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최루성 이야기,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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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그저 평범한 가족 소설이려니 했다. 앞부분에 연수와 영석이야기가 나왔을때 책장을 덮고 싶었다. 참을성을 가지고 계속 읽어 나가는데 뒤로 갈수록  눈물이 틀어논 수돗물 처럼 나와서 휴지를 많이 낭비했다. 이건 완전히 최루성 드라마였다. 그런데도 읽고 나서 괜히 감정소모를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신기하다. 

전체 구성이 나름대로 빈틈이 없고 이야기 전개도 비약하지 않고 찬찬히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있기 때문인것같다. 물론 치매노인을 시어머니로 모시고 산 여인네의 입장처럼 한에 사무칠 인생이 있을까. 설정이 뻔하다란 얘기도 나올 수 있다. 의사부인이라고 다들 사치하고 사는 건 아니다. 기득권이라고 대개 생각하는 의사도 개업후 사고로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고 대출을 못갚고 크게 벌린 나머지 소위 말아자시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빚에 시달리다 동반 자살했다는 의사부부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어머니는 단독에 살고 있고 머지않아 일산에 마련한 멋진 새 집으로 이사갈 꿈에 부푼 여유있는 살림을 한다. 맨날 도박을 일삼는 친정동생에게 수술비마저 뜯기고도 한심해하지 않아도 될 형편이다. 간병인을 고용해 얼마든지 외출을 할 수 있는 형편이다. 대신 시도 때도 없이 날벼락으로 떨어지는 시모의 치매행동을 묵묵히 참아내고 정신줄 놓은 노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 이 중년여인의 남다른 특징이라면 특징이다(현실에서는 거의 가능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책에는 누구에게나 한없이 양보하고 희생한 엄마가  이렇듯 치매노모와 도벽의 친정동생에게 고통을 겪는  설정이 이 여인의 이른 사망선고를 더없이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가족들역시 그저 한자리에 계속 있어줄 느티나무정도로 생각한 어머니와 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다는 사실을 알고 모두 어쩔줄 몰라한다. 아들은 삼수끝에 꼭 대학에 붙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고 싶다. 누나는 돈도벌고 했지만 난 뭐야라고 외치는 아들의 잠긴 외침이 독자의 마음을 더 갈가리 찢고 있다. 

책 후반의 노희경 작가의 실제 엄마에 대한 회상이 몇마디 실려있는데 특히 자신의 어머니가 이야기속의 어머니와 다른 부분은 말했지만 얼마나 닮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자뭇 궁금증을 자아낸다. 드라마로 보여졌을때도 완전한 최루성 드라마였을텐데 왠지 밉지 않은 이야기다. 밤새 눈물 콧물 쏟아내며 다 읽고보니 아침에 얼굴이 말이 아니다. 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