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sy Wall and Piece 뱅크시 월 앤 피스 - 거리로 뛰쳐나간 예술가, 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다
뱅크시 지음, 리경 옮김, 이태호 해제, 임진평 기획 / 위즈덤피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낙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이야기들을 하면서 손으로 끄적끄적 거리는 것을 낙서라고 생각한다. 그 낙서들은 아무 의미가 없을까하고 보면 늘 비슷한 것을 그린다. 무심결에 여자의 옆 얼굴에 머리카락 날리는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하트모양을 그리기도 하고 .
깨어진 하트모양을 잘 그렸는데 문득 이게 내가 갖고 있는 무의식속에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라고 날 만드는 게 아닐까?  그 다음부터 의식적으로 잘 여물은  하트를 그렸다. 그렇긴 했지만 선 봐서 결혼했다. 사랑을 알콩달콩 만들거나 데이트를 즐겼던 기억이 없는 걸 봐서 깨진 하트를 너무 많이 그린 탓 한다. 

그래피티. 라고 말한다.
주로 벽과 같은 공공의 건물이나 길거리의 집벽등에 그리는 예술?
외국영화에서 지하철이나 건물 외벽에 알록달록 무언가 덧칠되어진 그림들을 말한다.

'모든 공공미술이 관에서 제공하는 공적자금에 의해 관주도적 체재로 실현된다면 그 작품들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관주도일 경우 공공미술은 사회적/제도적으로 이미 '온건하다'고 검증된 방식과 내용 안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공공미술은 다만 '아름다운' 장식미술에 그치거나, 우리의 실제 삶에서 유리된, 이미 화석화된 '물건'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피티는 그 화석화됨을 반대한다.
바스키아라는 사람이 있었다.
십여년 전에 그의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수 많은 알록이 그림들을 보았다. 와..이쁘네. 난 색의 현란함을 좋아한다. 꽃무늬가 있거나 여러 색들이 무리지어 있는 거 참 좋아한다. 그런면에서 바스키아는 볼만했다. 그래서 그가 일찍 죽었다 했을때 안타까웠다. 그에 관한 영화도 있었던 것 같은데.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되고 이용만 되고 버려진 기분인 듯한 바스키아의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에 뱅크시와 바스키아는 같은 길거리 작가이면서 많이 다르다.
바스키아는 자신을 드러내고 감정을 쏟아내는 작가였다. 그래서 그가 상처받을때 같이 슬퍼지게 만든다. 뱅크시는 세상의 정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환경에 대해서 전쟁에 대해서 평화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그가 좌절한다면 슬프기 보다 씁쓸할 거 같다. 그렇게 만든 이유들에 대해서.

커다란 분홍색 리본을 단 전투용헬기(우리 아들이 웃드라)  방독면을 쓴 모나리자, 폐허속에 있는 아이들, 소변보는 경찰, 장벽에 그려진 그림들

어떤 틀에 잡힌 이미지에 대해서 그가 해석하는 방법이 난 맘에 든다. 약간 틀어보자. 비틀어 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인물이나 모습들이 전혀 다른 뜻을 가질 수 있다는 거다. 평화로운 전원집이 있는데 그 앞에 경찰들이 친 줄이 있다. 사건 현장이다. 평화가 어느새 인적이 전혀 없어 범죄를 저지르기에 좋은 그런 괴괴한 집이 되어버린다. 줄 하나에 의미가 뒤통수를 치는거.
그 뒤통수가 우리가 눈 닫고,귀 막고,소리내지 않은 그런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이 건축한 팔레스타인의 장벽은 몇 미터인지 ..
서울에서 부산가는 거리보다 240킬로미터가 더 멀다.서울에서 일본 내륙에 다다르는 길이란다. 그 길이를 베를린 장벽보다 3배 높게 쌓았단다.
팔레스타인을 거대한 감옥으로 만드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무섭다고 쓰고 보니 우리가 뭐 다른게 있나. 우리도 삼팔선이 철책이 있는데.있어온지 벌써 몇년이냐. 늘 있던거라 실감이 안나나.
아니면 철책은 그 너머가 보이는 거라 느낌이 다른가.
그 장벽은 시멘트로 꽉 메워진 어떤 거대한 벽같다. 도저히 통할거 같지 않은 무겁게 느껴지는 벽이다.
그곳에 뱅크시는 여러 그림을 그렸다. 뚫어져 있는 풍경 유리창너머처럼 그리기도 하고. 그런 그림을 그릴때 팔레스타인 할아버지가 그랬단다.

'우리는 이 담 벽을 싫어한다. 그래서 이것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돌아가라 집으로.'

그럴수도 있겠다. 장벽이 갖는 무게를 무시하면서 넘어가려고 하는 이와 그것을 아픔으로 절절하게 느끼는 사람간에 차이가 있겠다.
뱅크시에게는 하나의 시도이면서 다른이에게 깨워주기 위한 실천이라면 그 할아버지에게는 삶이라는 것이 다르겠다.

그가 틀어보는 것을 유머로 받아들이면 세상이 무슨 걱정이겠는가
천안문 사태에 탱크가 진격할때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그 사람이 여기에서는 '골프세일'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허..하면서 쓸쓸해진다.
탱크를 몰고 있었을 군인이나 그 앞에 서 있게 된 그 사람이 느꼈을 감정들이 골프세일'과 같이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바뀔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싶다.

짧은 글과 수 많은 뱅크시의 그림들이 채워져 있다. 약간의 글이 그림들을 잘 전달해준다. 뭔가 답답할때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어갈 여유를 주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는 이에게 문제를 던져줄 수도 있다.

내가 제일 맘에 드는 페이지들
대영박물관이며 미술관에 그가 만든 액자를 걸고 있는 사진들.
참 좋다. 햐..나도 해보까. 하는 충동 느낀다.
맘에 든다.
아픔이나 고민보다 유머가 빠르다.

-거리로 뛰쳐나간 예술가, 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다.  

부제가 이렇다. 말을 건네는 방법이 맘에 든다. 그가 자기의 방법을 좋아하는 거 같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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