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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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이슈가 우리 사회에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곤 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 뿐만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갖고 많은 작품들이 나오기에 그 의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요즘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출판인이 뽑은 올해의 책

『현남 오빠에게』그 이후

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표지에 적힌 문구.

"응, 이거 네 얘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너, 바로 당신"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

이 소설의 끝에 전하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하였습니다.

『새벽의 방문자들』

 


6인의 여섯 편의 이야기는 불편하지만 우리 주변의, 아니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그저 당연시되어 넘어갔었던, 불편한 진실이기에 들추지 않았던 이야기를 덤덤히 써내려간 소설 속에서의 '여성'의 모습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라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소설의 시작은 '장류진' 작가의 <새벽의 방문자들>이었습니다.

새벽의 방문자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왔다. 여자는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비디오 폰에 달린 모니터로 남자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주문을 거는 듯한 태연함, 남에게 들키기 싫은 일을 할 때의 부끄러움, 돌연 술이 확 깨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의 주저함, 그러면서도 어쨌든 곧 벌어지게 될 눈먼 섹스에 대한 설렘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얼굴들. 머뭇거리는 그들의 얼굴이 비디오 폰의 카메라에 정면으로 잡히는 순간, 여자는 휴대폰 카메라로 모니터를 촬영했다. 그들이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나면 찍어둔 사진을 프린트했다. - page 31 ~ 32

'김현진' 작가의 <누구세요?>

여자의 몸은 참 편리한 데가 있다. 별로 마음이 없어도 일정한 자극을 주면 윤활유가 분비되어 그럭저럭의 섹스는 가능하니 말이다. 이 그럭저럭의 섹스 말고는 나는 평생 겪지 못하는 걸까? 더 농밀한 세계로 진입할 수 는 없는 걸까? 그가 바라는 건실한 반반 결혼 생활을 하면서? 그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아 참, 이럴 때 보조를 맞춰줘야지. 나는 반사 신경처럼 엉덩이를 조금 흔들며 한껏 거짓말을 치기 시작했다. - page 236

성적 대상으로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의 시선이었습니다.


'하유지' 작가의 <룰루와 랄라>에선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겸, 넌 여자들이 안정만 추구해서 불만 아니었어? 이번엔 나도 도전 좀 해보면 안 돼?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 보거든, 난." - page 72 ~ 73

자신의 예비 신량 '겸' 역시도 '여자'에 대한 시선이 이러했음을......


"그럼 애초에 제대로 가르쳐주던가."

뱉었다. 시작했다. 전진이다! 장갑을 한 손가락씩 자바아당겨 벗은 다음 작업대 위에 올려놓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뭐? 지금 이걸 다 떼고 다시 붙여야 되는데 그런 뻔뻔한......."

"아 그러니까, 어쨌든 그건 미안하게 됐는데......." 하고 나는 바퀴 달린 의자를 돌려 바가지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왜 자꾸 반말이야?" - page 78

하위계층 노동자인 아줌마들에게 무례한 '어린 남자' 상사의 부당한 대우.

이를 통쾌하게 맞받아친 그녀의 모습에서 짧은 쾌감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지향' 작가의 <베이비 그루피>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저녁 긴 구글링 끝에 나는 그루피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지난여름 내내 내가 정체를 밝혀보기 위해 노력했던 P와 나의 관계가 그 단어 안에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내가 본 건 그루피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홍대 씬에서 그루피를 보는 일이 얼마나 불쾌한지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적은 포스트였음에도 나는 곧장 그 의미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나를 보는 미심쩍은 눈빛과 P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지겹도록 체화해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그러모아도 설명되지 않던 한 시절이 그 단어의 발견과 함께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그날에 나는 울지 않았다. 문득문득 눈물이 난 것은 그 후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또 몇 달이 지난 밤들이었다. 문자에 답을 하지 않자 P는 이내 뜸해지더니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다. - page 134 ~ 135

이번에 알게 된 '그루피'의 의미.

어린 소녀가 성적 대상으로 존재한다는 점.

참으로 답답하였던 이야기였습니다.


'박민정' 작가의 <예의 바른 악당>에서의 이야기.

우리는 결코 우리일 수 없었다. 보라는 애써 잊고 있던 장면 하나를 불러온다. 그해 여름, 우리는 함께 걸었고 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보라의 곁에는 그가 있고 돌아보면 지나가 있다. 그러나 지나는 틈만 나면 돌아보는 보라를 대놓고 외면한다. 행렬의 밀도가 낮아질 때마다 보라는 긴장을 풀고 생각한다. 내게 상처를 준 건 너희들이잖아. 보라의 상상 속에서 언제나 지나는 그의 은밀한 연인이다. 그들은 그토록 보라를 기만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보라와 보폭을 맞추어 걷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page 188 ~ 189

두 여자의 관계에 한 남자.

아리송하고도 애매한......

그래서 더없이 여운이 남았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김현' 작가의 <유미의 기분>.

이 소설에선 '스쿨미투'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그들이 겪는 폭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종이 한 장 한 장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한 놈 한 놈을 떠올리게 했다. 그 노랗고 작은 것들이, 그 보잘것없는 종이 쪼가리가 한데 모이자 크고 넓고 거대한 것이 이루어졌다. 많은 여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이루어진 그 네모난 세계에 연결됐다. 그것이 마치 자유로의 입구라도 되는 양 환호했다. 또한 많은 남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이루어진 그 정체불명의 세계에서 눈을 돌렸다. 그것이 마치 자신들의 내면으로 향하는 입구라도 되는 양 헐, 존나, 대박, 메갈, 꼴펨, 진지충이라는 말을 내뱉고 사라졌다. 오직 그런 말을 들어본 사람만이 거기 남아서 손가락으로 포스트잇을 가리키며 말했다.

-국어

-수학

-체육

-영어 - page 214 ~ 215


자기 놀리고 괴롭힌 새끼들한테는 사과 같은 거 받고 싶지 않은데, 나한테는 사과를 받고 싶대. 나는 자길 놀리지도 않고 괴롭히지도 않고 오히려 잘 대해줬는데 그래서 사괄 받고 싶다는 거야. 걔들이 자길 놀리고 비웃을 때 나도 같이 웃었다고. 나는 사과할 자격이 있다는 거야. 다른 새끼들은 사과할 자격도 없는데 나는 있대. 그게...... 처음엔 미친 새끼네 싶었는데 편질 다 읽고 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 김철민 그 애가 다 알고 있는 거 같더라고. 내가 게이인 걸. 아, 이 편지는 나한테 사과를 하라는 거고, 내가 누군가에게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는 거구나, 알겠더라고. 사과할 자격이 있는 사람, 그 말이 용기를 주더라고. - page 219


'페미니즘'을 테마로 한 소설들이라고는 하였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속엔 사회적으로 약한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너무 당연시되어 무관심했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고나서 한동안은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마지막에 문학평론가 '장은영'씨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페미니즘 소설이란 이제 하나의 장르다. 소설로 발화된 픽션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나와 자매들의 이야기를 닮은 소설들을 따라가보면 젠더, 섹슈얼리티 같은 추상적 개념들이 결혼, 연애와 같은 삶의 과정이자 제도들과 더불어 일상을 지배하며 우리의 몸과 영혼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페미니즘이란 말로 다 수렴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관찰한 것은 페미니즘이 제기하는 현상들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거기에는 인간의 윤리, 존엄과 같은 근본적 문제들이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침묵으로 대처하거나 초능력을 발휘해서 무마해버리면 안 되는 삶의 근본 조건들, 그 앞에서 나는 깊게 호흡해본다. 자, 어디서부터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 page 281 ~ 282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의 이야기.

이젠 그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야할 때임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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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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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따라부르는 광고송이 있습니다.

식욕도 더해지고

너무 힘들어요

요즘 공기조차 너무 맛있고

다이어트

다이어트

힘들어요

바로 GRN 광고에 나오는 '불쾌지수송'입니다.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살'과의 전쟁.

항상 그 전쟁에선 지기에 오늘도 외칩니다.

'다이어트'


그런데 말입니다!

이 책은 뭔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무슨 수를 써도 살이 안 빠진다고?

마음의 살 빼기를 놓친 것은 아닐까?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읽으면서 살 빼는 다이어트 소설

읽으면서 살을 뺄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진정 책을 좋아하는 이로,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사는 이에게 필요했던 책이었습니다.

과연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살이 빠지기는 할까나......?!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4명의 각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였습니다.

뚱뚱한 사람은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이라는 강박을 갖고 사는 마흔아홉 살의 '소노다 노리코'

파티시에가 되고 싶지만 부모의 체면 때문에 꿈을 포기한 열여덟 살의 '니시키코지 고기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수재이지만 섭식 장애가 있는 서른두 살의 '요시다 도모야'

힘든 엄마를 보며 철이 일찍 들었지만 한부모 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는 열 살의 '마에다 유타'


이들은 우연인 듯 우연아닌 듯 오바 고마리가 쓴 다이어트 책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를 보게 됩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7문항의 체크리스트가 나옵니다.

1. 지금까지 여러 번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 뚱뚱한 사람은 비호감이라고 생각한다.

3. 길을 걸을 때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의 체형을 무의식적으로 훑어본다.

4. 숨만 쉬어도 살이 찐다.

5. 뚱뚱하지 않은 사람은 위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6. 뚱뚱하지 않은 사람과는 진정한 우정을 맺을 수 없다.

7. 뚱뚱하다는 이유로 자주 우울해진다.


[판정] 4개 이상의 문항에 O라고 체크했다면 연락주세요. 개별 지도하겠습니다.


아마 뚱뚱한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본걸까?

이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고마리에게 개별 지도를 신청합니다.


나이와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방송 출연을 마다하는 그녀에 대해 환상을 갖게 됩니다.

아름답고 우아한 귀부인일거야.

엄청 날씬하겠지.


하지만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고마리는 한 마디로 '아줌마'의 모습이었습니다.

50대의 뚱뚱한 여자.

다들 의심과 실망의 눈초리로 그녀를 보지만 오히려 당당히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레슨은 한 달에 한 번씩 총 세 번입니다. 매번 제가 과제를 낼 테니 다음 레슨까지 완수해주세요. 세 번 안에 달성하지 못하면 연장할 수 있지만 한 회당 별도 요금이 부과되므로 이 점은 양해해주십시오. 그럼 바로 시작하죠."


그녀의 과제는 몸의 살을 빼기에 앞서 마음의 살을 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책 부제가 말하듯이

"마음의 살도 빼 드립니다."


우리가 그토록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

아마 이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래 자기 자신을 되찾는 거예요."

"그게 무슨 뜻이죠?"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죠." - page 227

허물 속에 가려진 나를 찾는 것.

살을 빼는 것처럼 그렇게 시작되는 다이어트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들을 털어놓으면서 마음의 군살이 조금씩 빠지고 덩달아 몸의 군살도 빠지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왜 읽으면서 살 빼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의 살을 빼 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몸의 살을 빼러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겠습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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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 - 버럭엄마의 독박육아 일기
이미선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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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임신했을 때부터였습니다.

'육아 에세이'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공감도 하며 위로도 받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종종 찾아 읽으며 때론 남편과 함께, 주변 지인들과 함께 읽고 난 뒤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제목부터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더 격한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독박육아'라는 점이었습니다.

직장에서, 가족을 위해 일하는 남편의 노고도 알지만......

저 역시도 이렇게 외칩니다.

오늘도 나는 육아 퇴근을 꿈꾼다

퇴근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달래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 


이제부터 '여자'가 아닌 '엄마'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출산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두 아이의 엄마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을 읽으면 '맘충'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때도 조금은 공감하며 읽곤 하였는데 이 책에선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일부의 이기적인 엄마들로 인해 아이 엄마 모두가 벌레 취급을 받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아니다. 몰지각한 엄마들일지라도 벌레 취급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무식한', '이기적인' 사람 취급 정도면 되지 않을까. - page 29

사실 저도 아이와 함께 지금까지 외식을 한 횟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아이와 함께 식당 문을 여는 순간 그리 달갑지 않은 시선들.

식당밥과 함께 더불어 먹은 눈칫밥은 집에와서도 소화는 커녕 기분마저 상하게 해서 잘 하지 않습니다.

서로 조금만 배려하면 될텐데......

그런 이들에게 고하는 그녀의 외침에 저도 한 표 올립니다.

엄마들은 '맘충'이 아니다. 그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일 뿐이다. '집에서 노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더 이상 엄마들이 벌레 취급을 받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들 스스로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 page 31



 


그리고 이어진 <여자를 놓은 대신 엄마가 되었다>에서 격한 공감을 하였습니다.

저도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배우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더라도 마냥 예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

결혼 전 아이를 낳기 전과 아이 엄마인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그때의 나는 새초롬한 '여자'였지만 지금의 나는 여자보다는 '엄마'의 모습에 가깝다. 엄마를 비하하려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맞춰 생각과 생활이 변했다는 의미다. 내 삶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아이와 가족을 위한 삶이 되었다는 말이다. - page 32

요즘 유행하는 노래보다는 인기있는 만화 주제가나 동요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 신발장에 구두보다 운동화가 늘어갈 때, 목걸이나 반지 같은 액세서리를 하지 않은 내 모습이 결국 '엄마'임을 일러주었습니다.

마지막의 그녀의 이야기는 저 역시도 공감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둘 다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당분간은 '여자'보다는 '엄마'의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그 이후에도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를 좀 더 키워놓으면 다시 나를 가꾸고 관리할 틈이 생기겠지? 그땐 '엄마'이면서 '여자'가 되고 싶다. - page 36

​

 

 


하루에도 수십번 화를 냈다가도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사랑하지만 때론 얄밉기까지한 애증의 관계.

아이와 엄마는 그렇게 서로 성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땐 살짝 눈물이 핑 돌기도 하였습니다.

육아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뜻대로 되지도 않고,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열심히 한 티는 잘 나지 않으면서 잘못한 것은 바로 드러나 곤란하기도 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아이는 내게 '힘듦'인 동시에 '위로'다. 그리고 '반성'이다. - page 100

솔직히 누구나 다 힘들 것입니다.

아마 모든 육아맘들은 그럴 것입니다.

그저 육아로 고생한다고 한 번 토닥여주는 것.

그래서 고맙다는 그 한 마디.

많은 걸 바라지 않지만 이 위로의 한 마디 듣기는 왜이리 어려운 것일까요......


책을 읽고나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사실 저도 '육아'를 잘하지 못합니다.

자기 전엔 다음 날은 소리지르지 말아야지, 화내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며 잠들지만 깨어난 아침부터 일어나는 소동.

참고 참고 참아보지만 결국 화 한 번 내고 반성하면서

'왜 나만 육아를 못하는거지!'

라며 자책하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다른 이들도 힘들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지치고 힘든 육아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힘을 낼 수 있는 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이 있기에, 떄론 화가 나더라도 웃을 일이 더 많기에 엄마들은 힘을 내어 봅니다.

오늘도 열일한 엄마들.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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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람이다 - 지리산 이야기
정영혁 지음 / 아마존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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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인 이곳 '지리산'이라는 점이 이 책에 끌리게 하였습니다.

『여행은 사람이다』


소위 '신의 직장', '꽃자리'인 은행 지점장이었던 그, '정영혁'.

24년 동안 일한 은행에 사직서를 내고 지리산으로 간다고 했을 때 모두들 의아했습니다.

"꼭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근무연수 최대한 꽉 채우고 명예퇴직 후 시작해도 충분하잖아요. 왜 무리하면서 일찍 산으로 가요?" - page 17

그가 산으로 가게 된 이유.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금 이 순간 현장에서 직접 해 보기 위해서였다. - page 18

아마 우물쭈물하다간 더 못했을 것이라는 그의 지리산의, 지리산에 의한, 지리산을 위한 후반 인생전 이야기.

그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었습니다.


한번은 후배가 조심스레 물었다고 합니다.

"지점장님, 일찍 그만두고 지리산에 오신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세요?"

"왜 안 하겠어? 매일 후회하지. 이것도 사업이라고 너무 힘들어서. 하지만 산을 오르는 오르막길이니 당연히 힘든 거잖아. 이제 정상에 오르면 꽃피는 봄날이 될 거야." - page 19

그렇게 산을 오르듯 한걸음씩 사람들과 함께 정상을 향하는 발판을 만들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지리산을 오르는 이들도, 지리산을 택한 이들의 모습은 한결같은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오르는 길은 힘들지언정 '정상'을 향해 가는 그들의 모습.

그들의 걸음과 땀은 배신하지 않고 정상에 선 그들에게 선사하는 자연의 선물과 미소.

지리산이 전하는 인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가는 그들에게선 '희망'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는 '베이스캠프' 지킴이가 있으니 그야말로 산행을 하는 이들에게 '금상첨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을 지키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한 그를 향해 산악인 '남난희'씨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산행과 비슷하지 않은가?

오르막이 있으면 필히 내리막이 있고 계속되는 평지란 아예 없는 것이 산행이듯이 인생 또한 그것과 다를 바 없으니 휴식이 필요할 때 우리들의 베이스캠프 지리산 노고단게스트하우스에 오면 충분한 휴식으로 몸과 마음을 회복할 것이며 덤으로 우리가 잘 몰랐던 지리산 주변의 이야기와 사람, 자연, 생태, 환경 등의 그가 가지고 있는 해박한 지식과 이론도 들을 수 있다.


그는 지리산이 선택한 사람이다. - page 16


지리산에 가게 된다면 '솔봉 산책로'에 가 보고 싶었습니다.

천혜의 힐링 코스라는 그 길은 지리산온천랜드 옆 상아파크호텔 길에서 시작해 소나무 숲길, 대나무 숲길, 천년샘(음양샘-도선국사)을 걷는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주의할 것이 있었으니 바로 '멧돼지의 등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스틱을 꼭 챙겨 스틱으로 땅이나 돌, 나무를 두드리면서 사람이 지나간다는 신호를 주어야한다고 합니다.


책 속에는 지리산자락 명소와 맛집이 소개되어 있었고 특히나 '초보 산행자를 위한 지리산 코스 10선'이 소개되어 있기에 초보 산행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그는 지리산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이 24년 동안 일했던 '금융맨'으로써의 이야기도 있었기에 그의 전, 후반 인생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기업도 사람이다, 어려울 때의 도움은 잊지 않는다>.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간혹 '은행이 오히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다'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뼈가 저린 말이다. 나는 RM 업무를 하며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고 챙겨주며 실질적으로 동행하는 상생의 관계, 윈-윈 하는 관계를 맺어 은행이 기업 시장에서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늘 다집했다. - page 222 ~ 223

대출 상환의 압박에 시달려왔던 회사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선순환 고리를 제공했던 신한은행.

남이 잘 나갈 때 도와주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반대로 적극 나서서 돕기 쉽지 않다. 다른 은행이 대출을 축소할 때 혼자 다른 방향으로 거꾸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은행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 page 222

결국 그들은 가장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었던 은행과 사람들을 잊지 않고 성공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일이든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최고의 금융맨으로, 지리산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산에서는 걷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여럿이 함께 갈 때는 전체 인원이 낙오 없이 걷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이 뒤처지면 피로감을 더 느끼고 낙오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제일 뒤처지는 사람과 함께 걸었다. 뒤처지고 있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다독여주면서 천천히 꾸준히 걷는 것이 최상의 산행 리더십이다. - page 184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행의 가장 큰 이득은 본연의 나를 만나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며 가장 큰 배움도 사람을 만나는데서 얻는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귀갓길에 늘 느낀다. '여행은 사람이다'라고. - page 22

그의 말처럼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오늘도 지리산게스트하우스에서 오가는 이들의 쉼터를 제공하고 있을 것입니다.

과연 오늘은 어떤 사람과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지 조금은 궁금하였습니다.

그들을 통해 산행을, 여행을, 인생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언젠간 저도 그 길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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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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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끈 뒤에도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강렬한 공포!

이 문구가 심장을 쫄깃하게 하였습니다.


드디어 찾아온 여름.

7월의 시작과 동시에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공포', '스릴러' 와 같은 장르가 생각났습니다.

'이번엔 어떤 책으로 스타트를 해 보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숨소리가 안 들리잖아.

쟤를 봐. 쟤 눈을 보라고."

꺄~악! (왠지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한......)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애니가 돌아왔다』 

 


소설의 첫 문장.

게리는 시골집에 들어서기 전부터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 page 9

열린 문 사이로 기분 나쁘게 하는 냄새와 끈적끈적하고 후텁지근한 복도에서는 파리 떼가 날아다니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집이라 생각할 수 있는 이 곳.

처참한 사건, 아니!

이건 염병할 악몽이라 표현할만큼 사건 현장에 남겨진 문구.

내 아들이 아니야 - page 15


'안힐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

안힐은 따뜻한 마을이 아니다. 혹독하고 음울하며 시큰둥하다. 폐쇄적이고 방문객을 불신하는 눈빛으로 대한다. 금욕주의적이고 견실한 동시에 지쳐 이싿. 누가 들어오면 노려보고, 떠나면 땅바닥에 침을 뱉는 그런 마을이다. - page 18

이곳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지만, 아니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조 손'.

한 통의 이메일로부터 이루어졌습니다.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그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어. - page 36


다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조 손이 열다섯 살 때 친구 크리스가 갱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다는 말에 조와 친구들은 그 곳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간 곳엔 어린아이들의 유골이 가득한 동굴무덤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놀라웠던 건 여덟 살 동생 애니도 그 곳에, 오빠를 따라 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딱정벌레 떼의 습격으로 도망치던 중 쇠지렛대로 애니를 쳐 죽게 만듭니다.

그는 결국 동생을 구하지 못하고 맙니다.


애니의 실종으로 신문과 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얘기할 수 없었던 한 가지가 있다면 진실, 그러니까 모든 진실이었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나조차도 그걸 믿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1분, 1초, 한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와 죄책감이 점점 커져갔다. 동생이 실종되고 48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겁쟁이인지 그보다 더 피부로 실감한 적이 없었다. 두려움이 양심과 싸우며 내 내면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둘 중 어느 쪽이 이겼을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페이지를 넘겼다.

실종됐던 여덟 살짜리 발견되다- - page 192 ~ 193

그렇게 애니는 돌아왔습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고...... 그때 나는 뭐가 잘못됐는지 깨달았다. 뭐가 너무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게 잘못됐는지 깨달았다. - page 196


25년간 자신을 쫓아다니던 환영과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동생 애니의 사건과 관련된 친구 '스티븐 허스트'와의 질긴 인연이 이야기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는 이 소설의 방향에 대한 예고였습니다.

"네가 무서워해야 하는 쪽은 죽은 사람들이 아니야. 살아 있는 사람들이지." 저의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쁜 일이 남긴 잔상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은 믿는다. 그것들은 콘크리트에 찍힌 발자국처럼 우리의 현실이라는 천 위에 각인된다. 그 흔적의 원인은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라도 남은 자국은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 - page 33 ~ 34

이 사건의 끝에 밝혀진 진실은 정말이지 살아 있는 사람이, 그것도 나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소름돋게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폐광'이라는 공간.

마침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땅속 깊이 뚫린 상처만 남았다. 그건 잃어버린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흔적이었다. 일부 가족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데로 떠났다. 우리 아빠 같은 그 나머지는 적응했다. 마을은 절뚝거리며 회복 비슷한 걸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절대 낫지 않는 흉터도 있는 법이다. - page 204

조금씩 야생화와 잡초로 두툼하고 풍성하게 그 곳을 뒤덮지만 자국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나는 그게 영영 없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왜 몰랐을까. 계속 묻혀 있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걸. 아이들은 찾아내기 마련이라는 걸. - page 205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는다고 하잖아요. 가끔은 죽음도 그렇지 않나 싶어요."

결국 모든 카드를 쥐고 있는 쪽은 죽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 page 437

정말 죽음이 모든 KEY를 지니고 있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이 소설이 인상깊었던 것은 결국 공포는 '인간의 내면적 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기에 마냥 호러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등골이 오싹하고 간담이 서늘하였던 이 소설.

여느 공포영화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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