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들기엔 종이가 아까운 소설.이런 류의 스릴러 중 <마지막 패리시 부인> 이 있는데-읽고 나서 다시는 이런 책에 낚이지 말자 했던- 이 책에 비하면 꽤나 괜찮은 스릴러이다.초등 고학년이 읽어도 될 정도의 문장에 비현실적이고 유치한 인물과 전혀 긴장되지 않는 상황들. 어처구니 없는 대화들... 읽으면서 왜 이걸 읽고 있나 싶었는데 맘먹고 읽으면 몇 시간 안에 읽고 치워버릴 수 있겠다 싶어 읽었다. 과대홍보에 낚이고 허탈한 심정으로 글을 남긴다.
한국소설을 잘 안 읽는 내가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에 이어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도 읽었다.전자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작품은 각박한 이 세상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몇 번의 실패와 상처 그리고 외로움을 겪으면서 결국에 나 자신을 결정짓는 건 타인이 아니라 내가 결정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는 상수와 경애.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 누구나 부스러진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게 아닐까...경애의 마음이란 우리 모두의 마음이란 생각이 든다. 단정하고 깔끔한 최은영의 소설집을 읽고 나서 일까?장편 소설이라 그런 점도 있겠지만 때때로 숨쉬기 힘들 정도의 긴 문장과 어딘가 정돈 되지 않은 듯한 세련되지 못한 느낌...? 작가가 너무 할 말이 많았던거 같다. 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온 마음을 다해 써서 그런거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재미있었으니!
관계와 유대에 대한 이야기가 7개의 단편을 관통한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누는 슬프지만 그 안의 따뜻한 사랑이 나에게도 전달되어 책을 덮은 후에도 가슴이 먹먹했다.‘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는 작가의 말과 작품이 참으로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과 여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집이다.
처음 만나는 신형철 평론가의 책이다. <느낌의 공동체>,<몰락의 에티카>라는 책이 유명하던데 못 읽어봤다.모든 글이 다 좋았던건 아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전체적인 느낌은 ‘글을 참으로 겸손하고 진지하게 쓰는구나...‘였다. 타인의 슬픔을 이해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우리가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안 한다면 과연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이기적인 인간이 실패할걸 알면서도 또다시 시도하는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작가의 외침에 가슴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시를 워낙에 안 읽고 몰라서 시를 다룬 장은 책장이 잘 안 넘어 갔다. 그의 사유가 쉽게 와닿질 않아 그냥 눈으로만 읽고 넘어간 글들도 몇 개 있다. 여기저기 실었던 칼럼 같은 글들을 엮은 책이라 그런지 소품들 모아둔 것처럼 어딘가 가벼운 느낌도 들어서 아쉬웠다. 분명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나에겐 지루했다. 마지막 추천 도서 중 몇 개는 꼭 읽어보고 싶다. 신형철이라는 진지한 평론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책을 읽고 뭔가 거창한 깨달음을 얻지 않아도 한 권의 책을 읽은 나는 분명 읽기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졌다. 책 속에서 인생의 길을 찾았다느니 책 한 권이 삶을 바꿨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읽는 그 자체를 즐기고 사랑한다. 오르한 파묵의 말처럼 소설은 두 번째 삶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