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싱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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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반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29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청소년 문학이 장르화 되어 부각되고 있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이 이 분위기 조성에 큰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다. 얄개전같은 명랑소설을 읽으며 자란 세대에게는 청소년 문학은 특별히 만화와 소설의 경계가 애매한 유머를 기반으로한 이야기책이었고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날릴 수 있는 청량음료였다. 요즘의 경향은 어떨까.
이것도 제법 옛날 얘기가 되었지만 TV외화시리즈 중에 V라고 하는 것이 한 때 유행했었다. 우주시대의 파괴적 권력으로 상징되는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정의의 대원들 이야기였던 것같다. 청소년에게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스토리는 가장 흥미있는 분야일 것이다. 최신 촬영기법을 총동원한 영화도 좋겠지만 자신만의 무한 상상력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는 소설은 또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낸시 파머의 <더 하우스 오브 스콜피언>같은 책은 클론이 상식화된 미래사회의 어두운 모습이었지만 기억에 남아있을 훌륭한 청소년 문학이었다. 이런 류의 휴매너티와 기계문명에 대한 반성을 불러올 수 있는 좋은 글들이 국내에서도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싱커는 치명적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한 바이오 옥토퍼스라는 제약회사가 의도적인 계획하에 만든 지하세상을 배경으로 숨겨진 권력의 실상을 밝히는 젊은 싱커들의 활약을 그린 이야기다. 싱커라는 말은 싱크로나이즈된 사람을 가리킨다. 책에는 동조자란 말로 번역되어 나오기도 하지만 새로 개발된 게임을 통해 자신의 동물(반려수)에게 자신의 정체를 옮겨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이 젊은 무리는 지금 우리의 용어로는 게이머들이다.
컴퓨터 게임이 생의 6-70프로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싱커라는 아이덴티티는 상당한 동질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이야기속에는 장수화에 성공한 시대에 백세의 부모가 낳은 늦둥이들로 구성된 싱커들이니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놓인 그들이 게임에 빠져 부모의 눈초리가 버거운 현실의 아이들에게 동일시의 대상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주인공 싱커들이 지상의 또다른 세상을 은폐한 지하 권력의 핵심부에 저항의 상징이 되고 그들을 승리로 이끄는 초능력의 대상인 칸의 활약이 펼쳐질 때 청소년 독자들의 자부심은 긍정적으로 이미지화 될 것이다.
이야기의 서술방식은 절도있고 서두르지 않는다. 따라서 특별히 흡입력이 뛰어나지는 않아보인다. 하지만 순진하게 이미 결정되어 있는 악이 아니라 의도적 은폐로서 권력을 유지해온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심지있는 주제를 보여주는 이야기 구도는 청소년의 세계관 형성에 기여하는 바 크다. 아울러 과학적 소재에 대한 꼼꼼한 인용과 서술이 소설의 신뢰감을 키웠고 혹 호기심많은 독자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과학자의 꿈으로 이끌지도 모르겠다. 특히 멍게가 고착한 뒤에는 300개의 뇌세포를 가지고 있는 자신의 뇌를 없앤다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또 작중의 역진화와 하인츠 박사 얘기에는 뤽 뷔르긴이 쓴 <태고의 유전자>에서 읽은 내용이 들어 있어 작가도 아마 이 책의 도움을 얻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