작을아이들에게 익숙하게 만들다니
엄마로서 자질이 너무 부족해. 하고 생각하며돌아오지만...들어오자 마자
티브이 앞에서 csi 를 눈 떨어지게 본다.

그러다가 미스터 오를 보면. 할일없는 동그라미 아저씨(?)가
왼쪽 낭떠러지에서 오른쪽 낭떠러지로 넘어가려는 그 부단한 노력

눈부시다.

다른 이들 모두 슬렁슬렁 넘어가는데 유독 그 아이만 넘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수 많은 방법으로 넘어가려는 노력
눈부시다. 짧은 컷의 만화. 대사도 없다 특별한 변화도 없이
그 많은 컷컷컷으로 미묘하게 보여준다. 펜선의 그 작은 구부림으로
감정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그 동그라미도 눈부심을 트롱댕아저씨..만나면 뽀뽀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거. 미스터 오를 만난 다음날
아침 한번이라도 .재미있어진다. 아줌마동그라미..로 다시 태어난다.

-내가 뽀뽀해주고 싶은 이 트롱댕 아저씨..바로 그 아저씨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종이괴물을 그린 아저씨다.
요즘엔 뭐하시는지 ..끄적거림이 없다.
기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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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2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 2008-11-03 00:06   좋아요 0 | URL
아하..어찌된 상황인지 이제 알겠네요. 수지모건스턴방에 댓글로 연락처 남겨났는데 무슨 일일까 하고 다시 [연락처 남겨났는데. 전에 순오기님이 수지모건스턴에 댓글 주셨길래. 고밑에 달아났어요.^^ 맘이 바쁘셨겠네여. 다시 한번 드려요. 010-9668-3739. 연락처가 뭔 비밀이라구 안 가르쳐드리까여.^^]이렇게 글을
미스터오. 이방에 남겼어요. 근데 왜 이렇지 하고 알아보니까 제가 비밀글로 썼네요. 그래서 저만 보였어요^^ 순오기님은 안 보이는. 이렇게 순오기님 글에 비밀댓글로 따라가야 하는데 말이죠. 음..저만 재미있나요. 컴이랑 안 친해서 사소한 이런 기능을 잘 몰라요. 헤매는 일 많은 일요일이에요. 왜 안올까 기다렸는데 이제 곧 받겠네요. 감사합니다. 미리 인사해요. 이건 수지방에 비밀글로 남겼던 제 비밀글 ->[ 어떤 전화번호일까 생각하면서. 이곳에 글 남기심이 아마도 제 번호같네요. 손폰번호가
010-9668-3739 입니다. 제거 번호를 말씀하시는거 아님 무안할까요^^ 폰번호가 필요한 일이 뭘까 생각중. 뭔가 일을 제가 만든건가? 수지모건스턴의 책중에서 고르는거? 그걸까 ]

2008-11-04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02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흙 2008-11-0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는 책이네요. 그리고 파란님의 일상도.^^ 우리 아이들 좀 어릴 적에는 아침에 깨는 일이 악몽같았더랬죠. 지금은 늙어서, 조금은 기상이 덜 힘듭니다만, 아침에 눈 잘 떠지는 것도 슬픈 일이란 걸 깨달아가는 중.

파란 2008-11-0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눈 잘 떠지는 것이 슬픈 일이라는 말에 푸..하고 웃었어요. 저보다는 몇살이 위일까 하는데. 초저녁잠이 많이 지더라구요. 나이먹는다는게. 일주일에 서너번 2-3시에 잠 자도 거뜬했는데 지금은..한번만 그렇게 늦게 자도 이틀날이 힘들어 쓰러질거처럼 기운이 없어요. 나이가 잠으로 오는구나 싶어 서글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