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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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의 저자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백영옥 작가의 책이다. 2012년 출간된 책의 개정판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 된 에세이다. 2012년에 쓴 책이니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어른의 시간'이란 무엇인지 새삼 궁금해지는 책이다.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다 크고 나서 해. 어른이 되고 나서 하라는 어른들의 충고를 듣고 나면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토록 되고 싶던 성인이 되면 어느 새 나이 든 자신의 모습이 씁쓸해진다. 이 책이 내게 다가온 의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내게 청춘의 이름을 지나 완연한 어른이라는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위로하는 글이다.


행복은 '오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이다.

내가 애써 발견하는 것이다. 의지를 가지고 선택해야 비로소 손에 잡히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자신의 마음닿는 대로 살아도 되지만 그만큼 나 자신에게 충실할 수 없는 시간들이 아닐까.

남의 관심을 갈구하고 남의 시선에 신경쓰며 인싸가 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는 시기. 우리의 행복은 나에게서가 아닌 남으로부터 찾으려고한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가 활발한 요즘 남들의 '좋아요'에 목말라하며 타인의 시선을 갈구한다. 내가 기준이 아닌 남의 '좋아요'가 기준이 되는 세상. 만족은 있을 수 없다. 이 간단한 진리를 시간이 지난 후 늦게 발견하게 된다. 바로 행복은 자신 안에서 찾아내야 하고 발견해야 함을.

또 하나의 가게가 사라졌다.

하지만 추억이 담긴 동네 가게들이 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에

나는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며 나에게 익숙한 공간들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씁쓸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백영옥 작가는 사라진 홍대의 '리치몬드 제과점'과 '한가람 문고'등 저자의 추억의 장소가 하나씩 문을 닫을 때마다느끼는 쓸쓸함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 회사 앞 친숙했던 가게들이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철거되는 현장을 보고 동네에서 아이들을 보며 인사를 주고받던 가게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릴 때면 미처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에 그 곳을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나의 청춘의 한쪽이 떨어져나간 듯한 그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허황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한 쪽으로 바꾸기 위한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건 불행하지 않은 쪽이 아니라,

행복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흔에게』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마흔을 지나면서 인생은 춤추듯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이 아닌 춤추듯이 순간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가라고 말했다. 나 역시 청춘인 시절에는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린 직장 동료에게도 이대로 안주하며 살면 안 된다고 채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른인 지금은 안다.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열심히 산다 해도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앞을 보고 달려가는 삶을 떠나 즐겁게 내려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기시미 이치로의 말대로 저자 또한 좀 더 '행복'해지는 쪽을 애써 선택하며 삶을 다행으로 여기며 살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어른'의 시간.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이다. 끝까지 가야 할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다독이는 책이다. 성공하자고 말하는 책이 아닌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자고 말해주는 책이다. 각자의 인생 무게가 힘들 수 있지만 행복을 포기하지 말자고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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