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혐오자> 한 작품만으로 87번 관서 시리즈의 참맛을 알기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경찰 혐오자>는 50여편이 넘게 발간된 87번 관서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하지만 에드 맥베인이 밝히고 있든 이 시리즈는 애초에 3부작으로 기획되었고, <경찰 혐오자>는 3부작 중 첫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87번 관서 시리즈의 시작 중에서도 첫 작품이죠. 마치 시즌을 거듭하며 장수한 미드의 첫 번째 시즌의 첫 에피소드인 셈이죠. 이런 역사적 의의를 따져보는 것만으로 <경찰 혐오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등장인물들은 성장하고, 사건과 갈등은 점점 풍성해지겠죠. 하지만 이런 재미를 첫 작품에서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찰 혐오자>는 독립적인 개체라기 보다 전체 시리즈의 ‘파일럿 에피소드’같은 작품이니까요. 물론 이 작품을 쓸 당시 에드 맥베인도 87번 관서 시리즈가 이토록 장수하며 많은 사랑을 받을 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겠지만요. 이런 이유로 <경찰 혐오자>는 기대와 달리 밋밋하고 싱거웠고, 그 유명한 87번 관서 시리즈와 에드 맥베인의 명성에 대한 판단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습니다. 참,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폭염에 대한 묘사가 작품 내내 계속됩니다. 책을 읽는 저마저 아찔한 열기가 느껴지더군요. 아직 서늘한 기운이 있는 이 계절에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