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동서 미스터리 북스 99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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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동서미스테리 북스’에 대한 불만이 많다. 조악한 표지, 수상쩍은 번역, 심심치 않게 보이는 오자, 함량미달의 해설, 어처구니없는 표지 문구, 정식 라ㅇㅅ스 무시...
하지만 이 모든 불만은 이 시리즈만의 몇몇 장점으로 인해 모두 용서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 손에 꼭 맞는 판형, 희소성! 장르소설팬이라면 이런 거부할 수 없는 장점 때문에 이 못난 시리즈한테 정을 때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동서 미스테리 북스’가 아니라면 루 아처 같은 매력있는 탐정을 어떻게 만나겠는가? 나는 ‘니홍고’는 물론이고 ‘잉글리’도 안 될뿐더러 장르 소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열정도 없다. 이런 내가 주말 벼룩시장 가판대처럼 주옥같은 장르 소설들을 주욱 늘어놓고 파는 동서 시리즈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작품을 집어 들고 읽겠느냐 말이다. 싸니까, 그리고 들고 다니기 편하니까 부담 없이 읽는 거다.

반양장본이니,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니 어쩌구 하며 책의 부피와 페이지만 늘어나는 요즘, 시대에 역행이라도 하듯 한국형 페이퍼북인 문고본을 고집하고, 과감히 라ㅇㅅ스도 없이 출간하는 동서 시리즈의 시대착오적인 용기(혹은 무모함)가 놀라울 따름이다.

암튼 난 동서 시리즈가 싫지만은 않다. 정식 라이센스로 출간된 장르소설들의 내실없는 몰골을 생각하면, 오히려 읽기 편하고 저렴한 동서판본이 좋다. 에프티에이 시대에 안 될 말이지만, 이 시리즈가 돌연 절판(혹은 판금)되기 전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작품들을 사놓고 싶은 심정이다.
분명히 이런 ‘무ㅎ가’ 시리즈가 아니면 당분간 출간이 어려울 작품들이 동서 시리즈에는 숨어있다. 강대국 위주로 급변하는 자유무역시대에 ‘니홍고’도 ‘잉글리’도 못하며, 궁핍한 나날을 보내는 나로서는 이들이 지하세계로 숨어들기 전에 재빨리 사둬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게 범죄라면, <화씨 451>이나 영화 <이퀼리브리엄>처럼 숨어서 몰래 몰래 읽어야지.

사설이 길어졌다. 작가 로스 맥도널드, 주인공 루 아처를 만나 느낀 반가움과 즐거움은 별점(★★★★)으로 대신한다. 아래 리뷰어들의 좋은 리뷰도 있고 하니 중언부언할 이유도 없다.
암튼 책읽기는 ‘무ㅎ가’ 시리즈의 다른 작품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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