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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을 지키려는 아버지와 마을사람들을 이용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큰 아들, 형과 함께 일을 벌이나 열병에 감염되어 짦은 인생 하직하기전에 마지막 불꽃사랑을 찾으려는 둘째아들, 이렇게 삼부자를 중심으로한 딩씨마을의 매혈기. 오늘보다 조금더 잘 살아보기 위해 시작된 매혈바람은 마을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어버렸다. 관의 지침으로 현단위로 매혈이 강요되고 이웃마을이 피를 팔아 잘 살게 되었다는 풍문에 딩씨 마을에도 매혈의 바람이 불어온다. 인간세상에는 어디에나 남을 직업적으로 등쳐먹는 인간이 한둘이 있게 마련인가. 어리석은 양민을 이용해 부를 갈취하는 종이 있다. 관은 그들보다 선량하다. 아니 그들을 이용해 관(정부)은 유지되고 기름기가 좔좔 흘러넘친다.  

삼부자의 갈등과 함께 딩씨마을 사람들의 이기적이거나 때로는 순박하거나 어리석거나 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딩씨부자들의 모순을 들추어내고 실세가 되려는 마을의 두 사람, 관인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 아내가 병을 얻고 남편이 멀쩡하거나 남편이 병에 걸리고 아내는 살아남는 경우, 병든 몸을 하고 아내에게는 친정에 가서 재가를 하라지만 아버지에게는 아내의 친정행과 재가를 극구 만류해달라고 부탁하는 남편...... 

소설은 시한부 삶을 살게된 젊은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에 많은 부분 할애되어 있다. 학교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한 열병에 걸린 사람들 이야기와 몹쓸 인간이 된 큰 아들의 만행을 보다 못해 목졸라 죽이려는 늙은 아버지의 갈등 못지않게 소설은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애절하게 그린다. 이혼을 하고 결혼확인서를 받아야만 같은 무덤에 묻힐 수 있다는 오로지 그 한 희망이 그들의 사랑을 더 붉게 만든다. 

인간의 욕심과 어리석음과, 병든 사람들 못지 않게 병들어있는 관료체제를 또한 간접적으로 고발함으로써 뒤틀린 삶의 여정을 암묵화로 보여준다. 중국이 개방한 것은 최초로 영화였다. 적어도 나는 영화' 붉은 수수밭'을 보고 중국을 다시보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이십여년 전이다. 이십여년이 지난 후 2010년 여름에 딩씨마을의 꿈이 붉은 수수밭을 대체해간다. 이때 꿈은 희망이나 밤에 자는 꿈이라기보다 그저 딩씨마을에 관한 '덧없는 이야기'정도로 해석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잿빛으로 시작해 뻘건 채혈병으로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마지막에 마을의 폐허를 다시 시커먼 잿빛으로 표현하며 끝내고 있다. 소설은 마치 아름다운 한시를 읽어나가는 느낌도 준다. 때때로 반복되는 구절의 문체는  더욱 독자들의 마음을 아리게 하고 딩씨마을의 비애를 몸소 체험한 느낌이 들게 했다. 작가는 후기에서 그의 앞선 다른 소설과 달리 이 소설이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라고 헀다. 그래서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의 걱정을 기우였다. 소설이 주는 아픔은 오히려 가벼운 감동과는 질이 다른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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