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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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휴가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는데 이 소설에 눈길이 갔습니다.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건... 인정받는 소설이라는 것!

그렇기에 망설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였습니다.

과연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가 그려져있을지 기대하며...

조작된 사형 선고, 모든 이가 외면한 재판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단 한 명의 여자

변호 측 증인



면회실 철망 너머로 입을 맞추는 한 쌍의 부부.

남자는 자상하고 서글픈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여자는 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맑고 쓸쓸한 빛이 어린 저 눈! 저렇게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는 저 눈! 저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눈일까?' - page 10

사형 선고 앞에 모든 것을 포기한 남편 '스기히코'에게 아내 '야시마 나미코'는 허세(?) 아닌 자신의 결심을 외칩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냉정한 건 처음이야. 난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기로 결심했단 말이야. 세상 모든 사람한테 버림을 받아도 나만은, 나 혼자만은."

남편은 미소를 지었다. - page 10 ~ 11

솔직히 저는 이 대목에서 소름이 끼쳤었습니다.

왠지 모를 촉이 오르면서 말입니다.

그는 오늘 나와 면회한 것을 후회할 게 틀림없다.

그는 또다시 잠 못 이루는 긴긴밤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무시무시한 불안과 기대와 초조감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한 끝에, 이제 한시도 더 견딜 수 없다며 제발 빨리 형이 확정되고 집행되어 끝나게 해달라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기도할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나 나는 다르다. - page 13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옛 동료 에다 쓰키조노가 소개한 변호사 세이케 요타로에게 부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상황을 뒤엎을 증인을 찾아내고, 법정에 서줄 것을 간절히 부탁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됩니다.

고아에 스트립 댄서였던 나미코는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 스기히코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이들.

그녀는 스트립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본가에 가정을 꾸리면서 언젠가는 시아버지를 비롯한 시댁 식구 모두가 마음을 열어주리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날 밤...

야시마 노인은 그때도 그곳에 있었다. 그는 화려한 새틴 깃털 이불과 높직한 케이폭 베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그의 쩍 갈라진 연분홍색 뒤통수가 흡사 석류처럼...... - page 167

결혼을 반대했던 시아버지가 살해된 것입니다.

그날 저녁 결혼을 물리지 않으면 생활비 원조마저 끊겠다는 시아버지의 엄포에 폭언을 내뱉던 남편이 용의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위증을 하고...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소설 후반을 향해 가면서 다시 앞장을 읽게 되었던...

이 소설은 그저 읽어내려가면 안 될 반전이 담겨 있었습니다.

와!

이 짜릿함!

간만에 느껴보았습니다.

역시나 있는 자들의 특권 의식이란...

정말로 스기히코를 사랑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여자는 사람한테 각각 타고난 분수란 게 있다는 걸 알아야 해. 그 여자는 자기 분수를 모른 거야. 미소나 달콤한 말이 어리석은 사내들 마음을 녹이듯, 그 여자는 사람의 분수를 녹여서 그 경계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여자는 우리 세계에 들어올 수 없어. 들어와선 안 되는 거야. - page 154

그럼에도 남편을 위해 위증까지 했던 그녀.

또다시 이 질문을 던진다면 그녀는 어떤 답을 할까...

"그렇게까지 남편을 사랑하신다는 말씀입니까?" - page 227

슬프지만 꿋꿋했던 그녀.

그래서 그녀가 외쳤던 이 한 마디가 마지막까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한테 버림받아도

나만은, 나 혼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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