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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2001.10.25
비오는 토요일 오후
아기랑 아빠는 집에.
바람맞으러 비 맞으러
흥분한 마음 맞으러
*사랑방 문고가 없어졌다*
2001.10.27
이런 책을 쓰고 싶다.
군더더기 없는
솔직하면서 매력적인
밑바닥에 깔린 따뜻한 기운
그래도 그는 자신의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사랑과 시간을 가졌다.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에 이렇게 쓰여있다.
그리고 밑줄 그어진 단 한 곳
- 견딜 수 없는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좋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나약한 이들을 너무 원망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작가가 나중에 아빠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을때 쓴 기록이다.
앞뒤표지에는 내가 큰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오랫만에 서점나들이 가서 썼나보다.
알콜중독자로 집안을 전혀 돌보지 않은 아빠이야기를 썼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빠의 '큰놈' 으로 아빠가 죽기까지의 일들을 쓰고 있다. 의사인 아빠가 죽었을때 신문에 이리 실렸단다.
"자선가 하나가 우리 곁을 떴다".....나는 아빠가 의사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선가였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나는 사전을 찾아보았다. 그 말의 뜻은 '모든 사람을 도울 줄 아는 이' 였다. 그렇다면 아빠에게 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일까?
약점들이 하나둘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걸 어떤 식으로 말할수 있는지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는지 어떻게 영향받고 변화하는지가 더 중요한게 아닐까. 왜 내게? 라는 건 그리 중요한게 아닌거 같다.
힘겨운 짐을 이겨낼만 하니까 내게 오는 고통이 아니라 선택하는 상황들에서 얼마나 성실하느냐에 따른 거 같다. 더 쉬운 결정을 하거나 좋지 않은 결정을 해서 지금의 고통이 오는게 아닐까 싶다. 지금의 모습들은 선택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몰라서, 당연하다싶어서, 도망가고 싶어서, 옳다고 생각해서 이런 저런 결정을 했을것이다 누구나.
과거에 그 순간을 성실하게 충분히 고민했던 사람은 현재도 그렇게 살아가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거 같다.
성실하지 않고 회피하는 방법으로 살았던 나는 지금도 비슷하다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감정들이, 순간들이 쌓여 이젠 뭔지 모를 적당한 '무엇'들이 나른하게 만든다. 게으르다라고 하는 건 적당하지 않고 몽롱하고 멍해져 있다. 가끔 영화에서 중앙에 주인공은 가만 앉았는데 빠르게 돌아가는 주변 풍경들에 빠져들어 정신을 잃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상황 처럼 느낀다
그래도 해야 할일의 최후의 선을 지켜야 할거 같고 순간 기분이 업되면 말달리자 하면서 갔다가 지쳐서 확 쓰러지고 내가 컨트롤할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푸르니에의 아빠가 살면서 했던 선택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당장은 모른다. 그가 하는 농담이나 삶을 어렵지 않게 보려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 블랙유머라고 불리는 느낌의 우스개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가 쓴 거 같은 분위기의 책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한번 웃을 수 있게 받아들였다.
십년전에 그의 책을 그렇게 느꼈었다. 2008년에 '아빠 어디 가?'의 책을 다시 만났다. 검색중에 보았다.
-처음으로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의 이야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특별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이는 아마도 그의 책들 중 가장 절망적으로 익살맞은 책일것이다. 다른 방식으로, 후회하는 태도나 거만함 없이 장애의 문제를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루이 푸르니에는 이 새로운 소설속에서 웃음과 절망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웃음과 절망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나도 그렇고 싶다.
회피했다가 몰두했다가 하는 사이에 중간 선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 웃음과 절망 사이에 균형 잡기가 힘들다.
그에 다음 책을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