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완성, 그때 그 사람 ㅣ 명화의,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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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

에 이은 네 번째 책이자 마지막 이야기.

'그때 그 사람' 시리즈를 모두 간직한 독자로써 마지막이라는 말이 아쉽기만 했지만...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하게 화가들의 이야기를 선보였다는 말에 위안을 삼았던...!

이제 그 마지막을 장식한 화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고자 합니다.

​

격정과 욕망, 운명과 숙명, 결혼과 야망, 광기와 이상 사이...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한

화가들의 뜨겁고도 감동적인 인생과 명화 이야기

​

『명화의 완성, 그때 그 사람』

파블로 피카소, 에드워드 호퍼, 프란시스코 데 고야,

미켈란 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렘브란트 판 레인,

칼 라르손, 타마라 드 렘피카…

​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굵직한 화가들은 물론,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들까지.

이번 책에서는 이들의 삶을-한 사람이 그 당시에 무엇을 보고 어떤 것에 좌절했으며, 그것이 캔버스 위에 어떻게 오롯이 남아있는지

를 보여줌으로써-이야기함으로써

비록 그들은 갔지만 더욱 다채로운 빛을 선사하고 있었고

어느새 미술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확장될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

23인의 화가들.

저마다 개성적이었지만 자신의 작품을 향한 열정만큼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

조만간 국내 첫 단독전을 하게 되는 '프란시스코 데 고야'

유럽 미술사에 손꼽히는 거장이나 스페인의 국민 화가이지만

말년에 시골 별장에 은둔한 채 이층집 벽면에 <자식을 삼키는 사투르누스>나 <마녀의 안식일>처럼 섬뜩한 작품들을 가득히 그렸다는데... (저는 오히려 이 그림들로 그를 알게 되었는데요...)

그 사연을 살펴보니

그는 소년 시절부터 빛났던 화려한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왕립 미술학회에 두 번이나 가입 신청을 하지만 모두 거부당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독학으로 실력을 쌓아 스페인ㅇ으로 돌아온 뒤 궁정화가로 일하던 고향 선배에게 접근, 궁정화가가 됩니다.

​

"초상화 공장을 운영하느냐"

​

비아냥댈 정도로 주문을 닥치는 대로 받아 처리했고

그러던 중 전 유럽을 휩쓸던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스페인을 침략하고 점령했을 때도 프랑스 점령 정부의 주문을 거부하지 않았던 고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겪으며 버텨온 수십 년 세월이 작품의 원료가 되면서 <검은 그림>이 단순한 광기의 산물이 아닌 미술사를 뒤바꾼 걸작이 될 수 있었는데...

특히 책에서 소개되었던 <가라앉는 개>

이야기도 없고 배경도 없고 완결된 구도도 없는, 머리만 겨우 보이는 개 한 마리.

이 그림이 의미하는 바가

​

그는 화가가 자기 내면을 표현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예술가란 자기 세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고야에게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라도 미술관의 큐레이터 마누엘라 메나는 <가라앉는 개> 앞에서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이 그림 앞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 현대미술가는 단 한 명도 없다."

​

그 시대의 화가란 주문을 받아 그리는 사람으로 그림은 의뢰인을 위한 상품일 뿐 화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데

이 전제를, 내용을 뒤집었던 고야.

그의 그림이 새삼 위대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인상적으로 남았던 '앙리 에드몽 크로스'

손을 움직여 그림을 그려야 하는 화가에게 치명적인 류머티즘에 걸렸던 그.

​

'차라리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

​

매 순간 몰려오는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고통에 입에서는 비명이 새어 나오고,

눈에서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리면서도

멈추지 않고 손가락과 붓을 움직여 수천수만 개의 점을 찍어나갔던 크로스.

거기다 합병증인 홍채염 때문에 시력은 계속 약화됐고, 화가로서는 '사형 선고'와 같은 실명의 공포도 그를 덮치고

말년에는 암의 고통까지...

그럼에도 끝내 붓을 놓지 않았던 그로부터

​

무엇보다 그의 삶은 이 세상이 준 한계와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어쩌면 삶은 사실 속박의 연속일지도 모릅니다. 아니가 들수록 할 일은 많아지고 책임은 커지며 몸은 낡아갑니다. 학교에 가고, 공부하고,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삶을 옥죄고 쥐어짜게 하는 하나의 굴레이자 고통입니다.

하지만 그 굴레 속에서 인간은 성장합니다. 사랑과 보람, 희망과 같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사실 새로운 한계 속에서 고통스럽게 적응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치열한 투쟁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크로스의 예술은 그 가장 찬란한 증거입니다. - page 159 ~ 160

​

"나는 행복을 그리고 싶습니다. 몇백 년 뒤의 순수하게 행복한 존재들을…"

​

몸이라는 고통스러운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지만, 마음만큼은 수백 년 뒤의 행복한 이상향을 향했던 그.

비록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을지언정 그가 미술사에 남긴 업적이, 그가 우리에게 전한 의미는 찬란히도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명화 시리즈 '그때 그 사람'

이제 최종의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화가들을, 명화들을 만나며 같이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토대로 제 삶의 경험을 조금씩 확장해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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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인생 공부 - 오만과 냉정 사이, 천하를 가른 심리전 ㅣ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사마천 원작 / PASCAL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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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 역사소설 중 하나인 '초한지'

하지만...

저는 아직 읽어보지... 못...

그래서 더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마천의 《사기》를 근거로,

기원전 209년 진시황 말기부터 기원전 179년 여태후의 몰락까지 약 30년에 걸친 격동의 초한지 역사를 

인간 심리학적 시선으로 다시 그린 이 책.

보다 쉽게 접근해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부터 초한의 영웅담을, 아니 그들의 치열하게 고민했던 인간들의 내면 심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

천하를 다툰 것은 칼이 아닌 '심리의 설계'

​

초한지로 배우는 '사람을 이기는 법'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법'

​

굽이치는 삶의 길목마다,

우리 곁에 머물던 영웅들의 대서사시

​

『초한지 인생 공부』


​


장기판 위 붉은색 '한(漢)'과 초록색 '초(楚)'라는 글자가 새겨진 말들이 서로의 '궁(宮)'을 겨누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 장기판의 말들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삶 가까운 곳에 머물러 온 익숙한 이야기인 《초한지》.

​

"승패를 가른 것은 칼이었을까, 아니면 마음이었을까"

​

장기판 위에서 한 수 앞을 내다보려 애쓰던 우리네 이웃들처럼,

인생이라는 거대한 판 위에서 생존과 존엄, 권력과 사랑 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영웅이기 전 한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기원전 209년, 영원의 제국, 진나라에서 진시황 사후 혼란이 깊어지자 각지에서 옛 제후국의 후예·호걸들이 권력을 쟁취하려고 들고일어나게 됩니다.

기원전 207년, 북중국의 전장을 뒤흔든 거록대전에서 항우는 진나라 장한의 대군을 무찌르면서 그의 이름은 대륙을 진동시켰고

그 시기 유방은 서쪽으로 진군하여 관중으로 파고들어 기원전 206년 진나라 함양에 먼저 입성하게 됩니다.

유방은 약탈을 금하고 약법삼장을 반포하여 민심을 얻은 뒤 조용히 철수하지만

뒤이어 함양에 들어온 항우는 진나라 마지막 왕 자영을 처형하고, 궁실을 불태우는 공포정치로 권위를 과시하고, 히

그가 주도한 분봉(정복한 지역과 영토를 여러 제후에게 나누어 주어 봉하는 제도)에서 유방은 한왕으로 강등되어 촉·한중으로 밀려났고, 양측의 갈등은 극치로 달리게 됩니다.

진나라 멸망 직후, 항우 진영이 개최한 정치 연회인 홍문연(기원전 206년)에서 항우와 유방은 처음 마주하게 되는데...

타고난 영웅과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갖춘 사내의 만남

가장 뜨거웠던 정복 속 인간의 욕망과 리더십

그 치열하고도 찬란했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

힘으로 사람을 누르려 했던

능력으로 사람을 재단했던

모든 일을 직접 판단하려 했던 '항우'

반면 

웃음과 여유로 관계를 풀어 사람을 모았던

마음으로 사람을 품었던

자신이 몰랐던 세상의 질서를 인정하고 그 공백을 채워줄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며 각자의 권한을 인정했던 '유방'

팽성전투에서의 일화를 보면

​

"항우는 분노로 세상을 얻으려 합니다. 하지만 분노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지금은 싸워야 할 때가 아니라,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유방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대 말이 옳소. 불은 타오르지만 결국 사그라들고, 물은 천천히 흐르지만 끝내 바다에 이르지." - page148

​

결국 천하는 강한 자가 아닌, 자신의 귀를 비운 자에게로 돌아갔었습니다.

​

해하전투에서 항우의 몰락은 이미 예정된 순서였습니다.

보급이 끊기고,

측면과 배후에서 연합군이 압박하며,

심리적으로는 고향의 상실을 실감하는 삼중의 압박 속 항우는 최후의 결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패배한 왕'이 아닌 '자신답게 죽은 인간'으로 남는 길을 택한 그.

사마천은 《사기》 속 <항우본기>에서 항우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

3년 동안 마침내 다섯 제후를 거느리고 진나라를 멸하다. 지위는 비록 끝까지 가지 못했지만 근고 이래로 일찍이 있지 않았다.

三年, 遂將五諸侯㓕秦…位雖不終, 近古以來未嘗有也.

삼년, 수장오제후멸진…위수불종, 근고이래미상유야.

​

이 짧은 문장은 수천 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까지 항우를 살아 있게 만듭니다. 그는 패자였으나, 그 패배 속에 인간의 가장 순수한 열정과 자존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우는 천하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천하의 모든 이에게 '패배의 품격'을 남겼습니다. 그의 죽음은 무너짐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서사였습니다. - page 226

​

승자였을까...

유방은 오래전 항우를 대적할 때 사용하던 '제왕의 검'을 바라보았는데

그 검 끝의 비친 자신의 얼굴은 승자의 것이 아닌

피로 얼룩진 손,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눈빛 속의 공허

였던 것입니다.

그는

​

"항우는 전장에서 죽었으나, 나는 아직도 전장 위에 서 있구나."

​

천하를 얻는 일에 간절했고 막상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마음속의 허전함은 그 무엇보다 컸던...

결국

그의 인생은 권력의 역사이면서도, 동시에 한 인간이 권력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면서 어떻게 상처받고 변해가는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심리극

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이 말이 고요하지만 강하게 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제 모든 것이 내 것이 되었건만, 어째서 이리 고요한가."

​

저자는 우리에게 전하였습니다.

​

초한지 30년의 역사는 기록 속에 멈췄지만, '당신'이라는 주인공이 써 내려갈 '인생 초한지'는 매일 아침 장기판의 돌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듯 다시 시작됩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외통수에 절망할 수도, 때로는 단 하나의 묘수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가는 결국 가장 강한 돌을 가진 자가 아니라, 판이 끝날 때까지 자신을 다스리며 묵묵히 이어간 자의 이름을 마지막에 기록합니다. - page 357

​

장기판 위의 나...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생각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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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화바이룽 지음, 김소희 옮김 / 서사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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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독특했습니다.

뭐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던 이 소설.

그리곤 호기심이 묵직한 한 방을 던졌던...!

과연 소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조금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완벽한 가족이라 믿었다.

남편이 살인자가 되기 전까지….

​

가족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한 남자와

가정을 구원하기 위해 비밀에 다가가는 여자

​

평범한 가정의 일상 속에 스며든 낯선 균열,

그 틈으로 파고드는 지독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

​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여자』


얼굴을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나눠준다니… 아, 상상만 해도 아프다. - page 7

​

구치소 접견 대기실.

면회객들 사이에서, 면회객들이 챙겨온 음식 냄새 속에서 정팡은 생각합니다.

​

배고픈 사람에게 자기 얼굴을 떼어 나눈다니… 실내를 가득 채운 음식 냄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호빵맨의 좌우명이 마음속에서 발효를 거듭했다. 그러다 불현듯 그 속에서 나는 섬뜩한 재미를 느꼈다. 호빵맨이 얼굴, 그러니까 자기 몸과 체면, 존엄을 조각조각 떼어낼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 그런데 호빵맨이 얼굴을 떼어낸 동기는 뭐지? 샤오위에게 물어볼걸. 정의? 사랑? 아니면 평화? 그러고 보니 나는 여태껏 밍런의 범죄 동기도 정확히 모른다. - pageg 8

​

2주 전 아이들을 데리고 면회를 다녀온 뒤, 더 이상 오지 말라던 밍런이 구치소에서 전화를 걸어 면회를 와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

"그게 내 의무는 아니잖아?"

"그래, 부탁하는 거야."

​

전남편이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어쩌다 그가 나를 떠올리게 된 건지 알고 싶어서 면회에 가게 된 정팡.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그 여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

절기상 초가을인 8월의 오후, 아이들의 여름 방학 숙제를 위해 온 가족이 함께 황쭈이 화산 분화구에 오게 된 이들.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예상대로 밍런은 운전기사만, 그리고 차에서 일해야 한다고 외치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따지듯 물었는데

​

"당신에 대한 감정이 죽었어. 어쩌면 … 당신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감정이 죽은 걸지도 몰라."

​

밍런이 내세운 건, 요컨대

결혼한 이래로 코끼리가 존재했고,

코끼리의 배 밑이자 네 발 사이에서 코끼리를 집 삼아 살며 아이 둘을 낳았고

이제 큰아들이 일곱 살, 작은딸이 여섯 살이 되었으니 더 이상 아빠인 척, 남편인 척, 살아갈 수 없다며,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그러니 이제 혼자만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

"까짓거 이혼하지, 뭐. 당신도 좀 쿨해져. 애인 생겼다고 인정하라고."

"말했잖아, 다른 여자 생긴 거 아니라고."

​

분명 누군가가 있어서 이혼하려는 거라고 직감은 굳세게 주장하는데, 밍런의 태도가 왠지 거짓말 같지 않은데...

이해할 수 없는 상실감 속에 간신히 일상을 버티던 정팡.

​

그러던 어느 밤,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밍런.

그리고 한 달 뒤 살인 용의자로 구속되는데...

침묵으로 일관하며 모든 면회를 거부하던 그가 돌연 정팡에게 집 안에 숨겨둔 '어떤 물건'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이튿날 자살을 선택한 그.

​

바퀴벌레도 못 죽이는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살을 선택하면서까지 지키려던 비밀이란...?

​

정팡은 밍런이 남긴 단서들을 추적하며 완벽했던 일상 뒤에 숨겨진 기괴하고 서늘한 진실과 직면하게 되는데...

​

죽어버린 꿈과 죽어가는 꿈, 그리고 작디작은 희망이 바람 속을 유유히 맴돌았지만, 아마도 알아챈 이는 없었을 것이다.

상관없었다. 적어도 내게는 먼 곳을 향해 울부짖는 코끼리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 page 314

​

남편이 남긴 고통스러운 판도라의 상자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였던 정팡.

불편한 진실 앞에서 정팡은

​

그는 그토록 이기적이면서도 순수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죽이고 싶었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얼굴을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만큼이나 그를 이해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 page 305 ~ 306

​

고통스러우면서도 이해하고자 했던 그 태도...

그래서 정팡이 참 안쓰럽다고, 그럼에도 대단하다고...

만약 나라면 코끼리를 씻겨줄 수 있을까...?

용서를, 관용을, 용기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

각자의 균열과 상처를 기꺼이 짊어지고 나아가던 그녀.

그녀에게 코끼리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저도 나아가는 방법을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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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ㅣ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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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이렇게 문학가와 예술가를 한 권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두 거장이 건넨 '안부'...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았습니다.

​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

: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시도

​

『안부를 전하며: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저도 사실 이 책을 접했을 때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

이 조합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는 놀랍도록 닮은 점이 있었으니...!

​

둘 다, 아버지가 신학자였습니다.

둘 다 아버지(혹은 가문)의 뜻에 따라 신학의 길을 걸어야 했고, 둘 다 그 길에서 실패했습니다.

헤세는 시인이 되겠다며 마울브론 신학교에서 탈출했고

반 고흐는 보리나주 탄광촌에서 기행을 일삼다가 교회에서 계약 연장을 거부해 전도 생활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

둘 다, 살고 있던 곳의 이웃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헤세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로 반전사상을 밝혔다가 당시 독일 국민의 적이 되었고

반 고흐는 아를의 주민 서른 명이 서명한 탄원서에 의해 도시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

둘 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고, 둘 다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헤세는 15세에 방황 끝에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가 간신히 살아남았고

반 고흐는 정신병으로 발작과 자살 시도를 반복하다가 37세에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

이렇게 얼핏 삶의 궤적이 닮은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으니...

바로

​

'안부를 전하는 방식'

​

이었습니다.

​

헤세는 수만 통의 편지를 쓰고, 수만 권의 책에 서명하고, 낯선 독자에게도 수채화 엽서를 그려 보내며 세상을 향해 안부를 전했습니다.

반 고흐는 주로 동생 테오 반 고흐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었는데...

이 둘에게서의 '안부'란

헤세에게 안부란 타인을 향한 관심과 의식의 표현이며, 상대방의 내면적 본질에 대한 인정이었고

반 고흐에게 안부의 형식은 무엇보다 부재하는 물리적 현존의 대체이며, 감정의 닻이었습니다.

그렇게 둘이 건넨 안부는 '빛과 숨'으로 마냥 다정히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 건네는 안부를, 누군가가 저에게 건네는 안부가 어떤 형태일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읽을 때 곁들이면 좋은 클래식 12곡을 해설과 함께 소개해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글과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감상에 젖을 수 있었지만 음악까지 더해지니 내 안의 모든 감정 세포들이 깨어나면서 더 깊이 그들이 마주했던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당신이 읽게 된다면 꼭 음악과 함께 하시길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

또한 <두 사람의 세나클>은 이 책의 의도와도 같았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출발선, 다른 삶을 살았던 두 거장.

헤세의 글과 반 고흐의 그림, 반 고흐의 편지와 헤세의 수채화가 서로를 가로질러 하나의 질문을 만들었는데...

이는 마치 고요한 호수에 이들이 각자 던진 작은 돌멩이가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파장을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당신은 알을 깨는 쪽입니까,

창살에 머리를 부딪치는 쪽입니까?

​

안부란 무엇일까...

이 책은 되돌아 다시 저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저도 누군가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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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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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이자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옌롄커'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고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이 옌롄커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자, "영감을 얻어 쓴 유일한 소설"이라고 할 만큼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데...

그가 우리에게 전할 메시지에 잠시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

​

"생명의 고갈 속에 피어난

한 줄기 희망의 빛"

​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을 수상한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옌롄커가 그려낸

생존과 희생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철학적 우화

​

『연원일』

​


"염병한 날씨 같으니라고!" - page 15

​

천고 이래 최악의 가뭄이 덮쳤던 그해.

마을 사람들은 집과 마당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짐을 짊어진 채 지독한 가뭄을 피해 떠나기 시작합니다.

밤낮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마을 뒤 산길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몰려 나갔는데...

​

-어서들 가요. 동쪽으로 계속 가라고요.

-할아버지는요?

-우리 집 옥수수에 싹이 났어요.

-그런다고 굶어 죽는 걸 면할 수 있나요?

-내 나이 일흔둘이라 사흘쯤 걷다가 지쳐서 죽을 거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 마을에서 죽고 싶소. - page 20 ~ 21

​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떠났고

마을을 통틀어, 산맥 전체를 통틀어 일흔두 살 노인 하나만 남게 됩니다.

아니, 셴 노인과 눈먼 개...

​

셴 할아버지는 이 황무하고 인적 없는 산맥에 옥수수 종자를 파종하는 풍경을 상상했다. 수확한 옥수수 가운데 한 그릇 정도를 종자로 남겼다가 가뭄이 물러가고 비가 내려 세상 밖으로 나갔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면 계절에 계절을 이어가며 옥수수씨를 뿌려 이 산맥이 또다시 왕성하게 성장한 옥수수의 푸른 세계로 변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죽은 뒤에 마을 사람들이 무덤 앞에 공덕비를 세워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age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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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에게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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셴 할아버지가 말했다.

"장남아, 우리 둘이 한 식구가 되어 살아가자꾸나. 어떠냐? 좋으냐, 싫으냐? 반려자가 있다는 건 얼마나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일이냐!"

눈먼 개가 할아버지의 손바닥 한가운데를 핥았다.

셴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몇 년 못 살아.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옆에 있어준다면 나는 아주 멋지게 가는 셈이 되겠지." - page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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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옥수수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둘...

결국 그들 앞에 놓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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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이었다. - page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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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이 다가와 이 세상에 사람 하나와 씨앗 한 알만 남게 된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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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문학적 상상에서 시작한 이 작품.

극심한 가뭄이라는 자연재해 앞에 드러난 인간의 무력함과

그럼에도 끝내 지켜져야 할 존엄에 대해 사유하게 해 주었던 

이 작품은

우리에게 극한 상황 속에서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인간다움의 본질을 묻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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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 소설이 울림을 더한 이유는

이미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염병의 위엄을, 자연재해를, 전쟁 등 불확실한 미래를 겪고 있기에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을 성찰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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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와 비슷한 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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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 종말이 와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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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고

불안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내겠다는 '의지'와 '정신력'

선택 앞에 인간다움이란...

나였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자꾸만 움츠러들지만...

그럼에도 자그마한 옥수수 한 알부터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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