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정하윤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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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미술작품'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결혼 전엔 혼자서 미술관을 찾아다니기도 했었고 간간히 예술-특히나 미술-과 관련된 서적을 찾아 읽을만큼 그림을 보고있노라면 그 화가가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건네며 서로간의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갖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나니 제 개인의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업주부, 엄마란 직책은 왜이리도 고달프고 힘든지 티도 나지 않는데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란 쉽지가 않았습니다.


전시회는 포기하더라도 책은 손에서 놓지 않으려 애쓰던 중 반가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사실 한국의 미술이라하면 저에겐 '신윤복'과 '김흥도'만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곤 '이중섭'을 비롯하여 현재에 이르러 '백남준'과 '천경자', 책으로 만났던 '김환기' 화가.

딱 제가 아는 수준은 부끄럽게도 여기까지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없이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현대미술가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놓칠 수 없었습니다.


책 속엔 30인의 화가의 삶과 작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권의 책으로 담기엔 그들의 이야기가 더없이 궁금할 따름이라는 것......

그래도 우리의 미술 역사에서 자리를 잡은 이들을 만나게 되니 더할나위없이 기뻤습니다.


첫 장을 펼치면 등장하는 화가 '고희동'.

그는 미술사에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음에도, 뛰어나게 잘 그린 그림이 아니더라도 미술사적으로 중요함을 갖는 이유.

그것은 바로 '최초'라는 수식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그래서 그가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가 그린 유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기에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높다고는 했지만......

작품활동을 활발히하지 않은 그가 미술사의 중요함을 가졌다는 점이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제 의문에 대한 답을 내려주었습니다.

고희동의 자화상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급변하는 사회를 사는 지식인으로서의 갈등, 진로에 대한 개인의 고민, 전통적인 개념과 새로운 개념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이 녹아 우러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자아 오래된 유화라는 점만으로도 미술사적 의의는 충분하겠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 의미 이쎅 다가오지 않나 싶습니다. - page 17

정말 그의 속사정을 알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이야기.

그렇기에 이 책을 읽어야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책 속엔 얼핏 들었던 화가들도 소개가 되어 반가웠습니다.

'박수근'.

그의 작품을 보면 옛 마을의 풍경, 우리네 일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이 왜 그리도 유명할까?

그런데 저는 특수한 기법보다 더 특별한 것은 박수근의 그림이 품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화가 스스로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통해 명확히 했던 박수근 예쑬의 목표, 즉 '선함과 진실함'이라는 가치 말입니다.

평생 동안 박수근은 주변의 사람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보고, 이들을 성실하고 담담하게 화면에 담았습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정직한 작업 방식. 이것이 바로 작가가 생각하는 선함과 진실함이었겠지요. - page 79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기에 우리는 그의 작품을 바라볼때면 머리보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사가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와, 좋다!"


조금 독특한 그림이어서 인상깊었던 이도 있었습니다.

'오윤'.

화풍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얼핏보면 '광고'같기도 하고 '만화'처럼도 느껴졌던 이 작품엔 화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엔 뼈가 담겨있었습니다.

화면 중앙을 보면, 전생에 자신이 지은 죄를 거울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거울 안에 누가 있는지 보시겠어요? 이젤 앞에 서서 팔레트를 들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베레모도 쓰고 있어요. 영락없는 화가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무엇인가요?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이 없는 추상화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색화의 리더 역할을 하던 박서보의 작품 <묘법>입니다. 우리가 앞서 보았던 작품이지요. 오윤은 이 장면을 통해 단색화와 같은 추상을 그리는 것은 '죄'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page 198


가만 생각해보면 사회에 대한 비판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향합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족은 결국 사회의 지도층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곤 하니까요. 이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오윤이 당시 정권을 잡았던 전두환 정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지만, 소비사회에 대한 풍자를 통해 미국의 자본에 기대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추진한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을 간접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 page 199 ~ 200

이렇듯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메시지를 담아 그린 작품으로도 예술을 통해서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

이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예술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래서 더 귀한 측면이 있지요. - page 77

그렇기에 우리는 더 많은 관심과 가려진 면을 알고자하는 욕구를 간직한채 끊임없이 느껴야하지 않을까......


왠지 이 책에서 소개된 화가의 작품을 실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무지했던 저를 반성하며 보다 한걸음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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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내 인생의 X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3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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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수학'이란 과목을 좋아했습니다.

뭔가 공식을 대입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때까진 수학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빼곤 제 주위의 사람들은 '수학'이라 하면 자신을 당당히 '수포자'라고 하였습니다.

왜 그들은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아마 우리는 이 교수님을, 이 책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책 표지에서 '수학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당당한 문구를 발견하였습니다.

수학은 인간이 우주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러브레터다!

그 아름다운 감동이 담긴 이 책을 읽고나니 다시금 '수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수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수학이 우리에게 단순한 공식 위주의 학문이 아닌 자연과 인간, 우주를 어우르는 철학적 학문임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첫 시작은 '점'에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없는 것에서 시작한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이런 점, 선, 면이 모여 수학적 연구 대상으로서의 하나의 형태를 이룬다. 유클리드는 점으로 시작하는 『원론』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고자 했다. - page 18

이렇듯 점의 이야기는 수학을 넘어 성경의 창세기에서도, 나아가 우주 가운데 한 개인의 존재로써 '점'의 의미를 확장시키며 우리의 삶, 인류의 역사에 이르게 됩니다.

점을 현재로 대치해보면, 점과 마찬가지로 현재라는 순간 역시 부분이 없다. 그렇지만 점이 모여 선을 이루듯이 순간이 모여 시간을 이루고, 시간이 모여 선과 같은 과거를 이루고,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이룬다. - page 19


특히나 수학이라하면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정식'.

방정식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방정식을 푸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때때로 단순한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 문제의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수학에서뿐만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 page 55


삶의 과정에서 수없이 마주하는 문제들 가운데는 실마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고, 설령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더라도 시행착오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실패를 통해 지혜를 얻기도 하고, 더 많은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기도 한다. 시행착오는 다음에 부딪히게 될 또 다른 문제들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눈이다. - page 57

결국 방정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단지 수학에선 일반적 상황에 대해서 수식화 과정으로 표현한 것이기에 명확한 답이 나왔지만 우리의 삶은 그리 쉬운 방정식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방정식이라하면 머리가 아프고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나봅니다.


수학에 대한 많은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거리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두 대상 사이의 거리.

이를 사회에 적용하여 이야기를 하였는데 두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에 반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긍정적인 관점으로 인정하는 자세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배려를 낳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배우는 자세를 통해 두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면, 이로써 둘의 관계는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워진다.

수학에서도 어떤 공간에 거리를 줄 수 있따면, 그 공간의 구조가 풍요롭다고 말한다. 어떤 공간에 항상 거리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거리를 줄 수 없는 공간은 매우 빈약한 구조를 갖는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둘 사이에 거리가 없다면 그 관계는 풍요롭지 못하다. - page 129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시 칼릴 지브란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는 수학이 이처럼 아름다운 문학으로도 표현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흔히 알던 '수학'의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우리에게 이처럼 가까이에, 아름답게 수학이 존재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왜 수식에 가려져 그 진실된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인지.....

진작에 이 책을, 아니 이 '최영기' 교수님을 만났더라면 그토록 '수포자'란 단어조차 나오지 않았을텐데......


이토록 아름답고 완벽한 수학을 만나 제 눈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감동을 이어 수학과 관련된 다른 책들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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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삶도 조금은 특별해질 수 있어 - 여행자 태오의 퇴사 후 첫 남미여행
태오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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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으로 그저 위로를 받았습니다.

『너의 삶도 조금은 특별해질 수 있어』 


사실 쉽지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그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남겠지!' - page 5

어차피 후회를 할거라면 현실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을 하겠다며 용기를 낸 그, '태오'.

그렇게 사원증 대신 남미로 가는 티켓을 들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 page 7


여행의 시작은 '에콰도르'.

첫 시작부터 삐그덕거립니다.

자신의 수화물은 오지 않고 숙소도 잡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하지만 그는 이 역시도 즐길 줄 아는 여행자였습니다.

남미에서 달랑 손가방 하나라니,

얼마나 자유로운 방랑객인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누가 뭐래도 여긴 남미니까! - page 18


그의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가 하는 여행의 의미, 진정 즐길 줄 아는 그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여행은 시간기록을 측정하는 시합이 아니니까. 그렇기 때문에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필요도 없고, 어떤 목적지에 가기 위해 최단루트를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도착하든,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아무렴 어때서! 가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느려도 괜찮다. 돌아가는 시간도 아깝지 않다. 그 시간들조차 모두 여행이니까. 어떤 목적지에 도착해서 즐기는 것도 여행이지만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도 나에겐 여행이었다. 여행이란,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여행의 결과는 같을 수 있어도 과정은 모두 다르다.

결국 그 과정이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난 오히려 불편한 것이 더 좋다.

불편할수록 나의 이야기는 더 재밌고 특별해질 테니까. - page 26 ~ 27

그래서 우리가 인생은 여행과도 같다고 하나봅니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인생인 것을......

아무렴 어떤가!

가기만 하면 그만인것을!

왜 남들과 비교를 하고, 최단루트를 따지면서, 보다 빠르게 오르려고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가고 싶은 나라 '페루'.

그곳으로의 여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기분이 든다는 도시, 리마.

사실 서울의 공기가 미세먼지로 가득차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니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봄이 오면 불청객 '황사'만 생각했었고 이 역시도 잠시였기에 봄바람을 맞으며 화창한 거리를 돌아다니곤 하였었는데 이제는 아침마다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며 마스크는 필수가 된 지금.

그래서 맑은 하늘을 보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거리를 거닐면 행복을 느끼게 되니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어ㅓㅄ는 완벽한 날씨를 가지고 있는, 미식의 도시 '리마'에 꼭 가고 싶었습니다.


그가 전한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지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행 자체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행은 여행이고 나는 나, 변함없이 그대로의 나였다.


경험이 많아지고 지혜가 쌓이면 뭐든 쉬워질 것 같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예전보다 세월은 더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인데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점점 부족한 것만 같다.


아직도 나는 모르는 것투성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 page 151

나이가 들면 들수록 오히려 미궁에 빠진다는 느낌을 갖곤 하였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지.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왜 어른이 된 것 같은데 점점 더 용기가 없어지고 두려움이 많아지는 아이로 되돌아가는 것인지.

저 역시도 고민 중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읽으며 그 고민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남미 여행은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은 서핑을 하기 위해 파도와 보드와 자신에게 균형을 이루면서, 그리고는 그 즐거움을 가득 안고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이의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여행자이자 자유로운 방랑객인 그를 만나 행복했습니다.

잠시나마 현실에서 일탈할 수 있었기에......

가끔 너무 급급하게 현실에서 아둥바둥 거리는 제 모습이 보일때면 이 책을 펼쳐 읽어야겠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속도를 줄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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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ㅣ 매드 시리즈
클로이 에스포지토 지음, 공보경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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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소개문구에 이끌렸습니다.

언니의 인생을 훔치는 데 걸린 시간, 3분 30초!

두 번째 인생만큼은 제대로 살아주겠어!


쌍둥이 자매라면 그 누구보다도 친밀한 사이라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문구를 보자마자 소름이 돋곤 하였습니다.

둘도 없는 사이이기에 더 잔인하였던 그녀들의 이야기.

『매드』

 


첫 장을 펼치면서 쌍둥이 자매 중 동생 '앨비나'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엘리자베스는 두루두루 완벽한 사람이다. 나는 쌍둥이 자매의 거울 속 이미지이자 어두운 면이며 그림자다. 그녀는 옳고 나는 그르다. 그녀는 오른손잡이고 나는 왼손잡이다. 이탈리아어로 '왼쪽'은 '시니스트라sinistra'이니 나는 '시니스터sinister'(사악한) 자매다. 베스(엘리자베스의 약칭-옮긴이)가 천사라면 나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길...... - page 8


그렇게 시작된 동생 '앨비나'의 삶은 셰어하우스에서 비뚤어진 성격과 술, 마약에 빠져 살아가곤 합니다.

언제나 눈엣가시같은 언니 '베스'.

하지만 언니는 자신의 집으로 앨비를 초대합니다.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회사도 잘리고 셰어하우스에서도 쫓긴 그녀는 베스의 초대를 마지못해 간다는 것처럼 약속하고 그 곳으로 향합니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베스.

그런 베스를 보고있자니 어린 시절 자신이 차별대우를 받으며 살았던 일,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지금의 베스의 남편으로 있는 일 등으로 그녀가 미칠듯이 싫었지만 한편으론 다시 한 탯줄을 공유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던 앨비에게 베스는 이상한 제안을 합니다.

"내일, 내가 되어줘. 몇 시간만 그렇게 해줘. 그럴 수 있지?"

...

"못 해."

"제발, 앨비, 부탁이야! 네가 필요해." - page 134 ~ 135


하늘은 테라코타 같은 적갈색으로 물들고, 우리는 집으로 걸어간다. 베스는 굳이 팔짱을 끼자고 한다. 마치 우리가 영원한 절친인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친구가 아니다 옥스퍼드에서 내가 암브로조와 몸을 섞은 그날 이후로 우리는 친구였던 적이 없다. 나도 알고 베스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한테 바라는 게 있어서, 오직 나만이 줄 수 있는 것을 얻기 위해 베스는 친구인 척하고 있다.

내가 이 부탁을 들어주면 베스는 나를 용서해 줄까? 우리 둘은 서로를 용서하게 될까? - page 137


서로를 바꾼 알게된 진심.

베스의 인생이 내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돈과 남편, 아기, 차. 베스는 내게서 암브로조를 훔쳐 갔다. 처음부터 모든 걸 훔쳤다. 그리고 나는 베스가 훔쳐 가게 내버려두었다! 베스가 나를 패배자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 본때를 보여주겠다. 어디 한번 붙어보자. 이제 내가 그를 다시 훔쳐 올 차례따. 베스의 인생을 훔쳐버리겠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누려야 마땅하다. 바로 이런 걸 권선징악이라고 하지. - page 212

그리고 이어진 3분 30초 뒤에 일어난 제 2의 삶.

하지만 그 속에 담긴 피로 얼룩진 사건들이 읽는내내 심장을 쫄깃하게 하였습니다.


읽으면서도 '이래도 되는걸까?'라며 반문을 하면서 읽곤 하였습니다.

너무나 확연했던 선과 악의 모습, 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진실은 몰랐으면 감춰졌을텐데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면서 추악하기까지 한 모습에 과연 '바닥'이란 이런걸까란 생각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쌍둥이 자매였기에 더 잔인하게만 느껴졌을까......

책 속의 이 이야기가 자꾸만 맴돌곤 하였습니다.

그랬다. 25년 전 의사가 우리 둘을 이어주던 탯줄을 잘랐지만 우리는 열여섯 살 생일까지 거의 붙어 살다시피 했다. 앨비와 베스, 베스와 앨비로. 우리는 한방에서 이층 침대와 책을 나눠 썼다. 베스는 내 의미를 규정하는 존재였다. 내가 줄곧 베스를 증오하기는 했지만 베스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그런 베스가 떠난 것이다. - page 65


다음 편에 이어질 이야기 속엔 어떤 진실이 있을지......

그 그림자의 행방을 좇아 그들의 진심을 듣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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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죽어 -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김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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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이 끌렸던 것은 책 표지에 적힌 이야기때문이었습니다.

"할매"

"왜?"

"괜찮아, 안 죽어요."

진료실을 나서려던 할매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인사를 하시려나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마주 보는데 할매가 말한다.

"다 죽어, 사람은."

왠지 스웩이 넘치는 할매의 한 마디가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괜찮아, 안죽어』


그의 이야기는 10년 전 작고 조용한 동네 의원 진료실로 오고난 뒤 느낀 소생기록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이야기는 Prologue에서부터 정겨움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어느새 '저 할매집 마당에 있다는 감나무는 대체 얼마나 큰 걸까?'라고 상상하는 일 따위에 익숙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할매가 놓고 간 감 봉지를 보며 '감을 이렇게나 많이 딴 걸 보면 작은 나무는 아닐 텐데... 사다리를 놓고 올라간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다시 계단을 올라온다.

"아, 왜요, 또. 숨차다는 양반이."

"아유 그게..."

길을 건너 버스를 기다리다 깜빡 잊고 말을 안 한 게 생각나서 다시 올라왔다는 할매.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할매는 감을 절대로 눕혀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감꼭지를 아래로 가게 세워놓아야 예쁘고 맛난 홍시가 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옆으로 눕혀놓으믄 썩어!"

저 우라질 계단을 다시 내려가면서 할매는 기어코 한 번 더 소리를 지른다. - page 8 ~ 9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에 그만 미소를 짓고 맙니다.

또한 책 속에 나온 할매들이 보고싶었습니다.

할매가 '툭'하고 던지는 한 마디.

그 한 마디로 위로를 받고 싶었습니다.


그가 당시 응급실에서 진료를 할 땐 환자의 위중 정도에 따라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은가'에 따라 환자의 치료 순위를 정했고 이것이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 아내와 딸이 아프다고 해도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괜찮아, 안 죽어." - page 28


응급실에서 동네 의원의 진료실로 옮겼을 때 무심코 자신의 오래된 유행어를 내뱉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할매의 말은 제 가슴 속에서도 맴돌았습니다.

"다 죽어, 사람은."


아니, 내 말은 팔다리 쑤시고 아픈 게 당자아 죽을 일은 아니라는 거였는데.... 주절주절 변명할 틈이 요만큼도 생기지 않을 만큼 말문이 턱 막힌다. 내 말이 맞는지, 할매 말이 맞는지 따질 이유도 겨를도 없다.


안 죽는다, 그러나 다 죽는다. - page 31


<그저>에서 나온 할배와 할매의 모습이 마냥 좋았습니다.

앞서 걷는 할배.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걸어오시는 할매.

아프지도 않으시면서 할배를 따라온 할매는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아이고, 사이도 좋아. 누가 보면 신혼인지 알겠어요."

"저 양반이 좋아해. 내가 따라다니는 거."

"아, 그렇게 좋으면 손이라도 잡고 다정하게 다니시지."

"50년 같이 살면서 든 버릇이 어디 가나."

...

새삼 고맙다. 1분 만에 다시 들어온 전기도, 50여 년을 같이 산 노부부가 눈이 채 녹지 않은 이 미끄럽고 험한 길을 걸어 내게 와준 것도, 그저 고마운 일이다. - page 140 ~ 141

저도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좋은 이야기가 저에게 와서,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그저 좋았습니다.


때론 비트를 주지 않았지만 따끔한 일침을 던지는가하면 때론 가슴 찡한 이야기를 건넨 할매들.

그런 할매들이 있기에 그는 마냥 행복한 의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

그저 빠르게만, 바쁘게만, 냉정하게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이 사회에 아직 이런 '할매'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아갈만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문뜩 <괜찮아, 사랑이야>란 드라마가 떠올랐습니다.

이 드라마에선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곤 하였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명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모두, 환자다. 감기를 앓듯 마음의 병은 수시로 온다.

그걸 인정하고 서로가 아프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서


오늘 하루도 힘겹게 버틴 이들에게 전합니다.

"괜찮아! ​"

이 한 마디가 지친 그대가 기댈 수 있는 작은 어깨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니면 가만히 이 책을 읽으며 할매들이 전하는 위로에 기대어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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