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교사 시인 김용택 선생의 에세이집이다. 오래전에 아이들의 글을 실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곳 아이들은 감성좋은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행복하겠다 싶었다. 시인이 그새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몇년간 적어놓은 단상들과 과거 에세이집에서 발췌한 글등을 엮어 ’이뿐’ 책 하나를 냈다. 그림을 맡은 김세현선생은 그간 출간되었던 몇몇 책에서 익히 보았던 그림을 다시 멋드러지게 그려주셨다. 이 책이 돋보이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글뿐아니라 그림때문이다. 아니 그림이 어떨땐 주인공이란 느낌마저 든다. 조용히 한장씩 책장을 넘기다 보니 앉은 자리에서 금방 다 읽어버린다. 애틋하고 눈물나는 감동적인 글이라기보다 간단하지만 살짝 엣센스가 묻어나는 글이 많다. 그래서 책의 전체분위기보다는(후반부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던 시절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어져 술술 익히는 힘이 있지만) 경구와 같은 울림을 주는 말을 찾아보는 편이 좋다. "어떤 사람은 남이 말할 때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할 말만 골똘히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생각을 쥐고 있으면서 남의 말을 자세히 듣는다. 앞사람은 협상에 실패하거나 지고 뒷사람은 이기거나 최소한 본전은 챙긴다. 상대를 이길수 있는 방법은 늘 상대발의 말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협상- 아이들이 주워온 밤을 집에서 삶아와서 전교 아이들과 나눠먹는 시골학교의 선생님이야기는 구수한 냄새가 난다. 가을날 손바닥을 내밀어 햇살 한줌을 받는 여유을 부릴 수 있는 삶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멋진 자연속에서 그의 곁을 지켜준 꼬마아이들... ’유리창을 들이받다’에서 그가 2학년과 하루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냐고 했을 때 나는 조금 그의 말이 이해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2학년이었을 때 그 천진하고 이뿌던 아이들의 행동과 모습을 기억하기에. 그리고 그 나이때 아이들의 놀라운 생각의 크기를 경험했기에. 시인은 ’2학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다’고 말했다. 나는 안다 그말의 의미를. 이 세상이 2학년 아이들의 마음만 같았으면 소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