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가뿐해지는 마음 정리법 - 피로감이 쌓이는 하루, 마음의 여유가 사라질 때
라일 폭스 지음, 양은심 옮김 / 라온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피로곰과 친구를 맺고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지금.

쌓이고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주말엔 휴식을 취하곤 하지만 그마저도 쌓인 피로들이 많은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

​

『일상이 가뿐해지는 마음 정리법』

 솔직히 집안 정리만으로도, 옷장 정리만으로도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는데 과연 방 정리처럼 내 마음의 정리는 수월할지, 복잡한 내 마음을 바라보는 방법부터 차근히 배우고 싶었습니다.


책의 표지를 보면 이런 문구가 책을 읽기 전 독자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내밉니다.

양치하는 3분, 머리 말리는 5분,

거울 속 자신과 대화하는 것만으로

불안감, 스트레스, 그날 쌓인 감정이 해결된다!

책을 읽고보니 3분,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10여분간 거울과 자신을 마주본 후 자신과의 대화와 명상을 가지면 비로소 내 마음이 정리된다고하니 잠시잠깐 나를 위한 시간으로 그정도 투자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들어가는 글> 을 보면 현대인들의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 이렇다 할 큰 고민은 없는데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나 앞일에 대한 불안감에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

* 나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져 침울해질 때가 있다.

* 내 삶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 page 10

어느 것 하나 내가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봅니다. 양치질을 하면서, 머리를 빗으며서, 수염을 깍으면서, 화장을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단 몇 분이라도 지긋이 바라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말을 걸고, 같이 춤을 추고,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해방시키고 안정감을 얻는다니, 거울이 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체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많지 않을 것입니다. - page 12 ~ 13

그러고보니 저 역시도 하루에 몇 번씩 거울을 보았었습니다.

세수를 한 뒤, 외출하기 전, 샤워한 뒤......

몇 번이고 바라본 거울 속 내 모습은 외적인 면에만 치중했을 뿐 내적인 면엔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거울'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통로가 된다는 점.

그래서 '거울 카운슬링'이 외부 세계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한 방법임을 저자를 통해 배웠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이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유.

그 중 하나는 '고독감'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SNS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거울 카운슬링을 통해 그 방법을 익히게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공감은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고 최족적으로는 타인과의 관계를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또한 거울 카운슬링을 통해 자신의 실패를 용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이로써 타인도 용서하는 행위로 커다란 안정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거울 카운슬링>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웜업

거울 앞에 서서 몇 초 동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 몸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2. 수다떨기

바른 자세를 유지한 채 긴장을 풀고, 평온한 마음속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자신에게 작은 목소리로 가만히 이야기해봅니다.

3. 명상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이렇게 5일동안 감사, 알아차림, 기쁨, 용서, 공감의 마음 정리를 하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보다는 일상의 '행복'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분주하게 살아가기 바쁜 요즘.

스트레스와 정돈되지 않은 마음 상태로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니 어느새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거울 카운슬링'을 통해 십여 분만 이라도 자신에게 투자를 한다면 가려졌던 '나'의 존재가 보일 것입니다.

책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생에는 지금밖에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미래를 컨트롤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현재만이 진정한 현실입니다. 일상적인 체험에 있어서 가장 의미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창출되는 것뿐입니다. - page 51

이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하는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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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아침 햇살과 시작된 하루의 일과.

바쁘게 돌아가다보니 어느 새 달님과의 인사시간.

낮동안 일어난 일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들어오면 조금씩 무장해제되어 한아름 안고왔던 근심, 걱정거리들이 얼굴을 내밀며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밤이 되면 왠지모를 허무함이 밀려오곤 하였습니다.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책 제목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이 불안......

이불 안......

저자와 이불 안에서 이 불안을 같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이야기의 자초지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꽤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변치 말아야 할 것은 그대로 남겨두려 노력합니다.

이 말이 이 책에서 저자가 저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다가왔습니다.

변치 말아야 할 것......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겁이 많은 저로써는 아직은 이불 안에 꼭꼭 숨고 있었습니다.


'연애'와 '사랑'.

그 시작은 무엇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연애를 하는 동안은 사랑으로 인해 마치 내 삶이 풍족해진다고 느끼곤 합니다.

이것이 착각인 줄 모르고......

특히나 '사랑해'라는 말 한 마디......

배우 임수정과 소지섭이 나온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임수정이 소지섭을 향해 몇 번이고 외쳤던 대사가 떠올랐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해요."

한 사람과의 영원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날을, 나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싶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나의 노력이,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노력이 가상하여 언젠가 한 번은 영원한 사랑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어쩌면 오기 다분한 마음이 스친다. - page 41

아름답지만 잔혹한 한 마디인 것 같았습니다.

사랑해......


제가 공감이 되었던 글이 있었습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조금만 더 열과 성을 다해서 고집을 부려가며 연애에, 사랑에 집착하고 싶었는데.

"여진아, 마음 가는 대로 하기에는 우리 그리 젊지 않아.

네 실속도 이제 챙겨야지."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가 한 말이 어밄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때로는 마음의 반대로 움직일 줄 알아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행운이나 행복이라는 게 찾아온다는 걸 경험으로 얻은 그녀의 결론이다. 그렇지만 내려놓겠다는 것도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도 나는 좀처럼 되지 않는다. - page 60 ~ 61

유독 '서른'이 되는 것이 두렵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서른이 되기 전에 불같은 사람을 하고 싶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저에게도 이런 충고를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제 여자 나이 서른이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져야해. 이십 대처럼 그저 '사랑'에 연연해선 안돼!"

그땐 그 친구의 조언이 귀에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당연했었다는 걸 서른이 지난 후에 깨달으면서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랑과 같은 붉은 열정을 내려놓아야함에......


그녀가 전한 사랑에 대한 끄적임......

자신의 마음을 적었지만 그 마음엔 지난 날의 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한동안 제 마음을 울리고 또 울리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한 가정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있지만 가끔 떠오르는 '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

'사랑'의 의미가 '인생'의 의미로 변해가는 요즘.

그녀의 이 말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가시가 돋아 있는 사람을 멀리하려는 건 아마 그 가시에 찔리면 아플까봐서겠지. 그런데 그거 아니? 자신에게 박혀 있는 가시를 스스로 빼내야 할 때도 많이 아프고, 겁나고, 잘못하면 피도 난다는 걸. - page 200

'장미'처럼 돋아난 '가시'.

하지만 '가시'를 빼야 다른 이들이 다가온다는 것.

나에게 존재하는 '가시'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미드나잇부터 시작하여 새벽까지 그녀의 이불 속에서 담겨 있던 이야기들.

그녀의 불안은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불안'들과 같았습니다.

사랑의 상처, 삶의 상처......

이것들을 외면하기 보다는 제대로 바라보았기에 그녀는 다가온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저 역시도 그녀 덕분에 떠오르는 햇살에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불 속 이 불안들.

이 불안들을 제대로 바라보며 내 마음을 잘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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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이경자 지음 / 사람이야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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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을 만난 적은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였습니다.

한때 모프로그램에서 '책' 읽기 캠페인처럼 바람이 불 때 그 바람을 타고 저 역시도 읽으면서 그가 찾아간 우리의 시인 22명의 고향과 유적을 따라 시의 발자취를 따라갔었습니다.

그때 조금은 인상적으로 남았었습니다.

사실 '시'라는 장르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받아서인지 시인의 함축적 의미만을 파고들기 급급하였는데 책을 따라 읽다보니 굳이 외우지 않더라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이번엔 '그'에 대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기에 그는 어떤 발자취를 시 속에 남겼는지 궁금하였습니다.

그의 삶과 문학 이야기.

왠지 '시인'이기에 남다를 것 같았습니다.


그의 어릴 적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너져서 '신응식'에게 집안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유년기를 보내게 됩니다.

"네 애비를 닮지 마라." - page 14

훗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를 닮지 않은 네가 장하다!"

그러나 모질고 쓰라린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아들은 깨달았다. 자신은 아버지를 빼닮았으되 실상, 아버지보다 못하다는 걸. - page 23 ~ 24


그의 '시'속엔 유독 '길'의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놈 자식! 그래 겨우 소장수야!"

삼촌은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소 떼가 가는 곳, 서울에 대한 상상과 소장수의 낭만은 어린 소년에게 지워지지 않는 그림이 되었다. 목계나무와 더불어 그에게 '떠나는 일'은 마침내 시가 되고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떠나는 설렘과 돌아오는 안도.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신경림은 자신의 시가 바로 '떠나고 싶고, 돌아가고 싶은 이런 충돌'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길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날까.

응식은 꾸불꾸불 이어진 길, 그리고 그 길이 언덕을 오르다가 팥알만큼 잘아져서 아주 사라지는 것들을 오래도록 넋 놓고 바라보곤 하였다. - page 34 ~ 35

그래서 그의 시를 읽다보면 떠남, 그리움, 외로움, 돌아갈 곳, 그리고 인생이 담겨있었습니다.

곱씹고 곱씹을수록 아련한 기억과 쓰디쓴 추억처럼......


특히나 그의 문학도 시절엔 많은 방황이 있었습니다.

멀리 있는 그리움, 멀리 있는 인생, 그리고 모든 것들의 불안과 슬픔을 갈피갈피 젖히고 갈기갈기 찢으며 그는 삶을 숨 쉬었다. 인생은 저기 있고 자신은 늘 여기 혼자 있었다. 혼자인 그에게 시가 왔다. 시를 쓰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스탕달과 발자크의 소설들을 마구 읽었다. - page 62

끝없는 방황 속 하루하루 그의 몸과 마음은 지쳐가 자신의 문학보다는 '술'에 더 의지를 하며 살아가곤 합니다.

마음을 다잡아 살아가던 어느 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아내는 남편의 첫 시집을 못 보고 세상을 떠나게 되고 육친 둘과도 이별을 하게 됩니다.

늦은 밤길, 술 취해 통금에 걸려 돌아오지 못하거나 혹은 휘청거리며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는 사람은 언제나 어머니. 일곱 살, 네 살, 두 살의 손주들을 받아 기르며 마흔 넘은 아들의 짐을 덜고 슬픔을 덮어주려 했을 그 어머니.

...

밥은 마주 보고 먹어야 맛이 나는 법. 어머니도 오밤중, 신새벽이 되도록 저녁을 먹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몸이 한밑천인 거. 하늘이 땅이 된다 해도 변하지 않을 거. 어머니는 입 밖으로 말을 내지 않았지만 아들인들 그 소리 없는 말을 못 들었으랴. - page 102

묵묵히 아들을 챙겨주신 어머니.

유일하게 오랫동안 곁에 있어준 어머니는 그냥 모습만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그 곁을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시는 살아 있는 개인의 삶으로부터, 그 삶의 토대인 가정과 사회와 역사 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 page 91

그래서 그의 시는 잔잔한 호숫가에 던진 돌맹이 같았습니다.

특히나 못다핀 꽃들에게 전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는 읽는 이에게도 그들의 영혼과의 소통 길을 마련해 주었었고 민중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던 「별이 보인다」는 우리의 목소리로 이 나라를 '희망'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해 주었습니다.


그의 삶과 문학.

뗄레야 뗄 수 없었습니다.

그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난 이 나이에도 나만 옳다는 생각은 안 해. 늙어가면서 오히려 내 주장이 줄어들더라고. 내 말을 사람들에게 들려 주고 나는 또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것이 결구구 인생이지. 시도 마찬가지야. 쓰면 쓸수록 시도 결국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어......"

...

"사람에게는 자기 나름의 삶의 기준이 있고 그 나름 가치가 있는 건데 세계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초라하게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어. 잘 먹고 잘 살면서도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세상이 됐어. 문제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삶에 줏대 없이 매혹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른으로, 이 시대에 들려주는 말이다. - page 163 ~ 164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드럽지만 강한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런 그가 우리가 흔들리지 않게 '시'로 우리와 잦은 소통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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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시로야마 사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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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부의 인연은 칠천겁의 인연이 쌓여서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귀하고도 귀한 인연이 결혼을 하고나면 왜 그리도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책 제목처럼 이 책.

무심코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이 역시도 저와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가슴 찡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시로야마 사부로'와 그의 아내 '요코'의 첫 만남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의 우연한 만남.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의 강요로 인한 헤어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와 인연이었던가 봅니다.

'요정은 역시 요정일 뿐, 손에 쥘 수 없는 법. 단념할 수밖에 없지.'


이렇게 스스로를 타일렀다.

우스꽝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딱 한 번밖에 만나지 않은 그녀를 장차 내 반려자로 삼고 싶었다. - page 30


1년 뒤, 두 사람은 또다시 우연만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부부의 연.

나와 요코도 정말 머리가 이상해졌는지 결혼에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내가 스물여섯 살, 요코가 스물두 살의 일이었다. - page 50


그들 사이의 이야기.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달콤한 신혼 뒤엔 가혹한 현실이 다가왔었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따라오기 마련이었습니다.

기차 안에서 천천히 술을 음미하며 요코와 나란히 앉아 창바껭 펼쳐진 벚꽃의 정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마음이 맑아졌다. 지금까지의 불안한 감정이 사라지면서 차분하고 온화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돌아 부부가 단둘이 있게 됐다는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어떻게 생각하면 무척 독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 단둘이 있는 것에도 익숙해질 때쯤 결국 영원한 이별도 찾아오리라. - page 134


요코에서 생긴 간암.

그 후 그녀의 공백에 7년동안 이별 편지를 써 내려간 남편, 시로야마 사부로.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그녀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코가 없어진 상태에 나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다. 문득 요코에게 말을 걸려고 하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그런가, 이제 당신은 없는 건가' 하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요코에게 말을 걸려고 한다. - page 166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이 이야기.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과연 나는 내 옆을 지켜주는 이에게 잘 대해주고 있는지......

항상 옆에 있을꺼란 생각에 소홀하진 않았는지......

이 글의 끝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여보"하고 부르려다가 그만뒀다

오십 억 명 중에서 단 한 사람, "여보"라고 부를 수 있는

당신

이토록 성실한 숨소리, 끊임없이 내어주지 않으면

안 돼 - page 171

무심코 불렀던 '여보'란 단어가 갑자기 목이 메어지게 하였습니다.

여보......

이젠 보다 마음을 담아 불러야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표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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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미쓰다 신조'. 

미스터리 작가로 유명하지만 막상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엔 왠지 저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떤 작품을 우선 만나볼까......하던 찰나 이번에 나온 신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란 우비를 쓰고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한......

『괴담의 테이프』

책 표지도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는데 역시나 문구도 오싹하게 다가왔습니다.

불가사의한 긴박감과

서늘함 가득한 현대판 괴담들

더운 여름날보다 오히려 요즘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 때 이 책을 읽으면 그 서늘함과 긴장감이 최고조가 될 것 같았습니다.

무섭지만......

떨리는 손으로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이 전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여섯 편의 단편 괴담들을 한 권 『괴담의 테이프』로 정리하기 위해 작가 미쓰다 신조와 편집자 사이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자살하기 직전에 가족이나 친구나 세상을 향해 녹음한 테이프 녹취록을 바탕으로 한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이 우선적으로 나왔습니다.

"그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른 동기를 구구절절 호소하고 있다거나, 자살 현장의 상황을 아주 냉정하게 묘사한다거나 하는 식의, 그런 섬뜩한 내용을 아주 생생하게 원고로 적어서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지가 이 기획의 핵심 아니겠나?" - page 31 ~ 32

이 테이프 녹취록과 그 사람에 대해 괴담을 정리하다가 기이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유리창 너머로 비쳐 드는 강한 석양 때문에 실내는 후끈후끈한데, 어째서인지 오싹하군.

이렇게 불편하면서도 불길한 곳에 어째가 내가 찾아왔는가. 그 이유를 자네가 알면 필시-.


여기서 나는 서둘러 테이프를 멈췄다. '자네'는 나를 가리키는 것이 틀림없다고 알아차렸기 때문이지만, 그 이유만이 전부는 아니다.

테이프의 처음부터 묘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이야기하는 그의 등 듸에서 술렁술렁하고 뭔가가 속삭이는 듯한 기척이 있었다. 그 정체가 빗소리가 아닐까 하고 깨달은 것과, 기류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 거의 동시였다. - page 60


책은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을 시작으로 <빈 집을 지키던 밤>,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시체와 잠들지 마라>, <기우메 : 노란 우비의 여자>, <스쳐 지나가는 것>등 여섯 편의 괴담과 중간중간에 편집자의 경험담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 표지에서 만났던 노란 우비의 여자 이야기가 담긴 <기우메 : 노란 우비의 여자>.

'기우'라는 거, 알아요?

일본어 발음으로 기우. 한자로는 귄신의 비란 뜻의 '鬼雨'라고 쓰는데, 무시무시한 양의 비가 내리는 걸 말해요. 이 경우에 '귀'는 상식의 정도를 벗어난 것을 가리키는 뜻이죠.

같은 '기우'란 발음 중에는 비를 바란다는 뜻의 '기우', 가뭄 끝에 내리는 반가운 비란 뜻의 '희우'도 있어요. - page 230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된다는데......

"새하얀 분을 바른 얼굴에, 눈 두 개만 동그랗게 벌어져 있었어. 그렇게까지 화장이 진하면 립스틱을 바른 입술 같은 것도 눈에 띌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눈만 돌출되어 있는 거야. 그 두 눈도 검은자위가 아주 커서, 거의 흰자위가 안 보이는...... 정말 섬뜩한 눈이었어. 빤히 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나서, 오싹했어. 그 눈이 말이지, 계속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아. 강의에 집중하려고 해도 눈앞에 그 검은 눈이 떠오르고,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야."

"마치 요괴 같네." - page 235

도시전설이라고 하지만......

그녀를 만난 이들은 하나 둘 실종되곤 하는데......

또다시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을 기우메.

그 여자는 익숙한 장소에, 요컨대 가드레일이 없는 곳 부근에 평소처럼 서 있었어요.

등 뒤에 있는 수로에서는 콰아콰아 하는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빗물이 흐르고 있어서 지면과 수면의 구별이 거의 되지 않는 상태였어요. 그런 위험천만한 수로 옆에, 평소처럼 노란색으로 뒤덮인 기우메가 서 있는 거예요. - page 245


사실 읽으면서 이게 사실인지 허구인지 저 역시도 헷갈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때문인지.

우리 주변에서도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와 비슷해서인지.

읽는 내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왠지 그들이 내 주변에 나와 같이 이 책을 읽고 있었는지 소름마저 돋곤 하였습니다.


저자는 과연 이 책을 계속 집필해야하는지에 대해, 호러라는 장르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을 하곤 하였습니다.

"괴이가 발생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태로는, 조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독자가 불만스럽게 느낀다든가......"

"이 책이 미스터리 소설이었다면 절대 불가였겠지요. 하지만 호러니까 딱히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 법일까요?" - page 303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전혀 짐작도 되지 않는 말을 듣고 있으려니, 조금씩 머릿속에 물이 채워지는 듯한 감각에 빠진다. 점차 숨이 가빠지는 감각도 느낀다. 그래도 듣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가 하는 한 마디 한 구절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전혀 인간의 언어가 되지 않았고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데,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정지 버튼을 누른 것은, 어떤 의심이 떠올랐던 탓이다. 그의 섬뜩한 수중언어를 듣고 있는 동안, 말도 안 되는 의심에 사로잡힌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과연 나 자신의 의사였을까?

어쩌면 기류 요시히코에 의해서 괴담의 테이프 녹취를 하게 된 것은 아닐까?

물론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래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분명 나의 망상일 것이다. - page 313


사실 도시전설, 괴담, 무서운 이야기 등이 존재하는 것이 기이하지만 '호러'이기에 가능한 이유이지 않을까.

이성과 감성의 혼돈 사이에 '호러'는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진위여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오싹한 바람만큼이나 오싹했던 이야기들.

소설 속 그들의 목소리나 모습이 저에겐 보이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을 남기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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