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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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는 입담이 뛰어난 작가가 아닙니다. 미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성 있는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크리스티는 추리소설 작가답게 매 작품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독자와 만납니다. 아이디어가 크리스티 작품의 생명이죠.

솔직히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아이디어 빼면 평이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물론 종종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다른 작가들에 비해 출중하게 압도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크리스티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다지 큰 고민 없이 술술 작품을 써낸 작가인 듯 합니다. 부담 없이 글쓰기 자체를 즐기는 유형의 작가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만큼 크리스티의 문체는 사뿐사뿐 거리는 맛이 있습니다. 기괴한 살인현장을 다룰 때조차 크리스티 특유의 경쾌함이 느껴집니다.

<부머랭 살인 사건>도 작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여느 작품에 비해 유독 편안한 마음으로 쓴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걸작이나 역작으로 남기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을 겁니다. 그냥 떠오른 아이디어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것을 즐기자! 그것으로 충분해! 뭐 이런 기분으로 쓰지 않았을까요?(추측은 독자의 자유이자 행복한 권리입니다.^^)
 
작품의 원제 ‘그들은 왜 에반스에게 묻지 않았을까?’가 바로 이 작품의 유리알 유희같은 아이디어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한 남자가 남긴 마지막 말이 바로 이 작품의 원래 제목입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실족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죽기 전에 왜 이런 뜬금없는 한마디로 남기고 죽었을까요? 정말 궁금하지 않나요?

궁금증에 못 이겨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새 작품은 끝이 나고 맙니다. 크리스티의 미끼에 완전히 걸려든 셈이죠.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이 누구인가에 그다지 큰 호기심을 느끼지 않는 편입니다. 의외의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편이죠. 이런 저에게 꼭 들어맞는 작품은 아니지만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읽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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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5-1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거서 크리스티,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작가군요.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해 거의 몰라요. 읽은 작품도 없고...ㅋㅋ

술술 편하게 쓴듯한 작품이 오히려 더 인상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부머랭이 뭔가요?? 혹시 부메랑???

lazydevil 2008-05-11 13: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던지면 다시 되돌아오는 그 브이(V)자 모양의 그거랍니다. 미국쪽 출판 제목이 '부메랑 머시기...'이었던가봐요. 왜 부메랑인지는 스포일러성이라....^^

칼리 2008-05-1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거서 크리스티님의 특징을 정확하게 묘사해 주셨네요.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특징을 저역시 옮겨보자면 lazy devil님이 써주신것과 정확히 일치할것 같아요.

lazydevil 2008-05-13 23:18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후유~ 다행이네요.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을 더 읽어보니 이게 아니더라 싶으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o^
 
경찰 혐오자 밀리언셀러 클럽 6
에드 맥베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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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찰 혐오자> 한 작품만으로 87번 관서 시리즈의 참맛을 알기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경찰 혐오자>는 50여편이 넘게 발간된 87번 관서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하지만 에드 맥베인이 밝히고 있든 이 시리즈는 애초에 3부작으로 기획되었고, <경찰 혐오자>는 3부작 중 첫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87번 관서 시리즈의 시작 중에서도 첫 작품이죠. 마치 시즌을 거듭하며 장수한 미드의 첫 번째 시즌의 첫 에피소드인 셈이죠.

이런 역사적 의의를 따져보는 것만으로 <경찰 혐오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등장인물들은 성장하고, 사건과 갈등은 점점 풍성해지겠죠. 하지만 이런 재미를 첫 작품에서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찰 혐오자>는 독립적인 개체라기 보다 전체 시리즈의 ‘파일럿 에피소드’같은 작품이니까요. 물론 이 작품을 쓸 당시 에드 맥베인도 87번 관서 시리즈가 이토록 장수하며 많은 사랑을 받을 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겠지만요.

이런 이유로 <경찰 혐오자>는 기대와 달리 밋밋하고 싱거웠고, 그 유명한 87번 관서 시리즈와 에드 맥베인의 명성에 대한 판단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습니다.

참,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폭염에 대한 묘사가 작품 내내 계속됩니다. 책을 읽는 저마저 아찔한 열기가 느껴지더군요. 아직 서늘한 기운이 있는 이 계절에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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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5-0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하고 lazy devil님하고 통하는데가 있어요!!
저도 이 책 읽었는데, 밋밋하고 싱거웠답니다ㅋㅋㅋ 87관서 시리즈 알게된 건 좋았지만...

lazydevil 2008-05-02 09:15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저도 쥬베이님 서평 읽고 비슷한 생각했답니다~~^^

칼리 2008-05-13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시리즈의 단점은 초창기 작품이 조금 싱거울수도 있다는 점이고 장점은 점점 발전해 가는데 있지요. 또한 시리즈의 묘미가 단점에서 장점으로 옮겨가는 단계를 음미할수 있다는데 있는게 아닌가 하네요.^^

lazydevil 2008-05-13 23:2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래서 저두 87번 관서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경찰 혐오자>만 중복 출판되니 아쉽네요~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완전판) - 0시를 향하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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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를 향하여>에서 크리스티는 이야기 구성과 전개에 대한 실험(사실 실험이라기보다 놀이에 가깝지만)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티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입을 빌어 ‘살인은 시작이 아니라 이야기의 결말’이라고 말합니다. <0시를 향하여>는 이런 진술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핵심인 살인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르기 전부터 차근차근 살인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과 일화를 소개하고 있죠. 언뜻 서로 무관해 보이는 다양한 인물과 일화는 마치 여러 실들을 꼬아 완성하는 스쿠비두 공예처럼 살인을 둘러싼 한편의 드라마를 완성합니다.

<0시를 향하여>는 크리스티의 그 어떤 작품보다 극적입니다. 그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 구성과 전개에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사건 직후 용의자의 입으로 재구성된 알리바이를 통해 용의자들의 과거 행적을 들추어내지 않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각 인물들의 행적을 각각의 시점으로 보여준 터라 애초에 거짓은 있을 수 없죠. 범인의 행적도 마찬가지로 사실 그대로 보여줍니다. 다만 범죄와 관련된 행적만 싹둑 잘라내어 버립니다. 그러니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독자들은 거짓이 없는 사실만 보게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인물들의 행적으로 차근차근 보여주다 보니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인물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쌓여갑니다. 노부인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읽히게 되는 거죠. 독자들은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이들을 지켜보았던 터라 그들의 반응 하나 하나가 혐의점을 찾기 위해 이성적 분석을 하기보다 정서적으로 읽게 됩니다. 결국 범인이 밝혀질 무렵, 그러니까 사건 종료 시점의 분위기는 매우 극적입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과 범인, 그 외 등장인물은 물론 독자까지 말입니다.

흔히 도서추리라고 불리는 장르가 있죠? <0시를 향하여>는 이와 비슷한 지점에 있는 작품인 듯 합니다. 다만 범인의 정체를 숨기고, 범인 밝혀지는 순간을 이야기의 정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다르죠. 그러나 범인의 행보를 쫓아가며 정서적 긴장과 번민을 함께 교감할 수 있는 도서추리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디어 넘치는 크리스티가 도서추리라는 장르를 가지고 변종실험을 해본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확인할 바는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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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4-2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lazy devil님 서평 죽임니다ㅋㅋㅋ
차분차분 설명해 주시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글 참 잘쓰세요~
이 작품도 관심집중입니다. '도서추리'라....궁금하네요

lazydevil 2008-04-21 17:51   좋아요 0 | URL
헐~ 무슨 과찬의 말씀을... 부끄럽습니다. 애거서 여사의 작품은 다른 분들이 워낙 좋은 서평를 많이 하신지라, 전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주절거렸습니다. 암튼 쌩유~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완전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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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26년에 출간된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가 지금까지도 대단한 명성을 누리고 있는 이유는 범인의 정체를 둘러싼 트릭 때문입니다. 크리스티의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추리소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인데, 말 그대로 ‘트릭(trick,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사기행각의 대상이 살인사건과 관련된 범죄뿐만 아니라 다른 곳(!)까지 확장시켰다는데 재미(혹은 의미)가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은 책읽기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어 그만하렵니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가 흥미로웠던 것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크리스티의 ‘속임수’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 트릭은 출간 당시의 파괴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범작 이상으로 명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탐정 푸아로와 용의자들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용의자들은 하나같이 사실을 말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물론 범인도 당연히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끝까지 거짓말 게임을 하죠. 푸아로는 용의자들의 진실과 거짓말을 하나씩 풀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의 밝혀내죠.

용의자들이 사소한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100% 밝히지 않는 데에는 저마다 이해할 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짓말이 하나 둘 모여 뒤엉키자 살인사건을 둘러싼 명확한 사실이 슬그머니 모습을 감추고 맙니다. 용의자들이 한 거짓말들의 틈바구니에 은근 슬쩍 숨은 거죠. 덕분에 범인을 수사한 멍청한 경관과 저처럼 어수룩한 독자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합니다. 진작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눈치를 채고 결정적인 단서를 쫓는 푸아로가 모든 거짓과 진실을 가려줄때까지 꽤나 답답하면 말입니다.

용의자들이 범인을 감싸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은 한 가지씩 있고, 그것을 감추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사소한 거짓말들이 사건을 미궁에 빠트린 거죠.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도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 때문 사건이 미궁에 빠지죠? 아니 비슷한 상황이지만 전혀 다른 의도였던가요? 확인해봐야겠네요. 아무튼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누구나 비밀은 있고,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보편적인 진리를 흥미롭게 이용한 작품입니다.    

참,참, 주인공의 누이로 등장하는 캐롤라인이라는 아줌마!를 빼놓을 수 없네요.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오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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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4-2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완전 끌리네요ㅋㅋㅋ
뭔가 고정관념을 깨는 '강력한' 뭔가가 있는 듯^^
저는 아가사ㅋㅋ 여사님 작품은 거의 못읽었는데, 얼른 찾아봐야 겠어요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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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는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은 소설입니다. 그 이유는 작품의 모호한 ‘색깔’ 때문입니다. 뜬금없이 무슨 시대착오적이고 짜증스러운 ‘색깔론’이냐고 타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쪽으로 튀어!>를 읽는 내내 ‘그래서 오쿠다 당신은 어느 편인데? 왼쪽이야? 오른쪽이야? 아니면 중간이야? 것도 아니면 도대체 뭔데?’라는 의문으로 어리둥절했습니다. 마치 주인공 지로처럼 말이죠.

‘책소개’에도 나와 있듯 <남쪽으로 튀어!>는 정치 혹은 권력 놀음에 찌든 어른들의 세계에 진입하기 직전인 14살 지로의 이야기입니다. 지로는 과격파 좌익 운동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뜻하지 않게 이른 나이에 ‘이념’과 조우합니다. 무정부주의자가 된 아버지를 비롯하여 공안, 좌파 운동가, 극우 운동가, 반정부 환경단체, 시대 순응자, 방관자, 떠돌이 아웃사이더 등 실로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을 만나죠. 당연히 지로는 그들과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동안 조금씩 성장하게 되죠. 그러니까 <남쪽으로 튀어!>는 이른바 ‘성장소설’이네요.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정치적 인간’들이 하나같이 우스꽝스럽다는 겁니다. 물론 좌/우/중앙/아웃사이더/순응자 모두 골고루 우스꽝스럽게 그려졌다면 큰 불만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균형감각을 어째 흐리멍덩합니다. 극우세력은 매우 단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으로 간단하게 ‘바보’로 만듭니다. 반면 좌파 세력은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인 일화로 ‘바보’로 만들죠. 씽긋 웃으며 ‘메롱~!’하는 어투로 말입니다.

14살 지로가 본 세상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정치적 인간들로 가득한 바보왕국인가요? 그런 바보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은 어리석기만 하고 개인적인 아픔 따위는 없을까요? 전복인가요? 투쟁인가요? 아니면 순응인가요? 방관인가요?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상향을 찾아 저 멀리 떠나야 하는가요? 글쎄 작가의 목소리는 그 어느 것도 아닌 것 같던데요.

<남쪽으로 튀어!>는 분명 재미있고,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가의 태도에는 불만입니다. 그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손을 내밀고 적극 동의하기도 어렵고, 대놓고 비판하며 싸움을 걸기도 힘듭니다. 재치 있는 캐릭터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가득하지만, 지극히 표면적이고 어정쩡하며, 자기 방어적입니다. 마치 누구에게도 미움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바꿔 말하면, 누구한테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얄밉도록 영악한 초등학생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재미있으면 그만 아니냐고요? 그러기에는 너무 묵직한 소재를 택한 것 같습니다. ‘순응자’인 저를 포함해서 세상 모두를 이렇게 무책임하게 바보로 만들 권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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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4-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재미있게 읽을 책이에요^^
한동안 안보이시더니, 멋진 서평으로 돌아오셨네요~
지금까지 읽은 lazy devil님 서평중 최고입니다!! 성장소설로 바라보신 것도 공감합니다.
갑자기 다시 읽고 싶네요^^

lazydevil 2008-04-15 11:46   좋아요 0 | URL
반갑게 맞아주신 거 감사합니다. 근데 너무 과찬이시네요. 헐~~^^

쥬베이 2008-04-1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 좋아하는 작가이긴 한데...
<오 수다>에선 독도관련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ㅋㅋㅋ 이 사람!!

lazydevil 2008-04-19 14:05   좋아요 0 | URL
그래요? 작가의 정치 혹은 역사관이 궁금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