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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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의 명성과 문학적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린애 같은 명예욕' 때문에,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향한 이해할 수 없는 욕망때문에 평생을 '영원한 채무자'로 문학빼고는 모든 것이 실패였던 발자크. 그러나 이런 인생의 실패가 없었다면 나오진 못했을 그의 문학세계를 생각하면 '운명은 그에게서 보다 더 큰 것을 원했'다는 츠바이크의 말이 맞는 듯 하다.

 

발자크의 후각은 언제나 옳았다. 그러나 이 후각은 언제나 예술가로서의 그에게만 호의적이었고,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려고만 하면 언제나 그를 잘못 인도하였다. 발자크가 자신의 환상을 작업으로 바꾸면 그 환상은 그에게 수십만금과 그밖에도 불멸의 작품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그가 환상을 돈으로 바꾸려고만 하면 빚만 쌓이고, 그 결과 수십 배, 수백 배의 노동이 대가로 돌아왔다.

(p.482)

 

'기묘한 귀족 숭배병'을 앓았던 발자크. '귀족 증서 한 장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기 영혼이라도 팔았을' 이런 속물적이고 어리석은 그가 싫어지기는 커녕 더욱 애정이 가고 그의 모든 작품을 읽고 싶은건 어떤 마음일까?

츠바이크가 이런 나의 마음에 분명하게 답을  준다.

 

"그는 적대감을 갖기에는 너무나 위대하였다."(p.197)

 

츠바이크는 발자크가 진지한 예술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발자크 생애의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예리하면서도 때로는 우스꽝스럽지만 발자크의 팬으로서 따뜻하게 그려낸다.

한 번만 읽기에는 너무나 잘 쓴 평전이고 이 작품이 츠바이크의 유고라는 점 또한 나에겐 큰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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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8-02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중고로 어렵게
구했으나 아예 펴보지도 않고
있네요 ㅠㅠ

오늘 조금만 읽고 자볼까합니다.

coolcat329 2020-08-02 23:06   좋아요 0 | URL
저도 올해 중고로 구한 책이에요. 저는 소설보다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레삭님도 좋아하셨으면 좋겠네요.☺
 
나귀 가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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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거대한 프로젝트 <인간극> 중 '철학연구'의 첫번 째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으로 발자크를 작가로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욕망'이다.

인간은 한정된 시간을 살다 가기에 수명은 점점 줄어들지만 욕망은 그와 반대로 멈출줄 모르고 끊임없이 늘어만 간다.

이런 삶의 딜레마를 앞에 두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이 소설은 던진다.

 

1830년 7월 혁명 후,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부르주아 계급이 신흥세력으로 급부상함으로써 경제력, 돈이 중요했던 시대에 욕망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발자크는 특유의 장황한 묘사로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진실-욕망과 삶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파멸하지 않기 위해 욕망을 억제해야 하는가,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나의 욕망에 최대한 충실해야 하는가라는 뻔한 선택보다는 그 사이에서 질척대다 쓰러지고 다시 일어났다가 또 쓰러지는 인간의 숙명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발자크는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 그 가운데서 방황하고 몰락하는 인물들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발자크가 그렇게 살았듯이 말이다.

 

5,6년 전에 읽었던 <고리오 영감>은 참 재밌었는데, 이 작품은 그 보다 초기작이라 그런지 낭만주의적인 요소가 많이 느껴졌고 그로 인해 묘사가 다소 과장되고 장황해서 살짝 지겹기도 했다. 그러나 발자크 인간극의 재미인 '인물 재등장 수법'으로 <고리오 영감>에서 남부 촌놈이었던 라스티냐크를 다시 만나 반가웠고, 고리오 영감의 나쁜 딸들도 여전히 잘 살고 있으며, 역시 <고리오 영감>에서 의대생이었던 비앙숑이 의사가 되어 나오는 등 곳곳에 깨알같은 재미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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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7-11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고생 좀 했습니다. ^^;;

coolcat329 2020-07-12 12:02   좋아요 0 | URL
네~저도 1부 읽을 때 책장이 안 넘어가서 힘들었습니다.ㅠㅠ 다행히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2부부터는 그래도 좀 낫더라구요.ㅎ

페크pek0501 2020-07-18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리오 영감을 오래전 사 놨는데 아직도 못 읽었어요. ㅋ 읽어야겠어요.
 
소송 을유세계문학전집 1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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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에서 그레고르가 갑자기 벌레로 변했듯이, 이 작품에서 요제프 K는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체포‘를 당한다. 벌레로의 변신이 하루 아침의 체포로 바뀌었을 뿐, 그 알 수 없는 세상이 한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과 무관심은 똑같다.

알려고 할수록 알 수 없고, 벗어나려고 할수록 점점 더 죄여오는 낯선 세상에서 개인은 출구를 찾기위해 몸부림 치지만, 그 자신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됨으로써 그 어디에도 답이 안보이는 참으로 끔찍한 상황.

무슨 죄를 지었는지 끝까지 알 수 없고 무력한 한 개인의 절망적인 몸부림과 ‘개같은 결말‘, 그리고 죽음 후 남은 ‘치욕‘ 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독자는 답답하고 이상하며 무섭기도 하다.

쿤데라가 카프카의 소설은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고 했는데, 이 작품에 걸맞는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읽고난 후 흑백을 제외한 그 어떤 색도 떠올릴 수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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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18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오디오로 듣고 참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변신만큼요.

coolcat329 2020-07-18 20:5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읽다보면 답답하고 계속 한 곳을 빙빙~ 도는 느낌이랄까요...😅
 
변신·단식 광대 -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창비세계문학 78
프란츠 카프카 지음, 편영수 외 옮김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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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작품은 워낙 많이 번역되어 있지만 이 책이 눈에 띄는 건 2명이 번역을 했다는 점이다. 카프카 전문가 편영수 & 괴테 전문가 임홍배.
카프카의 단편을 엄선, 22편 담고 있는데,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은 카프카는 여전히 신선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답답하고 출구없는 무서운 진실 앞에서 새 책이 중고책방에서 꽤 묵은 책처럼 ‘변신‘해버렸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또 다른 이유는 해설이 120페이지. 책에 실린 작품 하나하나를 다 설명해 준다. 그러나 크게 해소되지는 않는 건 카프카의 작품은 해석과 분석보다는 답이 없는 그 ‘출구없는‘ 상황을 느끼는데에 핵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유명한 변신 외에 내가 좋아하는 단편은 다음과 같다.

-유형지에서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단식 광대
-법 앞에서

근데 창비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이유가 특유의 거칠고 낡은 듯한 표지때문이었는데, 73번 도리스 레싱의 <금색 공책>부터 평범하고 매끄러운 표지로 게다가 촌스럽기까지해서 정말 실망이 크다. 다시 예전의 빈티지로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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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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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자연을 정복할 대상으로만 보는 인간 이성의 자만심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 인간의 자연을 향한 폭력과 욕심이 무한한 ‘야성‘의 힘을 품고 있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하찮은지 늑대개 벅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마 세상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더 끔찍한 모습으로 다가오리라는 것을 지금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인간은 알아야한다.

자연은 그 장엄하고 아름다운 겉모습 안에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야성을 숨기고 있다. 인간 또한 이성의 힘으로는 감지가 안되는 그런 야성의 본능을 가지고 있을터. 그 본능이란 자연을 사랑하되 그 앞에서 겸손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 그토록 자랑하는 잘난 이성의 반대편에 있는 우리 인간이 가진 야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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