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 에드워드 호퍼, 프란시스코 데 고야,
미켈란 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렘브란트 판 레인,
칼 라르손, 타마라 드 렘피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굵직한 화가들은 물론,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들까지.
이번 책에서는 이들의 삶을-한 사람이 그 당시에 무엇을 보고 어떤 것에 좌절했으며, 그것이 캔버스 위에 어떻게 오롯이 남아있는지
를 보여줌으로써-이야기함으로써
비록 그들은 갔지만 더욱 다채로운 빛을 선사하고 있었고
어느새 미술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확장될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23인의 화가들.
저마다 개성적이었지만 자신의 작품을 향한 열정만큼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국내 첫 단독전을 하게 되는 '프란시스코 데 고야'
유럽 미술사에 손꼽히는 거장이나 스페인의 국민 화가이지만
말년에 시골 별장에 은둔한 채 이층집 벽면에 <자식을 삼키는 사투르누스>나 <마녀의 안식일>처럼 섬뜩한 작품들을 가득히 그렸다는데... (저는 오히려 이 그림들로 그를 알게 되었는데요...)
그 사연을 살펴보니
그는 소년 시절부터 빛났던 화려한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왕립 미술학회에 두 번이나 가입 신청을 하지만 모두 거부당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독학으로 실력을 쌓아 스페인ㅇ으로 돌아온 뒤 궁정화가로 일하던 고향 선배에게 접근, 궁정화가가 됩니다.
"초상화 공장을 운영하느냐"
비아냥댈 정도로 주문을 닥치는 대로 받아 처리했고
그러던 중 전 유럽을 휩쓸던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스페인을 침략하고 점령했을 때도 프랑스 점령 정부의 주문을 거부하지 않았던 고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겪으며 버텨온 수십 년 세월이 작품의 원료가 되면서 <검은 그림>이 단순한 광기의 산물이 아닌 미술사를 뒤바꾼 걸작이 될 수 있었는데...
특히 책에서 소개되었던 <가라앉는 개>
이야기도 없고 배경도 없고 완결된 구도도 없는, 머리만 겨우 보이는 개 한 마리.
이 그림이 의미하는 바가
그는 화가가 자기 내면을 표현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예술가란 자기 세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고야에게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라도 미술관의 큐레이터 마누엘라 메나는 <가라앉는 개> 앞에서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이 그림 앞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 현대미술가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시대의 화가란 주문을 받아 그리는 사람으로 그림은 의뢰인을 위한 상품일 뿐 화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데
이 전제를, 내용을 뒤집었던 고야.
그의 그림이 새삼 위대하게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