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 -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들
패트릭 헌트 지음, 김형근 옮김 / 오늘의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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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에서 인류로의 진화 과정을 결정적으로 증명해낼 미싱링크(missing link) 화석(化石)- 생물 진화과정에서 멸실되어 있는 생물종으로 잃어버린 고리 또는 멸실환이라고도 하는데 진화계열의 중간에 해당하는 종류가 존재했다고 추정되는 데도 화석으로 발견되지 않은 것(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 이 아프리카 오지 동굴에서 발견된다면? 전설로만 존재해온 아틀란티스 대륙이 전지구적(全地球的)인 지각 변동으로 어느날 갑자기 대서양 수면 위로 솟아오른다면?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탐험대가 그토록 찾아 헤맸지만 헛수고였던, 아마존 밀림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진 황금향(黃金鄕) 엘도라도(El Dorado)가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로 인한 아마존 밀림 황폐화로 결국 그 모습을 드러낸다면? SF소설에서나 볼 법한 “외계인 고대 문명 기원설”의 결정적인 유물이 중동 사막 선사 유적지에서 발굴된다면? 만일 이런 유적과 유물들이 발견된다면 인류의 역사는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허무맹랑하기만 발견들이 아니라 실제로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 정도로 놀랍고 위대한 고고학(考古學)적 발굴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고고학 교수이자 미국 지리학협회의 한니발 유적 조사단을 이끌고 있다는 패트릭 헌트(Patrick Hunt)의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원제 Ten Discoveries That Reworte History/오늘의책/2011년 3월)>은 이처럼 역사를 새로 쓰게 할 정도로 위대한 고고학적 발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고고학자들에게 역사를 ‘다시 쓰게 한’ 고고학적 발견이나 사건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투탕카멘의 묘, 마추픽추 등 여러 발굴들을 꼽을 텐데 모두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 사이에 이루어진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도 훌륭한 고고학적 발견들이며 이 책은 이와 같이 18세기 이후 서서히 발전해온 고고학에서 의도적이거나 우연히 발견한 것 가운데 10가지를 살펴볼 것이며 각각의 발견들이 이루어진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정치 및 철학적 경향을 간략하게 설명하며 현재와의 연관성을 살펴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작가는 책이 우리 역사에서 아는 것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는 말에 대해 제대로 된 고고학자들은 반대하는 데 이는 땅에서 발굴되는 인공적인 유물들이 문서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며 고고학적 문헌들이 불충분하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고고학이라고 단언한다.  

본문에 들어서면 앞서 언급한 역사를 바꿔 쓰게한 10가지 고고학적인 발견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먼저 작가는 1799년 영국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나일강 하구에 있는 오래된 항구 서쪽 기슭에 위치한 생줄리엥 요새를 방어할 진지를 구축하던 프랑스 공병장교 피에르 부샤르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이집트를 통치하던 기원전 196년 경 만들어진 걸로 추측되는 이 로제타 스톤은 14행만 남아있는 상형문자와 전체 32행의 민중문자, 54행의 그리스어 세가지 문자로 기록되어 있어 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석하는 데 결정적인 유물이 된다. 책에서는 로제타 스톤의 재질과 기록 언어, 고고학적 가치 등 일반적인 내용 외에도 그당시 로제타 스톤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졌던 주도권 쟁탈전, 그리고 로제타 스톤 문자 해독을 둘러싸고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토마스 영과 프랑스의 젊은 학자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의 흥미진진한 경쟁을 소개하고 있다. 결국 로제타 스톤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로 남았을 고대 이집트 역사를 세상 밖으로 드러낸 일대 쾌거였던 셈이다. 이외에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대서사시에 등장하는 신화로만 알려져 있던 트로이가 실재하였다는 것을 밝혀낸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유적 발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열쇠가 되었던 오스텐 헨리 레이어드의 “아시리아 도서관” 과 “바빌론의 공중 정원”, 파라오의 저주로 더 유명해진 하워드 카터의 “투탕가멘의 무덤”, 발견될 때까지 수풀에 갇힌 채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고 공중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여 우주적 차원의 문명 작품으로까지 불리는 곳이라는, 하이럼 빙엄-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모델이라고도 한다 - 이 발견한 잉카 최후의 유적 “마추픽추”, 우리에게는 소설과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로 잘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 유적, 베두인 두 양치기 소년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기독교의 근간을 흔들 수 도 있는 위험한 발견이자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도 등장했던 “사해문서”, 기원전 1500년경 크레타섬의 모든 도시들을 동시에 파괴했던 대규모 화산 폭발을 일으켰던 티라섬의 유물을 발굴했던 고고학자 스피리돈 마리나토스, 인류의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어준 올두바이 협곡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발굴, 그리고 극심한 가뭄으로 우물을 파던 중국 농부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진시황릉 발굴 이야기를 차례로 들려준다.  

내용만 보면 역사 에세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들 - “제3장 아시리아 도서관 -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열쇠”만큼은 생소한 이야기였다 - 인데 기존 책들이 흥미 위주의 가벼운 읽을 거리였다면 이 책은 발굴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발굴을 이뤄낸 고고학자들의 에피소드, 고고학 교수로서의 작가 본인의 전문적인 견해를 곁들여 설명해 지적 흥미로움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페이지 곳곳에 삽입된 발굴 유적지와 유물들 삽화들은 시각적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이 책을 먼저 읽은 많은 독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오탈자들과 매끄럽지 못한 번역들은 책에 몰입하다가도 흐름을 툭툭 끊어버려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디 재판이 된다면 이 부분만큼은 바로 잡아주길 바래본다.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특히 고고학자를 영화 <인디애나 존스>나 <툼레이더>에 나오는 보물 사냥꾼 - 물론 로제타스톤을 둘러싼 암투나 트로이 발굴,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 등은 그 저의가 순수하지만은 않다고 하니 괜한 오해는 아니겠지만 - 정도로만 알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그러한 오해를 해소하고 고고학 특유의 매력까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역사 교양서로 꽤나 유익한 책이라 평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역사적 비밀을 간직한 채 아직도 깊은 땅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많은 유적과 유물들에게 관심을 가져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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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 - 역사 속 인물의 또 다른 얼굴
기류 미사오 지음, 박은희 옮김 / 삼양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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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 역사학과 진학을 목표로 삼았을 정도 - 결국 재수(再修) 끝에 진로를 경제학과로 바꿨지만 - 로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관련 서적들을 즐겨 읽게 된다. 그렇다 해도 비전공자이다 보니 묵직한 정통 역사 해설서보다는 역사적 위인과 에피소드 위주의 가볍게 읽을 만한 책들에 더 이끌리게 되는데, 특히 역사 이면에 감춰진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소개하는 책들은 여느 허구의 추리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어 자주 찾아 읽게 된다. 이번에 읽은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기류 미사오 저/삼양미디어/2011년 3월)>도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역사적 사건들의 속살을 파헤치는 읽을거리로써 내 입맛에 딱 맞을 그런 책이라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신화와 전설, 또는 실제 사건에서 미스터리로 남아 끊임없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역사의 진짜 얼굴을 보려면 바로 관점을 바꾸어야 하며 역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역사관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엄살(?)을 부린다. 목차를 훑어보니 역사관 자체가 바뀔 정도로 엄청난 진실이나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이라고는 없는, 이런 종류의 역사 에세이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내용들인데 작가의 허풍이 너무 센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절로 헛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이야기들이니 다시금 읽는다고 해서 지루하진 않겠다 싶어 별 거부감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4장으로 구분하여 총 23편의 역사 미스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1장 끊이지 않는 의혹>에서는 먼저 <몬테크리스토 백작>,<삼총사>, <철가면>의 저자 알렉산드로 뒤마 피스 - 이 작가와 이름이 같은 작가가 또 한 명 있는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춘희(春姬)>의 작가가 바로 그이다. 어렸을 때는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삼총사>의 저자가 아버지, <춘희>의 저자는 아들이라고 한다 - 의 작품으로 유명해진, 루이 14세 쌍둥이 형제로 잘 알려진 <철가면>의 정체와 종종 그림엽서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성 “노이슈반스타인 성”의 성주이자 미치광이 왕으로 널리 알려진 루트비히 2세의 죽음에 얽힌 진실, 아직도 각종 음모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히틀러 죽음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한다. <2장 논쟁을 남긴 잔혹한 역사>에서는 폭군(暴君)의 대명사 로마 “네로 황제”와 유대인 학살의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 미국 최악의 식인 연쇄살인범으로 일컬어지는 “제프리 다머”를 소개하며, <3장 여인천하, 사랑과 매혹의 역사>에서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인들이라 할 수 있는 클레오 파트라, 마고 왕비, 마릴린 먼로, 장칭(江淸) - 마오쩌뚱(毛澤東)의 3번째 부인이자 악명 높은 문화혁명 4인방 중 한 사람-, 다키텐을 소개한다. <4장 불가사의한 역사 속 괴짜들>에서는 불로불사의 존재로 유명했던 “생제르맹 백작”, 일본 애니메이션 “슈발리에”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남장 기사 “데온”,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실종사건을 소개하고, <5장 농락한 위조·도난의 역사>에서는 역사상 최대의 출판 사기사건인 ‘히틀러의 일기’ 위조 사건과 여러 팩션 미스터리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던 ‘가짜 세익스피어의 희곡소동’, 기상천외한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전말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마지막장 <6장 보물을 둘러싼 꿈과 욕망의 역사>에서는 <인디애나 존스>와 같은 모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보물들, 즉 십계명(十誡命)이 담겨있다는 성궤(聖櫃) - 성궤가 이디오피아의 한 기독교 종파가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다는 결론은 아무래도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암호>를 그대로 차용해온 듯 하다 -와 역시 공포영화 단골 소재인 투탕카멘의 저주, 트로이, 타이타닉, 잉카의 보물과 함께 마지막으로 수많은 전설을 낳았던 해적왕 키드의 보물섬에 대해 소개한다. 
 

그러나 내가 이런 류의 책들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한편 한편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고 페이지 곳곳에 컬러 사진과 삽화들을 수록해서 시각적 즐거움을 준 점들은 참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번쯤은 어디서든 읽어 봤던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큰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평범한 읽을 거리였다. 물론 평범하게 느낀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흥일테고 이렇게 역사 속에 숨겨진 미스터리들 - 요샌 TV나 케이블 채널에서도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 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딱 제격일 그런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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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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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Georg Friedrich Bernhard Riemann, 1826~1866).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독일의 수학자로 해석학, 미분기하학에 혁신적인 업적을 남겼으며, 그가 남긴 기하학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술에 사용되었을 정도로 후대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위키백과 사전 발췌). 특히 그가 처음 형식화했다는 “리만의 가설(Riemann hypothesis)” - 어떤 복소함수가 0이 되는 값들의 분포에 대한 가설. 즉 1과 그 수 자신으로만 나누어 떨어지는 소수(素數:2·3·5·7·11 등)들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학설(네이버 백과사전)은 1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1세기 이상 미해결인 상태로 남아 있으며,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이자 199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역시 천재 수학자로 잘 알려진 존 내쉬(John Forbes Nash Jr.)조차 리만 가설을 풀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고 할 정도이니 수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미해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리만”이라는 수학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전부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여느 천재 수학자들과 그리 다를 것 없는 그의 삶에 뭔가 비밀이 숨어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을 만났다. 바로 노르웨이 작가 아틀레 네스의 <리만의 비밀스러운 삶(원제 Roten Av Minus En / 비채 / 2011년 4월)>이 그 책이다. 혹 리만도 천재성 때문에 외계인으로 종종 오해(?)받는 아인슈타인처럼 뭔가 신비주의(神秘主義)나 음모론(陰謀論)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쳐 들었다.

책 첫 페이지부터 아버지가 실종된 지 벌써 나흘째라는 딸과 경찰의 대화로 시작된다. 단서라고는 아버지 컴퓨터에 담겨있는 문서파일 뿐. 엄마에게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사적인 내용이 담긴 파일이 소개되면서 이 소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올해 마흔 세 살의 아내와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중년남성인 “나”는 노르웨이 지방대에서 수학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이다. 나는 천재 수학자이자 어린 시절 자신을 사로잡았던 “소수”에 대한 가설(-> 리만 가설)의 주창자인 “리만”의 일생을 평전으로 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3개월 동안 고작 한 페이지 밖에 쓰지 못할 정도로 난항을 거듭하자 글 쓰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창작입문강좌인 “전문작가를 위한 세미나 - 살아 숨 쉬며 긴장감이 도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입문강좌”에 수강 등록 한다. 그 강좌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독일어 강사인 비슷한 연배의 중년 여성 “잉빌드”를 만나게 되고, 나는 기본적인 수에 대한 이해력이 탁월하며 내 습작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제시하는 그녀에게 매력을 느낀다. 경제적으로 큰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아내와 사랑스런 아들과 딸을 가진 인생의 황금기라고 여겨온 삶이 이때부터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어느덧 성장해서 자신을 멀리하는 두 아이, 이제는 시들어버린 아내와의 애정으로 자신만의 공간에서 평전을 집필해가던 “나”에게 잉빌드는 어쩌면 밋밋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결국 리만의 평전 작업이 진행되면서 나는 잉빌드와 더욱 많은 의견을 나누며 가까워지고 결국 불륜 관계를 맺게 된다. 이때부터 “나”는 자신의 작업노트(일기)에 집필하고 있는 리만 평전의 내용과 함께 자신의 비밀스러운 일탈(逸脫)을 병행해서 적어 내려간다. 잉빌드와의 위험한 사랑이 깊어지면서 부부사이에는 다툼이 잦아지고 반항적이 되가는 아들로 인해 마음이 더욱 흔들려 버리는 나는 리만에 대한 자료 조사를 위해 독일로 잉빌드와 밀월여행을 떠나게 된다. 더 머물고 오겠다는 잉빌드를 남겨놓고 온 나는 평전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데 그러던 중 나는 흔적조차 하나 남기지 않고 갑자기(!) 사라져 버리며 일기는 끝을 맺는다. 아내는 일기 속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는 남편의 불륜이 그저 ‘문학적 허구의 묘사’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고 불륜 대상이었던 잉빌드 조차 독일 여행은 혼자만의 여행이었을 뿐 일기장의 모든 불륜 사실은 거짓이라고 부인한다. 그렇다면 과연 리만 평전을 집필했던 수학교수 “나”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단란한 가정과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위치를 하루 아침에 버려두고 사라져버린 이유는 진정으로 무엇일까? 책은 어떤 해답도 내놓지 않은 채, 말 그대로 결론을 “비밀”로 묻어둔 채 끝을 맺는다. 

책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19세기 천재 수학자 리만의 삶과 그의 평전을 집필하는 현재의 수학자 “나”의 이야기를 두 축으로 교차로 진행된다. 따라서 제목에서의 “비밀”은 책 중 작가인 “나”가 리만에 대해 알려진 여러 정보들의 편린(片鱗)을 재구성해서 들려주는 리만의 삶과 그의 수학적 업적으로 볼 수 도 있고, 리만의 평전을 집필해가면서 우연찮게 만난 여인으로 의해 평온했던 일상이 하나씩 무너져 내리는 과정과 결국 의문스러운 실종을 “비밀”로 볼 수 있는 중의적(重義的)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에게는 그저 수학자로서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을 - 나도 리만에 대해서는 그가 수학자였다는 것과 그의 가설로 설명했던 소수(素數) 개념이 오늘날 신용카드 등의 전자거래 보안에 응용되고 있다는 정도의 기초적인 상식 수준만 알고 있었다 - 리만의 삶을 책 속 “나”의 필치에 따라 하나씩 구성해 보는 지적 재미와 함께 자신의 불륜 사실을 가감 없이 상세히 기록해 놓은 일기장을 엿보면서 평범한 중년의 삶이 어떻게 흔들리고 번민하는지 , 즉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는 재미 두 가지 모두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먼저 책에 등장하는 수와 연관된 각종 지식들과 리만이 연구했다는 각종 수학적 이론. 동시대를 살았던 수학자들 이야기는 지적 즐거움을 느꼈던 독자들도 있겠지만 수학 비전공자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어서 읽는데 꽤나 애를 먹기도 했다. 그리고 일기 속에 소개되는 리만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리만의 삶을 온전히 구성해내기가 어려운 점이 있는데 책의 말미에 책 속 작가가 집필하고 있었다는 평전을 따로 구성해서 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나”의 갑작스런 실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도 난감한 부분이었다. 연인과 함께 사라졌다면 그렇고 그런 치정(癡情) 사건이었겠지만 일기에도 어떤 단서 하나 남겨 놓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나”의 실종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리만의 가설에 대한 작가의 역설적인 해석, 즉 리만 가설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나”의 실종처럼 결코 해결되지 않을 그런 이론으로 남을 것이라는 작가의 일종의 예언(?)이 아니었을까 내 멋대로 추측해본다.  

책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재미있는 책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의 속살까지 올곧이 이해해내지 못하고 그저 피상적인 줄거리 위주로만 읽어낼 수 밖에 없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래도 19세기와 21세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묘한 공명(共鳴)을 일으키는 두 명의 삶을 엿보는 지적 즐거움 만큼은 강한 느낌으로 남을 그런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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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 활동 종료 페이퍼

1. 신간평가단 활동하면서 좋았던 책 Best3
 

6,7기에는 인문분야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했다가 8기에는 소신껏 "소설"분야로 지원했다가 떨어지고는 이제 신간평가단하고는 인연이 없나 보다 하고 한동안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지난 1월부터 결원 보충(?) 요원으로 재발탁되서 중간에 합류하게 되었네요^^ 그래서 소설부문 총 12권에서 제가 만난 책은  

  

 

이렇게 8권이었습니다. 그중 좋았던 책 3권을 꼽아보자면 

1)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오수완/뿔)  http://blog.aladin.co.kr/754445166/4379567 

신간평가단이 되기 전에 먼저 읽었던 책인데 신간평가단이 되면서 책이 두 권이 되어 버렸네요^^ 덕분에 동생에게 선물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책사냥꾼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였던 참 재미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이 책 서평이 "알라딘 마이 리뷰"에 당선되어 적립금까지 받았던 저에게는 행운 2배의 책이었습니다^^ 

2) 보이지 않는(폴오스터/열린책들)  http://blog.aladin.co.kr/754445166/4655289 

폴 오스터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이 책 덕분에 폴 오스터를 처음 만나게 되었네요.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은 서사 구조, 대화부분과 서술을 구별하기 힘든 형식, 친누나와의 사랑 장면 등 제 취향과는 잘 맞지 않는 작품이긴 하지만 읽고 나서도 가시지 않는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3) 한밤의 궁전(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살림)http://blog.aladin.co.kr/754445166/4731323 

역시 이름만 익히 알고 있던 사폰을 신간평가단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네요. 제가 좋아하는 판타지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와 성장소설의 감동까지 같이 맛볼 수 있었던 참 재미있었던 책이었습니다. 

2. 향후 신간 평가단에 건의하고 싶은 이야기

 8기에 이어 9기에서도 소설 분야  신간평가단으로 선정되는 행운을 얻어 앞으로 6개월도 행복한 책 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처음 8기를 시작했을 때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는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어서 기존의 임의 선정, 배송이 더 좋았다고 생각도 했었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지금 방식이 더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되어 만족합니다. 다만 책 배송이 종종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배송일자를 좀 더 앞당겨서 책 읽을 시간적 여유를 좀 더 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네요^^ 이런 바램을 벌써 알아채셨는지 9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책이 일찍 도착했네요. 앞으로도 더욱 활기찬 신간 평가단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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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의 오늘의 수학
이광연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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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학을 손에서 놓은 지가 벌써 십 수 년 - 경제학을 전공했는지라 그래도 대학 때까지 수학 공부를 했었다 - 이라 학창 시절 한참 외웠던 인수분해며 근의 공식, 삼각함수, 미적분, 로그함수 등은 까맣게 잊었지만 그래도 수학 특유의 명쾌한 풀이와 분명한 답만큼은 지금도 꽤나 즐거웠던 공부로 기억된다. 그래서였는지 작년과 올해 수학 관련 책들을 여러 권 만날 수 있었다. 주로 일상생활과 연관이 있는 수학 관련 상식과 수학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 SF 소설 등 읽기 쉬운 책들 위주 - 쉬운 교양서들이었지만 올곧이 이해가 다 되지는 않았다 - 였지만 그래도 읽는 재미가 참 쏠쏠해서 이참에 더 나이 들기 전에 수학 공부를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펼쳐든 고등학교 대표 수학 교재라 할 수 있는 “정석(定石)”을 집어 들었지만, 분명히 책에 묻어 있는 얼룩덜룩 손때가 내 것임에 분명한, 수십 번을 봤었던 그런 책임에도 이 책을 과연 공부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게 느껴져 이내 덮어버리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종결자”라는 호칭으로 불리울 정도로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이광연 교수의 <이광연의 오늘의 수학(동아시아/2011년 3월)>을 선뜻 선택한 이유도 수학에 대한 관심만큼은 포기할 수 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연재했던 네이버 캐스트 ‘오늘의 과학’ 수학 산책 코너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았고 댓글이 많았던 28편의 글을 모은 것이다. 제일 먼저 작가는 <01. 공룡은 얼마나 빨리 뛰었을까>편에서 SF 영화 단골 손님인 공룡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는 화석(化石)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공룡은 과연 얼마나 빨리 뛰었을까? 작가는 공룡 연구가로 유명했던 알렉산더 박사가 1976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 ‘공룡의 속도 측정’을 소개하면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가장 흉폭한 공룡이었던 티렉스의 속도는 시속 18km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보통 100m를 18초에 달리는 사람이라면 시속 20km로 달릴 수 있으니 열심히 달린다면 살아날 수 있다고 무슨 유용한(?) 생활의 지혜인 것 마냥 너스레를 떤다. 2번째 글 <02. 택시가 기하학을?> 편에서는 택시의 이동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은 기하학이 숨어 있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기하학- 유클리드 기하학-과는 사뭇 다르며, 이처럼 수학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 즉 수학을 공부함으로써 고정된 틀에 갇혀있는 생각의 틀을 깨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08. 소수야 놀자>편에서는 대부분의 매미가 산란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삶의 주기가 보통 5년, 7년, 13년, 17년, 모두 소수(素數) -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 - 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소수를 생의 주기로 삼으면 천적을 피하기 쉽고, 동종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삶의 주기를 조정한다는 학설을 들려주며 소수에 대한 기본 개념과 프랑스 수학자 메르센(Marin Mersenne, 1588~1648)이 발견한 “메르센 수((Mersenne number)” - 2의 거듭제곱에서 1이 모자라는 수. 1, 3, 7, 15, 31 등이 대표적 수이다 - 에 대해 설명하고, <11.구두장이의 칼>편에서는 구두를 만들 때 특별한 모양의 칼을 사용하게 되는데, 수학에도 이 구두장이 칼과 같은 모양의 도형, 즉 서로 접하는 반원의 호로 둘러싸인 부분이 이루는 도형이 있으며 그리스어로 ‘구두장이의 칼’이라는 뜻의 단어인 ‘아벨로스(Arbelos)’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도미노 게임으로 수학적 귀납법의 원리를 설명하기도 하고(->19. 도미노 이론과 수학적 귀납법), 종이를 접을 때 생기는 흔적을 코드로 해석해서 수학의 원리를 설명하기도 하며(->22. 종이접기와 코드), 종종 점심이나 간식 내기로 자주 활용하는 “사다리 타기”로 함수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등(->26. 사다리 타기와 함수) 주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들과 관련한 재미있는 수학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각 편마다 실려 있는 각종 수학 공식과 풀이, 용어들은 수학 공부를 손에 놓은 지 오래인 나로서는 “정석(定石)”을 다시 펼쳐드는 것과 진배없을 정도로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글자 한자 한자, 숫자 하나하나 꼼꼼히 읽기 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면서 흥미로운 이야기 중심으로 읽었더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번 실패는 했지만 수학 공부는 언제든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우선 이 책과 같은 수학 관련 상식들을 부지런히 읽어 수학에 대한 낯섦을 먼저 없앤 후에 시도해봐야겠다.  검색해보니 이 책에서 소개된 글 말고도 네이버 캐스트에 작가의 다른 글들도 많고  고사성어를 통해 수학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다른 책도 있으니 그 글부터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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