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지나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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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국제 결혼은 이제 흔한 현상이지만 1970년대 과거에는 국제 결혼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1973년에 대만 사람인 저자 싼마오와 스페인 남자 호세와의 국제 결혼도 대단했지만 신혼 생활을 스페인도 아닌 사하라 사막에서 시작한 저자의 신혼 일기를 그려 화제를 모았던 『사하라 이야기』에 이어 사하라에서 카나리아 제도로 거주지를 옮긴 부부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나리아 제도.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해 있지만 스페인령인 이 섬에서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가 누군가. 싼마오다. 사하라 사막에서도 재미있게 살아간 저자는 머나먼 카나리아 제도에서도 저자만의 위트를 뿜어낸다. 직장 문제로 남편과 주말부부로 홀로 카나리아 제도에 떨어져 지내야 하는 저자는 노인들로 붐비는 이 섬에서 마이웨이로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싼마오는 싼마오다. 오지랖 넒은 저자는 조금씩 마을 사람들의 삶에 개입하면서 마을의 일원이 되어간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마을길을 청소하는 할아버지가 보기 안타까워 함께 빗자루를 들고 차를 끌고 시내에 가는 길에 지나치는 사람들을 모른 체하지 못하는 저자는 어느 새 이웃들과 함께 어울러 살아간다. 하긴 사하라 사막에서도 살아간 저자가 아니였던가.

저자가 갑작스런 시댁의 방문으로 끙끙 앓고 있는 이야기는 또 어떤가. 아무리 쾌활한 저자라 하더라도 여자에게 시댁은 어려운 존재이다. 특히 자신과의 결혼을 극구 반대했던 시어머니라면? 그것도 불시에 찾아온 어머니와 시누이의 가족들이라면! 시댁 식구들을 대접하기 위한 저자의 고군분투기를 보며 동서고금을 물론하고 시집살이는 쉽지 않구나라는 걸 체감하게 된다. 저자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를 쓰지만 그저 부모님이 오셔서 마냥 좋기만 한 남편 호세를 보면서 역시 남자는 다 큰 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허수아비 일기』는 끈질긴 꽃장수 이야기, 호탕한 친구였으나 결혼 후 아내의 바가지에 주눅든 남편 호세의 친구 미카이, 대만 친정에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호세의 장난스런 편지 등등 저자 부부의 생활이 펼쳐지며 웃음을 자아 낸다. 저자를 보며 동양인을 차별하는 시선 또한 그려지기도 하고 시댁에서 자신들을 생각해 줄 걸 은근히 바라나 자식이 독립한 이상 개입하지 않는 스페인 시댁의 모습 또한 비교되는 모습 또한 그려지기도 한다. 전쟁의 위험을 피해 사하라에서 카나리아 섬에서도 행복하기를 선택하며 소중하게 보내는 이 부부를 보면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의 표지처럼 사하라에서든 카나리아 섬에서든 천국은 어디에나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책 속에 찬란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신이 질투한 걸까. 저자의 소개란을 보면 저자의 남편 호세는 결혼한 지 6년만에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만약 남편이 오래 살았다면 <사하라 이야기>와 <허수아비 일기>에 이어 또 다른 일기를 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싼마오와 호세의 두 번째 집들이 <허수아비 일기>를 읽고 나니 더욱 행복하고 싶다는 바램이 더욱 간절해진다.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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