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고독 - 황야에서 보낸 침묵의 날들
에드워드 애비 지음, 황의방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부의 소로'로 불렸던 생태주의 작가 '에드워드 애비'.

솔직히 생소했지만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미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하니, 무엇보다 '생태주의 고전'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고독의 웅변가 애비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을까...

​

"야생은 문명을 보완하고 완성한다"

50년 이상 사랑받으며 생태주의 문학의 최고봉에 오른 걸작

​

『사막의 고독』



이 책은 1956년 여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해 여름, 당시 그곳은 너무 외진 곳이라 도로는 곳곳이 바위투성이로 거칠었고 그 덕분에 그곳을 찾는 관광객도 거의 드물었던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공원 관리원으로 일한 그.

대부분의 시간을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거나 잠깐 스쳐 지나가는 호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또는 숨겨진 자연의 경이를 찾아 협곡을 탐험하면서 일기를 썼다고 하였습니다.

고독한 생활 속에서 야생동물 , 책, 꽃, 새, 생각, 느낌 등 자신의 경험담을 기록했지만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경험담에 그치지 않고, 아름답고 자유롭지만 동시에 잔인하고 고립된, 역설로서의 사막과 인간의 고독에 대한 성찰로 가득한 '철학적 회고록'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

소로의 『월든』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던 이 책.

마음이 평온해지기보다는 야생의 날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고독함과 갈증으로 쉬이 마음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황야'라는 단어가 이토록 매력적일 줄이야...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

황야라는 말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알았던 잃어버린 아메리카에 대한 감상적인 향수만은 아니다. 황야라는 말은 과거와 미지의 세계, 우리 모두의 고향인 대지의 자궁을 암시한다. 그것은 잃어버렸으면서 아직 있는 어떤 것, 외지면서도 동시에 아주 가까이 있는 어떤 것, 우리 피와 신경에 묻힌 어떤 것, 우리를 초월한 무한한 어떤 것을 뜻한다. 우리가 흘려버려서는 안 될 낭만을 뜻하기도 한다. 낭만적 관점이 전적으로 진실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진실의 필요한 일부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황야에 대한 사랑은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갈증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또한 지구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구는 우리를 낳아 주었고 길러 준, 우리가 알게 될 유일한 고향이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낙원이다. 원죄, 진정한 원죄는 탐욕 때문에 우리 주위의 자연이란 낙원을 맹목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 page 277

​

황야는 인간의 영혼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며 문명이 얼마 남지 않은 야생의 세계, 원시의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생명의 원천과의 고리를 끊어 버리는 것이며 문명 자체의 원칙을 배반하는 것이며 이로써 인류는 결국 지구로부터 추방된 망명자가 될 것이라 외치는 그.

숙연해졌습니다.

​

저 너머 나의 고향,

이제 생각이 나네.

먼 산을 볼 때마다

나는 우네.

나는 우네.

고향을 생각하며.

- 지아족 인디언들이 부른 향수의 노래

​

읽으면서 저 역시도 그곳의 풍경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하나의 바위, 하나의 나무처럼 사막 속에 어느새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도 되었고...

그 느낌이 딱 이 이야기와도 닮았었습니다.

​

하지만 당신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밖의 생활을 즐긴다고 다른 형태의 격리, 마음의 고독한 감금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고. 트레일러 안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식탁 앞에 앉았을 때 불현듯 내가 혼자라는 느낌이 다가오는 고약한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은 이곳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특히 자주 찾아왔었다. 식탁 맞은편에 아무도 없다는 것, 혼자라는 인식은 외로움이 되었고 그 느낌은 고독보다 더 좋은 것, 고독보다 더 좋은 유일한 것이 사람들과의 교유라는 사실을 나에게 상기시켜 줄 만큼 강했다. - page 175

​

항상 시작이 있다면 그 끝도 있는 법.

쌉싸름한 아쉬움으로 마침표보단 말 줄임표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움직이고, 모은 것은 변한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변하는 이 영원한 순간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page 424

​

과도한 개발과 그로 인한 환경 파괴는 지금도 어디선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과연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성찰이, 우리가 위태로운 자연을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를 침묵으로 묻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하기에 이 책은 모두가 읽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고양이와 물리학
블라트코 베드럴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어릴 적엔 그토록 싫었던 '물리'.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물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곤 하지만...

관심만큼 도통 이해하기란 어렵고...

그럼에도 찾아 읽는 것이 흥미롭기만 합니다.

​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책 표지를 보니 익숙한 이가 등장하였습니다.

'고양이'.

저 고양이를 좇아가면 뭔가 흥미로운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은 기분이...

살금살금 좇아가보았습니다.

​

"과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슈뢰딩거 고양이부터 양자 컴퓨터까지

복잡한 세상을 탐구하는 물리학의 쓸모

​

『고양이와 물리학』



이 책은 '블라트코 베를럴' 교수가 옥스퍼드의 하트퍼드 칼리지에서 열린 만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양자물리학자인 그를 비롯해 화학자, 생물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까지 각 분야의 석학들이 모인 자리에서

​

"블라트코, 우리에게 다음으로 주어진 가장 큰 도전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

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이에 머리가 허락하기도 전에 말이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는데

​

"우리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의 간극에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

"좀 더 덧붙여 말씀드리죠. 여러분이 하는 과학 중에 우리 양자물리학자처럼 미세한 세계를 다루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존재하는 가장 작은 규모를 연구하고 있죠. 감히 제안하는데, 우리 양자물리학자들이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만 있다면 여러분의 간극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지에 될 겁니다!"

​

라 대답하고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미시 세계의 양자 현상과 거시 세계에서 다루는 복잡계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 온 물리학자의 여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

총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옥스퍼드에서는 물리학을, 화학의 좀 더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베이징과 만리장성으로 날아가고, 싱가포르에서는 생물학을, 경제학을 위해서는 두바이의 메탈리카 공연장까지 갔다가 마침내 사회과학이 가는 길에 갈채를 보내며 벨기에 극장에서 마무리를 짓는 여행하는데 여행 내내 이 질문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간극은 과학하는 방법의 본질인가?

언젠가 이 간극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인가?

​

연결과 완성에 대한 열망은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과 동기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만약 이처럼 지연된 처방을 전달하는 것이 과학의 일이라면, 그것은 인류를 진정으로 구원할 대통합을 방해하는 이 간극들을 폐쇄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 page 34

​

읽으면 읽을수록 물리학이란 학문은 자연과학을 훌쩍 뛰어넘어 기존의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키며 다른 분야에서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어내는 학문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또다시 상기시켜주었습니다.

​

그럼 간극이 좁혀지면 무엇이 좋을까? 란 의문이 들기 마련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와 매크로의 통합은 우리에게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우주 전체를 하나의 이론으로 이해하게 됐다는 데서 오는 영적인 충만함이 있다는 것을.

또한 우주여행의 실현 가능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양자와 중력의 간극에 다리가 놓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이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간극에 다리를 놓는 '물리학'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을 저자는 전하고 있었습니다.

​

이야기로 풀어썼기에 쉽게 읽히겠지만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될 뻔했던 이 책.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겠지만 물리에 친숙해지기 위한 이들에겐 입문서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리커버 특별판)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추천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언젠간 읽어봐야지!' 결심만 하고는 시간이 흐르게 되었고...

이제서야 그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

사실 '시'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벽이었습니다.

쉬울 듯하지만 어려운...

읽고 나서도 선뜻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 이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급선무였고 그렇게 접근하니 재미도, 와닿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 책을 읽은 이들로부터 '시'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글이라 하였습니다.

저자 역시도 책의 서문에서 일러두었습니다.

​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시인들과 저의 한결같은 바람이랍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그간 잊고 지낸 혹은 새로운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삶의 언어와 인생시를 만나보시길, 그리하여 인생의 문을 활짝 열고 멋지게 활보하시길 기원합니다. - page 7

​

진정 시의 매력을, 그리고 나의 인생시 역시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

고된 일상 속,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소환하는

정재찬 교수의 시로 배우는 인생 수업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요즘의 제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이 길을 가고 있는 겐지 알다가도 모를 운명 속에서 오늘도 웃다가 울다가, 애써 버티다가 허위허위 떠내려가다가, 문득 돌아보니 또 다른 길목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마흔의 길목에 들어서면서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더라도 저마다 다르고, 때마다 다른 답이 있기에 힘겹기만 한데...

그럴 때 시로 듣는 인생론이 꽤 좋을 거라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시'가 유리창과 같기에,

유리창 안팎을 넘나드는 산들바람이 신선한 공기를 환기하듯 우리 삶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기 때문에

시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과 마주할 양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

열네 가지 시 강의가 담겨 있었습니다.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건강, 관계, 소유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관한 지혜를 60여 편의 시에서 찾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시는 인생에 대한 통찰과 성찰을 담은, 아니 그 자체가 삶을 응축한 또 하나의 인생​이기 때문에...

​

단순히 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문세의 <옛사랑> 같은 흘러간 가요나 <어린 왕자>, 알랭 드 보통 등의 명저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배우고,

BTS의 <Intro : Persona>나 영화 <기생충> 등 신드롬이 된 대중문화를 통해 내면 깊이 들여다보며,

고려가요 <청산별곡> 과 TV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독의 가치를 되새기는 등

다채로운 언어의 향연 속에서 우리네 일상을, 인생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왜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때론 눈물이 흘렀고 공감과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제 삶은 '돌봄'이란 키워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돌봄과 돌봄을 받는 인생의 순리를 이야기하는데...

먹먹하고도 찡했습니다.

이시영 시인의 <성장>은



손을 꼭 잡은 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며 돌보던 우리 아이.

그런 아이에게 조금씩 제 손길이 줄어듦에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속울음 삼키며 단호히 돌아서야 하는 것.

자녀의 올곧은 성장을 위해 돌봄과 기다림과 떠남의 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모의 몫이 참 무겁게 다가왔었습니다.

​

흐르는 강물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어린 강물은 기억할 것입니다. 엄마는 참 좋은 엄마였다고, 그리고 아빠를 존경한다고. - page 81

​

그리고 이 시를 읽는데...

​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주용일

​

별 밤, 아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 그녀도 처음에는 저 별들처

럼 얼마나 신비롭고 빛나는 존재였던가.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보며 파리는 업어주고 자기는 없어주지 않는다고 투정

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

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가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내 마음속

에서 뜨고 지던 별들이며 노래들을 생각한다. 사랑, 평등, 신, 자유,

고귀함 이런 단어들이 내 가슴에서 떴다 사위어가는 동안 내 머리

는 벗겨지고 나는 티끌처럼 작아졌다. 새들의 지저귐처럼 내 마음

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노래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동안 내 영혼은

조금씩 은하수 저쪽으로 흘러갔다.

이제 내게 남아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며, 가엾

고 지친 영혼이며, 닳아버린 목숨이며, 애초에는 없던 가족, 집과

자동차, 보험금, 명예 이런 것들이 별이 뜨고 지던, 노래가 생겨나

던 마음을 채워버렸다. 별이 뜨지 않는 밤하늘을 한 번도 생각해보

지 않았는데, 노래가 없는 생을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는데 그런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오르페, 2016)

​

미묘했던 감정...

이제 별이 빛나는 밤을 서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 여운으로 남았었습니다.



'시'라는 언어가 주는 매력을 물씬 느끼게 되었던, 그동안 묵혀졌던 내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 한 마디가 의미 있을까...

각자가 읽고 느끼는 것만큼 더 좋은 건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덕분에 나로 인해 쓰여질 시가 무엇이 될지 기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초초난난 - 비밀을 간직한 연인의 속삭임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팽이 식당』 과 『츠바키 문구점』 의 작가 '오가와 이토'.

그녀의 작품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내재하고 있기에 읽으면서 힐링 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입니다.

그런 그녀가 이십 대에 쓴 장편소설인 이 작품이 드디어 우리 앞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또 얼마나 감동을 더해줄까...

​

끝을 알면서도 시작되는 사랑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와 보낸 시간은 빛을 발하듯 아름다웠다."

​

『초초난난』



도쿄 시타마치의 모습이 남아 있는 야나카라는 동네에서 작은 앤티크 기모노 가게 히메마쓰야를 운영하고 있는 '시오리'.

집 앞 청소도, 화분 손질도 끝나고 가게 안으로 돌아와 마토카 씨가 준 과자를 먹으며 잠깐 쉬려는데 실례합니다,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찾는 게 있으신가요?"

조용히 다가가 묻자 남자는 허둥지둥 "아, 아뇨, 저, 기모노를 찾습니다만." 하고 대답했다. - page 13

​

클라리넷의 저음을 닮은 듣기 좋은 목소리와 어딘가 기린을 닮은 듯한 이 남자.

신년 다회에 입을 기모노를 찾고 있었고 다행히 남자 기모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매와 기장이 약간 짧아 사이즈 수선이 필요했기에 다음에 찾아올 것을 약속하며 서로의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기노시타 하루이치로' 씨...

​

이름이 근사하시네요, 라고 내가 칭찬하자 기노시타 씨는 봄의 첫 강풍(일본어로 '하루이치반')이 분 날 태어났거든요, 라고 부끄러운 듯 웃으며 대답했다. 웃으면 눈꼬리에 주름이 세 줄 지는, 왼손 약지에 결혼반지를 낀 사람이었다. - page 23

​

신년 다회 전날, 기노시타 씨는 오후 늦게 기모노를 찾으러 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많은 이가 오가는데도 기노시타 씨가 있는 곳만 양지바른 곳처럼 환해 보이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그를 만날 때마다 머리로는 이래도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몸은 기노시타 씨가 있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한 시오리.

그렇게 이들은 봄날의 꽃구경을 시작으로 한여름 불꽃놀이를 지나 가을의 달맞이하며 다시 지독한 겨울 감기와 함께 사계절을 함께 애틋한 사랑을 하게 되는데...

​

이대로 이런 식으로 하루이치로 씨와 가까워지면 나는 더더욱 하루이치로 씨를 원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난처한 사람은 하루이치로 씨다. 하루이치로 씨가 살아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한편, 내가 차츰 하루이치로 씨의 인생에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이 이상 다정하게 대하면 나는 참지 못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알 수 있었다. - page 375 ~ 376

​

이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사계절과 함께 나아가는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

수채화처럼 그려진 이들의 이야기.

몽실몽실하였고 아련함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았던 이 소설.

무엇보다 시오리의 내면이 섬세히 그려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문장...

​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다. 마음속에 잔해처럼 무질서하게 쌓인 감정과 감정 사이로, 빛을 구해 지상에 고개를 내미는 꽃처럼 나도 환한 쪽을 향해 살아가고 싶다. - page 427 ~ 428

​

오가와 이토의 작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따스한 바람이 제 가슴에 살랑 불어와 핑크빛으로 물들여주었습니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를 만나는 또 다른 재미.

이번에는 '편지'였습니다.

​

'편지'라 하니 딱!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편지'.

​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조마리아 여사가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편지 중

​

어미의 마음보다는 의연하게 조국 수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라고 전한 조마리아 여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앞으로도 살아갈 모두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였었는데...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편지에선 어떤 서사가 그려져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

"그날 그 편지가 없었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

세계사를 만나는 또 다른 재미,

16통의 편지가 그려 내는 감동과 반전의 드라마틱 세계사

​

『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공식적으로 역사 속에 그려진 인물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는 여간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는 잘 알 수 없는 진정한 인간의 목소리와 절절한 사연이 담겨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편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메시지, 삶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희망을 희구하는 마음, 그리운 조국에 보내는 안쓰럽기 이를 데 없는 부탁들, 울분을 토하며 나라를 생각하고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가면서도 애써 웃으며 벗에게 보내는 메시지, 접고 또 접고 들킬까 또 접은 비밀 편지의 흔적, 내일이면 처형장에서 숨이 끊어지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누이를 만나며 눈짓으로 램프 아래 숨긴 시를 알리는 역사적 인물의 모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편지글을 읽다 보면, 영광과 명예를 모두 내던지고 혁명을 위해 떠나는 이를 향한 뜨거운 존경심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가 하면, 역사 속 상식처럼 알고 왔던 지식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니 새로운 시선을,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편지만이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의 내밀한 면모와 은밀한 속내.

그래서 오롯이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며 공감을 하고 울림이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전쟁이라는 오명을 남긴 '아편전쟁'.

전쟁이 터지기 직전에 억울함을 알린 청나라의 임칙서의 울분에 찬 편지.

​

당신의 나라에서 아편을 흡연하는 걸 엄격히 금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은 당신들이 아편으로 인한 해악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자기 나라에 해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해악을 다른 나라에 전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중국에게!

_임칙서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편지

​

어떻게 보면 임칙서는 아편 전쟁을 일으킨 도화선에 불을 붙인 장본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의 강직한 성품으로 나라를 위해 영국 여왕에게도 굽히지 않는 용기를 가진 애국지사임을, 그렇기에 양면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수없이 오갔지만 정작 이 역의 이름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충정로역'.

이는 충정공 민영환 선생을 기리기 위해 '충정로'라고 지었다는데...

​

고종을 모시던 최고 공직자였던 민영환 선생.

그는 나라가 기울어 가는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고 외교권이 강탈된 것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첫닭이 울 때까지 자신이 지니던 명함을 꺼내어 격한 심정을 담았던 유서.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내놓은 그의 충절.

마지막에 '혈죽가'의 일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다가왔었습니다.

​

슬프도다, 슬프도다./우리 국민 슬프도다.

저버렸네, 저버렸네./민충정을 저버렸네.

한칼로 순국하던/정충대절 그 영혼.

구원명명 저 가운데/우리 국민 굽어보네.

​

이 책은 역사적 인물의 민낯과 은밀한 속내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뒤늦게 후대의 평판이 달라지고 있는 콜럼버스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긴 편지.



콜럼버스의 탐욕과 폭력으로 처음 콜럼버스가 만났던 아라와크 족은 약 25만 명이 살고 있었지만 100여 년이 지나면서 생존자가 없이 그저 그런 부족이 살았다는 기록만이 남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사람들은 콜럼버스를 모기 같은 피만 빨아먹는 쓸모없는 제독이라 하여 '모기 제독'이라 불렀고 이사벨 여왕이 죽은 후 콜럼버스도 몰락하여 쓸쓸히 생을 마쳤다고 하니 이제라도 불편하게 여겨질 진실에 정면으로 대해야 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

좀 더 인물에 다가가서 바라본 역사.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편지 쓸 일이 없어졌는데 괜스레 편지를 써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편지가 훗날 나의 역사의 한 조각을 장식할지도 모르기에...

진심 어린 손 편지 하나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