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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아침 햇살과 시작된 하루의 일과.
바쁘게 돌아가다보니 어느 새 달님과의 인사시간.
낮동안 일어난 일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들어오면 조금씩 무장해제되어 한아름 안고왔던 근심, 걱정거리들이 얼굴을 내밀며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밤이 되면 왠지모를 허무함이 밀려오곤 하였습니다.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책 제목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이 불안......
이불 안......
저자와 이불 안에서 이 불안을 같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이야기의 자초지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꽤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변치 말아야 할 것은 그대로 남겨두려 노력합니다.
이 말이 이 책에서 저자가 저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다가왔습니다.
변치 말아야 할 것......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겁이 많은 저로써는 아직은 이불 안에 꼭꼭 숨고 있었습니다.
'연애'와 '사랑'.
그 시작은 무엇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연애를 하는 동안은 사랑으로 인해 마치 내 삶이 풍족해진다고 느끼곤 합니다.
이것이 착각인 줄 모르고......
특히나 '사랑해'라는 말 한 마디......
배우 임수정과 소지섭이 나온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임수정이 소지섭을 향해 몇 번이고 외쳤던 대사가 떠올랐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해요."
한 사람과의 영원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날을, 나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싶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나의 노력이,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노력이 가상하여 언젠가 한 번은 영원한 사랑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어쩌면 오기 다분한 마음이 스친다. - page 41
아름답지만 잔혹한 한 마디인 것 같았습니다.
사랑해......
제가 공감이 되었던 글이 있었습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조금만 더 열과 성을 다해서 고집을 부려가며 연애에, 사랑에 집착하고 싶었는데.
"여진아, 마음 가는 대로 하기에는 우리 그리 젊지 않아.
네 실속도 이제 챙겨야지."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가 한 말이 어밄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때로는 마음의 반대로 움직일 줄 알아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행운이나 행복이라는 게 찾아온다는 걸 경험으로 얻은 그녀의 결론이다. 그렇지만 내려놓겠다는 것도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도 나는 좀처럼 되지 않는다. - page 60 ~ 61
유독 '서른'이 되는 것이 두렵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서른이 되기 전에 불같은 사람을 하고 싶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저에게도 이런 충고를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제 여자 나이 서른이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져야해. 이십 대처럼 그저 '사랑'에 연연해선 안돼!"
그땐 그 친구의 조언이 귀에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당연했었다는 걸 서른이 지난 후에 깨달으면서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랑과 같은 붉은 열정을 내려놓아야함에......
그녀가 전한 사랑에 대한 끄적임......
자신의 마음을 적었지만 그 마음엔 지난 날의 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한동안 제 마음을 울리고 또 울리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한 가정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있지만 가끔 떠오르는 '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
'사랑'의 의미가 '인생'의 의미로 변해가는 요즘.
그녀의 이 말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가시가 돋아 있는 사람을 멀리하려는 건 아마 그 가시에 찔리면 아플까봐서겠지. 그런데 그거 아니? 자신에게 박혀 있는 가시를 스스로 빼내야 할 때도 많이 아프고, 겁나고, 잘못하면 피도 난다는 걸. - page 200
'장미'처럼 돋아난 '가시'.
하지만 '가시'를 빼야 다른 이들이 다가온다는 것.
나에게 존재하는 '가시'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미드나잇부터 시작하여 새벽까지 그녀의 이불 속에서 담겨 있던 이야기들.
그녀의 불안은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불안'들과 같았습니다.
사랑의 상처, 삶의 상처......
이것들을 외면하기 보다는 제대로 바라보았기에 그녀는 다가온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저 역시도 그녀 덕분에 떠오르는 햇살에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불 속 이 불안들.
이 불안들을 제대로 바라보며 내 마음을 잘 챙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