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리커버 특별판)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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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추천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언젠간 읽어봐야지!' 결심만 하고는 시간이 흐르게 되었고...

이제서야 그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벽이었습니다.

쉬울 듯하지만 어려운...

읽고 나서도 선뜻 내 감정을 들여다보기 이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급선무였고 그렇게 접근하니 재미도, 와닿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 책을 읽은 이들로부터 '시'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글이라 하였습니다.

저자 역시도 책의 서문에서 일러두었습니다.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시인들과 저의 한결같은 바람이랍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그간 잊고 지낸 혹은 새로운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삶의 언어와 인생시를 만나보시길, 그리하여 인생의 문을 활짝 열고 멋지게 활보하시길 기원합니다. - page 7

진정 시의 매력을, 그리고 나의 인생시 역시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고된 일상 속,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소환하는

정재찬 교수의 시로 배우는 인생 수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요즘의 제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이 길을 가고 있는 겐지 알다가도 모를 운명 속에서 오늘도 웃다가 울다가, 애써 버티다가 허위허위 떠내려가다가, 문득 돌아보니 또 다른 길목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마흔의 길목에 들어서면서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더라도 저마다 다르고, 때마다 다른 답이 있기에 힘겹기만 한데...

그럴 때 시로 듣는 인생론이 꽤 좋을 거라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시'가 유리창과 같기에,

유리창 안팎을 넘나드는 산들바람이 신선한 공기를 환기하듯 우리 삶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기 때문에

시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과 마주할 양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열네 가지 시 강의가 담겨 있었습니다.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건강, 관계, 소유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관한 지혜를 60여 편의 시에서 찾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시는 인생에 대한 통찰과 성찰을 담은, 아니 그 자체가 삶을 응축한 또 하나의 인생이기 때문에...

단순히 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문세의 <옛사랑> 같은 흘러간 가요나 <어린 왕자>, 알랭 드 보통 등의 명저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배우고,

BTS의 <Intro : Persona>나 영화 <기생충> 등 신드롬이 된 대중문화를 통해 내면 깊이 들여다보며,

고려가요 <청산별곡> 과 TV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독의 가치를 되새기는 등

다채로운 언어의 향연 속에서 우리네 일상을, 인생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때론 눈물이 흘렀고 공감과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제 삶은 '돌봄'이란 키워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돌봄과 돌봄을 받는 인생의 순리를 이야기하는데...

먹먹하고도 찡했습니다.

이시영 시인의 <성장>은



손을 꼭 잡은 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며 돌보던 우리 아이.

그런 아이에게 조금씩 제 손길이 줄어듦에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속울음 삼키며 단호히 돌아서야 하는 것.

자녀의 올곧은 성장을 위해 돌봄과 기다림과 떠남의 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모의 몫이 참 무겁게 다가왔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어린 강물은 기억할 것입니다. 엄마는 참 좋은 엄마였다고, 그리고 아빠를 존경한다고. - page 81

그리고 이 시를 읽는데...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주용일

별 밤, 아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 그녀도 처음에는 저 별들처

럼 얼마나 신비롭고 빛나는 존재였던가.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보며 파리는 업어주고 자기는 없어주지 않는다고 투정

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

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가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내 마음속

에서 뜨고 지던 별들이며 노래들을 생각한다. 사랑, 평등, 신, 자유,

고귀함 이런 단어들이 내 가슴에서 떴다 사위어가는 동안 내 머리

는 벗겨지고 나는 티끌처럼 작아졌다. 새들의 지저귐처럼 내 마음

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노래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동안 내 영혼은

조금씩 은하수 저쪽으로 흘러갔다.

이제 내게 남아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며, 가엾

고 지친 영혼이며, 닳아버린 목숨이며, 애초에는 없던 가족, 집과

자동차, 보험금, 명예 이런 것들이 별이 뜨고 지던, 노래가 생겨나

던 마음을 채워버렸다. 별이 뜨지 않는 밤하늘을 한 번도 생각해보

지 않았는데, 노래가 없는 생을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는데 그런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오르페, 2016)

미묘했던 감정...

이제 별이 빛나는 밤을 서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 여운으로 남았었습니다.



'시'라는 언어가 주는 매력을 물씬 느끼게 되었던, 그동안 묵혀졌던 내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 한 마디가 의미 있을까...

각자가 읽고 느끼는 것만큼 더 좋은 건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덕분에 나로 인해 쓰여질 시가 무엇이 될지 기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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