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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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른 출판사로 읽었었습니다.

워더링 하이츠로 읽었는데 뭔가 폭풍의 언덕이란 이름이 더 친숙한...

그리고 소설로부터의 여운이 남아 이 책으로도 읽게 되었습니다.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지만 그 당시에는 음산한 힘과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야만성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이 소설.

하지만 백 년이 지난 오늘날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멜빌의 '백경'과 비교되리 만치 그 비극성과 시성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 소설.

다시 한번 더 격정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요크셔의 황야에서 펼쳐지는 악마적인 격정과 증오, 현실을 초월한 폭풍 같은 사랑

영문학 3대 비극, 세계 10대 소설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자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

폭풍의 언덕



1801년-집주인을 찾아갔다가 막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부터 사귀어가야 할 그 외로운 이웃 친구를. 여긴 확실히 아름다운 고장이다. 영국을 통틀어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더구나 히스클리프 씨와 나는 이 쓸쓸함을 나누어 갖기에 썩 알맞은 짝이다. 멋진 친구! - page 7

'록우드'라는 남자가 세를 들게 되어 집주인에게 인사차 방문하게 됩니다.

워더링 하이츠란 히스클리프 씨의 집으로.

'워더링'이란 이 지방에서 쓰는 함축성 있는 형용사로, 폭풍이 불면 위치상 정면으로 바람을 받아야 하는 이 집의 혼란한 대기를 표현하는 말처럼 이 집 사람들의 태도는 여간 불편한데...

하필!

여느 때보다도 일찍 어둠살이 잡히고, 하늘과 언덕은 바람과 눈발이 한꺼번에 매섭게 회오리치는 가운데 서로 분간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워더링 하이츠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록우드.

거센 바람 소리와 눈이 휘몰아치는 소리, 전나무 가지가 되풀이하여 성가신 소리를 내기에 될 수 있는 한 그 소리를 없애고자 팔을 내밀었는데 가지가 아닌 조그마하고 얼음처럼 싸늘한 손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들어가게 해주세요. 들어가게 해줘요!"

"당신은 누구요?" 하고 나는 물으면서도 그 손을 뿌리치려고 애썼다.

"캐서린 린튼이에요." 그 소리는 떨면서 대답했다. (왜 린튼이라는 이름이 생각났을까? 린튼이라는 이름보다 언쇼라는 이름을 스무 배는 더 많이 봤을 텐데.) "제가 돌아왔어요. 저는 벌판에서 길을 잃었던 거예요!" - page 43

무서움에 떨면서 미친 듯이 고함을 친 록우드는 히스클리프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화를 내며 록우드를 쫓아냅니다.

그러다 가정부인 딘 부인으로부터 이 집안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시간은 거슬러 20년 전으로 가게 됩니다.

언쇼 씨가 리버풀에 갔다가 굶어죽기 직전의 한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그 아이가 바로 '히스클리프'.

언쇼 씨의 친아들인 힌들리는 아버지가 히스클리프를 아끼는 것에 그를 집요하게 괴롭히지만 딸인 캐서린과는 친밀하게 지내게 되고 결국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린튼 가문의 아들 에드거 린튼이 청혼을 하게 되고 캐서린의 가슴 절절한 고백...

"천국은 내가 갈 곳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려 했을 뿐이야. 나는 지상으로 돌아오려고 가슴이 터질 만큼 울었어. 그러자 천사들이 몹시 화를 내며 나를 워더링 하이츠의 꼭대기에 있는 벌판 한복판에 내던졌어. 거기서 나는 기뻐서 울다가 잠이 깼지. 이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내 비밀을 설명해 줄 거야. 나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에드거 린튼과 꼭 결혼할 필요도 없는 거지. 저 방에 있는 저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 page 133

을 채 듣기도 전에 에드거와 결혼하겠다는 말만 들은 히스클리프는 떠나게 됩니다.

3년 뒤, 떠날 때처럼 갑작스럽게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경멸했던 힌들리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캐서린에게도 복수를 하고자 캐서린 남편의 여동생인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하게 됩니다.

모든 이들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된 것임에 캐서린은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그날 밤 자정 무렵에 딸을 출산하고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사실에 그는 격정으로 발작을 일으키며 무시무시하게 외치게 됩니다.

"그래, 끝까지 거짓말쟁이였군! 어디로 갔지? 거기가 아니야, 천국이 아니라고. 없어진 것도 아냐. 그러면 어디로 간 거지? 아! 당신은 내 괴로움 같은 건 알 바 아니라고 했지!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 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난 살 수 없단 말이야!" - page 273 ~ 274

히스클리프에게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게 되고

내가 고백한다고 해서 구원을 받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 고백이 내 성격의 설명할 수 없는 면에 대한 설명은 될거야. 아, 젠장! 오랜 싸움이었지. 이제 끝장이 났으면 좋겠어. - page 541

그의 폭풍처럼 몰아치던 복수심은 캐서린이 낳은 캐서린 린튼과 헤어튼 언쇼가 결혼을 하면서 잦아들게 됩니다.

길었다면 긴 여정.

히스클리프가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지만 않는다면 나도 얼마든지 보복을 하겠어요. 하지만 배반이나 폭력은 양쪽 끝이 뾰족한 창과 같아서, 그것을 쓰는 사람이 그걸 받는 사람보다 더 크게 다치는 법이지요.' - page 287

결국 모든 칼날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던 그...

이제는 포근한 하늘 아래 마음 편히 지내길 빌어봅니다.

재독을 해도 가슴이 아려오는 건...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땐 어떤 감정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에 잠시 내려놓고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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