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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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는데 이 소설에 눈길이 갔습니다.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건... 인정받는 소설이라는 것!

그렇기에 망설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였습니다.

과연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가 그려져있을지 기대하며...

​

조작된 사형 선고, 모든 이가 외면한 재판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단 한 명의 여자

​

『변호 측 증인』



면회실 철망 너머로 입을 맞추는 한 쌍의 부부.

남자는 자상하고 서글픈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여자는 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맑고 쓸쓸한 빛이 어린 저 눈! 저렇게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는 저 눈! 저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눈일까?' - page 10

​

사형 선고 앞에 모든 것을 포기한 남편 '스기히코'에게 아내 '야시마 나미코'는 허세(?) 아닌 자신의 결심을 외칩니다.

​

"태어나서 이렇게 냉정한 건 처음이야. 난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기로 결심했단 말이야. 세상 모든 사람한테 버림을 받아도 나만은, 나 혼자만은."

남편은 미소를 지었다. - page 10 ~ 11

​

솔직히 저는 이 대목에서 소름이 끼쳤었습니다.

왠지 모를 촉이 오르면서 말입니다.

​

그는 오늘 나와 면회한 것을 후회할 게 틀림없다.

그는 또다시 잠 못 이루는 긴긴밤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무시무시한 불안과 기대와 초조감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한 끝에, 이제 한시도 더 견딜 수 없다며 제발 빨리 형이 확정되고 집행되어 끝나게 해달라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기도할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나 나는 다르다. - page 13

​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옛 동료 에다 쓰키조노가 소개한 변호사 세이케 요타로에게 부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상황을 뒤엎을 증인을 찾아내고, 법정에 서줄 것을 간절히 부탁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됩니다.

​

고아에 스트립 댄서였던 나미코는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 스기히코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들.

그녀는 스트립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본가에 가정을 꾸리면서 언젠가는 시아버지를 비롯한 시댁 식구 모두가 마음을 열어주리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날 밤...

​

야시마 노인은 그때도 그곳에 있었다. 그는 화려한 새틴 깃털 이불과 높직한 케이폭 베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그의 쩍 갈라진 연분홍색 뒤통수가 흡사 석류처럼...... - page 167

​

결혼을 반대했던 시아버지가 살해된 것입니다.

그날 저녁 결혼을 물리지 않으면 생활비 원조마저 끊겠다는 시아버지의 엄포에 폭언을 내뱉던 남편이 용의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위증을 하고...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

소설 후반을 향해 가면서 다시 앞장을 읽게 되었던...

이 소설은 그저 읽어내려가면 안 될 반전이 담겨 있었습니다.

와!

이 짜릿함!

간만에 느껴보았습니다.

​

역시나 있는 자들의 특권 의식이란...

​

정말로 스기히코를 사랑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여자는 사람한테 각각 타고난 분수란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해. 그 여자는 자기 분수를 모른 거야. 미소나 달콤한 말이 어리석은 사내들 마음을 녹이듯, 그 여자는 사람의 분수를 녹여서 그 경계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여자는 우리 세계에 들어올 수 없어. 들어와선 안 되는 거야. - page 154

​

그럼에도 남편을 위해 위증까지 했던 그녀.

또다시 이 질문을 던진다면 그녀는 어떤 답을 할까...

​

"그렇게까지 남편을 사랑하신다는 말씀입니까?" - page 227

​

슬프지만 꿋꿋했던 그녀.

그래서 그녀가 외쳤던 이 한 마디가 마지막까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

"세상 모든 사람한테 버림받아도

나만은, 나 혼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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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생활
모리스 메테를링크 지음, 김현영 옮김 / 이너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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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꿀벌의 예언』을 읽었습니다.

와!

꿀벌이 이리도 중요한 곤충인 줄은 미처 몰랐었습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는 꽃식물이며, 이 꽃식물 수분의 80퍼센트를 담당하는 곤충이 바로 '꿀벌'.

그렇기에 꿀벌이 사라진다면...

​

소설을 읽고 '꿀벌'에 대해 호기심과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책을 찾던 중!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때마침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에세이가, 꿀벌에 대한 사실을 전해준다고 하였기에 반가운 마음에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꿀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메테를링크의 무한한 상상력과 문학적 재능으로

사회적 곤충의 생태를 극명하게 그려낸

자연관찰문학의 최고 걸작!

​

『꿀벌의 생활』



이 책은 꿀벌에 관한 학술 논문이 아니다. 새로운 관찰 기록이나 연구 논문집도 아니다. 나는 꿀벌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만 이 책에 담을 작정이다. 20년에 걸친 양봉에서 얻은 특수한 경험과 수많은 관찰 결과는 보다 전문적인 책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여기에서는 그저 사람들이 친숙함과 애정을 느끼는 일을 문외한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듯, 피에르 드 롱사르의 노래에도 나오는 '황금 벌'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을 뿐이다. - page 13 ~ 14

​

본문에 들어가기 전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논문보다는 더 생생한 사실을 기록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고찰을 바탕으로 꿀벌에 관한 놀랍고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전한다고...

그래서 오히려 안심을 하게 되었고 쉬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대신 너무 글로만 전해서 아쉬움이 남았다고 할까...)

​

이제 본격적으로 벌집의 한 해를 되도록 간단히 알아보기 위해 잠에서 깨어나 노동을 다시 시작한 봄철의 한 벌집을 예로 들어봅니다.

분봉의 형성과 출발, 새로운 도시의 건설, 젊은 여왕벌의 탄생과 결투, 결혼비행, 수벌 학살, 동면 따위가 자연의 질서를 좇아 펼쳐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과연 어떤 법칙과 특성, 습관, 사건이 그 일화를 일으키고 또한 지지하는지 이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에 관한 일화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불가사의한 부분의 일종의 복사본과도 같은 '꿀벌'.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이토록 합리적이고 성실하며 적극적이고 또한 조신한 공화국이여!

덧없는 꿈의 희생을 치르는 기묘한 작은 공화국이여!

이토록 심오한 작은 민족이여!

자연에서 가장 순수한 존재인 꽃의 영혼, 가장 아름다운 웃음을 향해 가는 민족이여!

감탄을 하게 되며 오히려 우리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

우리는 대우주의 요구에 이토록 일치하는 이상, 이토록 확고한 이상, 이토록 엄격하고도 명백한 이상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또한 이토록 완전하고 영웅적인 자기희생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

그들은 전원이 협동 작업에 참여해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다해 건축할 때 편리성이나 내구성 면에서 가장 월등한 정육각형으로 벌집을 만드는 점에서도, 어떤 망설임도, 의견 분열도 없이 전원 일치의 정신으로 선출된 여왕벌이 자신의 경쟁 상대가 도전해오는 소리를 듣자마자 자신의 운명과 여왕으로서의 의무를 깨닫고 용감히 맞서는 점 등, 이 작은 생명체로부터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하지만...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인에서 오늘날의 농민에 이르기까지, 양봉가들은 이 종족의 욕망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 옴으로써 신중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기까지 하는 무리를 멸망시켜왔습니다.

종족은 약해졌고 분봉을 과도하게 일으키는 경향이 대대로 이어져오면서 머지않아 인간은 매우 자연스러운 분봉조차 방치한 채 꿀과 꽃가루의 수확에만 매진하는 꿀벌 종속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큰 재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

꿀벌은 자신들이 모으는 꿀을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지 어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우주에 끌어들이는 정신의 힘을 누가 이용하는지 알지 못한다. 꿀벌이 자신들이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꿀을 모으려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녔듯, 우리도 이 신비로운 불꽃에 자양분을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다녀야 한다. 유기체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자. 이 불꽃은 우리의 감정과 감각으로 배양하자. 보고, 느끼고, 듣고, 만지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나아가 불꽃 그 자체의 정수-다양한 발견이나 경험, 불꽃이 방문한 모든 것을 관찰한 후 찾아낼 수 있는 사상 따위-로 이 불꽃을 배양하자. 그러면 인간적인 의무에 열의를 가진 인간에게는 모든 일이 필연적으로 수월하게 흘러갈 것이다. 그의 노력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그의 탐구 열의를 더욱 확고하고 순수하고 고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page 251 ~ 252

​

만감이 교차했었습니다.

몰랐기에 지나쳤었고 이제라도 알게 되었기에 관심이 생기고 더 알고자 하는 욕구가 솟았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꿀벌.

꿀벌들을 통해 우리 인간에 대해, 나아가 자연에 대해 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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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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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곧 있으면 저도 '여름휴가'를 보내게 됩니다.

아마 제일 더운 그때.

모든 이들도 휴가를 보내는 그때.

하지만 이번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홈캉스를 즐기고자 합니다.

그래서 어떤 책과 함께 홈캉스를 즐겨볼까... 기웃거리며 책 목록을 만들었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야금야금 읽게 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제목부터 딱! 휴가철에 어울리겠다며 아껴 읽으려 했지만...

자꾸만 가는 눈길을 차마 막지 못하고 펼쳐들게 되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대프니 듀 모리에와 함께 기억될 이름, '마거릿 케네디'.

국내 첫 소개된 이 작품은 어떨지 기대하며...

​

"그곳에는 뭔가 있어요.

온갖 사람이 다 합류하고 있어.

이 모든 게 징후야."

​

연민에서 싹트는 우정

오해에서 비롯된 로맨스

시기심과 교만, 탐욕이 빚어내는 소동

그리고 공평히 주어진 구원의 기회

​

『휴가지에서 생긴 일』



1947년 9월.

매년 그래왔듯 록스턴 세인트프라이즈와이드의 제럴드 세던 신부는 콘월 북부 세인트소디의 새뮤얼 봇 신부를 방문하게 됩니다.

오랜 벗인 그들은 이렇게 둘이 함께 보내는 이 휴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데...

​

세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설교문은 미리 다 써놓아야 하는 게 그들 휴가의 규칙이었다.

"예정에 없던 설교라네. 나도 오늘 오후까지 마쳐보려고 애썼어. 하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더라고."

"별일이네." 세던이 퉁명스레 대답했다.

"음...... 장례식 설교인데......"

봇은 책상 앞으로 가서 타자기 뚜껑을 열었다.

"평범한 장례식이 아니야." 그가 불평했다. "사실 딱히 장례식이라고 볼 수도 없지. 고인들을 묻어줄 수가 없으니까. 이미 묻혔거든, 절벽 아래......"

"오, 펜디잭만 말인가?" - page 12 ~ 13

​

사실은 이러했습니다.

8월에 갑자기 절벽 한 쪽이 크게 무너져내린 일이 있었습니다.

붕괴한 절벽이 세인트소디에서 몇 마일 떨어진 작은 만을 덮쳐 동쪽 곶에 세워져 있던 저택, 아니 개인 소유 저택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운영한 호텔을 흔적 없이 사라지게 하였고 이로 인해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목숨을 잃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신부가 사망자들의 장례식 설교를 준비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생존자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

"그들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는데?"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봇이 창가에서 돌아서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거든.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어. 완벽한 진실은 영영 아무도 알 수 없겠지.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한 이야기는......"

그는 벽난로로 다가와 세던을 마주보고 의자에 앉았다.

"들어보게나." 봇이 말했다. "그리고 자네 생각도 한번 정리를......" - page 17 ~ 18

​

그렇게 이 소설은 생존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신부 친구에게 들려주면서 시작하였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우리의 추리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

도대체 참사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누가 죽었고 왜 죽었으며 살아남은 자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

이기적인 귀족, 나태한 궤변론자, 괴상한 성직자와 위축된 그의 딸, 몽상하는 아이들, 심술궂은 객실 책임자, 각자의 우울에 빠져있는 부부, 위악적 소녀, 예술가인 척하는 작가와 그녀의 어린 정부 등등.

스물네 명은 각자의 속내를 숨기지만 결국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바짝 세우고 설전이 오가고 갈등이 폭발하면서 마침내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

그는 세상을 구하려면 죄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곳곳의 희생양, 힘없이 기댈 곳 없는 사람이야말로 인류를 지탱하고 지켜주는 구세주들이라고. 그녀는 그가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동안 곧 엄청난 발견을 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

아직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무엇이 그들을 이어주는지 알았다. 하지만 스스로가 조금 놀랍게 느껴졌고, 뭔가 모험을 시작할 때 여자들이 으레 그러듯 킥킥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 page 143 ~ 145

​

솔직히 이 소설은 쉽게 읽혀지진 않았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런던대공습 직후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고 그 속엔 기독교적 이야기로 교만, 시기, 나태, 탐식, 분노, 정욕, 탐욕 등 일곱 가지 대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심오하진 않지만... 저에겐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가 크게 와닿진 않았습니다.

​

인간의 군상을 그려냈던 이 소설.

우리네 모습이기에 썩 유쾌하진 않지만 읽으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곤 하였고 이 소설이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

못된 사람은 몇 명뿐이지만, 그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가고도 남아요. 소수가 다수에게 그토록 해를 끼칠 수 있다니, 믿지 못하실 거예요. - page 449 ~ 450

​

그리곤

​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그들은 앞날을 생각했다. - page 521

​

씁쓸하지 않나요...

​

아무튼 읽고 나서 한바탕 소동 속 한여름 밤의 꿈처럼 몽롱한 느낌만이 남았었습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휴가지에서 생긴 일.

이런 일은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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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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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른 출판사로 읽었었습니다.

워더링 하이츠로 읽었는데 뭔가 폭풍의 언덕이란 이름이 더 친숙한...

그리고 소설로부터의 여운이 남아 이 책으로도 읽게 되었습니다.

​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지만 그 당시에는 음산한 힘과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야만성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이 소설.

하지만 백 년이 지난 오늘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과 비교되리 만치 그 비극성과 시성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 소설.

다시 한번 더 격정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

요크셔의 황야에서 펼쳐지는 악마적인 격정과 증오, 현실을 초월한 폭풍 같은 사랑

영문학 3대 비극, 세계 10대 소설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자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

​

『폭풍의 언덕』



1801년-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여긴 확실히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을 통틀어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더구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 쓸쓸함을 나누어 갖기에 썩 알맞은 짝이다. 멋진 친구! - page 7

​

'록우드'라는 남자가 세를 들게 되어 집주인에게 인사차 방문하게 됩니다.

워더링 하이츠란 히스클리프 씨의 집으로.

'워더링'이란 이 지방에서 쓰는 함축성 있는 형용사로, 폭풍이 불면 위치상 정면으로 바람을 받아야 하는 이 집의 혼란한 대기를 표현하는 말처럼 이 집 사람들의 태도는 여간 불편한데...

하필!

여느 때보다도 일찍 어둠살이 잡히고, 하늘과 언덕은 바람과 눈발이 한꺼번에 매섭게 회오리치는 가운데 서로 분간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워더링 하이츠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록우드.

​

거센 바람 소리와 눈이 휘몰아치는 소리, 전나무 가지가 되풀이하여 성가신 소리를 내기에 될 수 있는 한 그 소리를 없애고자 팔을 내밀었는데 가지가 아닌 조그마하고 얼음처럼 싸늘한 손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

"들어가게 해주세요. 들어가게 해줘요!"

"당신은 누구요?" 하고 나는 물으면서도 그 손을 뿌리치려고 애썼다.

"캐서린 린튼이에요." 그 소리는 떨면서 대답했다. (왜 린튼이라는 이름이 생각났을까? 린튼이라는 이름보다 언쇼라는 이름을 스무 배는 더 많이 봤을 텐데.) "제가 돌아왔어요. 저는 벌판에서 길을 잃었던 거예요!" - page 43

​

무서움에 떨면서 미친 듯이 고함을 친 록우드는 히스클리프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화를 내며 록우드를 쫓아냅니다.

그러다 가정부인 딘 부인으로부터 이 집안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시간은 거슬러 20년 전으로 가게 됩니다.

언쇼 씨가 리버풀에 갔다가 굶어죽기 직전의 한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그 아이가 바로 '히스클리프'.

언쇼 씨의 친아들인 힌들리는 아버지가 히스클리프를 아끼는 것에 그를 집요하게 괴롭히지만 딸인 캐서린과는 친밀하게 지내게 되고 결국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린튼 가문의 아들 에드거 린튼이 청혼을 하게 되고 캐서린의 가슴 절절한 고백...

​

"천국은 내가 갈 곳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려 했을 뿐이야. 나는 지상으로 돌아오려고 가슴이 터질 만큼 울었어. 그러자 천사들이 몹시 화를 내며 나를 워더링 하이츠의 꼭대기에 있는 벌판 한복판에 내던졌어. 거기서 나는 기뻐서 울다가 잠이 깼지. 이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비밀을 설명해 줄 거야. 나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에드거 린튼과 꼭 결혼할 필요도 없는 거지. 저 방에 있는 저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 page 133

​

을 채 듣기도 전에 에드거와 결혼하겠다는 말만 들은 히스클리프는 떠나게 됩니다.

​

3년 뒤, 떠날 때처럼 갑작스럽게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경멸했던 힌들리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캐서린에게도 복수를 하고자 캐서린 남편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하게 됩니다.

모든 이들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된 것임에 캐서린은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그날 밤 자정 무렵에 딸을 출산하고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사실에 그는 격정으로 발작을 일으키며 무시무시하게 외치게 됩니다.

​

"그래, 끝까지 거짓말쟁이였군! 어디로 갔지? 거기가 아니야, 천국이 아니라고. 없어진 것도 아냐. 그러면 어디로 간 거지? 아! 당신은 내 괴로움 같은 건 알 바 아니라고 했지!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 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난 살 수 없단 말이야!" - page 273 ~ 274

​

히스클리프에게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게 되고

​

내가 고백한다고 해서 구원을 받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 고백이 내 성격의 설명할 수 없는 면에 대한 설명은 될거야. 아, 젠장! 오랜 싸움이었지. 이제 끝장이 났으면 좋겠어. - page 541

​

그의 폭풍처럼 몰아치던 복수심은 캐서린이 낳은 캐서린 린튼과 헤어튼 언쇼가 결혼을 하면서 잦아들게 됩니다.

​

길었다면 긴 여정.

히스클리프가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지만 않는다면 나도 얼마든지 보복을 하겠어요. 하지만 배반이나 폭력은 양쪽 끝이 뾰족한 창과 같아서, 그것을 쓰는 사람이 그걸 받는 사람보다 더 크게 다치는 법이지요.' - page 287

​

결국 모든 칼날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던 그...

이제는 포근한 하늘 아래 마음 편히 지내길 빌어봅니다.

​

재독을 해도 가슴이 아려오는 건...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땐 어떤 감정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에 잠시 내려놓고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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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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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잔혹했던 전쟁.

아니, 그 잔혹함 그 이상의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건이었던 '제2차 세계 대전'.

그럼에도 전쟁으로부터 과학이 발전되었다는 이 아이러니함이란...

​

아무튼 이 시대의 '과학'에 대한 이야기는 여느 책에서도 접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과학자와 스파이로 구성된 과학 특공대가 비밀 임무를 수행했다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 비밀.

이에 대해 흥미진진한 대서사시로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그 시절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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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가 미국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하던 그 때,

유럽에서는 최초의 과학 특공대 '알소스 부대'가 활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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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스파이』



'알소스 부대'

사실 이름부터 생소하였습니다.

이 부대는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위협, 즉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에 관한 비밀을 수집해 원자폭탄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학 특공대였습니다.

이들의 스파이 활동으로 과학이 처음으로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서게 된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는데 각각의 면면도 화려했습니다.

맨 처음 소개되는 미국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의 '모 버그'.

그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10여 개 언어를 구사해 '버그 교수'라고도 불리는 괴짜였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컬럼비아대 법대를 다니고 뉴욕변호사 시험까지 합격하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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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버그가 마지막으로 베이스를 도는 모습을 모두 즐겁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버그는 그 순간을 오래 즐길 수 없었다. 일주일 전에 나치 독일과 공산주의 러시아가 악명 높은 불가침 조약을 맺음으로써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그가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홈런을 치고 나서 4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했고, 이로써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그해 여름에 버그는 "유럽은 활활 타오르고 있고, 히틀러가 지른 화마 속에서 시들어가고 있다"라면서 괴로워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볼펜에 앉아서 교체 투수들에게 농담이나 하고 있지 않은가!" 버그는 마침내 아버지가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보다는 삶이 훨씬 중요했다. - page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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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야구보다 국가에 헌신하길 바란 아버지의 뜻을 따라 모 버그는 알소스 부대에 들어가 독일 최고의 핵과학자인 하이젠베르크 암살 명령을 받게 됩니다.



이렇듯 스파이로 활동하는 이들은 예상외의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펼친 위대하지만 위험한 적국의 핵과학자를 제거해야 하는 스파이의 고뇌와 연구에 대한 열망과 전쟁의 공포 앞에서 갈등하고 하루아침에 친구에서 적이 된 동료와 경쟁해야 하는 과학자 등 책 속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흥미롭고도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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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 등 노벨상 수상자들의 등장은 익숙함을 자아냈었고 무엇보다 이들이 일생을 바쳐 이뤄낸 '원자 폭탄 개발'이라는 미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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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속보가 끝나갈 때, 가우드스밋에게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몇 달 전에 독일의 원자폭탄 계획이 한참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안 뒤, 가우드스밋은 그로브스의 한 부관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아주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의 원자 폭탄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부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샘, 우리에게 그런 무기가 있다면, 우린 그걸 사용할 거요." 그 예언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원자폭탄은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즉, 핵무기를 보유한 독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무기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독일의 위협이 사라지자, 단순히 방어 무기로 사용한다는 개념도 사라졌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하지만 불가피하게 원자폭탄은 다른 성격의 무기-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무기-로 변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리란 것을 가우드스밋은 직감했다. - page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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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막대한 인명 피해로 귀결돼 인류적 재앙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가슴 저미게 다가왔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에필로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오랫동안 남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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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드스밋의 한 동료는 "샘은 전쟁 전에 재미있고 편안하게 하던 일로 결코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말했는데, 졸리오-퀴리 부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모 버그, 케네디가 사람들을 비롯해 원자 첩보전에 휘말린 사람들은 거의 다 그랬다. 핵분열은 20세기 물리학의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였지만, 그것은 단지 중요한 과학 현상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떠올랐다. 미치광이의 수중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절박한 노력에서 연합국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광기를 뿜어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말할 것도 없고, 중수 공장 습격, 지질 조사를 위한 특공대, 암살과 방사능 치약에 이르기까지 그 광기가 온갖 것으로 뻗어나갔다. 모든 단계에서 관련 당사자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원자를 쪼갬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분열시켰다. - page 570 ~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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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과도 같았던 이들의 이야기.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은 훗날 역사가 기록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과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고...

무엇이 옳은 것일까... 란 의문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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