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사실 이 책을 접했을 때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
이 조합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는 놀랍도록 닮은 점이 있었으니...!
둘 다, 아버지가 신학자였습니다.
둘 다 아버지(혹은 가문)의 뜻에 따라 신학의 길을 걸어야 했고, 둘 다 그 길에서 실패했습니다.
헤세는 시인이 되겠다며 마울브론 신학교에서 탈출했고
반 고흐는 보리나주 탄광촌에서 기행을 일삼다가 교회에서 계약 연장을 거부해 전도 생활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둘 다, 살고 있던 곳의 이웃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헤세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로 반전사상을 밝혔다가 당시 독일 국민의 적이 되었고
반 고흐는 아를의 주민 서른 명이 서명한 탄원서에 의해 도시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둘 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고, 둘 다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헤세는 15세에 방황 끝에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가 간신히 살아남았고
반 고흐는 정신병으로 발작과 자살 시도를 반복하다가 37세에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얼핏 삶의 궤적이 닮은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으니...
바로
'안부를 전하는 방식'
이었습니다.
헤세는 수만 통의 편지를 쓰고, 수만 권의 책에 서명하고, 낯선 독자에게도 수채화 엽서를 그려 보내며 세상을 향해 안부를 전했습니다.
반 고흐는 주로 동생 테오 반 고흐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었는데...
이 둘에게서의 '안부'란
헤세에게 안부란 타인을 향한 관심과 의식의 표현이며, 상대방의 내면적 본질에 대한 인정이었고
반 고흐에게 안부의 형식은 무엇보다 부재하는 물리적 현존의 대체이며, 감정의 닻이었습니다.
그렇게 둘이 건넨 안부는 '빛과 숨'으로 마냥 다정히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 건네는 안부를, 누군가가 저에게 건네는 안부가 어떤 형태일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읽을 때 곁들이면 좋은 클래식 12곡을 해설과 함께 소개해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글과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감상에 젖을 수 있었지만 음악까지 더해지니 내 안의 모든 감정 세포들이 깨어나면서 더 깊이 그들이 마주했던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당신이 읽게 된다면 꼭 음악과 함께 하시길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또한 <두 사람의 세나클>은 이 책의 의도와도 같았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출발선, 다른 삶을 살았던 두 거장.
헤세의 글과 반 고흐의 그림, 반 고흐의 편지와 헤세의 수채화가 서로를 가로질러 하나의 질문을 만들었는데...
이는 마치 고요한 호수에 이들이 각자 던진 작은 돌멩이가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파장을 일으키곤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