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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 The Cla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제 entre murs는 벽들 사이에라는 뜻이다. 파리 시내(중심가는 아니겠지만) 중학교 학생들의 수업시간을 보여주는 영화.
학생들이 말하자면 개판인 상황에 답답해 미칠 지경인 선생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할말 다하고 할 짓 다하는 덩치 큰 프랑스 중학생들. 이건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대화부재라는 말로는 전혀 설명이 안되는 상황이다. 벽들이란 표현을 썼으니 감독은 요즘 아이들의 기상천외성을 드러내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클래스는 그야말로 혼돈이다. 혼돈과 불필요한 말들의 연속과 아이들의 황당한 행동에 교사는 할 말을 잃기도 하고, 잠깐의 실언에 학생들로부터 집단 내몰림(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둘러싸고 그를 규탄한다)을 견뎌야한다. 그런데 영화라서 그럴까. 감정대립이 되었던 학생들도 스트레스팍팍받던 교사도 어느 순간 다시 일상의 공부와 업무를 받아들이고 최종 결과물로서 자신의 자화상이 수록된 기말 문집을 완성한다. 한명한명의 내면과 심리를 보여주어야한다는 면은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었다. 수업시간은 학생들이 뱉어내는 말들속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을 쓰는 교사의 노력이 부각되어질 뿐 학생 개개인의 고민과 선생들의 힘에 부친 실정을 문제시하는 것이 근본적 목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는 선생도 그렇고 학생들도 그렇고 대단히 쿨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남다은이란 한겨레신문 영화평론 담당은 마지막에 퇴학당한 아이를 구제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그렇게 결론을 낸다는 것은 프랑스 영화가 아니다. 뻔한 결론이라면 누구든 낼 수 있다. 그런 경우 영화 제목도 바뀌어야 한다. 감독의 의도를 읽지 못한 소치다. 이 학교가 퇴학당한 아이들의 피신처같은 학교지만 이 학교의 선생님들은 상당히 건전한 정신의 소유자들이었다. 우리네 교실의 선생님들도 이 정도는 될 것이라고 믿어본다.
창녀가 읽기엔 좀 부담스런 책이라는 플라톤의 국가를 읽은 여학생. 두눈 똑바로 뜨고 선생을 애먹인 자신에게 선생이 홧김에 던진 말을 뼈아프게 곱씹던 그 여학생, 프랑스적 자유의 상징이었다. 적어도 혼돈을 무차별적으로 봉쇄하지 않는 프랑스의 자유정신이 그려진 영화다. 혼돈속의 질서... 학교는, 수업시간은 또 그렇게 굴러가고 방학이 끝나면 무지랭이 같아보이는 아이들(그러나 게중에도 자기만의 뚝심을 갖고 사는 얘들도 있다)이 또 학교안을 시끄럽게 채울 것이다. 교사든 학생이든 개인 생활은 보여주지 않았다. 철저하게 학교안에서 일어나는 모습만을 담았다. 있는 그대로의 클래스, 그래서 더 솔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