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뒤통수 한대 맞은 느낌으로 읽었다.  
답답해져서 피하고 싶다

밑줄 그은곳을 찾아서 그 중 몇개만 적어본다.
63. 앞 세대가 뒷 세대의 자산을 지나치게 사용했다.
     자연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서 빌려온 것이다.
64. 배고픈 민중들이 외치는 '조국'이라는 구호처럼 서글픈것은 없다
189. 이전 세대가 물려준 '고향 사람'이라는 미덕이 진짜로 우리나라에서 폭팔한 것은 바로 이 유 신 세대이다.....중략...이들에게도 시장의 경쟁은 대단히 낯선 일이다. 경쟁보다는 협력에 익숙하고, 결탁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학교가 같거나 고향이 같거나 하여간 뭐라도 하나가 같으면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 주요 행동전략인 셈인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거대한 이념이나 가치 같은 것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작은 소집단을 만들고, 그 소집단을 하나의 그룹으로 만드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세대가 바로 이 유신 세대이다. 물론 이들도 경쟁을 하기는 하지만, 개별적인 경쟁보다는 그룹과 그룹 사이의 경쟁을 보다 익숙하게 생각하고, 그룹 내에서의 경쟁을 매우 이질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룹이 바로 지금 20대의 부모 세대인 유신 세대의 특징이다.
 

198.승자독식 게임은 '패자부활전'의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개미지옥 게임'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중략.."누가 가장 먼저 잡아먹힐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이 게임에서 운 좋게 이긴다 해도 개미지옥에서 빠진 이상, 잡아먹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289. 스웨덴은 '생애 첫 자금 지원'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20세가 되면 약 2,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은행 창구를 통해서 지원을 하게 된다. 이 돈을 받은 사람은 등록금에 보태거나, 주거권에 사용할 수도 있다. ...중략...현실적으로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적 바리케이드가 20대에게도 제공된 경우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303. 중요한 건 성장률 자체가 아니라 성장 패턴이고,

304. 한국 자본주의, 급하게 달려오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법을 배우지를 못했다.

이 책이 나올 시기에 한국 시간당 최저임금은 '3.480'원이다. 지금 2009년은 4000원이란다. 그리고 올해 4100원으로 올랐다. 그렇다 해도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은 더 어둡다. 정치적인 분위기를 아무리 무시하고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가지만 한두마디 들여오는 폼새가 정말 기운 빠지게 한다. 누군가가 나타나서 확~ 바꿔줬으면 하는 쓸데없는 생각 가끔 들고..책임감없이 살아왔던 시간이 앞으로도 죽 갔으면 싶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냥저냥 살아지기'가 가능했으면 한다.

대학졸업때 학원강사 첫 월급이 25만원이었다. 수습기간인 3개월. 그땐 몰랐다. 그게 내 본업이 아니라 대타로 2개월만 해야지 하는 생각이 25만원이 적다는 생각 안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상황 어려워지고 월급에 문제가 생기고 사장과 문제가 생겨 모든 강사들이 나갔을때도 혼자 남았다. 나마저 나가면 일어서기 힘들거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근데 그것만일까 아니면 내가 했던 지역이 노른자위여서 다른 이들만큼 힘들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같이 동참하고 싶을 만큼의 힘든것도 아니고 그 일이 본업이 아니라 여겨서 혼자 뒤로 쉬운 자리에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었다.   

가장 황금기를 보낸 시기에 있는 세대가 바로 내가 속해 있는 세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당연한게 아니라는 것. 다시 새긴다. 무엇을 해야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그냥 다 몰랐으면 싶다가 누군가 그러고 있으면 약오르고.. 개인적으로 딱 내가 감당하고 싶은 만큼만 신경쓰고 살고 싶다. 책임감이나 의무감에 하는 일 없었으면 싶고 내가 감당할수 있는 범위가 넓다면 그것을 다 포용할만큼의 경제적 정신적 능력 되었으면 싶다. 그게 안되면 신경 딱 끊고 고만큼만 개인적으로 살수 있으면 좋겠다.

그냥 도움 안되는 말 하고 있나..
그래도 내가 속하고 있는 세대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 특징들이 당연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내 주변에 사는 인간들한테 도덕적으로 내가 높은 수준이라는 으스댐을 줄일수 있어 다행이다.

서점에서 제 값 주고 5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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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발견된 비행 일기
파블로 베르나스코니 지음, 고인경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이건 둘째넘아가 딱 좋아할 책이군 했다.
확실한 선호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규진이가 좋아할거라고 표지만 보고도 애들아빠가 단박에 안다.
그만큼의 확실한 선호도를 기다리고 있다
선택받기 위해서.
받았다면 내 가방에 가지고 와야 한다.

하늘을 날기 위한 황당무개한 계획들을 생각해내는 발명가이야기다. 그가 날기 위해서 만들고 있는 발명품들의 설계도들이 있다. 그 발명의 장점은 무엇이며 어떤 원리인지 설명해주고 어떤 모양새인지를 그리고 있다.  수많은 재활용품들의 활용도가 멋지다.
저 작은 부속이 어디에 있었던 걸까라는 호기심보다는 자질구레한 부속들이 너무나 어설프게 그러나 뭔가 모르는 어울림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허점들이 무수히 보이는 발명품들
그러나 아이들이 보기엔 '나도 할수 있다!' 를 심어준다.
아르세니오 선장이 날기 위해 발명품들을 실험하기 전에 쓴 기록의 마지막을 늘상 장식하고 있는 '나는 할수 있다!' 를 같이 다짐하게 한다. 

설계도가 있고 다음 장에는 [비행일기]가 따라온다.
수많은 실패의 기록. 그러나 포기가 없는 아르세니오 선장은 이렇게쓴다. 1단계 준비부터 마지막 단계에 걸리는 시간 날아오르는 높이 그리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발명품의 허점이나 말도 안된다는 우리들의 비웃음같은거를 일러준다

중간 한대목
5번 연구 과제 : 환상의 엔진
2단계 :987...어쩌면 먼저 잠깐이라도 엔진을 시험해 봤어야만 했다. 65....이 냄새가 정상이길  43...이 소음이 정상일 리가 없는데
21...차라리 그냥 내려가는게 낫겠어. 으아아아아아아!

떨어지고 폭파하고 걸리고 ..그래도 선장은 다시 일어나면서 무언가 다른 방법을 다시 또 연구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기록이 1969년 7월 20일 달표면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믿고 옳다고 주장한다고 마무리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지 말고 꿈꾸는 사람이구나 하면 좋겠다. 

지치지 않고 꿈꾸는 사람들이 마음에 든다.

꼼꼼한 그림과 세부적으로 보이게하는 기록들이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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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2001.10.25
비오는 토요일 오후
아기랑 아빠는 집에.
바람맞으러 비 맞으러
흥분한 마음 맞으러
*사랑방 문고가 없어졌다*

2001.10.27
이런 책을 쓰고 싶다.
군더더기 없는
솔직하면서 매력적인
밑바닥에 깔린 따뜻한 기운
그래도 그는 자신의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사랑과 시간을 가졌다.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에 이렇게 쓰여있다.
그리고 밑줄 그어진 단 한 곳

- 견딜 수 없는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좋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나약한 이들을 너무 원망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작가가 나중에 아빠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을때 쓴 기록이다.
앞뒤표지에는 내가 큰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오랫만에 서점나들이 가서 썼나보다. 

알콜중독자로 집안을 전혀 돌보지 않은 아빠이야기를 썼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빠의 '큰놈' 으로 아빠가 죽기까지의 일들을 쓰고 있다. 의사인 아빠가 죽었을때 신문에 이리 실렸단다.

"자선가 하나가 우리 곁을 떴다".....나는 아빠가 의사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선가였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나는 사전을 찾아보았다. 그 말의 뜻은 '모든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이' 였다. 그렇다면 아빠에게 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일까?

약점들이 하나둘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걸 어떤 식으로 말할수 있는지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는지 어떻게 영향받고 변화하는지가 더 중요한게 아닐까. 왜 내게? 라는 건 그리 중요한게 아닌거 같다.
힘겨운 짐을 이겨낼만 하니까 내게 오는 고통이 아니라 선택하는 상황들에서 얼마나 성실하느냐에 따른 거 같다. 더 쉬운 결정을 하거나 좋지 않은 결정을 해서 지금의 고통이 오는게 아닐까 싶다. 지금의 모습들은 선택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몰라서, 당연하다싶어서, 도망가고 싶어서, 옳다고 생각해서 이런 저런 결정을 했을것이다 누구나.
과거에 그 순간을 성실하게 충분히 고민했던 사람은 현재도 그렇게 살아가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거 같다.
성실하지 않고 회피하는 방법으로 살았던 나는 지금도 비슷하다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감정들이, 순간들이 쌓여 이젠 뭔지 모를 적당한 '무엇'들이  나른하게 만든다. 게으르다라고 하는 건 적당하지 않고 몽롱하고 멍해져 있다. 가끔 영화에서 중앙에 주인공은 가만 앉았는데  빠르게 돌아가는 주변 풍경들에 빠져들어 정신을 잃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상황 처럼 느낀다 
그래도 해야 할일의 최후의 선을 지켜야 할거 같고 순간 기분이 업되면 말달리자 하면서 갔다가 지쳐서 확 쓰러지고 내가 컨트롤할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푸르니에의 아빠가 살면서 했던 선택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당장은 모른다.  그가 하는 농담이나 삶을 어렵지 않게 보려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 블랙유머라고 불리는 느낌의 우스개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가 쓴 거 같은 분위기의 책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한번 웃을 수 있게 받아들였다.
십년전에 그의 책을 그렇게 느꼈었다. 2008년에 '아빠 어디 가?'의 책을 다시 만났다. 검색중에 보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의 이야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특별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이는 아마도 그의 책들 중 가장 절망적으로 익살맞은 책일것이다. 다른 방식으로, 후회하는 태도나 거만함 없이 장애의 문제를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루이 푸르니에는 이 새로운 소설속에서 웃음과 절망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웃음과 절망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나도 그렇고 싶다.
회피했다가 몰두했다가 하는 사이에 중간 선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 웃음과 절망 사이에 균형 잡기가 힘들다.

그에 다음 책을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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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네 네 형제 오치근 그림책 컬렉션 시리즈
백석 글, 오치근 그림 / 소년한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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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를 배 안에 두고 읽었었다.
그때만 해도 백석이 유명세를 타기 전이라 그의 동시집을 집어 든것은 순전 그의 잘생긴 외모덕분이다. 백석의 시집 전면에 그의 얼굴을 표지로 한 출판사의 판매전략이 아주 그만이다.
잘 생긴 남자가 쓴 동시집이라 해서 하루에 한번씩 읽어줘야지 하면서 그의 시집을 읽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생각.
무슨 동시가 이리 길어?
와..말 씀씀이가 무진장 새롭다. 진짜 대단하네.
동시가 그냥 마냥 환하고 즐겁고 사랑스럽게가 아니네.
그때만 해도 동시라는 것을 교과서에서 배운(기억하는 게 있나?)스타일대로 짧고 쉽고 즐겁고 명랑하고 사랑스럽고 뭐 그런 식에 것들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근데 그의 시는 아무것도 틀에 맞지 않았다.
보통의 동시가 네형제가 힘을 합하여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류여야 하는데 네 형제중 막내만 살아남는다니 강단있는 데..^^

그리고 몇년이 지났다. 낱권으로 그림이 근사하게 그려져서 나왔다.
엄마인 내가 읽은 동시집은 네편이 묶인 그림이 소박한 책이었다.
두 아들이 태어나고 십년이 지나 나온 이 책은 무척이나 세련된 그림책이었다.
우리 둘째 아들이 좋아라 한다
다른 껍질 뒤집어 쓴것도 재미있고 다르게 죽는것도 재미있단다
막내는 껍질을 뒤집어 쓰지 않는 다는 것이 달라서 좋단다.
이렇게 죽었네 저렇게 죽었네 하면서 정리 좌악~해버린다.
오싹바싹 쪼박내고 오지끈 오지끈 부서쳤네.
말들이 재미난단다.
그래서 물었다
뿌구국 우는 개구리가 나오는 개구리네 한솥밥은 어떠니?
싫단다. 도와줘야 하고 도와주는 것도 똑같다고.
엄마인 나는 의성어나 의태어도 많고 도와주는 맘씨같은 교훈같은 거^^ 생각해서 개구리네를 좋아하는데..아들은 아니다

제 모습으로 살지 않아 다른 이들의 너울 속에 들어간 형제들이 죽고 제 모습으로 살아 가는 막내의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슬프다 기쁘다 라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내 모습으로 내 목소리를 내며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내 목소리로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거 나이 들면서 안다.  다른 사람들이 살면서 터득한 깨달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내것인양 우쭐대었던 때 아주 많았고 앞으로도 없다고 자신 못한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그림으로 홀로 선 집게네 형제그림책
아들과 같이 들여다보면서 또 하나 배운다.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막내집게의 모습이 내 아들이 살고 싶은 모습이라는 것을 배운다.
큰 아이에게 치어있는 둘째의 모습이 조금 보인다.
 

시간을 들여 오래동안 우리와 같이 있게 되는 집게네 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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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2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정도서관에서 찾았는데 없어서 못 봤어요.
잘생긴 백석~ 동감이에요.^^

파란 2009-11-28 04:05   좋아요 0 | URL
저는 우연히 빌려서 봤어요. 지금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잘생긴 백석아저씨..거기에서도 오래오래 잘 살았다니 인물이긴 합니다

순오기 2010-01-0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송정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다른 책에 밀려서 또 빠졌어요.ㅜㅜ
 
Banksy Wall and Piece 뱅크시 월 앤 피스 - 거리로 뛰쳐나간 예술가, 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다
뱅크시 지음, 리경 옮김, 이태호 해제, 임진평 기획 / 위즈덤피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낙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이야기들을 하면서 손으로 끄적끄적 거리는 것을 낙서라고 생각한다. 그 낙서들은 아무 의미가 없을까하고 보면 늘 비슷한 것을 그린다. 무심결에 여자의 옆 얼굴에 머리카락 날리는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하트모양을 그리기도 하고 .
깨어진 하트모양을 잘 그렸는데 문득 이게 내가 갖고 있는 무의식속에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라고 날 만드는 게 아닐까?  그 다음부터 의식적으로 잘 여물은  하트를 그렸다. 그렇긴 했지만 선 봐서 결혼했다. 사랑을 알콩달콩 만들거나 데이트를 즐겼던 기억이 없는 걸 봐서 깨진 하트를 너무 많이 그린 탓 한다. 

그래피티. 라고 말한다.
주로 벽과 같은 공공의 건물이나 길거리의 집벽등에 그리는 예술?
외국영화에서 지하철이나 건물 외벽에 알록달록 무언가 덧칠되어진 그림들을 말한다.

'모든 공공미술이 관에서 제공하는 공적자금에 의해 관주도적 체재로 실현된다면 그 작품들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관주도일 경우 공공미술은 사회적/제도적으로 이미 '온건하다'고 검증된 방식과 내용 안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공공미술은 다만 '아름다운' 장식미술에 그치거나, 우리의 실제 삶에서 유리된, 이미 화석화된 '물건'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피티는 그 화석화됨을 반대한다.
바스키아라는 사람이 있었다.
십여년 전에 그의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수 많은 알록이 그림들을 보았다. 와..이쁘네. 난 색의 현란함을 좋아한다. 꽃무늬가 있거나 여러 색들이 무리지어 있는 거 참 좋아한다. 그런면에서 바스키아는 볼만했다. 그래서 그가 일찍 죽었다 했을때 안타까웠다. 그에 관한 영화도 있었던 것 같은데.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되고 이용만 되고 버려진 기분인 듯한 바스키아의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에 뱅크시와 바스키아는 같은 길거리 작가이면서 많이 다르다.
바스키아는 자신을 드러내고 감정을 쏟아내는 작가였다. 그래서 그가 상처받을때 같이 슬퍼지게 만든다. 뱅크시는 세상의 정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환경에 대해서 전쟁에 대해서 평화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그가 좌절한다면 슬프기 보다 씁쓸할 거 같다. 그렇게 만든 이유들에 대해서.

커다란 분홍색 리본을 단 전투용헬기(우리 아들이 웃드라)  방독면을 쓴 모나리자, 폐허속에 있는 아이들, 소변보는 경찰, 장벽에 그려진 그림들

어떤 틀에 잡힌 이미지에 대해서 그가 해석하는 방법이 난 맘에 든다. 약간 틀어보자. 비틀어 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인물이나 모습들이 전혀 다른 뜻을 가질 수 있다는 거다. 평화로운 전원집이 있는데 그 앞에 경찰들이 친 줄이 있다. 사건 현장이다. 평화가 어느새 인적이 전혀 없어 범죄를 저지르기에 좋은 그런 괴괴한 집이 되어버린다. 줄 하나에 의미가 뒤통수를 치는거.
그 뒤통수가 우리가 눈 닫고,귀 막고,소리내지 않은 그런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이 건축한 팔레스타인의 장벽은 몇 미터인지 ..
서울에서 부산가는 거리보다 240킬로미터가 더 멀다.서울에서 일본 내륙에 다다르는 길이란다. 그 길이를 베를린 장벽보다 3배 높게 쌓았단다.
팔레스타인을 거대한 감옥으로 만드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무섭다고 쓰고 보니 우리가 뭐 다른게 있나. 우리도 삼팔선이 철책이 있는데.있어온지 벌써 몇년이냐. 늘 있던거라 실감이 안나나.
아니면 철책은 그 너머가 보이는 거라 느낌이 다른가.
그 장벽은 시멘트로 꽉 메워진 어떤 거대한 벽같다. 도저히 통할거 같지 않은 무겁게 느껴지는 벽이다.
그곳에 뱅크시는 여러 그림을 그렸다. 뚫어져 있는 풍경 유리창너머처럼 그리기도 하고. 그런 그림을 그릴때 팔레스타인 할아버지가 그랬단다.

'우리는 이 담 벽을 싫어한다. 그래서 이것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돌아가라 집으로.'

그럴수도 있겠다. 장벽이 갖는 무게를 무시하면서 넘어가려고 하는 이와 그것을 아픔으로 절절하게 느끼는 사람간에 차이가 있겠다.
뱅크시에게는 하나의 시도이면서 다른이에게 깨워주기 위한 실천이라면 그 할아버지에게는 삶이라는 것이 다르겠다.

그가 틀어보는 것을 유머로 받아들이면 세상이 무슨 걱정이겠는가
천안문 사태에 탱크가 진격할때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그 사람이 여기에서는 '골프세일'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허..하면서 쓸쓸해진다.
탱크를 몰고 있었을 군인이나 그 앞에 서 있게 된 그 사람이 느꼈을 감정들이 골프세일'과 같이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바뀔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싶다.

짧은 글과 수 많은 뱅크시의 그림들이 채워져 있다. 약간의 글이 그림들을 잘 전달해준다. 뭔가 답답할때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어갈 여유를 주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는 이에게 문제를 던져줄 수도 있다.

내가 제일 맘에 드는 페이지들
대영박물관이며 미술관에 그가 만든 액자를 걸고 있는 사진들.
참 좋다. 햐..나도 해보까. 하는 충동 느낀다.
맘에 든다.
아픔이나 고민보다 유머가 빠르다.

-거리로 뛰쳐나간 예술가, 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다.  

부제가 이렇다. 말을 건네는 방법이 맘에 든다. 그가 자기의 방법을 좋아하는 거 같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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