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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제주도가 근자에 와서 새롭게 부상되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올레길(이게 역전앞과 같은 경우란 걸 알지만)이고 다른 하나는 김만덕이다. 전자 올레는 원래 제주도의 방언으로 집근처에 난 작은 길을 가리킨다는데 제주도출신의 전직 시사주간지 편집장출신의 한 여성이 스페인의 산티아고에 다녀오더니 고향 제주에 길트기를 시작해 전국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가까운 외국인 중국과 일본으로 나가던 게 요즘은 제주올레길 걷기라는 테마로 제주도로 쏙쏙 가고 있다. 울아들도 중간고사 마치면 올레길 탐방에 나설 참이다. 

김만덕은 대중에 알려진 게 조금 더 된 거 같다. 이 글을 올리려고 김만덕을 쳐서 책 검색을 하니 아동용 도서로 보이는 김만덕 이야기책이 수두룩하게 나와있었다. 그 중 이 책은 표지가 조악하지 않고 제목도 덜 직접적이다. 그러고보니 저자는 고향을 떠나 출판업계에 종사하다 이제 다시  고향제주에 정착해 소설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다. 제주의 여성 김만덕을 다룬 소설을 쓴 제주출신 작가의 시도가 썩 어울린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들이 읽어도 무방할 만큼 언어가 정선되어있고 내용도 올곧게 꾸며졌다. 김만덕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만덕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호열자로 잃고 난후 퇴기 월출선의 수양딸이 되면서 관기생활을 하다 결국 자신의 거상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기생의 신분을 버리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마침내 건강한 상인정신으로 민심을 얻고 굶주린 제주 백성을 구휼한다는 얘기로 되어 있다. 어쩔수 없이 관기로 지내지만 다른 기생들에 비해 알뜰하게 저축한 돈과 월출선으로부터 받은 유산을 밑천으로 하여 상거래를 시작하고 당시에 육지와 제주를 잇는 중요한 상거래 품목을 결정하는 혜안으로 상도덕을 무시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거상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이 자세히 나온다. 더불어 어머니가 호열자로 쓰러졌을 당시 만난 도형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마음도 곳곳에 배여있다. 아쉽게도 둘째 오라버니와 함께 악천후 배 사고로 이별하게 되지만 상대방을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이 끈끈하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구휼의 과정은 크게 부각되어 있지 않다. 이야기의 말미는 제주의 여성으로서 섬을 벗어나 육지로 가는 최초의 여성이 된다는 변화의 상징적 움직임을 다루는데 토산품을 제작하는 할망의 희망이 만덕 자신으로서나마 실현된 예가 되었다. 소설은 튀는 곳없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려져 있다. 픽션이 가미되었다면 어디까지가 팩트인지 저자후기형식으로 약간의 안내글이 있었다면 좋았겠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초고학년, 중고용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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