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길로 향한 숲의 울타리가 열리더니, 이상한 여자 한사람이 집 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무척 마르고 매우 키가 컸으며, 붉은 체크 무늬의 스코틀랜드 숄로 몸을 너무 단단히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나들이용의 작은, 흰양산을 든 기다란 손이 허리께에서 나타나 보이지 않았으면 팔이 없는 여자라고 생각되었을 겁니다. 걸음을 옮길적마다 들썩거리는, 둥글게 만 회색 머리단으로 둘린 미라 같은 그녀의 얼굴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컬 페이퍼를 하고있는 훈제청어를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그 여자의 이름은 미스 하리에트였습니다. 여름을 지내기위해 한촌寒村을 찾아다니다가 6주일 전에 베누빌르에서 발걸음이 멎었는데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상 그녀는 교리에 열광하는 그런 광신자들의 한 사람이었고, 영국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완고한 청교도 중의 한 사람이었으며 또한 늙고 착했으나 견디기 힘든 노처녀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여자들은 유럽의 모든 여인숙 주인의 식탁을 자주 방문하고, 이탈리아를 망치고, 스위스를 독살하고, 지중해의 매력적인 도시들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듭니다. 또한 그들의 이상한 괴벽, 화석처럼 굳어진 처녀의 품행, 그들의 표현할 수 없는 몸단장 그리고 밤에 상자 속에 그들을 미끄러뜨린다고 생각할 만한 어민 고무 냄새 등을어디에나 가지고 다니지요.

내가 여인숙에서 그런 여자 중의 한 사람을 알아보았을 때,
나는 밭에서 허수아비를 본 새들처럼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이 여자는 조금도 내게 혐오감을 주지 않을 만큼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나는 넓고 부드러운 경치가 너무 좋아서 이 고요한 지방에묶여 이제는 떠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무명의 농가에,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언젠가는 우리자신의 육체로 비옥하게 될 좋고 건강하고 아름답고 푸른 대지 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만, 어쩌면 약간의 호기심이 또한 나를 르카쉐르 할멈 집에 붙잡이 두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약간 이상한 이 미스 하리에트와 사귀고 싶었고,
또 방황하는 늙은 영국 여자의 고독한 영혼 속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주 이상하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나는 막 습작 하나를 끝마쳤는데, 그것은 내게 썩 괜찮아 보였고 또 사실 그렇기도 했습니다. 15년 후에 1만 프랑에 팔렸으니까요. 

넋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또 감동을한 것 같기도 한 그녀가 중얼거렸습니다.
"오! 선생님, 당신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방법으로 자연을이해하시는군요."

맹세코 나는 여왕에게서 듣는 찬사보다도 더 감동이 되어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매혹당하고, 정복당하고, 패배했습니다. 명예를 걸고 말씀드립니다만, 나는 그녀를 껴안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음날은 그녀가 나를 알아보자 얼른 와서 손을 내밀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곧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종교적 열광 속으로 껑충 뛰어 들어가는 일종의 스프링이 달린 영혼을 지닌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50세가 되도록 처녀인 채로 있는 모든 여자들처럼 균형을 잃고있었습니다.

시큼해진 순진 속에 젖어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속에 아주 젊고 불타는 그 무엇을 지니고있었습니다. 그녀는 너무 오래된 술처럼 발효된 열렬한 사랑으로, 인간들에게는 조금도 주어 본 적이 없는 관능적인 사랑으로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이미 그것을 느껴 보았기 때문에 그 떨림을 알아보았습니다. 내 생각은 전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 여자가 열다.
섯 살이든 쉰 살이든, 서민층의 여자든 사교계의 여자든, 여자의 사랑의 떨림은 곧장 내 마음으로 오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이해하는 데 주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의 가엾은 온 존재는 흔들리고 떨리고 질려 버렸습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기적 앞에서 놀라고,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비탄에 잠겨 있는 나를 남겨 두고,한마디 말도 없이 가 버렸습니다.

그녀 곁에는 나 혼자뿐이라서 내가 관례의 격식을 수행해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주머니 속에서 마지막 순간에 쓴 편지가 한 장 발견되었는데, 그 유서는 그녀가 마지막 나날을 보냈던 이 마을에 매장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어떤 무서운 생각이 내 가슴에 죄어들었습니다. 그녀가 이곳에 남아 있기를원하는 것은 나 때문이 아닐까?

얼마나 불행한 사람들이 많습니까! 나는 가혹한 자연의 영원한 부당함이 이 인간이라는 피조물을 짓누르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불우한 자들을 지탱케 해주는 것, 한번은 사랑받는다는 희망도 어쩌면 가져본 적이 없이 그녀로서는 끝이 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그녀는 그렇게숨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을 피했겠습니까? 왜 그녀가 모든사물들과, 인간이 아닌 모든 생물들을 그렇게 정열적인 애정으로 사랑했겠습니까?

그리고 나는 그녀가 신을 믿고 있었다는 것과 자기의 비참함의 보상을 다른 곳에서 바랐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목가
기차는 방금 제노아를 출발하여 마르세이유로 향해 가고있다.

이 해안에서는 장미들이 자기 집에 있는 것이다! 장미는 강하면서도 산뜻한 향기로 이 지방을 가득 채우고 있고, 공기를맛있는 것으로, 포도주보다 더 풍미 있고 그리고 포도주처럼취하게 하는 그 무엇으로 만들고 있다.

기차는 이 정원 속에, 이 부드러움 속에 지체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천천히 가고 있었다. 기차는 끊임없이 작은 역들에서, 몇 채의 하얀 집 앞에서 멈추었다가는 오랫동안 기적을 울린 후에 다시 침착한 태도로 떠나곤 하였다. 

기차에 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졸고 있는 것 같았고, 이 따뜻한 봄의 아침에 위치를 바꾸어 볼 결심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기차의 맨 마지막 칸에는 뚱뚱한 한 여자와 젊은 남자가 말없이, 그리고 이따금 서로 쳐다보면서 마주앉아 있었다. 여자는 스물다섯 살쯤 되어 보였다. 검은 눈과 커다란 가슴, 그리고 통통한 뺨을 가진 그녀는 피에몽 지방의 건장한 시골 여자였다. 그녀는 나무 걸상 밑으로 몇 개의 꾸러미를 밀어 넣고,
무릎 위에는 바구니 하나를 올려놓았다.

"당신은 내게 크나큰 도움을 주셨어요. 정말 고마워요."
그러자 그가 고마워하는 어조로 대답했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저예요, 부인, 이틀 동안이나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노끈
고데르빌 주위의 모든 길에는, 농부와 그들의 아내들이 장이 서는 큰 마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장날이었기 때문이다.

브레오테의 오슈코르드 영감은 방금 고데르빌에 도착하였다. 그는 땅에서 작은 노끈 조각을 보자, 광장 쪽으로 갔다. 진짜 노르망디 사람으로 검소한 오슈코르느 영감은 소용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주워모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고데르빌 주민들과 지금 장에 있는 모든 일반인들에게 알립니다. 오늘 아침 아홉 시와 열 시 사이에, 뵈즈빌르 거리에서 5백 프랑의 돈과 서류들이 들어 있는 까만 가죽 가방이 분실되었습니다. 즉시 면사무소나 만느빌르의 포르튀네 울브레크 씨 댁으로 가져다주시기 바랍니다. 20프랑의 사례금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그것을 느꼈고, 걱정했으며, 소용없는 노력으로 지쳐버렸다.
그는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지금은 익살꾼들이 재미 삼아 그에게 ‘노끈‘ 이야기를 하게했다.
 그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싸움을 한 병사에게 그의 전투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과도 같았다. 밑바닥까지 철저히 상처를 입은 그의 정신은 쇠약해져 갔다.


12월 말경에 그는 자리에 누웠다.
그는 1월 초순에 죽었다. 임종의 고통 속에서 헛소리를 하면서도,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자기의 무죄함을 증언하였다.
"짧은 노끈이오…… 짧은 노끈....… 자, 여기 있어요. 면장님."

후회
망트에서 사발 할아버지‘ 라고 불리는 사발 씨가 방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가 내리고 있다. 쓸쓸한 가을날이었다.

인생에는 침울한 날들이 있는 것이다. 지금 그를 위한 인생은 우울한 날들밖에는 없다.
그는 예순두 살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독신의, 늙은 총각이다. 이렇게 혼자서, 헌신적인 사랑도 없이 죽어 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더 이상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평화스럽게살았다. 어머니 역시 돌아가셨다. 얼마나 슬픈가, 인생이란!
그는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머지않아 그가 죽을차례다. 

그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끝이리라. 지상에는 폴사발 씨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다른 사람들은 살아갈 것이고, 서로 사랑할 것이고, 웃을것이다. 

그렇다, 사람들은 즐길 것이고,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이 영원한 확실성 아래에서 웃고, 즐기고,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만일 죽음이 그저 있을 법한 일이라면, 아직은 희망을 가질 수도 있으련만, 그러나 아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낮이 기울고 난 후 밤이 오듯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그의 인생이 가득 채워져 있었더라면! 만일 그가 무언가 했었더라면, 즉 모험, 커다란 쾌락, 성공, 온갖 종류의 만족들을 맛보았더라면, 그러나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그리고 잠자리에 든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것이 없다. 그렇게 그는예순두 살의 나이에 이른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렇다,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는가? 그는 결혼할 수도 있었다. 얼마큼의 재산이 있었으니까. 기회가 없었던 것일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기회를 만들어 주었지 않은가! 그가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무관심은 그의 큰 병이었고 결점이었으며 악습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으로 해서 그들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가. 어떠한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일어나고, 움직이고, 거동하고, 말하고, 문제들을 연구하는 것은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의 인생은 실패했다. 완전히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사랑했었다. 만사가 그렇듯이, 그는 남몰래, 괴롭게 그리고 안일하게 사랑을 했었다. 그는 옛 친구인 상드르 부인을 사랑했었는데, 그녀는 그의 오랜 동료인 상드르의 부인이었다. 아!

"좋소, 난 당신을 보았던 그날부터 당신을 사랑했었소. 그걸 알고 있었소?"
그녀는 옛날의 그 억양과 같은 말투로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바보! 난 첫날부터 그걸 알고 있었는 걸요!"
사발은 떨기 시작했다. 

쥘르 삼촌
흰 수염이 난 가엾은 노인이 우리에게 동냥을 하였다. 내친구 조세프 다브랑쉬는 그에게 5프랑을 주었다. 내가 깜짝놀라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불쌍한 사람을 보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자네에게 들려 주지. 그 기억은 줄곧 나를 따라다니고 있어.
이런 것일세."

"어때! 저 안에 만약 쥘르가 있다면, 얼마나 뜻밖의 일이겠는가!"
아버지의 동생인 쥘르 삼촌은 한때는 공포의 근원이었다가당시는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었지. 

나는 소년 시절부터 그에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었다네. 그래서 대뜸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았지. 그만큼 그에 대한 생각이 내게 친숙해졌거든.
나는 그가 미국으로 출발하던 날까지의, 그의 생의 그 기간을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그의 생활의 세세한 것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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