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의 아기 밀리언셀러 클럽 57
아이라 레빈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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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악마주의 혹은 오컬트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를 즐겨본 분이라면 진부하게 느껴질 겁니다. 새로울 것 없는 설정과 예측 가능한 전개로 일관하고 있으니까요. 이 분야의 마니아가 아닌 저마저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전혀 새롭지 않고 예측 가능한 전개를 쫓아가는 과정이 매우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뻔한 결말의 할리우드 영화인데 이야기가 너무나 잘 짜여진 나머지 눈을 떼지 못하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 작품을 읽는 내내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이 작품에 대한 불만사항입니다. 페이지가 쉽사리 넘어가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작품 특유의 뒷맛이 없어요. 무슨 말인고 하니, ‘악마의 씨’를 잉태한 로즈메리의 심리 변화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기는 하지만 어쩐지 깊이가 없습니다.
로즈메리는 주어진 상황(위기 혹은 공포)에서 열심히 반응을 하는 인형같은 캐릭터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황에 대한 감정변화만 있을 뿐 전혀 개성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로즈메리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비슷비슷한 반응을 했을 거란 얘기죠. 왜 똑같은 상황에서도 햄릿과 돈키호테가 다른 반응을 보이고, 필립 맬로우와 샘 스페이드가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수사하잖아요. 로즈메리에게는 그런 개성이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주인공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책을 읽은 후 밋밋하고 여운이 남지 않습니다. 하긴 소설을 읽는 제 개인적 취향일지도 모르죠.

** 아마도 로즈메리라는 인물의 공허함을 미아 패로우가 뛰어난 연기로 매우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로만 폴란스키가 연출한 <악마의 씨>(이 제목은 국내 비디오 출시제목으로 알고 있습니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 공교롭게도 아이라 레빈의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를 한 편도 보지 못했습니다. <악마의 씨>는 물론 맷 딜런, 션 영 주연의 <죽음의 키스>, 샤론 스톤이 출연해 화제가 된 <슬리버>, 니콜 키드만이 출연한 <스텝포드 와이프>까지 단 한 작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레빈이 다른 작품에서도 <로즈메리의 아기>만큼의 솜씨 정도만 유지한다면 원작 소설은 물론 영화도 ‘재미’면에서는 어느 정도 믿어도 될 성 싶습니다. 참, 영화 <슬리버>는 졸작으로 소문난 영화죠?^^; 리스트에서 제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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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거미 클럽 동서 미스터리 북스 92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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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거미 클럽>에 실린 단편들의 에피소드는 그리 대단한 발상이나 기발한 트릭들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읽는 재미가 대단합니다. 묘한 일이죠? 이건 순전히 작가의 내공 때문일 겁니다. 이야기란 무엇인지 완벽하게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죠.
 
** <흑거미 클럽>은 작가가 추리소설에 대단한 관심과 애정을 가졌다는 것이 나타납니다. 아울러 전문 추리소설 전문작가가 아니란 것도 드러납니다. 아시모프가 추리소설을 쓴 건  마치 한때 마이클 조던이 농구를 그만두고 마이너리그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하던 비슷한 경우죠. 그런데도 작품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건 아시모프가 대단한 천재라는 얘기겠죠. 마이클 조던이 2할이 조금 넘는 타율과 3홈런을 기록하고 다시 농구 선수로 컴백한 것과 비교하면 아시모프는 정말 괴물이네요. 

** 이 작품은 아시모프의 무시무시한 교양과 해박한 지식이 묻어납니다. 종교, 문학, 과학, 수학, 역사... 어쩜 그리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아는 게 많은지... 이렇게 잡다한 지식들이 드러나는 추리소설 단편집도 드물 겁니다.

** <흑거미 클럽>은 마치 요즘 유행하는 미드를 보는 듯 합니다. 우선 각 에피소드마다 이야기가 완결됩니다.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캐릭터들은 점점 생생해집니다. 한마디로 성장하고 있는 거죠.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농담이나 캐릭터의 심리가 이전 에피소드나 다음 에피소드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미드 <하우스 MD>처럼 말이죠. 그래서 12편의 에피소드가 실린 <흑거미 클럽>을 다 읽고 나면 다음 시즌(<흑거미 클럽2>)이 은근히 기대됩니다. 실제로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지만 아시모프는 <흑거미 클럽2>를 출간했답니다.

**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실린 작품이 고른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대개 단편집은 옥석이 섞여있기 마련입니다. 단편에서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가 아닌 이상은 말이죠. 그런데 이 작품집은 정말이지 큰 편차가 없이 허리 이상의 함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기도 쉽지 않을 텐데..., 아시모프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 작품집 머리에 붙은 작가가 쓴 머리말과 각 단편 말미에 붙은 작가 코멘트를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각 에피소드가 마무리된 후의 여운을 묘하게 붙들어 매는 힘이 있더군요. 마치 성룡 영화의 엔딩 타이틀에 뜨는 NG장면을 보는 것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자존심 강하고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흑거미 클럽 회원들을 <흑거미 클럽2>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혹 그렇게 된다면 표지 디자인 좀... 지하철에서 보는데 가끔 민망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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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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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을 읽으며 떠오른 작품이 있습니다. 기시 류스케의 <푸른 불꽃>입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두고두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기시 류스케가 조금만 더 치열하게 밀어붙였으면, 문학적 야심을 좀더 불살랐다면, <푸른 불꽃>은 대단한 작품이 될 뻔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웃>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아웃>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인물입니다. 도시락공장에서 일하는 주인공 마사코를 포함한 4인방은 무척이나 사랑스럽습니다.(시체를 절단하여 유기하는 언니들에게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좀 이상합니다만...)

저는 일본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등장인물의 이름 때문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름들이 어째 모두 비슷해서 구분하는데 애를 먹곤 하죠. 그런데 <아웃>은 비교적 수월하게 해냈습니다. 주요인물로 여자가 무려 네 명이나 등장하는데 말이에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생동감 넘치는 터라 초반부 이삼십 페이지만 집중했더니 만사 오케이였습니다.
주변인물도 훌륭합니다. 4인방을 위협하는 최후의 적인 사다케마저 연민이 느껴지고, 마사코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유인하는 사채업자인 주몬지마저 사랑스럽습니다.

등장인물이 훌륭하다는 것... 이미 작품의 ‘1/3’ 이상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거죠. 실제로 중반부에 이르면 사건의 진행 못지않게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쫓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제목 ‘아웃’은 등장인물의 상황을 매우 직접적이고 간명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서 매력적이며, 연민이 느껴지고, 사랑스럽다고 표현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평범하고 정상적인 삶에서 ‘아웃’된 사람들이죠. 일상이라는 제도권 밖으로 방출된, 복귀불능 상태가 된 어처구니들입니다.

아쉬운 건 이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힘입니다. 좀더 매몰차고 무자비하게 파고들었으면 삶의 막장으로 방출된 인물들의 절망과 자조가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을 텐데말이에요. 만약 그랬다면 장르 소설 이상의 성취가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뭐 지금 정도도 대단하지만요. 특히 동시대 일본의 얄팍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말이죠.
그래서 단 한 작품밖에 읽지 못했지만 기리노 나쓰오가 대단한 작가라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끝으로 작품 중 다른 작가의 소설에 대한 재미있는 언급이 눈에 뜨여 소개합니다.
작품 속에 책읽기를 즐기는 ‘소가’라는 이름의 야쿠자가 한 명 등장합니다. 주몬지와 함께 한때 폭주족 멤버였다는데, 무라카미 류의 <러브 앤 팝>을 읽다가 주몬지에게 뜬금없이 이런 말을 던집니다.

“읽어봐, 그 녀석은 여자를 정말 좋아해.”
“그런가요. 읽으면 그런 게 보입니까?”
“알지 그럼. 그 녀석은 여고생을 좋아한다니까.”
“나도 읽어 볼까. 여고생 좋아하니까.”
“바보 놈. 그런 좋아한다랑 달라. 같은 지평에 있다고 할까. 입장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할까.”
(하권, p.27~28)

'그 녀석'은 물론 무라카미 류입니다. 어때요, 이 야쿠자? 제법 귀여운 구석이 있죠? 뭐 실제로는 기리노 나쓰오 자신의 육성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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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동서 미스터리 북스 99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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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동서미스테리 북스’에 대한 불만이 많다. 조악한 표지, 수상쩍은 번역, 심심치 않게 보이는 오자, 함량미달의 해설, 어처구니없는 표지 문구, 정식 라ㅇㅅ스 무시...
하지만 이 모든 불만은 이 시리즈만의 몇몇 장점으로 인해 모두 용서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 손에 꼭 맞는 판형, 희소성! 장르소설팬이라면 이런 거부할 수 없는 장점 때문에 이 못난 시리즈한테 정을 때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동서 미스테리 북스’가 아니라면 루 아처 같은 매력있는 탐정을 어떻게 만나겠는가? 나는 ‘니홍고’는 물론이고 ‘잉글리’도 안 될뿐더러 장르 소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열정도 없다. 이런 내가 주말 벼룩시장 가판대처럼 주옥같은 장르 소설들을 주욱 늘어놓고 파는 동서 시리즈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작품을 집어 들고 읽겠느냐 말이다. 싸니까, 그리고 들고 다니기 편하니까 부담 없이 읽는 거다.

반양장본이니,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니 어쩌구 하며 책의 부피와 페이지만 늘어나는 요즘, 시대에 역행이라도 하듯 한국형 페이퍼북인 문고본을 고집하고, 과감히 라ㅇㅅ스도 없이 출간하는 동서 시리즈의 시대착오적인 용기(혹은 무모함)가 놀라울 따름이다.

암튼 난 동서 시리즈가 싫지만은 않다. 정식 라이센스로 출간된 장르소설들의 내실없는 몰골을 생각하면, 오히려 읽기 편하고 저렴한 동서판본이 좋다. 에프티에이 시대에 안 될 말이지만, 이 시리즈가 돌연 절판(혹은 판금)되기 전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작품들을 사놓고 싶은 심정이다.
분명히 이런 ‘무ㅎ가’ 시리즈가 아니면 당분간 출간이 어려울 작품들이 동서 시리즈에는 숨어있다. 강대국 위주로 급변하는 자유무역시대에 ‘니홍고’도 ‘잉글리’도 못하며, 궁핍한 나날을 보내는 나로서는 이들이 지하세계로 숨어들기 전에 재빨리 사둬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게 범죄라면, <화씨 451>이나 영화 <이퀼리브리엄>처럼 숨어서 몰래 몰래 읽어야지.

사설이 길어졌다. 작가 로스 맥도널드, 주인공 루 아처를 만나 느낀 반가움과 즐거움은 별점(★★★★)으로 대신한다. 아래 리뷰어들의 좋은 리뷰도 있고 하니 중언부언할 이유도 없다.
암튼 책읽기는 ‘무ㅎ가’ 시리즈의 다른 작품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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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존 르 카레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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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읽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이하 <추나돌스>)는 장르소설(특히 스파이 소설)에 대한 편견을 부셔버렸습니다. <추나돌스>는 이른 바 ‘순수문학’이라 불리는 그 어떤 작품에 비해 그 품격이 떨어지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탄탄한 문체, 개성이 넘치는 살아있는 캐릭터들, 치밀한 심리묘사, 행간에 흐르는 춥고 서늘한 잿빛 분위기... 한마디로 모든 것이 일급이었습니다. 게다가 장르소설의 매력인 ‘재미’도 전혀 부족함이 없고요. <추나돌스>를 읽은 후 제 느낌은 마치 훌륭한 문학작품과 재미있는 장르소설 두 편을 읽은 기분이었습니다.

<추나돌스>는 스파이 소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어나게 했지만 작가인 존 르카레에 대한 관심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이하 <팅테솔스>)를 읽고 난 후 문득 깨달았습니다. 존 르카레는 뛰어난 작가이며, 제 기호에 꼭 들어맞는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것을 말입니다. 꽤 만만치 않은 분량의 <팅테솔스>를 지루함 없이 읽은 기억이 납니다. 조급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느릿느릿 상황 상황을 즐기며 흐뭇한 마음으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에 대한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팅테솔스>는 저를 르카레의 성실한 독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는 르카레의 데뷔작이자 국내 정식으로 소개된 세 번째 작품입니다. 데뷔작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는 저를 매혹시켰습니다. 르카레를 유명작가로 만든 <추나돌스>나 작가의 재능이 만개하기 시작할 무렵 출간된 <팅테솔스>에 크게 처지지 않는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후 작품에 자주 출몰하는 여러 캐릭터들(조지 스마일리, 피터 길럼, 멘델, 문트, 앤 써콤 등)의 시작점을 살펴볼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솔직히 <추나돌스>나 <팅테솔스>를 읽을 때 돌연 등장하는 인물 사이의 관계들을 파악하느라 조금 애를 먹은 기억이 납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아래 리뷰어님께서 잘 해주셨고 동감합니다.^^  그래서 전 딴 애기 좀 하겠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이야기의 재미와 문체의 품격, 개인적 기호가 두루 맞는 작품을 읽으며 흐뭇해하던 책읽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태클 때문에 짜증스러워졌습니다. 바로 불성실한 번역과 편집입니다. 번역과 편집이라는 게 그러잖아요? 매끄럽게 잘 되어있으면 당연한 겁니다. 잘 눈에 띄지 않으니까요. 근데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눈에 거슬립니다. 그리고 정도가 넘어서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책읽기를 방해하니까요.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의 경우 그 정도를 넘어섰습니다. 작품을 읽는 도중 화가 날 정도의 수준입니다.

책을 읽다가 번역이나 편집 때문에 거슬리면 아쉬움 없이 그냥 책장을 덮습니다. ‘이 책은 나와 인연이 아닌가보다... 세상에 재미있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 꾸역꾸역 끝까지 읽을 이유가 없잖아?’ 이렇게 스스로 위로합니다. 근데 제가 좋아하는 작품의 경우 사정이 다릅니다.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화가 나고, 심지어 책값이 아깝고, 이를 어떻게 보상받아야할지 억울한 심정마저 듭니다.

지뢰처럼 널려있는 매끄럽지 못한 번역투 문장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비문, 오자, 탈자, 띄어쓰기까지 두루두루 책읽기를 방해하더군요. 제가 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비문이나 오탈자가 있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야하나요? 그것도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앞서 출간한 <추나돌스>와 <팅테솔스>의 흠잡을 데 없는 번역과 편집이 새삼 고마워집니다.

책 만드시는 분들, 제발이지 사명감을 가지고 만들어주세요. 책은 드럼세탁기나 스팀청소기가 아니잖아요? 문화상품은 단순히 교환이나 리콜 조치로 해결되는 공산품과 다르잖아요?

그래도 작품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별4’입니다. 작품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생각하면 ‘별5’을 주고 싶고, 번역과 편집에 대한 평가를 함께 감안하면 ‘별2’이 적당할 것 같지만 말입니다!

참, 작품 제목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는 ‘죽은 사람이 건 전화’가 아니라 ‘죽은 사람을 찾는 전화’라는 뜻입니다. 책을 읽기 전 저는 이를 혼동했습니다. 원제 <Call for the Dead>를 직역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뭐 '결국 모닝콜을 부탁한 사람도 죽은 사람 아니냐!'고 따지면 할말 없지만요. 하도 번역과 편집에 대해 불만이 많다보니 우리말 제목조차 마음에 들지 않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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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08-1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