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꼭 잡은 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며 돌보던 우리 아이.
그런 아이에게 조금씩 제 손길이 줄어듦에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속울음 삼키며 단호히 돌아서야 하는 것.
자녀의 올곧은 성장을 위해 돌봄과 기다림과 떠남의 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모의 몫이 참 무겁게 다가왔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말입니다. 그러면 어린 강물은 기억할 것입니다. 엄마는 참 좋은 엄마였다고, 그리고 아빠를 존경한다고. - page 81
그리고 이 시를 읽는데...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주용일
별 밤, 아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 그녀도 처음에는 저 별들처
럼 얼마나 신비롭고 빛나는 존재였던가.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보며 파리는 업어주고 자기는 없어주지 않는다고 투정
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
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가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내 마음속
에서 뜨고 지던 별들이며 노래들을 생각한다. 사랑, 평등, 신, 자유,
고귀함 이런 단어들이 내 가슴에서 떴다 사위어가는 동안 내 머리
는 벗겨지고 나는 티끌처럼 작아졌다. 새들의 지저귐처럼 내 마음
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노래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동안 내 영혼은
조금씩 은하수 저쪽으로 흘러갔다.
이제 내게 남아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며, 가엾
고 지친 영혼이며, 닳아버린 목숨이며, 애초에는 없던 가족, 집과
자동차, 보험금, 명예 이런 것들이 별이 뜨고 지던, 노래가 생겨나
던 마음을 채워버렸다. 별이 뜨지 않는 밤하늘을 한 번도 생각해보
지 않았는데, 노래가 없는 생을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는데 그런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오르페, 2016)
미묘했던 감정...
이제 별이 빛나는 밤을 서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 여운으로 남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