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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파기의 즐거움 - 손가락 하나로 만나는 해방감
롤랜드 플리켓 지음, 박선령 옮김, 존 하이햄 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우선 제목이 맘에 든다.
코를 판다는 것에 대해 드러내고 말한다는 거.
그런 내용의 책을 만들고 출판하고 거기다가
수입하는 출판사와 번역하는 사람들과 도서관에
비치하는 사람들. 손에서 손으로 넘어오는 그 과정에
만났던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황당하기만 했을까?
살다가 이런 책도 있을까 하면서 웃었을까
것도 아니면 아무생각없이 돈이 될까 하고 생각했을까?
암튼 도서관이 아니면 이런 책을 어디서 보고 읽었으랴
아니지. 나같은 인간이 알라딘에서 발견했음..? 들여다보기가 없었으면 샀을지도 모른다.
차례를 들여다보면
1.코파기의 간략한 역사
2.코 파기의 실제
3.재미로 보는 코 파기
1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코파기를 금지했던 왕이나 정치가들과 서민들 사이의 알력다툼을 말하는데 재미 하나도 없다.
2장은 이 책의 엑기스이자 우리가 진짜로 코파기에 대해 갖는 온갖 추첩스런 상상을 그리고 있다. 그림? 별로 못그렸다. 그래도 그 그림이 주는 카타르시스..쪼금 있다.
- 코 파기란 정확히 무엇인가? 코 파기란 간단히 말해 콧구멍에서 코딱지를 꺼낸 후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작은 공 모양으로 뭉쳐서 문지르거나 튕기거나 먹는 기술이다.
그림은 튕기기까지만 나왔다. 먹는 기술? 나는 수없이 집에서 보고 있다. 거기 보면서 우리 둘째아들넘이 따악 보이면서 규진이같은 넘들이 많군 했다.
푹푹거리는 웃음 나오면서도 얼굴 표정은 찌르러진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이상스럽게 그 코딱지의 '맛'이 충분히 상상이 되는거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은 상상할수 없을만큼 나는 둔하다. 그런데 혀 끝에서 먼가 짭쪼름한 맛의 기억이 슬그머니 기억이 나는거다. 그렇다면...머언 옛날 나도 그 코딱지를 먹었던 말인가?
- 다른 사람의 코를 파줄 수도 있나?
자기 코를 마음대로 파는 것은 괜찮다.
자기 친구를 마음대로 고르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친구의 코를 마음대로 파서는 절대 안된다.
라고 쓰여졌다. 진짜다. 귀에 분비물이 쌓인 덩어리들은 귀지라해서 어떤 이들은 드러내놓고 '귀 파고 싶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리고 그다지 더럽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코에 쌓인 분비물에는 그리 호들갑을 떠는지 .. 조용 생각해보면 코에 쌓인 분비물에는 습기가 동반할지도 모르는 위험부담때문일까? 아무래도 건조한 귀지보다 습기가 있는 코분비물이 훨씬 찌껍하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누군가가 내 코딱지를 파준다거나 내가 다른 사람 코딱지를 파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아니야..손에 가느다란 도구만 있으면 가득 쌓여있는 다른 이의 코딱지 파는 것을 어느정도 즐길지도 모른다. 적당한 도구와 장소만 있다면..그리고 코분비물이 품고 있는 습기가 아주 낮다면!
아기가 정말 사랑스러운 이유는 아기코딱지는 더럽다는 생각이 별로 안들기 때문일까? 어지간해서는 아기 코에 있는 딱지를 별 생각없이 어떻게 하면 저걸 파낼까 궁리한다. 그러면서 내가 시원해지는 그 상쾌함 아주 좋다. 그 상쾌함을 주는 유일한 다른 생명체이기 때문에 아기들이 사랑스러울지도 모른다. 진짜루우
그 밖에 코를 파는 갖가지 방법과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닭발찌르기, 옆 돌리기, 십자기 찌르기, 맴맴하강법, 코르시카식 찌르기 등등
별자리로 본 코파는 선수들의 특징과 이름들이 3장에 나왔다.
이 책은 화장실에서 힘줄때 보기에 적당하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동시에 이루어질수 있는 아주 은밀하면서 정말 중요한 일을 그리 간단히 처리할수 있는 최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걸 읽고 코딱지를 판다면 그 인간은 아주 정직한 인간이다. 안 판다면 고상한척 하지 맙시다다.
꼬리에 따라오는 말들...
낚여서 이 책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없으시길
그래도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세상이 이런
쓸데없다 생각되는 일에도 쏟을만큼 에너지가 많은 인간들이 가득하다는 것이 정말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